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65)
환생마신전-65화(65/390)
소교주의 따스한 성정이시라면
“빨리빨리 안 움직이나? 다들 느려 빠져서! 소분가주께서 어서 안주를 가져오라고 하시지 않나! 소분가주께서!”
형삼은 백색전을 바쁘게 움직이는 하인들을 계속 쪼아댔다.
그럴수록 하인들의 시선이 날카로워졌지만, 형삼은 도리어 뭘 어쩔 거냐는 투로 코웃음을 쳤다.
애당초 그의 머릿속은 장밋빛 미래로 가득 차 있는 상태.
주변이 뭐라고 한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운휘 공자가 소분가주가 되셨어, 소분가주가 되셨다고!! 그게 다 누구 덕분이겠어? 전부 옆에서 신실하게 모신 내 덕분이 아니겠냐고!’
주인의 영전은 곧 하인의 영전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백색전의 집사장을 맡았던 형삼의 신분도 당연히 하루아침에 신분이 달라진 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구룡분가의 반편이’라고 불리던 운휘 공자가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저절로 와닿을 정도였다.
형삼은 그게 전부 다 자신의 공이라고 생각했다.
도중에 아주 잠깐 남궁산영의 유혹에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야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한 번쯤 할 수 있는 일지 않은가.
그래서 형삼은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닌 말로 당시에 남궁산영에게 붙은 것도 모두 분가의 평화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내린 선택(?)이었으니 소분가주라면 충분히 이해해주실 터였다.
으헤헤헤!
형삼은 단전에서부터 실실 올라오는 웃음을 겨우 삭히면서 완성된 음식들을 내려다봤다.
궁보계정, 어향육사, 마라룡하, 수자어.
각각 사천성의 대표 요리들.
형삼은 하나씩 약지로 가볍게 맛을 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과 이건 위로 올리고, 이건 내려. 그리고 이건-”
품평이 계속 이어지던 그때였다.
짜아악!
“!!”
“어딜 감히 이런 걸 소분가주께 드리겠답시고 만든 건가? 다시 만들어!”
“아, 알겠습니다.”
형삼은 어향육사를 들고 있던 하인의 뺨을 후려쳤다.
쨍그랑!
어향육사와 그릇이 바닥에 엎어졌다.
다른 하인들은 혹시 형삼과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 고개를 푹 숙이며 음식 그릇을 날랐다. 아니, 나르려고 했다.
하인들이 나가다 말고 갑자기 주방 문턱에서 막혔다.
누군가가 앞길을 막고 있었다.
머리 위에 자기 상체만 한 크기의 커다란 매를 얹힌 괴상한 행색의 중년인.
일노와 온마였다.
“바빠 죽겠는데 넌 또 뭐야? 안 비켜?”
형삼은 일노를 보면서 으르렁거렸다.
운휘에게 당부받기로 도성현에서 구한 사람이고 앞으로 백색전에서 머물게 되었으니 잘 어울려 지내라고 하셨었다.
그렇다면 형삼에게는 아주 까마득한 후배이자 수하가 된 셈.
그런데도 눈치를 살피며 다니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세운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에 차지 않았다.
나중에 따로 불러서 얼차려라도 줘야 원.
‘이게 전부 다 그동안 내 너무 오냐오냐해주니 기강이 해이해진 탓이라고! 하여간 잘 대해주면 기어 오를 생각이나 하지, 쯧쯧! 이게 다 내가 마음이 약해진 탓이야, 약해진 탓.’
지금 당장 혼내지 않는 건 일노의 체구가 탄탄해 보여 겁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절대로!
하지만 일노는 형삼의 눈총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눈앞에 있던 음식을 한 점 집어 먹었다.
“이 미친놈이! 소분가주께 진상해야 할 음식을 함부로 집어 먹어!?”
형삼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일개 말단 하인 따위가 감히 주인의 음식을 먹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나?
하지만 일노가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하인들은 저마다 눈치만 살필 뿐, 아무도 거기에 대해 항의하지 못했다.
일노는 그런 주변의 시선 따윈 모두 무시한 채 음식을 한참 동안 꼭꼭 씹었다.
마치 음식을 한껏 음미라도 하듯.
그러다 갑자기 그의 눈가 사이로 골이 깊게 패였다.
“이딴 쓰레기를 소교… 크흠! 주군께 드리겠다고?”
“뭐? 쓰레기?”
형삼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일노는 다른 두 음식도 똑같이 한 점씩 집어먹은 뒤, 결국 ‘퉤’하고 바닥에 뱉었다.
음식을 들고 있던 하인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일노는 내친김에 주방 안쪽으로 들어가 자세를 숙여 땅바닥에 떨어진 어향육사를 한 점 집었다.
쯧!
일노는 한참 동안 음식을 씹어먹다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러고는 쓰러진 하인을 손수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시오?”
“괘, 괜찮습니다.”
“음식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 하는 멍청한 상관을 두어 고생하시는군. 미안하지만 담당 숙수(요리사)께 혹시 이 요리를 하나 더 부탁드릴 수 있겠소?”
하인은 덜덜 떨면서 일노와 형삼의 눈치를 번갈아 살폈다.
형삼의 얼굴은 이제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야! 너 뭐야! 어디 별 이상한 잡놈의 새끼가 들어와서는-”
“부탁드리오.”
하인이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야!! 내 말 안 들려!?”
형삼이 결국 참다 못해 폭발해서 한쪽 소맷자락을 걷어 올릴 때, 일노가 무심한 얼굴로 이쪽을 돌아봤다.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 주군을 바로 옆에서 모시는 이들이 있다고 하여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주군만큼은 우리와 다르게 덜 고생하시길 바랐으니까. 참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무슨-”
“그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자 이리 온 것이었는데… 가관이 따로 없군.”
일노는 당장 형삼을 잡아먹을 듯한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
형삼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리고 말았다.
‘무, 무슨 눈빛이!’
분명히 일노는 가만히 서 있는 것에 불과하건만, 형삼의 눈에는 양눈이 길게 찢어진 마귀라도 나타난 것처럼 보였다.
형삼의 얼굴이 창백하게 지샜다.
삼류 무공을 익혔고 심지어 그마저도 제대로 단련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이미 일류의 경지에 다다른 일노의 살기에 맞설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일노는 지난 수년간 천산의 집요한 추격을 피해 다니며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던 자.
거기다 운휘에게서 무공도 조금씩 전수받기 시작했다.
아마 이걸 모두 다듬고 난다면 절정고수와 비교해도 절대 꿇리지 않을 터였다.
덜덜덜…….
형삼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바지가 조금씩 축축해졌다.
“사천 음식은 채계(菜系)라고 해서 두텁고(味厚) 농염한(味濃) 맛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깊이도 전혀 모르면서 대체 어떻게 주군께 음식을 진상하겠다는 거지?”
“!!”
“그동안 천하의 산해진미란 산해진미는 다 겪으셨을 주군께 이딴 쓰레기는 고문이나 마찬가지이셨을 텐데…!”
까득!
일노는 그동안 음식 고문(?)을 겪었을 운휘가 안타까워 이가 갈렸다.
온마는 날개로 그런 일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화를 가라앉히거라. 소교주께서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소탈한 분이시다.」
온마는 일노의 충정이 갸륵하면서도 아직 소교주가 어떤 분이신지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아 웃음이 살짝 삐져나왔다.
하긴 일반 신도 입장에선 소교주의 화려하고 거침없는 행보만 보았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온마는 소교주께서 교주님의 눈에 띠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시며 자랐고, 또한 소교주가 되고 난 뒤에도 얼마나 많은 역경을 넘나드셨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고상한 체하는 산해진미보단 평신도들과 같이 마실 수 있는 싸구려 백주를 더 좋아할 분이지 않은가.
그러니 온마는 일노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했다.
「그동안 이런 거로 불만을 표시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으셨으니 괜찮-」
『그야 저희 신도들이 받고 있을 고난이 항상 신경 쓰이신 나머지 끼니를 제대로 이으실 수 없으셨으니 그런 걸 테지요!』
「…으음?」
그런데 뭔가가 좀 이상한 것 같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아마 다른 것에서도 이렇게 항상 자책하고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시며 슬픔에 잠겨 계시지 않았겠습니까!』
온마는 자기도 모르게 잠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책?
자학?
슬퍼해?
누가?
소교주께서?
…….
사람이 갑자기 큰 충격을 받고 나면 할 말이 없어진다더니.
온마가 지금 딱 그 꼴이었다.
「어, 음, 그러니까-」
온마의 머릿속으로 지난 몇 달 간 소교주께서 보인 모습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있으면 일단 깽판부터 치고 다니셨던 것 같기는 한데…….
『더군다나 소교주의 따스한 성정이시라면 하인들의 이런 멍청한 짓거리나 부당한 대우에도 화 한번 제대로 내시지 못하셨을 것 아닙니까!!』
이제야 알겠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아무래도 일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소교주라는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소교주와 사뭇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주군은 항상 고난을 자처하시는 분이십니다! 항상 본인을 험난한 곳으로 몰고 가시는 분이기도 하십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바로 옆에 있습니다!』
일노의 두 눈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가 옆에서 모시는 한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놔둘 수 없습니다! 주군의 건강이야말로 신화종의 미래! 주군의 음식이며 일거수일투족까지 이제부터 제가 전부 다 신경 써야겠습니다!!』
「…자네가 그러겠다면야, 뭐.」
이왕 이렇게 된 것, 그냥 저렇게 내버려두자.
온마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바로잡아서 굳이 동향 후배의 열의를 꺼뜨리고 싶지 않았다.
어째 소교주에 대한 환상이나 오해가 신심(信心)의 영역을 넘어서서 광신(狂信)의 영역으로 격상된 것 같기는 하지만… 뭐, 알아서 잘하겠지.
일노가 주변 하인과 숙수들을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칼 가져와! 확(?, 중국식 철 냄비)도 있으면 하나 가져오고!!”
하인과 숙수들이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한쪽 구석에서 형삼이 멀거니 서 있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일노 쪽으로 확 넘어가 버린 상태였다.
졸지에 두 눈 뜨고 주도권을 빼앗기게 생긴 형삼은 거기다 대고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일노의 머리에 앉아있던 매가 가만히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매가 갑자기 확 하고 커지면서 마치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철푸덕!
형삼은 결국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딸꾹! 딸꾹!
오한에 딸꾹질까지 났다.
바지도 확 젖고 말았다.
「안 꺼져, 새꺄?」
“!!!”
거기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환청까지.
새가! 새가 말을 한다아아!
형삼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로 주방에서 달아나고 말았다.
온마는 다시 일노를 내려다봤다.
기특하면서도 가여운 녀석.
자신의 고향 후배는 아무래도 앞으로도 꽤 손이 많이 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키워볼 만한 맛이 있는 건 확실했다.
어쩌면 앞으로 재건될 앙마신화종의 본보기는 이 아이가 될지도…….
‘그나저나.’
온마는 고심했다.
‘이 녀석, 이름이 뭐였더라?’
온마는 새대가리를 옆으로 갸웃거렸다.
* * *
일노는 다시 요리에 집중했다.
‘주군께서 드실 음식이시다. 맛뿐만 아니라 고향의 느낌도 같이 드실 수 있도록 해야 해.’
소교주께서 이 음식을 드시는 동안만큼은 고향을 떠올리시면서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일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