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
환생마신전-7화(7/390)
호구
“제법 묵직한데? 이거 끝나고 어디 가서 한잔하려 했었나 봐?”
“대체 어느새……?”
당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하긴 그렇겠지.
남들은 익히는데 최소 석 달이 걸린다는 보법을 너무 능숙하게 펼친 것으로도 모자라, 고수의 전낭까지 털어버릴 정도로 뛰어난 숙련도를 보였으니.
물론, 내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암영보를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익히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 이건 적당한 손장난이 들어간 사기패였다.
「소교주시여! 말하신 대로 따랐으니 부디 선처를-」
‘알았어. 한번 참작해보지.’
「감사하나이다! 저는 윤회 말고는 바라는 게 없으니 무엇이든 시켜만 주시옵소서!」
암영보로는 당곤에게 접근만 했을 뿐. 전낭을 가져온 건 망령이 했다. 몰래 한 놈을 미리 전낭에다 심어둔 것이다.
아직 상단전이 여물지 못해 물리적 행사를 하는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는 당곤은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혹시 암영보를 이미 익히셨던-”
“나에겐 무서고(武書庫) 열람도 허락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미리 익혔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맹풍기사보다 더 천재라서 그런가 보지 뭐.”
나는 전낭에서 딱 은전 서른 냥만 빼고 돌려주었다.
탁!
당곤은 그걸 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전낭이 많이 헐거워져 있었다.
“무사부, 다른 건 뭐 없어요? 이걸로는 너무 심심한데.”
당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반면에 난 웃었다.
씨익!
월척이었다.
* * *
두 시진 후.
“말도… 안 돼…….”
당곤은 하얗게 불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왜 그러냐고?
조금 전에 마지막 남은 전재산까지 싹 다 탈탈 털렸거든. 낄낄낄.
당곤은 정말이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속을 박박 긁어댈 때마다 홀라당 넘어오니 원.
‘한 판만! 한 판만 더 합시다, 이공자!!’
‘돈이 없지 않냐고? 에잇! 그깟 돈이야 가져오면 그만이지! 여기서 잠깐 기다리십시오! 전장(錢莊)에서 당장 돈을 인출해올 테니까!!’
‘후후후! 그것 보십시오. 아무리 이공자라고 해도, 추혼비접 정도야 그렇다 쳐도 광풍신법(狂風身法)은 그러기가 힘들 거라니까!’
‘뭐? 한판만 더 하자고? 하하하핫! 이보시오, 이공자. 광풍신법은 우리 광풍대의 자랑스러운 부대 절기요. 그런데 어찌… 에잉, 쯧! 그래! 해봅시다!’
‘…어? 이게 아닌데? 어찌 광풍십이선(狂風十二旋)을-’
‘아, 안 돼애애애앳!’
‘제발, 제발 이 돈만은…! 자비를! 용서를! 제바아아알!’
중간중간마다 내가 일부러 져주면서 밀당도 적절하게 하니 더 크게 딸려오더란 말씀이지.
결국 당곤은 밑천이란 밑천은 죄다 털리고 말았다.
아마 가지고 있던 절기를 대부분 토해낸 게 아닐까 싶었다.
심지어 구룡분가가 자랑하는 옛 광풍대의 부대 절기까지 전부.
하지만 이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였다.
내가 아무리 전생에 무공을 익힌 적이 없었다고 해도, 깨달음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것이 고수들이었다.
특히 사부님은 자주 검술 훈련을 내게 직접 보여주기도 하셨고.
그러다 보니 안목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 웬만한 무공은 그 묘리까지 전부 단번에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지난 두 달 간 독룡심결과 폭호십이박을 꾸준히 단련하면서 이 육체를 어떻게 다룰지도 확실하게 파악해뒀으니.
그 미세한 차이만 조절해도 물 먹는 솜처럼 무공을 흡수할 수 있었다.
물론, 체득만 했을 뿐이지 아직 깊이는 부족하기에 당장 실전에서 써먹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연습하다 보면 될 것이다.
자, 그럼 슬슬 분위기도 무르익었고.
마지막 떡밥을 던져볼까?
“이렇게 그냥 내기 끝내기엔 좀 아쉬운데.”
“…본인은 더 내놓을 게 없소만.”
눈 밑이 꺼멓게 죽은 걸 보니 강시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아직 하나가 남아 있지 않아?”
“하나……?”
“광풍무(狂風舞).”
“!!”
쿵!
나는 이제 들고 있기도 버거운 전낭을 바닥에다 내려놓으면서 씩 웃었다.
“나는 판돈으로 이걸 다 걸고. 어때?”
“…하지만 광풍무는.”
당곤은 엉덩이를 들썩거렸지만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광풍무는 옛 광풍대의 정체성, 그 자체였으니까.
사천 무림에서 광풍대는 전설이었다.
오랜 정적이었던 청성파와 아미파의 기세를 꺾고, 중원에 발을 들이려던 천마신교의 예봉을 꺾었던 무력 부대.
이들 덕분에 사천당가는 사천성을 넘어 중원의 서부 지역에서 제일가는 세력을 다질 수 있었다.
광풍무는 광풍대원만이 익힐 수 있는 최고 절기였다.
한번 발동하면 천지사방에 광풍을 일으켜 모든 것을 찢어발긴다던가.
그 안에다 독을 섞으면 주변이 사지가 되고, 암기를 실으면 초토화가 벌어지고 만다.
당연히 사천당가에서도 광풍무에 대한 보안을 철저하게 해서 천마무고에서도 찾을 수 없는 몇 안 되는 절기이기도 했다.
나는 이걸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알아. 당가타의 허락 없이는 사사가 불가능하지.”
“그런데-”
“하지만 예외가 있지 않아? 광풍대주의 직속에게는.”
“!!”
“내놓은 자식 취급받아도, 일단은 분가주님의 장남이라고? 충분히 자격은 되지.”
“…….”
당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는 깊게 착 가라앉은 눈동자가 되었다.
호구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어느새 패기를 잔뜩 두른 옛 광풍대의 핵심 대원이 나타났다.
고오오오-
살갗이 따갑다.
제법이란 생각도 들었다. 조금 놀라기도 했다.
늘 의욕 없는 나른한 모습만 보았었는데.
이런 진면목을 숨기고 있었나 싶어서.
“광풍무는 저희의 목숨과도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깟 내기에 올리는 판돈 취급하는 것은 아무리 이공자라 하셔도 제가 용납지 못합니다.”
거, 자존심 세우기는.
하지만 녀석이 모르는 게 있다.
내가 주둥이를 터는 데 아주 도사라는 것.
“내가 정말 판돈 취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아닙니까?”
“아니지.”
“무슨-”
“답답하네, 정말. 내가 지금까지 내기랍시고 했던 것들이 전부 그냥 단순한 내기로 보이냐고.”
“?”
당곤의 얼굴에 처음으로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갑갑한 척 가슴을 두들기며 하소연했다.
“당신을 설득하는 거잖아. 내가 이만큼 재능이 있다고.”
“!”
“처음에 내가 광풍무를 배우고 싶다고 했으면? 당신이 가르쳐줬을까? 그냥 비웃고 말았을 것 같은데?”
“!!”
“이렇게라도 당신을 충동질 하지 않았으면 기회조차 없었겠지. 그러니까 앞의 내기 따윈 전부 잊어버리고, 나 당운휘이란 사람에 대해서만 똑바로 보라고.”
나는 이제 격진을 일으키는 당곤의 시선을 직시하며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내가 광풍대의 업(業)을 이을 자격이 없어 보여?”
“!!!”
이제는 격진의 수준을 넘어서서 극진을 일으켰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소교주의 입에는 악마가 매달려 있는 게 분명하오. 저기에 휘말려 인생 날려 먹었던 교도들이 한둘이 아니었지. 과연 마성의 주둥아-」
‘뒈질래?’
「죄, 죄송하오!」
「시, 시정하겠습니닷!」
망령들이 뭐라고 지껄이건 간에 나는 말없이 당곤을 빤히 쳐다봤다.
아마 지금쯤 속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난잡하게 뒤엉키고 있지 않을까.
추억을 자극하는 말들 하며 그동안 별로 취급도 하지 않던 이공자에게서 보게 된 가주의 그릇까지. 아주 혼란스럽겠지.
당곤이 그동안 후계 다툼에 끼어들지 않은 건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지지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였지.
당호산에 대한 충성심은 여전한 걸 보면, 그 지점을 노려서 적절하게 만족시켜주기만 해도 홀라당 넘어오게 되어 있었다.
호구를 낚을 때 가장 중요한 건 충동질이 아니다. 그건 얼마 가지 못한다. 나중에는 반발심도 생기고.
하지만 마음도 몸도 전부 홀리게 되면 주머니 속 돈은 물론 집문서까지 가져다 바친다. 당곤이 딱 그 꼴이었다.
더구나 당곤을 내 쪽으로 끌어들이는 건 단순히 광풍무만을 따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암존의 방문 행사 말고도 앞으로 남궁산영이 얼마나 사사건건 내게 트집을 잡아대겠는가?
그렇다면 나도 우산이 필요했다.
최소한 구룡분가에서 만큼은 나를 보호할 수 있을 만한 우산이.
당곤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
나는 이 사람을 시작으로 옛 광풍대 전체에 서서히 손을 뻗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궁산영과 당유창은 지금쯤 자신들이 짜낸 계략이 아주 그럴싸하다며 희희낙락하겠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쳐둔 덫이 곧 그들의 모가지를 움켜쥐리라는 것을.
“…….”
당곤은 잠시간 아무 말이 없다가 곧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 이공자가 달라졌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만, 이건 달라진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사람이 바뀐 수준이로군요.”
때론 빈 공백이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걸 가져다주는 법이다.
“그동안 세상의 눈을 숨기고 계셨던 겁니까?”
“뭐, 그럴지도?”
“그동안엔 대부인의 견제가 있으니 숨기고 있다가, 암존께서 곧 방문하실 예정이니 진면목을 드러내겠다- 그런 생각이시로군요.”
적당히 밑밥을 깔아주니 이제 당곤은 혼자서 북과 장구를 동시에 두들기고 있었다.
“좋습니다. 광풍무를 보여드리지요. 어차피 일공녀나 삼공자께도 보여드렸던 바가 있으니, 이공자께 보여드린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츠츠츠-
당곤에게서 풍기던 기세에 바람이 섞이면서 돌개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만, 기재이신 다른 두 분조차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게 바로 광풍무였습니다. 함부로 덤빌 생각은 하지 마시길.”
당곤은 이제 예의를 갖추며 기수식을 갖췄다.
정중함이 가득 담긴 두 눈엔 나에 대한 호의가 가득했다.
“그럼 내기 내용을 좀 바꿀까?”
“내용을…?”
당곤은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또 내기라는 말에 당황했지만.
“한 번에 익히기가 힘들 거라며. 사실 나도 광풍무까진 그러긴 힘들 것 같고…. 오늘 하루 안에 내가 익힌다면 술 한잔 사주기. 실패하면 내가 사고. 어때?”
“술이라. 좋습니다!”
곧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콰르르르릉!
광풍이 백색전을 가득 뒤덮었다.
* * *
‘아무리 이공자가 천재라고 해도 이건 힘드실 테지.’
당곤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처음 정풍각에서 대부인의 명령이라며 내보낼 때까지만 해도 그냥 적당하게 시간만 때우자는 생각뿐이었건만.
‘내기할래?’
‘쫄?’
가벼운 도발과 함께 시작된 가르침은 이제 재미가 되고 있었다.
‘내가 광풍대의 업을 이을 자격이 없어 보여?’
특히 그 말은 당곤에게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다.
‘광풍대의 업이라… 광풍대를 해산하고 언제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있긴 있었나?’
대주님은 구룡분가를 세우신 난 뒤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예전엔 항상 의욕과 야망에 불타올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뛰게 했다면,
지금은 그저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는 고요한 사자일 뿐.
뭔가 이렇다 할 의욕이 없어 보였기에 지난 이십여 년간 꽤 많은 대원들이 대주님의 곁을 떠났고, 지금은 그와 같은 측근 몇 명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광풍대의 업을 운운하는 당운휘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옛 대주님의 그림자를 보았다.
‘부디 그럴싸하게 입바른 말만 해댄 게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여태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던 후계 다툼에서 운휘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 같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끝까지 자신은 누군가를 선택할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할 것이다.
대주님께서 어떤 의사를 보이실 때까진 절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말자는 게 옛 대원들끼리의 약속이었으므로.
하지만 좋은 술친구가 생길 것 같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건 확실하게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고 말이다.
…하지만 잠시 후.
“또 졌어! 또 졌다고! 빌어먹으으을!”
당곤은 손수건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자신의 착각을 저주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