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0)
환생마신전-70화(70/390)
결국 그리 떠났나
귀제갈은 모든 심문을 마치고 난 뒤,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으며 투덜거렸다.
“독한 년! 정말 사람을 지치게 만드네, 정말!!”
교일지는 심문하는 건 상당히 고단한 작업이었다.
대부분 밀정이나 세작이 그러하겠지만, 그녀도 세뇌 교육을 받아 입을 열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귀(鬼)란 단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귀제갈도 절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결국 교일지는 알고 있던 모든 걸 토설했다.
구룡현을 비롯해 사천 지역 곳곳에 흩어진 남궁세가의 연락책과 위치들을.
귀제갈은 자료를 옆에 있던 위사에게 건네며 명령했다.
“이거 풍화정으로 가져가서 운휘 공자가 준 자료와 대조해봐. 그러면 남궁의 움직임과 마교의 이동을 전부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존명!”
“그리고 정풍각에는 서둘러서 움직이라고 전해두고. 놈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사천을 빠져나가기 전에 모조리 제거해야 하니까. 아, 실수 있으면 석 달 감봉이라는 말도 같이 전하고. 아주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열심히 뛰어다닐걸?”
“서, 석 달이나…. 알겠습니다.”
위사는 정풍각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귀제갈이 백우선을 살랑살랑 흔들며 더운 땀을 식혔다.
하지만 푹 눌러쓴 두꺼운 가면 안으로 흐른 땀은 식히지 못했다.
* * *
“…결국 그리 떠났나.”
당호산은 위사가 가져온 귀제갈의 간략 보고서를 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남궁산영의 처치 과정과 향후 계획에 관한 보고서였다.
그는 피곤한 듯 코 끝에 걸치고 있던 애체를 벗고, 두 눈덩이를 검지와 엄지로 가볍게 문지르며 말했다.
“이대로 진행하게.”
하지만 위사는 섣불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잠시 방황했다.
당호산의 눈이 살짝 올라갔다.
“왜 그렇게 서 있지?”
“…저, 그것이.”
“?”
“풍화정주께서 분가주님께서 괜찮으신지를 제대로 확인하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셔서-”
“난 괜찮다.”
“하지만-”
“이럴 땐 내가 상관인지, 제갈이 상관인지 헷갈리더군.”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위사는 서류를 챙기고 부리나케 자리를 떴다.
당호산은 가만히 위사 사라진 문 쪽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콧방귀를 꼈다.
“하여간 이놈이고 저놈이고 간에 쓸데없이 예리해서는.”
이럴 때는 같이 전장을 활보하던 전우란 놈들이 귀찮기도 하단 말이지.
아무리 부부의 정이 멀어진 지 오래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부부로 살아온 삶이 거의 이십여 년이었다.
결국 남궁산영은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것이나 다를 게 없었다.
애당초 그녀를 계획의 미끼로 쓰겠다고 마음먹은 게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니 이런 씁쓸한 뒷맛을 각오하긴 했으나, 실제로 맛보게 되니 영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설마.”
그러다 문득 당호산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그는 탁상 서랍의 제일 아랫칸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기밀 서류들만 따로 정리해서 넣어두는 곳.
그런데 그 서류들 위에 웬 못 보던 호리병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하.”
당호산은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그 호리병을 들었다.
안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광풍대를 이끌던 시절에 숱하게 마시던 술, 일반 백주(白酒)였다.
언제나 지친 일상만 전전하던 시절이었기에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기 위해서 동네 마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싸구려 백주를 같이 노나 마시곤 했었는데.
그래서 동료들이 죽을 때면 돌무덤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다 실컷 마시라며 한 통을 통째로 부어주고 가기도 했었는데.
귀제갈이 바로 그런 백주를 오랜만에 넣어둔 것이다.
“잔은… 없군.”
당호산은 혹시 백주를 따라 마실 잔이 있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귀제갈이 그것도 같이 치워버렸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옛날처럼 떠난 사람을 기려주자는 건가.
당호산은 쓰게 웃으면서 호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퀴퀴한 냄새가 났다.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진짜 동네 마을의 백주였다.
당호산은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그믐달을 안주 삼아 백주를 한참 동안 들이켰다.
“…맛없군.”
* * *
다시 돌아온 방.
나는 호리병을 열어 당규진의 잔을 채워줬다.
또르르!
탁한 빛깔이 맴돌았다.
백주였다.
“…….”
당규진은 그걸 묵묵히 마셨다.
싸구려 술이라 그런지 뒷맛이 깔끔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당규진의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잔을 내밀었다.
더 달라는 듯이.
나는 이번에도 잔을 채워줬고, 당규진은 다시 마셨다.
말 없는 술자리가 밤새 이어졌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귀제갈은 남궁의 뿌리를 뽑고 돌아오겠다면서 위사들과 함께 며칠째 자리를 비웠고, 나는 나대로 소분가주 업무에 집중했다.
특히 구룡현에 이미 숨어 있는 북해종 선발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예상했던 대로 백산의 죽음으로 사소한 위치 변화가 있지만, 역추적으로 놈들의 행방을 대부분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미리 붙여둔 ‘눈’들에게는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수괴인 북해종주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만 했다.
찾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했으니까.
우선 암존을 미끼 삼아 저들을 최대한 구룡분가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때 저들은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노리던 구룡분가가, 실은 자신들을 잡아먹기 위해 아가리를 벌린 채로 기다리고 있는 개미지옥이었단 사실을.
「언뜻 보기에는 기존 계획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기도 하옵니다.」
‘아니. 달라. 풍화정과 다르게 나는 저들의 움직임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으니까. 어떻게 대응할지도 보이고. 상대의 습성에 대해서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크지.’
나는 차갑게 웃었다.
심령으로 연결된 온마도 긍정적인 의념을 풍기고 있었다.
그만큼 나를 믿고 있단 뜻.
「망령들과도 수시로 구룡현 일대를 계속 감시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을 들릴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래. 계속 잘 감시해줘.’
온마가 하늘을 지키고 있는 한 저들은 절대 내 감시망을 피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마음 같아서는 감시에만 계속 집중하고 싶은데.
문제는 이 외에도 소분가주가 할 일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당규진도 심란했던 마음을 모두 추스르고 다시 업무에 복귀해 옆에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너무나.
“…누님.”
“왜 그래?”
“지난밤에 정말 깊이, 깊이깊이 아주 깊이 고민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말꼬리가 그렇게 길어지는 거야?”
“제가 앉아있는 자리의 막중한 책임감이요.”
“…….”
“아무래도 이 자리는 저 같은 철없는 아이가 앉을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보다도 더 어른스럽고, 의젓하며, 책임감이 넘치고, 무엇보다 가솔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누님이야말로 이 자리에 제격인 것 같은-”
“뭐야. 중요한 건 줄 알았더니. 별 쓸데없는 소리였잖아.”
“누님, 그렇게 보시면 안 됩니다! 소분가주 자리는 앞으로 백 년을 넘게 이어질 구룡분가를 위해서라도-”
“많이 쉬었나 보네. 이제 일어나자. 손님 오시나 본데?”
“…….”
말이 안 통한다, 말이 전혀 안 통한다고!
「아무래도 천엽선자도 이제 소교주의 성격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것 같소만-」
「그래도 감히 소교주의 말을 저렇게 씹을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그녀밖에 없을-」
당규진은 내 손을 잡고 강제로 장원의 정문으로 질질 끌고 갔다.
대체 이 하루에만 방문객 수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손님 응대는 원래 전통적으로 후계자가 맡아서 처리하는 일이긴 했다.
문제는 내가 신교의 소교주로 있을 때는 그걸 죄다 밑에다 짬 때렸었다는 점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되지 않을까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내 치명적인 실수였다.
내 옆에 누가 있었는지를 여태 잊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당규진, 그녀가 있었다!
당규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천당가가 자랑하는 최고의 후기지수이자, 오랫동안 구룡분가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 제왕학을 익혔던 몸.
거기다 청성산에서 말코 놈들과 같이 도를 닦으면서 그들의 꼬장꼬장한 습성까지 고스란히 흡수한 사람이었다.
한 번씩 몰래 곡차(라고 부르고 술이라 쓰는)를 찔끔찔끔 마시며 헤픈 모습을 보여주기는 해도, 그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죄다 ‘엄격’, ‘근엄’, ‘진지’를 넘어 ‘꼬장’, ‘불통’, ‘수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땡땡이를 치려고 해도 그녀의 마수(?)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으니.
이런 말 저런 말로 어떻게든 꼬드겨 보려고 해도 철벽이라도 두른 것처럼 죄다 튕겨내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방탄이 따로 없네, 방탄이 따로 없어!
나 살려!
진짜 일하기 싫어 죽겠다고!
「…험험! 아무래도 소교주께 처음으로 최악의 난적이 나타난 것 같소이다.」
「그런데 어째 고소하기도 한 것 같기도 하고-」
뭐 인마?
「헉! 소교주께서 도끼눈을 뜨셨다!」
「비상! 비상! 모두 머리부터 처박아!」
「송구스럽사옵니다, 소교주!!」
「시정하겠나이다!」
망령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내 일이 줄어들 기미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정문에는 당곤이 서 있었다.
당규진에게 뒷덜미를 붙잡힌 채 질질 끌려오던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여태 본 얼굴 중에서 가장 밝아 보였다.
“풉.”
“…웃어?”
“이런! 소분가주 앞에서 실수했습니다.”
“잘못한 거 알았으면 제대로 반성하지?”
“푸흐흐흡! 하고 웃었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푸흐흐흐흐흐흡!”
“…….”
이제는 천하의 호구였던 저 당곤 양반까지 날 놀린다.
내 권위가 대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 알 수가 없을 노릇이었다.
“보기 아주 좋으십니다. 그동안 남들 다 바쁠 때 혼자서 백색전에 틀어박혀 세월아 네월아 하시는 모습이 꼴사나웠었는데 이제야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군요. 이 당곤, 감개가 무량하다 못해 아주 철철 흘러넘칩니다!”
“내가 괴로운 모습을 보는 게 보기 좋은 거겠지.”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아오.”
어째 내 주변에는 죄다 날 골릴 생각하는 사람밖에 없는 걸까?
하여간 이게 전부다 북해종을 비롯한 배교자 놈들 때문이다.
그놈들만 사천에서 나대지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던 거잖아?
전생에도 현생에도 하등 쓸모가 없는 놈들이니 죄다 박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예 뿌리를 뽑아버려서 내가 다시는 이런 잡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야지.
그리고 그땐 짬이란 짬은 죄다 당곤, 이 양반에게 때릴 거다. 흥.
“그보다 부탁했던 건?”
“전부 준비 끝났습니다. 기존에 잡혀 있던 방호 체계를 손볼 거라고 하니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긴 했습니다.”
사실 구룡분가를 개미지옥으로 만드는 작업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분명히 당호산이 아끼는 것처럼 귀제갈은 뛰어난 책사였다.
방호 계획에는 분명히 나로서도 감탄이 나올 만한 구석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게 너무 구식이라는 점이었다.
육 년 전 신교의 전력을 기준으로 작성된 계획인데, 이래서는 일이 터졌을 때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십상이었다.
회가 관여한 게 확인된 이상 전력은 최대치로 상정하고 계획을 다시 짜야만 했다.
덕분에 ‘이렇게까지?’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강행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아래와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단 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구룡분가는 신교와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문화도, 습성도, 추구하는 가치도 달랐다.
당곤은 당호산과 함께 광풍대를 오랫동안 이끈 경험이 있으니, 앞으로 내가 분가를 이끌 때 참고할 만한 괜찮은 방법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야 공자의 방식대로 처리했죠. 깔끔하고 편하더군요.”
“내 방식?”
“예.”
“??”
어째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내 방식이랄 게 따로 있나?
“그것밖에 못 하냐고 도발을 좀 해줬습니다.”
“???”
“속 좀 박박 긁어대고, 말 안 듣는 놈들은 몇 대 쥐어패기까지 하니 아주 확실하던데요?”
“…….”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대체 이 사람들에게 내 인상은 어떻게 비치고 있는 거지?
「흐음, 천엽선자도 그렇고 맹풍기사도 그렇고, 이제 두 사람 다 소교주를 너무 잘 파악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쉿! 입조심 하게! 또 소교주께서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러나!!」
…이것들이 이제는 죽어도 아니라고는 안 하네?
“그래, 뭐, 알아서 해……. 일 처리하는 데 문제만 없게 해줘.”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분가주의 방식을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해보겠습니다.”
나는 더 이상 대꾸할 힘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대신 정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가솔들이 아주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응접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인원수가 준비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체 누가 오는 건데 이렇게들 다 난리야?”
“듣지 못하셨습니까?”
“누님한테 강제로 끌려 나오느라.”
“아주 중요한 분들입니다. 공자도 얼마 전에 만나 뵀었으니 면식은 있으실 겁니다.”
내가 만난 적이 있어?
누구지?
“아미파의 정월현녀와 청화산장의 백검목란이십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