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78)
환생마신전-78화(78/390)
검술 입문
“하하하하! 제법이야!”
당축융은 갑작스러운 시험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운휘를 보면서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그는 비록 장애를 갖고 태어나 무공을 깊게 익히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수많은 고수를 지켜보고 그들의 무기를 직접 만들어봤기에 암존에 못지않은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으로 봤을 때도 운휘의 기본기는 아주 탄탄했다.
당가인인 주제에 갑자기 검을 다룬다고 해서 반쯤 미심쩍은 시선으로 봤던 것도 사실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했다.
“기본적인 창술의 란나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장병류를 다루면서 자유분방함을 다루고, 그다음엔 둔기류를 이용해서 힘을 주는 법을 얻었군. 특히 도법을 익힌 건 아주 절묘해. 란나찰에서는 약할 수밖에 없을 베기까지 완벽히 터득했으니-”
당축융은 운휘가 어떤 순서를 밟아 최종적으로 검술까지 닿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꿰뚫어보았다.
“백일창, 천일도, 만일검이라더니. 정말 그런 순서로 넘어갔어. 어찌 보면 우직하다고도 할 수 있는 길이지만, 그만큼 탄탄한 반석을 세웠으니 그 어떤 검술을 가져다 올려도 문제는 되지 않으려나.”
피식!
당축융의 입술 사이로 바람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광풍무를 놓지 않는 걸 보면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광풍무는 사실 무공이라기 보다는 무학(武學)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그동안 수많은 무맥(武脈)으로 분절되어 있던 당문의 수많은 무공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서 만들어진 총체였으니까.
그런데 운휘는 그것을 단순히 당문무공에만 써먹는 게 아니라, 검술에까지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당문무학은 물론, 무기에 대한 깊은 이해도까지 두루 갖추고 있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
경지와 다르게 이미 운휘가 가진 무론 체계(武論體系)가 여느 고수들에 못지않게 무척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아직 약관도 되지 못한 운휘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운휘는 정말 해내고 있었다.
저 영자팔법을 보라.
다른 검문에서는 다섯 살 난 아이들이나 수련하는 기본기가 광풍무와 섞이니 여느 절학에 못지않은 위력과 깊이를 뽐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도 완전한 검이 아니라 부채로 펼치고 있었다.
정말이지 신기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저건 부채춤이지 검무(劍舞)는 아닐진대.”
물론 거기에는 한계도 존재했다.
아무리 광풍무라는 그릇의 개념이 확장되었다고 해도, 결국 그 위력을 결정짓는 건 내용물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운휘는 아직 그 내용물을 결정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만큼 아직 더 깊숙하게 검술의 세계로 진입하지 못했단 뜻이겠지.
아니면 들어갈 시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그렇다면.
“내가 조금 도와줄 수 있겠군.”
당축융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지금 그의 웃음은 그토록 닮기를 꺼리던 암존의 심술보와 지독하게 닮아있었다.
* * *
망령들은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암기들을 보면서 안도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야 한 차례 겨우 고비를 넘겼군.」
「역시 암존… 같은 당가인에게도 이딴 짓을 하다니. 듣던 대로 지독한 술수였-」
「드디어 해치웠나!?」
「헉!」
「이 미친놈이!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음? 왜 그러나? 해치운 거 맞지 않나?」
「그런 말을 하면 바로 안 좋은 일이 닥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잖-」
쿠르릉!
그때 상공에 떠 있던 암기들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천둥소리가 났다.
「저, 저게 뭐야? 뇌기(雷氣)!? 저건 암기인데?」
「씨바아아알!!」
그래. 어쩐지 암존이 파놓은 함정치고 너무 쉽다 싶더라.
혹시나 해서 망령들을 움직여봤지만, 암존의 암기를 상대로는 망령 빙의도 쉽지 않았다.
과연 사부님과 견줄 만한 고수라고 해야 할는지.
이런 일개 장치에도 내 손길이 닿지 않는 어떤 기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파지지지직!
그때 하늘에 둥실 맺혔던 암기들 사이로 조금씩 번지던 뇌기가 순식간에 폭발하면서 활활 불타올랐다.
분명히 하나하나만 보면 아주 작게 변한 파편에 불과하건만.
빛살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검은 벼락처럼 보였다.
암뢰(暗雷).
당가인 중에서도 높은 경지에 이른 자들만이 구사할 수 있다는 암기술의 최고봉이었다.
저대로 지상으로 빗발친다면 위력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할 것이다.
그때는 더는 암기술이라 할 수 없었다.
그냥 폭격이지.
문제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순간,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저 검은 벼락에 독이 잔뜩 담겨 있는 것이다.
뭘까?
내 독룡심결을 자극할 정도라면 그저 그런 수준의 독이 절대 아닐 텐데.
「산양독(酸陽毒)! 산양독으로 보이오!」
산양독?
닿는 건 전부 부식시킨다는 극독이잖아?
하지만 산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증발하는 순간 기관지로 들어가 폐를 녹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암뢰에 산양독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었다.
아무래도 이 영감님은 가문의 어린 후손에게 봐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모양이었다.
「소교주시여! 아무리 광풍무를 더한다고 하여도 영자팔법 따위로는 저걸 막기 힘들 것이옵니다!」
「우선은 후퇴하시는 것이 옳을 줄 아뢰옵니다!!」
암뢰가 떨어지기 직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망령들의 충고에 따라 이 자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암뢰의 위력은 나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막지 못한다면?
중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배교자들의 기습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부상을 입는 건 나도 딱 질색이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암존의 ‘선물’을 받을 수가 없었다.
선물.
암존이 말한 선물이란 아마도 내가 바로 이 검선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게 도와주겠단 뜻일 것이다.
그게 단순히 아끼던 수하의 후계자에게 주는 축하 선물인지, 아니면 재미난 병기를 만들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호기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암존의 이런 선물은 다른 당가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기연인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조금 힘들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지.
어떻게든 그 선물 보따리를 모두 풀어헤쳐 전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더 깊은 검에 손을 뻗는다.’
조금 전, 당축융이 나를 보면서 했던 감탄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건 부채춤이지 검무는 아니라는 말.
바로 그 말에 정답이 있었다.
검무.
당축융이 무심코 던진 화두가 잔잔하던 내 마음의 수면에 돌멩이를 던졌다.
잔잔한 물결이 끝내 파도가 되어 머릿속에 격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선무가 아닌 검무.
나는 다시 한 번 더 몰아해서 내 마음속 거울에다 물었다.
‘나의 검이란 무엇인가?’
‘어설픈 영자팔법 따위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검이란 무엇인가?’
마음속 깊은 곳에다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나만의 검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파앗.
천마무고가 나타났다.
수없이 나열된 장서 속에서 유독 내 눈에 띄는 칸은 딱 한 칸밖에 없었다.
천마구검(天魔九劍).
사부님을 상징하던 아홉 가지의 절대검공 비급서들이 차례대로 꽂혀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달리 딱 하나가 마치 자신을 잡아달라며 바깥으로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마라천검형(魔羅千劍形).
마라(魔羅)는 욕계 제육천의 주인의 이름으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석가의 수행을 방해한 악신으로도 유명했다.
그 이름을 직접 따서 지은 만큼 기기괴괴하고 변화막측한 성질을 자랑했으니.
단 한 호흡 안에 최대 천 개나 그려내는 검초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홀리게 했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물망에 갇혀 끝내 난도질당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마라를 한자 그대로 뜻풀이하면 ‘마(魔)의 그물’이 되니, 이름 그대로 무시무시한 검술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한 그렇기에 마라천검형은 천마구검의 중심이 되는 축이기도 했다.
그 다양한 검초들을 조합하기에 따라서 다른 천마구검으로도 어라든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
이렇게 은밀하고 빠른 암기를 쳐내기에도 알맞았고.
스륵.
나는 장서에서 마라천검형의 비급을 뽑았다.
첫 장을 열자 케케한 종이 냄새와 함께 비급을 구성하는 수많은 글자들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조금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마라천검형은 마공이라는 것.
그것도 아주 지독한 절대마공이었다.
마기야 독룡심결로 숨길 수 있다 치더라도, 과연 당축융이나 되는 사람이 마라천검형을 알아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순간 든 다른 생각은 광풍무라면 어떻게든 마라천검형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광풍은 거칠고 빠르다.
무기도 무공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라천검형의 격렬한 검초도 전부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마풍(魔風).
그래. 마풍을 한 번 그려보자.
생각은 짧았고.
탁!
행동은 빨랐다.
비급을 접었다.
천마무고가 사라지고, 다시 눈앞에 현실이 나타났다.
쉬쉬쉬쉬쉭-
펼쳤던 부채를 반듯하게 접어 검처럼 쥐었다.
숨을 크게 들이켜며 단번에 검초를 뿌리자 순식간에 수십 개의 잔영이 허공에 그려졌다.
마라천검형이었다.
광풍무를 동반한.
동시에 암뢰가 시작되었다.
콰릉! 콰릉! 콰르릉!
쾅! 쾅! 쾅!
가장 먼저 떨어지던 세 개의 암뢰가 순식간에 빗기면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산양독이 뿌려졌지만, 다행히 마풍이 만들어낸 풍벽을 뚫지는 못했다.
「또 오나이다!!」
마치 조금 전 암뢰들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듯, 검은 소낙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콰르르릉!
그 하나하나에 담긴 내공이 아주 무지막지했다.
속도도, 위력도 대단했다.
콰콰콰콰쾅!
그러니 그것들을 일일이 쳐내는 건 분명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부채 끝에서부터 바람이 솔솔 피어났다.
검풍(劍風)이 이리저리 난잡하게 얽혔다.
파라라락!
휘휘휘휘-
광풍은 마풍이 되고, 마풍은 검풍이 되며, 검풍은 곧 그물망이 되어 허공을 가득 채웠다.
도중에 속도가 달려 부족한 부분도 생길 뻔했지만.
화아악!
술력이 내공에 더해지며 부족분을 마저 채웠다.
검술에 대한 극한의 몰입도가 나를 한 층 더 높은 세계로 끄집어 올려주었다.
광풍무
검풍마라(劍風魔羅)
마라.
마의 그물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암뢰가 모조리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어떻게든 뚫으려 해도 그러지 못하고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거미줄에 걸려든 나비 같았다.
부채를 횡대로 휘둘렀다.
마라가 찢겼다.
파앙!
수십 개의 암기가 일제히 사방으로 튕겨 나가 곳곳에 박혔다.
천장, 바닥, 벽, 기둥, 마루 등등. 바닥이 깨지고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건물이 당장 무너질 듯이 울렸다.
마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그만큼 격렬했다.
이쪽을 보는 당축융의 입꼬리가 조금 전보다 크게 말려 올라갔다.
“하아- 하아-”
반면에 정말이지 나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아직 이해도 제대로 하지 못한 무공을 억지로 시연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어디 있을까.
하물며 무려 암존의 암기술을 상대로.
그 짧은 사이에 연산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뇌가 정말이지 타버릴 것 같았다.
정수리가 너무 뜨거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내려 하니 해낼 수 있었다.
검술에까지 뻗친 몰아가 그냥 단순히 검술만 익혔었다면 절대 얻지 못했을 천마구검에 대한 단초를 빠르게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드디어… 사부님이 계신 곳으로 첫 발자국을 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