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68)
환생마신전-68화(68/390)
너희들이 이럴 수는
불과 몇 시진 전.
나는 당유창이 있는 적색전으로 향했다.
“이야기 좀 하자.”
“날 우롱하러 온 거라면-”
“여기 앉으면 되지?”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대는 녀석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털썩 엉덩이를 붙였다.
문가에 서서 나를 쏘는 눈빛이 아주 살벌했다.
어째 눈빛이 표독스러운 게 자기 엄마랑 똑같냐?
모전자전이라서 그런가?
같은 피를 물려받은 당규진은 안 그러던데.
“적당한 데 앉아. 할 이야기가 좀 많으니까.”
“나는 나눌 이야기가 없다.”
“그래? 그러면 서서 그냥 듣고만 있던가. 나는 내 할 말만 하고 갈 거니까.”
“너-”
“아 참, 그리고 전부터 말하려 했던 건데, 이왕이면 존대 좀 쓰지? 어디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근본 없는 애새끼도 아니고, 어디 어린놈의 새끼가 형님한테 따박따박 반말지거리야, 반말지거리는? 장유유서 몰라?”
「장유… 유서?」
「소교주의 입에서 저런 말씀이 나오다니-」
「역시 본인은 실천하지 않으시면서 타인에게는 강요하시는 모습이야말로 마(魔)의 참됨을 몸소 보이시려는-」
당유창의 눈빛이 아주 거세게 활활 타올랐다.
이를 꽉 깨물며 주먹을 파들파들 떨고 있는 게 분노를 억지로 삭이는 모습이었다.
아마 속으로는 골백번도 내게 덤비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이제 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데다가, 함부로 대거리하기에 내 신분이 너무 지고해졌기 때문이었다.
사천당가에서 직급이 가지는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하극상은 정도에 따라서 즉결 처분도 가능했다.
“…나를 도발하려는 거면 거기까지 해라. 이제 와서 내게 존경을 받고 싶거나 그런 건 아닐 것 아냐?”
화를 겨우 삼킨 당유창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오, 이건 좀 뜻밖인데?
자기감정이 앞서는 애송이인 줄로만 알았더니.
그래도 이전에 받았던 참교육의 효과가 아예 없진 않은 모양이었다.
“아쉽네. 거기서 대거리했으면 바로 모가지부터 쳤을 텐데.”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테니까.”
“좋은 자세야.”
목숨보다 이 세상에 중요한 것은 없다.
와신상담의 자세로 때를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 기회는 올 테니까.
이 녀석도 아무래도 가세가 완전히 내게 기운 걸 알고 그럴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런 뜻에서 기회를 주지.”
“기회?”
“네 외가로 가.”
“…뭐?”
“그러면 아무 제재 없이 바로 보내줄게. 어차피 여기서 네가 있을 자리는 없잖아?”
당유창의 외가. 남궁을 의미했다.
“거절한다.”
“어째서?”
“그걸 이유라고 묻나? 내 근본은 어디까지나 당씨니까!”
하여간 이놈의 당가인들은 죽어도 자기 성씨에 대한 자긍심을 버리지 못한다니까?
하지만 잘 되었다 싶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이 이것이었으니까.
“분가에 내 자리가 없다면 당가타로 갈 것이다. 말단 무사부터 시작하더라도-”
“만약 당가타에도 네가 설 자리가 없다면 어떡할래?”
“무슨 소리를-”
나는 따로 챙겨왔던 서류 더미를 탁상 위로 던졌다.
탁!
“…이게 뭐지?”
“봐봐. 그럼 알 테니까.”
당유창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날 보다가 서류 더미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녀석을 보며 생각했다.
당유창, 저놈의 피는 과연 남궁씨에 가까울까, 아니면 당씨에 가까울까?
내가 건넨 서류는 남궁산영이 그동안 신교와 결탁한 자료였다.
정확하게는 남궁세가가 신교와 손을 잡은 정황 자료였지만, 당유창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로 보이겠지.
남궁산영과 신교의 결탁은 아직 외부에 공표되지 않았다.
내부 입단속도 심해서 당유창도 아직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니 만약 당유창의 피가 남궁씨에 가깝다면 내게 거래를 제안할 것이다. 제발 살려달라고.
하지만 그게 당씨라면?
꾸깃.
“이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거냐?”
서류가 잔뜩 구겨졌다. 손등이며 눈이며 핏대가 잔뜩 섰다.
“증거가 있는데 왜 못 믿는다는 거지?”
“하지만 이건-”
“당씨라면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감히 외세를 끌어들여서 가문을 망가뜨리려고 수작하다 걸린 거니까.”
“…….”
“뭐, 그래도 다행히 네가 사리분별 할 수 있는 지능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까드득!
당유창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마 생각이 복잡할 것이다.
본인이 당가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던 녀석으로서는 가문에 큰 위해를 끼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들 테니까.
그러니 가장 먼저 나서서 주벌(誅伐)을 외쳐야겠지만, 그 대상이 바로 친부보다도 더 사랑하던 친모였다.
그 배신감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결국 한참 뒤에야 당유창은 고개를 힘없이 떨어뜨렸다.
“…어머니를 모시고 남궁으로 가겠다.”
당문에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친모를 버릴 수도 없으니 내린 선택.
“아니. 늦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래. 그건 조금 전까지 이야기였지. 대부인이 분가를 배신했다? 외부에 공표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좋게좋게 끝내자고 이야기 꺼낸 건데, 그걸 발로 걷어찬 건 너잖아?”
“!!”
“처음부터 내 말대로 따랐으면 봐줬겠는데 이제는 조건을 더 얹어야겠어. 이걸 받아 들으면 고려해보겠어.”
“……뭐냐?”
당유창의 눈 밑이 퀭하게 내려앉았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몇 가지를 지시했고, 듣는 내내 당유창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 * *
내가 당유창에게 내민 제안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남궁산영을 완전히 축출하는데 한 손을 보태라.
남궁산영을 그냥 치워버리는 건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남궁세가와의 연결고리.
그녀가 구룡분가와 사천 지역에 심어둔 남궁세가의 끄나풀을 모두 뿌리 뽑는 데 있었다.
물론 무영을 비롯해서 구룡분가 안에 있던 세작들은 당곤이 모두 제거하긴 했지만, 밖으로 연결되는 연락책들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들이야말로 북해종이 구룡현에 비밀리 숨어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을 테지.
「남궁산영 같은 성격이라면 절대 모든 패를 내놓으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지요.」
‘그럼. 그 아줌마가 얼마나 능구렁이인데, 무영이란 놈에게만 의지하고 있었다는 건 말이 되질 않잖아?’
마교를 본격적으로 치기 전에 남궁의 손길부터 먼저 치워 둘 필요가 있었다.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보단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게 훨씬 손쉬웠으니까.
그래서 남궁산영에게 남아있을 ‘마지막 남은 수’를 캐내고자 당유창을 이용한 거였는데… 제대로 먹혔다.
「친아들이 살살 꼬드긴다면 자신의 마지막 남은 수를 충분히 꺼낼 수 있으니까요. 완벽한 수였사옵니다.」
「모자가 서로를 치게 만드시다니! 소교주의 인성… 아니, 책략은 하늘에 닿아 있으시옵니다!」
이 사달을 만든 당유창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당규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남궁산영을 바라봤다.
“어머니, 결국 끝까지-”
“아니다! 이건 모함이다! 이건 모함이란 말이다! 보고도 모르겠느냐? 저 간악한 것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함정을-”
남궁산영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떠들어대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만큼 충격이 큰 것이겠지.
믿었던 아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에 대한 배신감, 딸의 원망에서 오는 허탈함, 적에게 모든 걸 들켰다는 부끄러움, 분노, 후회 등등.
내가 말했다.
“저는 분명히 몇 번이고 기회를 드렸습니다? 가만히 계신다면 대부인으로서의 명예는 지켜드리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그걸 걷어차십니까?”
“네가 먼저 약조를 깼었다! 분명히 흑골귀곡과의 일을 분가에는 알리지 않겠다고 네 입으로 말했었어! 그런데도 날 이렇게 감금하는데 나라고 내 살길을 찾지 않을 수가-”
“그건 대부인 사정이죠.”
“!!”
“누가 칼 들고 협박하기라도 했습니까? 배신하라고? 당신이 뿌린 대로 거뒀을 뿐이죠.”
「크으! 누칼협!!」
「그런데 사실 배신하라고 막다른 곳까지 등 떠민 건 소교주가 맞으시긴 했- 크헙!」
「역시 혓바닥이 길어질 때 이보다 아주 간단히 묵살시키는 법도 없는 것 같소.」
남궁산영은 다급히 당규진에게 달려가 어깨를 붙잡았다.
“진아야! 내 말을 들어다오! 너는 지금 속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
“저놈이! 저 천한 것이 악마 같은 혓바닥으로 너를 유혹하는 것이란 말이다! 내 말을 들어보면 너도 미몽에서 깨어날-”
당규진은 남궁산영의 손바닥을 어깨에서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이제 제발 그만하세요.”
손바닥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것이 남궁산영에게는 사형 선고처럼 다가왔다.
“네가 어떻게-”
“이만하시면 됐잖아요? 어머니가 누구보다 열심히 저희를 위해서 산 걸 아니까, 그러니까 제발……!”
“너희들이 어떻게, 어떻게 나에게-”
남궁산영이 덜덜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당규진과 당유창을 번갈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이럴 수는, 너희들이 이럴 수는 없는 것인데- 내가 그동안 너희들을 얼마나, 얼마나-”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연운휘’는 기억이 있었을 때부터 이미 고아였으니까.
하지만 사부님에게 버림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막연하게 상상해보니 순간 가슴이 쫙 조이는 기분이 들었다.
단장(斷腸)의 고통이란 게 바로 저런 게 아닐까?
하지만 남궁산영이 안타깝다거나 하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말했듯이 이건 자업자득이었다.
애당초 ‘당운휘’에게서 가족을 앗아간 것도 그녀이지 않은가?
‘휘아, 사실 해줄 말이 있는데-’
당규진으로부터 ‘당운휘’의 사연에 대해 들은 게 바로 오늘 낮이었다.
검이 되어달란 부탁을 듣고 난 뒤, 당규진이 조심스럽게 지난날에 대해 하나둘씩 꺼냈던 것이다.
덕분에 당규진이 왜 그동안 ‘당운휘’에게 죄책감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었는지,
이 콩가루 같은 집안 구석에서 유일하게 ‘당운휘’를 보살펴줬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 피해자처럼 구는 남궁산영의 저런 태도가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당운휘’에게서 가족을 빼앗았으면서 그걸 고스란히 되돌려주니 저토록 괴로워하는 꼬락서니라니.
「소교주시여, 영육의 괴리가 갑자기 빠르게 해소되고 있나이다!!」
그때 십오 호가 놀라 소리쳤다.
그 순간, 나는 알 것 같았다.
이것으로 이 육체에 마지막 남아있던 한이 사라졌단 사실을.
‘당운휘’와 ‘연운휘’를 가르던 경계선이 사라지고, 드디어 ‘당운휘’가 ‘연운휘’에게로 완전히 융화되었다.
중단전이 다시 한번 더 꿈틀거렸다.
그동안 미묘하게 어긋나있던 상단전과 하단전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졌다.
드디어 완전한 영육일치(靈肉一致)가 이뤄졌다.
파아아-
격동하는 내공을 조용히 갈무리하던 중에 등 뒤로 그동안 본전을 지키던 두 위사가 당곤, 귀제갈과 함께 나타났다.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풍화정으로 당곤을 보내뒀던 것이다.
“대부인, 난협전으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귀제갈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것이 사형 선고임을 깨달은 남궁산영이 포효를 터뜨렸다.
“당운휘! 당운휘이이이이!!”
콰아아앙!
쐐애액-
남궁산영은 눈깔이 뒤집힌 채로 내게 달려들었다.
기세가 살벌했다.
주화입마.
자신을 몰락시킨 주범인 나라도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두 위사들이 나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자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 앞으로 나서는 이가 있었다.
당규진이었다.
츠팟!
끼아아아-
청색귀면을 개방하며 검을 뽑았다.
남궁산영이 가로막혔다.
이 순간.
당규진은 나의 검이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