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Reincarnated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88)
환생마신전-88화(88/390)
인성, 아니, 인품이 가득한
“공자.”
“표정이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지금-”
“북해종 놈들 때문에 그래?”
“…그, 그걸 어떻게-”
“우선 가면서 이야기하자.”
나는 당곤과 함께 유수민이 치료받고 있다는 난협전으로 이동했다.
당곤은 그런 나를 무슨 귀신 쳐다보듯이 하고 있었다.
「저자의 눈에 현재 소교주는 귀신보다 더 한 귀신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자신들도 이제야 파악한 사건을 먼저 알고 있으니 얼마나 놀라겠사옵니까?」
망령들은 그런 당곤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하지만 모두 그런 웃음과 다르게 눈가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북해종과 부딪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전쟁(戰爭)이 발발했으니 바짝 긴장될 수밖에.
그들은 모두 북해종과의 전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뒤에 있는 회가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지도.
여기서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바로 낭떠러지였다.
당곤이 입을 연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였다.
“…그런 거였군요.”
그는 이동하는 내내 전후 인과관계를 파악하려 애썼고,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세작들이 이렇게 움직이도록 유도하신 겁니까?”
“반쯤은.”
“나머지 절반의 지분은 설마 귀제갈입니까?”
“맞아.”
귀제갈이 북해종의 분탕질을 경고하러 왔을 때, 나는 그와 즉석에서 몇 가지 계책을 꾸몄다.
‘-그러니까 어서 소분가주의 그 인성질 가득한 머리로 대책 몇 가지만 빨리 내놔 보세요.’
‘인성질 가득한 머리…?’
‘응? 그럼 아닌가요? 협잡질 몇 번으로 대부인과 남궁의 모가지를 죄다 분질러버렸던 게 어디 사는 누구시더라-’
‘인품과 덕성이 가득한 머리라고 해야지.’
‘그래서 그 인품과 덕성이 철철 넘쳐흐르다 못해 대홍수를 이루고 있는 그 머리에 당장 떠오르는 게 없으시다구요? 그럴 리가 없는데?’
‘있긴 한데.’
‘여어어억시! 뭔가요, 빨리 말씀해주세요! 저 듣고 싶어서 흥분돼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
‘저리 꺼져. 그러니까 더 말해주기 싫잖아.’
‘자꾸 이런 식으로 빼기만 하실 참이신가요?’
‘진짜 어디 물건 맡겨놨나. 좋아. 하지만 그 전에 협의해야 할 부분이 있어.’
‘뭔가요?’
‘마음에 안 드는 몇 놈을 좀 같이 날려버렸으면 좋겠는데.’
‘으힛! 그럴 줄 알았다니까! 역시 저 인성이란-’
「그 코맹맹이 소리를 잘 내는 책사 나부랭이가 그래도 사람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혔던 것 같-」
「소교주를 그토록 잘 꿰뚫어 보고, 쿵짝까지 잘 맞을 사람을 찾기는 힘드니 앞으로 중용하심이 어떠실는지-」
소분가주가 되고 난 이후에도 내겐 우환거리가 남아있었다.
바로 내 출신에 대해 문젯거리를 삼는 놈들.
제아무리 백골망사와 북풍귀를 쓰러뜨렸다는 명성이 있어도, 사자도왕이 빈객으로 찾아올 만큼 명성이 높아져도, 당장 내게 불만을 가지는 놈들은 분가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당곤이 아무리 나서서 강제한다고 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불온 분자들이었다.
그러니 큰일을 코앞에 둔 나로서도 내부 단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칼을 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칼이 바로 구민채였다.
녀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노릴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소분가주가 되고 난 이후로 백색전은 철통같은 경비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
아무리 도귀를 많이 데리고 있다고 해도 섣불리 건드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나를 밖으로 유도하려 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마 그 방식은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이들을 인질로 삼으려는 것일 테고.
「그래서 천엽선자와 두 졸개에게 이런 깜찍한 제안을 하신 게 아니겠사옵니까?」
「온마 역시 당규진 곁에다 암중 호위로 붙여두신 것이고 말입니다.」
당규진과 유수민, 그리고 사마선의에게는 저간의 사정을 전부 설명하고 따로 협조를 요청했다.
다행히 세 사람은 별다른 조건 없이 돕겠노라고 약속했다.
척사(斥邪)는 모든 정파인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기치.
사천 무림을 쑥대밭으로 만들려는 북해종의 음모를 막겠다는 사명감이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약간(?)의 연기가 필요했지만, 다행히 구민채에게는 아주 잘 먹힌 것 같았다.
‘온마와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지?’
「현재 알 수 없는 이유로 온마와의 연락이 끊겨 일노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이옵니다. 금방 놈들이 있는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온마… 별 일 없겠지?’
「쉽게 당할 위인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잖사옵니까? 분명히 주변 어딘가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옵니다.」
‘좋아. 다들 고생했어.’
「하, 항상 저희를 채근하시던 소, 소교주께서 이, 이, 이런 말씀을 해주시다니!」
「삼생을 통틀어 이보다 더 한 상은 없을 것이옵니다!!」
여하튼 그러한 여러 밑작업 끝에 나온 결과가 바로 이거였다.
이제 불만분자들을 모두 제거했으니 오히려 이를 계기로 분가를 통합하는 게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게, 내가 설계한 방호 체계만 잘 따랐어도 이리 허망하게 당하지 않았을 것을. 다 자업자득 아니겠어?
그런데 당곤은 정작 그렇게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공자에게 불만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쓸데없이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서 재정비해야 할 방호 체계에 자꾸만 구멍을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지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당곤을 바라봤다.
당곤이 힘주며 말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랑스러운 구룡분가의 가솔이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토록 무서운 분이셨습니까, 공자?”
내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렇다면?”
“만약 앞으로도 공자께 방해가 된다면 같은 식구라 하여도 이렇게 냉정하게 내팽개치실-”
“물었잖아. 그렇다면 어쩔 거냐고.”
“!”
“날 버리고 떠날 건가?”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아니. 내겐 똑같은데?”
“!”
“무사부, 나는 분가주님이 아냐.”
“!!”
“분가주님이 어떻게 과거에 무사부와 광풍대를 이끄셨는지는 몰라.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해. 나는 분가주와 달라. 그 차이를 모르면 앞으로 나와 함께 하지 못해.”
“…….”
“징징거리는 걸 받아주는 것도 오늘까지만이야.”
당곤은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곧 고개를 숙였다.
“…제가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아냐. 미처 사전에 말하지 못한 내 책임도 있지.”
“…….”
“하지만 한 가지만 알아둬. 나는 내 치세(治世)에 내 발목을 붙잡는 놈들까지 일일이 달래가면서 달릴 자신은 없어. 나는 내 앞길만 달리기에도 정신없을 테니까.”
나는 흔들리는 당곤의 동공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힘주어 말했다.
“그러니 부디 무사부가 내 발목을 붙잡는 사람이 아니라, 나란히 같이 달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무사부가 아주 맘에 들거든.”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나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앞장서는 당곤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이 스치고 있었다.
「겉보기엔 유들유들하게 보이는데, 실상은 동료애가 끔찍한 융통성 없는 성격이라.」
「확실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할 수도 있으나, 이런 사람이 있어야 조직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겠사옵니까?」
「소교주께서 잘 타이르시면 또 귀를 열고 듣는 인간이긴 하니 앞으로도 마음 놓고 크게 중용하시면 될 것 같사옵니다.」
내가 광명우사로 점찍은 만큼 확실히 당곤이란 인재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 * *
난협전은 이미 사태 파악을 하기 위한 빈객들로 시끄러웠다.
“정월현녀가 부상을 입었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이오!?”
“천엽선자와 백검목란이 납치되었다는 소문이-”
“마교가 정녕 나타난 것인-”
그새 소문이 퍼지기라도 했나?
『혹시 이번 사건 말고 다른 일도 터졌어?』
『아닙니다. 이미 분가 내 세작들의 움직임은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고, 큰 사달이 벌어지기 전에 제지하는 데 성공했었습니다. 공자께서 제안한 체계가 정확했습니다.』
다행히 방호 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단 뜻이었다.
『다만, 제압하던 중에 발발한 분전만큼은 모두 막지 못해 이를 목격한 빈객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소문을 낸 거로군.』
『하지만 규진 공녀와의 일까지 알기는 힘들 텐데… 아무래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세작들이 있는 것 같으니 최대한 빨리 찾아내겠습니다.』
『부탁해. 지금은 시간이 가장 큰 승부수야.』
『예. 명심하겠습니다.』
혼란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직 분가에 남은 놈들이 괜히 소문을 내며 분탕질한 것이다.
실제로 ‘마교가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소문은 많은 빈객을 동요케 하고 있었다.
그만큼 마교가 가진 두려움과 공포는 중원인들에게 아주 컸다.
“무슨 대답이라도-”
“저기 저 사람, 소분가주가 아닌가?”
“그, 그렇군! 이보게, 자네-”
그러다 빈객들이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몸을 돌렸다.
당곤이 앞으로 나서며 나를 가렸다.
“이곳은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공자는 뒤쪽 입구로-”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
당곤의 얼굴에 의문이 어리던 바로 그때였다.
콰아앙!
“대체 이 시간에 누가 잠도 못 자고 시끄럽게 구는가-!”
우렁찬 사자후와 함께 살벌하게 투기를 휘날리며 사자도왕이 나타났다.
“위, 위지 대협!”
“도왕! 마침 잘 오셨소이다!! 지금 밖에 마교가-”
“구룡분가가 아무래도 우리에게 위험을 숨기려-”
“다들 닥쳐어-!”
“!!”
“!!”
“!!”
“한 놈씩 설명해! 시끄러워서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으니까!”
어디 화통이라도 삶아 먹었는지 목소리 우렁찬 것 보소.
빈객들은 사자도왕의 기백에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러다 몇몇이 마른침을 꼴깍 삼키면서 겨우 입을 뗐다.
“마, 마교가 근처까지 왔다고 하, 합니다!”
“그래서?”
하지만 정작 사자도왕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빈객들이 당황했다.
“예, 예? 그, 그래서라니요! 유, 육 년 만에 가, 감히 마인이 주, 중원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정월현녀께서 크게 다치시고, 천엽선자와 백검목란께서 실종되셨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인데도 구룡분가에서는 이 사실을 숨기는 데는 분명히 그만한 연유가 있을-”
“구룡분가가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마교가 온다는 소식을?”
“그, 그렇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알기로 구룡분가는 그런 적이 없거늘.”
“…예?”
사자도왕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것이냐? 구룡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 하지만 저희 중에는 없-”
“구룡의 소분가주가 백골망사와 북풍귀의 모가지를 잘라 온 공로로 저 자리에 앉은 사실을 모르는 이가 있다고? 귀주 무림에서 건너온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을?”
“!”
“백골망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북풍귀는 천마신교 도마북해종이 자랑하는 소수도귀의 간부였지. 그런 작자가 사천 도성현에서 나타났다면 당연히 다른 놈들도 활개 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 정도쯤은 예상할 수 있어야지!”
“!!”
“!!”
“!!”
“네놈들이 굴릴 줄도 모르는 대갈빡을 가지고 있다가 뒤늦게 일이 터졌다고 이딴 식으로 나서는 게 말이 되냔 말이다!!”
빈객들은 전부 입술을 다물고 말았다.
“더군다나 이리 보아하니 너희들은 피해도 전혀 입지 않은 걸로 보이거늘!! 그렇다면 구룡은 자기네들이 할 만큼 했단 뜻이 아니냐! 정작 피해 입은 곳인 청성, 아미, 청화도 가만히 있는 것을 왜 너희가 지랄해대는 것이냐! 지랄을!”
투기는 이제 아주 펄펄 끓고 있었다.
여기서 더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간 죄다 태워버리겠다는 듯.
“알아 쳐들었으면 썩 꺼져!”
빈객들은 결국 꽁무니가 빠져라 각자 숙소로 달아나고 말았다.
사자도왕은 그런 이들을 한심스럽다는 듯이 노려보다가 이쪽을 슬쩍 돌아봤다.
그러면서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데….
『어떤가, 이 우형의 솜씨가? 멋지지?』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환생마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