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8)
환생마신전-8화(8/390)
소집령(召集令)
구룡분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청풍객잔.
“어떻게 대체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게 다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고. 방법이.”
나는 술을 한 잔 마시면서 당곤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가, 죽엽청 술맛이 아주 좋구만? 여보시오, 주인장! 여기 한 병 더!
마지막 내기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결국 내가 이겼다.
암영보 때처럼 묘리까지 다 파악하라고 하면 불가능했겠지만, 형(形)만 익히는 거라면 사실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
상단전이 활짝 열려서 천마서고도 전부 머릿속에 담을 만큼 기억력이 좋은 내가 그것 하나 전부 담아내지 못하려고?
결국 이건 당곤이 처음부터 절대 이길 수가 없는 내기였다.
본인은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만. 음홧홧홧!
「소교주와 얽혀서 인생을 망친 꼴이 저희와 똑같은 듯하군요.」
「그러게 말이오. 그러니 사람이 발 뻗을 자리도 잘 골라보고 뻗어야 하는 것인데. 에잉. 쯧쯧.」
동병상련을 느낀 듯한 망령들의 헛소리가 들렸지만, 술맛이 좋으니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바깥바람 쐬니까 진짜 기분이 좋네.
이대로 튈 수만 있으면 더 좋을 텐데 말이야.
장원을 나올 때 남궁산영 쪽의 무사들이 내 앞을 가로막아서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그걸 뿌리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수련을 위해 이공자를 무사부의 자격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나?’
당곤을 내 무사부로 임명한 게 남궁산영인데 지들이 뭐 어쩌려고?
남궁산영도 곧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걸 눈치 챌 것이다.
그땐 이미 늦었겠지만.
“저 덕분에 장원에서 나오시게 된 건데 이 술은 이공자께서 좀 사시죠?”
“싫은데.”
“그럼 돈이라도 돌려주던가!”
“에이. 내가 정식으로 다 따낸 건데. 왜 돌려줘?”
“나 빈털터리라고!”
나는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이기지 그랬어?”
“아아아악!”
당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삿대질을 해댔다.
“언제는 돈 따려고 내기한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딸 생각이 없다고도 안 했지.”
“이이이익! 제 인정을 받고 싶으셨다면서요!”
“받았지. 그리고 끝.”
“아아아아악!”
말이 안 통해! 말이 안 통한다고! 당곤은 관자놀이를 쥐어뜯었다.
“그럼 음식이라도 좀 그만시키던가! 차림표에 있는 걸 다 주문하게 생겼잖습니까!”
참고로 조금 전부터 점소이들이 쉬지 않고 음식을 나르는 중이었다.
우리 두 사람이 앉은 탁자로는 음식을 전부 채울 수 없어서 다른 탁자 서너 개를 더 이어 붙인 상태였다.
덕분에 객잔 주인은 오랜만에 맞은 횡재에 올라간 입꼬리가 떨어질 줄을 모르더라.
“오랜만에 뱃속에 기름칠 좀 하려구. 나 두 달 만에 제대로 먹는 음식이라니까?”
“저 돈 없단 말입니다! 이공자가 다 털어가서…!”
“오… 그건 좀 미안?”
“아아아아아아악!”
이제는 아예 제자리에서 방방 날뛰기까지 한다.
나랑 술 마시는 게 이렇게 좋아 죽나 보다.
소교주전의 수하들도 항상 대작을 할 때면 저런 반응이었는데 내가 참 인기가 많긴 많은 모양이었다. 이래서 죄 많은 남자들이란.
“주인장! 죽엽청! 죽엽청 남은 거 있으면 싹 다 가져오시오!”
“와우. 돈 없다면서. 그렇게 무리해서 되겠어?”
“이공자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니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술이라도 안 마시면 제가 맨정신으로 이걸 버티기나 하겠습니까! 이공자를 한 대 쥐어박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오… 그건 좀 고맙.”
“주인장! 주인장! 술 가져오라니까, 술!”
당곤은 더 이상 나와 말을 섞으면 울화통만 터진다면서 술을 한 동이 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몰랐는데 우리 당곤 대원, 술고래셨구나?
나는 낄낄거리면서 술을 한 잔 더 넘겼다.
알싸한 느낌이 목젖을 간지럽히는 게 너무 기분 좋았다.
그러면서 왼손으로는 몰래 탁상 밑에다 아주 작은 그림을 하나 그렸다.
칼 두 자루가 해골의 머리에 꽂힌 표식(表式).
「소교주시여, 그건…!」
표식을 알아본 망령들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소환령(召喚令)이었다.
구룡현을 포함해 이 주변 일대에서 살아가는 교도들에게 소집을 알리는 명령서.
해골은 긴급 명령을 의미하고, 칼의 숫자는 신분을 의미했다.
하나는 장로급, 둘은 소교주, 셋은 교주.
즉, 나는 소교주의 권한으로 소집을 알린 것이다.
아마 지금쯤 ‘연운휘’는 사부님과 함께 실종되었거나, 죽은 것으로 알려졌을 테니 한바탕 뒤집히겠지.
회와 연루되어 있거나, 이참에 독립을 생각하고 있는 구대마종이 함정을 팔 수 있으므로 사술을 걸어 소집에 제한을 걸었다.
오로지 앙마신화종(仰魔神火宗)의 신도들만 이 표식을 볼 수 있도록.
앙마신화종은 나와 사부님이 소속된 종파로, 대대로 신교에서 교주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이었다. 전신(前身)은 서역에서 넘어온 배화교.
내가 당장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만약 여기까지 회의 손길이 닿아있다면?
그땐 정말 사부님을 찾고 신교를 복원하는 일이 아주 요원해진다.
그만큼 앙마신화종은 신교의 핵심이었고, 무슨 일이 닥쳐도 변심하지 않았을 거란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소집이 어디서 이뤄질 건지 장소까지 남긴 뒤, 나는 그제야 마음 놓고 술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음엔… 내가 털어버릴 거야…… 내가……. 흠냐흠냐.”
그새 술독을 다섯 독이나 비운 당곤이 침을 질질 흘리며 탁상에다 머리를 처박았다.
얼씨구?
「이 배은망덕한 작자가 술값을 내지 않으려 잔수를 부리려 하고 있습니다, 소교주! 제게 명령만 내려주시면 당장 똥통에다 처박아두고 오겠습니다!」
「변소는 집에 돌아가실 때 거북하실 수 있으니, 제가 얼음물을 구해와 끼얹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망령들이 별 필요도 없는 충성 경쟁을 벌일 정도로 빤히 보이는 수작.
“그런다고 봐주는 거 없어.”
“…….”
“자나?”
“쿨…….”
“진짜 자나 보네.”
나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손을 들어 점소이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요, 손님? 이번에는 무엇을 드릴깝쇼?”
분명히 부른 건 점소이인데 찾아온 건 객잔 주인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대형 물주라 그런가 참으로 자세가 빠릿빠릿했다.
“지금 객잔이 꽉 찬 거 같은데. 손님이 몇 분이나 계시오?”
“예? 그야 정확한 건 저희도 세어봐야 알겠습니다만, 저희 객잔이 구룡현에서도 가장 넓은 크기를 자랑하니 대략 삼백여 분이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별 희한한 질문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럼 그분들에게 황금종 울리면 아주 좋아할-”
“으하하하! 잠깐 졸고 났더니 술이 다 확 깨는군. 이공자, 다시 술잔을 나눕시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소!”
“??”
객잔 주인은 자다 말고 갑자기 헐레벌떡 일어난 당곤을 멍한 얼굴로 쳐다봤다.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오향과육. 이게 제일 마음에 들던데. 하나 더 추가 부탁드리오. 혹시 다른 것들보다 좀 더 빨리 나올 수 있겠소?”
“어이쿠! 문제없고 말굽쇼! 당장 대령하겠나이다!”
역시 금융치료만큼 아주 즐거운 것도 없단 말이지.
객잔 주인을 보내고 나니 뚱한 얼굴로 앉는 당곤이 보였다.
“세상이 참 무서워 그렇지? 잠깐 눈만 돌리면 코 베어 가려 하니.”
“정말 이러기요?”
“응. 이럴 건데.”
“…하! 제기랄.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려들었군.”
당곤은 울컥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다시 죽엽청을 들이켜야만 했다.
피식!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술병을 빼앗았다.
비서장(飛絮掌)의 금나수.
당연히 오늘 당곤에게 배운 수법이었다.
“에이. 자작하면 무슨 맛으로 먹어? 같이 나눠 먹어야지.”
또르르.
당곤은 빈 술잔을 빠르게 채우는 죽엽청을 가만히 노려봤다. 정확하게는 내 손을.
“…이젠 응용도 하십니까?”
“적련신장의 회타백산에서 백편타단으로 이어지는 기의 흐름을 꼬니까 추혼수의 갈기춘으로 이어지더라고? 거기서 착안했지. 다 연결이 되던데?”
손동작까지 적절하게 섞어서 보여주니 아주 표정이 볼만해진다.
“…당가의 무학은 따로 보면 전부 각각 분절된 듯하나, 사실은 전부 기계를 이루는 부품처럼 수십, 수백 개의 조합이 가능하지요. 워낙에 다루는 무기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광풍무는 그 조합을 훨씬 더 빠르고 폭발적으로 강화하는 윤활제 같은 거고? 덕분에 이런 흐름이 더 잘 보였어.”
아마 중원의 여러 방파 중에서 사천당가만큼 많은 도구를 사용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암기는 한 번 던지고 나면 소모되지 않나.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동작이 크고, 소모된 암기를 보충하느라 동작과 동작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만다.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서 이런 간극은 아주 치명적이다.
그래서 사천당가는 이걸 만회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절기의 부품화가 바로 그 결과 중 하나였다.
사천당가의 무학은 전부 초식이 짧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무학의 초식과 언제나 연환이 가능했다.
암기와 독술 말고 기관진식에도 일가견이 있는 만큼, 무학도 기관처럼 접근한 것이다.
덕분에 당가의 무학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만약 치명적인 결함이 있으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었다.
교체된 초식은 차후에 개량하거나, 폐기되기도 한다.
광풍무는 이 모든 조합의 최종형태였다.
더 빠르고, 더 강렬하게.
일격필살(一擊必殺).
짧은 순간에 시전자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승부를 종결시킨다.
만약 실패한다면?
어떡하긴. 그냥 멍청하게 서 있다가 당하기 십상이지.
이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일격필살의 위력이 너무 강하기에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는 괜찮은 구석으로 보였다.
그 단점을 나라면 어떻게든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으므로.
이걸 어떻게든 보완하는 방향으로 익힐 수 있다면 아주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가의 무학과 마찬가지로 전부 분절되어 있는 천마구검에 적용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광풍무도 광풍무지만, 이제 슬슬 천마구검에도 손을 대기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대단하시군요. 벌써 거기까지 내다보시고.”
“가르쳐준 무사부가 워낙에 뛰어놔서.”
“그렇게 띄워주실 거면 술값이나 좀 어떻게 해주시죠?”
당곤은 툴툴대면서도 기분은 좋았던지 씰룩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하고 술잔을 들이켰다.
또르르.
나는 다시 빈잔을 채워줬다.
“응. 안 돼. 지금이 아니면 천하의 맹풍기사를 언제 또 등처먹을 수 있겠어?”
“하여간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니까!”
짠.
이번에는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같이 마셨다.
“대체 그런 안목은 어디서 기르신 겁니까?”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을 적절하게 했지.”
“…숨기시겠다는 거군요.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스승이 있으실 것 같은데.”
나는 가만히 말없이 웃었다.
“제기랄! 알겠습니다, 알겠어. 안 떠보면 되잖습니까.”
“당 각원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건 분명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 친해질 수 있겠단 생각이 자꾸 들어?”
“진짜 그럼 패가망신하거든요?”
“그땐 내 밑에 들어와. 술친구한테 침대 한 칸 못 내주려고?”
“허, 그것참! 천하의 맹풍기사가 이런 취급이나 받고. 어이쿠.”
사부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사흘 밤낮을 지새우더라도 할 수 있는 말이 많으므로.
그분의 생김새, 그분의 말투, 그분의 정겨움, 그분의 웃음, 그분의 버릇까지.
그림자만 짙게 깔린 뒷골목의 여느 잡초처럼 언제 짓밟혀도 이상하지 않을 내겐 너무나 눈부시고 화사하던 존재.
내가 배우고 닮고자 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그분에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잘 알 것 같습니다.”
“뭘?”
“이공자에게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 말입니다.”
어쭈? 이제는 떠보는 게 아니라 아예 확신하네?
뭐라고 하려나 궁금해서 가만히 쳐다봤다.
“아주 좋은 분이실 것 같습니다.”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걸 어떻게 알아보지?”
“그야 이공자가 이렇게 웃으실 수 있으니까요?”
“…….”
수많은 감정의 조각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쳤다.
그 뒤로도 당곤은 낄낄거리면서 계속 술잔을 기울였다.
나는 안주를 한 점 집어먹으면서 당곤의 말을 몇 번이나 곱씹었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