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
제 10화
원치 않았던 주연 집결 – 1
차장과의 연락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장 옆에 있던 비서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는 파견 기간 동안 머무실 곳을 안내해드리겠다 말하고는 숙소로 이끌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불편하셨을 텐데 진작 숙소로 안내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던 비서가 그렇게 말하지만, 그 속내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아카데미 내부에 누군지 모를 외부인이 쉬지 않고 돌아다니니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겠지. 줄지은 학생 민원에 시달리던 교직원 측에서 급하게 비서를 보낸 모양이다.
“죄송할 것 까지야 있겠습니까.”
난 그렇게 답변하고 입을 다물었다. 본관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 까지 찾아온 것을 보면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나 보다. 차마 감찰관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고, 불안과 의문에 찬 학생들(푸른 피 많음)의 민원 사이에 끼어 어지간히 곤란했겠지. 앞으로 자주 볼 사이인데 너무 무신경했나 싶어 머쓱했다.
‘너무 병신들만 보고 지냈나.’
가주의 농간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4년. 그 4년 중에 이런저런 일이 겹쳐 팔자에도 없는 감찰부장으로 승진하여 세 개새끼와 투닥거린 것이 어언 2년이었다.
정상적인 인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낯선 경지에 이르고야 만 것이다. 이건 산업재해로 취급 안 해주나? 블랙 기업은 나라에 신고라도 하지, 공무원 부리는 나라 자체가 블랙 컨츄리면 어디에 하소연하나…
착잡한 심정에 속으로 한숨을 내쉰 난 조용히 비서의 뒤를 따라 앞으로 머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과장급 감찰관들이 쓰던 방이라 그런지 썩 괜찮았다.
“감찰관님이 쓰시기에는 허름한 방이지만, 당장 남는 방이 없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다른 방을…”
“아,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마음에 듭니다.”
방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뭐가 되니. 난 연거푸 고개를 숙이려는 비서에게 괜찮다며 손을 내젓고는 본관으로 돌려보냈다. 옆에 붙들고 있어봤자 계속 눈치만 보겠지. 그렇지 않아도 아카데미를 뒤엎는 감찰관이 부장급 인사면 얼마나 무섭겠나.
하지만 나라고 오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니니 탓한다면 장관을 탓해줬으면 좋겠다. 장관 양반, 분명 나한테 먹은 욕으로도 장수할 사람인데 불로장생 하겠네.
지금이라도 장관에 대한 칭찬을 시작하면 돌연사가 이루어질까, 라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미 아카데미를 눈에 담고 주인공 루이제를 봤음에도 이제야 확실히 아카데미에 온 것이 실감난다. 막 훈련소에 들어와 생활관 침상에 앉으니 입대에 대한 실감이 나는 기분. 개같은 거.
아무튼 내일부터는 감찰관으로서 아카데미 생활을 보내야 한다. 보내야… 하는데…
‘망할’
아카데미에서 해야 할 일을 떠올리니 눈 앞이 막막하다. 본래 감찰관이 주로 하던 업무인 자금 조사는 몇 번 훑어보면 끝나는 일이다. 애초에 아무리 길어도 1주면 끝나는 감찰관 업무가 뭐 별거 있겠는가.
심지어 아카데미는 그 중요성으로 인해 평시에도 달달 볶이는 처지라 감찰로 털 것도 없다. 괜히 이전 감찰관들이 합법적으로 기존 업무를 놓고 밍기적 거리느라 아카데미에 머문다는 전설이 떠도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난 해당 사항이 없다.
‘루이제, 에리히, 아인테르, 류티스, 라테르, 타니안.’
중간에 같은 피가 흐르는 스파이가 하나 있지만, 아무튼 이 여섯을 무기한 주시해야 한다. 문제는 그 주시를 어떻게 하느냐다.
삼국 주요 인사들의 갑작스런 입학 선언으로 통곡의 피눈물을 흘린 삼국 외교부는 어떻게든 자국 인사를 보호하기 위해 제국 외무성의 문을 애타게 두드렸다. 제국 영토에 자국 전력을 보내면 안되겠냐는 무리한 부탁까지 했고, 제국은 당연히 ‘지랄은 거기까지다.’로 답변했다. 외무성이 단체로 아편을 빨지 않은 이상 불가능 한 일.
하지만 왕실, 유력 성자 후보의 안위가 걸린 상황에 삼국 외교부는 눈이 돌아갔다. 꾸준히, 처절하게 외무성과 타협을 시도했다. 주말 아침 내내 벨튀를 당하는 심정이었던 외무성은 결국 명단을 제출한다는 조건으로 소수 전력의 아카데미 상주를 허락하고 제국군 일부를 철수시켰다. 외무성 장관이 챙겨준 명단을 보니 왕실 기사단과 성기사단 몇몇도 있었지. 장난 아니었다.
‘그 새끼들 숫자만 소수였지.’
전투력은 절대 소수가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 여파로 제국도 겸사겸사 인원을 빼고 철저히 소수 정예로 교체했다. 삼국에서 보낸 전력보다 철저하게. 아무튼 삼국의 부탁대로 숫자를 줄이기는 했다는 것이 제국의 명분이었다. 꼬우면 어쩌겠는가, 갑은 제국인데.
외무성은 이번 양보의 탈을 쓴 무언가를 통해 삼국과 이전부터 밀고 당기던 조약 일부를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꼴받네. 팔려가는 건 난데 왜 보너스 파티 하는 건 외무성 새끼들이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소수라지만 삼국의 전력이 여럿 아카데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도 이번 감찰관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라는 건 눈치챘을 것이고, 제국이 정기적 감찰관 파견이라는 명분으로 약속과 다른 초과 전력을 쑤셔 넣었다는 것도 알겠지.
그런 놈이 자국 주요 인사들 근처에서 어기적거리고 감시한다? 아, 이거 나여도 못 참지. 바로 호위 책임자가 달려와서 멱살을 잡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거기에 일단 숫자 자체가 준 것은 맞고…’
소수 전력으로 탈바꿈하며 전투력 손실은 거의 없지만, 숫자가 준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초인이라도 몸은 하나. 분신술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미처 커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기존 아카데미 상주 전력이 과잉 상태였던지라 이번에 철수해도 그럭저럭 구색은 갖추고 있다. 단지 갑작스러운 축소로 인해 발생한 파열음도 내가 주시해야 하는 게 문제지.
“개같네.”
정리가 끝났다. 막연하게 개같은 일인 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개같은 일이 맞았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제국과 삼국 전력, 아카데미 교직원들이 있으니 작정하고 아카데미에 다이빙하는 미친 것들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아카데미 자체의 문제는 터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돌고 돌아 다시 기적의 6인방으로 향해버렸다.
…솔직히 에리히는 저 여섯 중에서 가장 급이 떨어지는데 그냥 5인방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내 동생이지만 엄연한 사실인 걸 어쩌겠는가.
결국 다섯에 자연스레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삼국의 의심을 뚫으며 접근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수업 중에는 호위가 느슨해지지만, 감찰관인 나도 수업 중인 학생들에게 접근할 명분이 없다. 학생 감찰? 학생, 나 감찰관인데 지갑 좀 검사해도 될까? 오, 미친 새끼인가.
어쩔 수 없다. 일단 멀리서 지켜보면서 기회를 잡는 수밖에. 결국 보류에 가까운 결론을 낸 나는 침대에 등을 붙였다. 어디 합법적으로 접근할 일 안 생기나?
새 학기의 둘째주. 신입생들이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동아리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가입해야 하는 시기다. 물론 푸른 피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기에 단순 흥미보다 긴밀한 인맥 구성을 위한 동아리 가입이 중심이 되었다.
심지어 동아리 선배라는 명목으로 졸업한 귀족과도 연이 닿을 수 있으니, 동아리는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거대한 사교장 내의 또 다른 사교장이었다.
순수하게 사람을 좋아하는 루이제에게 그런 복잡한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여러 학년과 다른 반의 친구들이 한 곳에 모여 같은 취미를 즐긴다는 것은 그녀의 마음에 쏙 드는 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에게 우연히 동아리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후부터 루이제는 동아리를 몹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루이제를 골탕 먹이고 싶은 하늘의 장난이었을까? 단순 동아리 가입이 아닌 신규 개설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동아리를 개설하려던 루이제는 벽에 가로막혔다. 동아리 개설에는 3명의 학생과 고문을 맡아줄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 그깟 3명 정도야 금방 모을 줄 알았던 루이제였으나, 실패하였다.
이리나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권유해도 이미 다른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아무리 루이제를 좋아해도 귀족으로서 사교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아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물론 루이제가 절실한 일이라면 고민하겠지만, 기껏해야 동아리지 않은가?
“루이제. 그냥 다른 동아리에 가입하자.”
루이제의 권유를 유일하게 받아준 사람. 에리히의 말에 루이제는 침울히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신규 개설이 가능하다는 걸 몰랐다면 이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치만… 제과 동아리, 만들고 싶었는데…”
하늘 같이 맑은 푸른 눈동자에 미약한 물기가 머금어졌다. 그 모습을 보는 에리히는 안타까웠지만 어쩌겠는가. 동아리 인원 명단에 ‘에’, ‘리히’라고 적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하늘은 이 정도 골렸으면 만족했다는 듯이 벽을 부술 망치를 내려주었다.
“루이제 영애. 동아리 인원은 구하셨나요?”
찬란한 금발과 황실을 상징하는 보랏빛 눈을 가진 귀공자. 아침에 칼이 이 악물고 피했던 3황자, 아인테르가 루이제에게 다가왔다.
“아, 황자 전하!”
“전하를 뵙습니다.”
루이제와 에리히가 다급히 일어나 예를 표하자 아인테르는 웃으며 만류했다.
“그러지 마세요. 여기는 모두가 같은 입장에서 배우는 아카데미 아닙니까?”
물론 명목상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평등하지만, 그건 아카데미가 절대 중립이라는 조항과 맞먹는 유명무실한 조항이다. 아카데미 생활은 3년이지만, 졸업 후 인생은 수십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슬쩍 동아리 개설 신청서를 본 아인테르는 아직 둘밖에 적히지 않은 명단을 보고 웃었다.
“다행히 저까지 딱 세 명이 되겠군요.”
“네…?”
그 말에 루이제의 눈이 잠시 커졌고, 에리히도 놀란 듯 아인테르를 쳐다보았다. 둘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아인테르는 그의 펜으로 직접 개설 신청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제서야 루이제는 활짝 웃엇고, 아인테르는 그녀의 웃음을 보고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3황자 아인테르도 이미 루이제라는 캣닢에 홀린 제물 2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분홍색 머리카락이 매력적인 소녀, 루이제는 싱글벙글 웃으며 동아리 개설 신청서를 들고 달려갔다. 가장 난관이었던 인원을 채웠으니 이제 고문만 찾으면 된다.
‘금방 찾을 거야!’
감사하게도 그녀를 예뻐해주는 교사들은 많았다. 그 많은 분들 중에 고문을 맡아주실 분은 금방 찾으리라. 루이제는 그렇게 믿었다. 이미 그녀는 좋아해 마지않는 제과를 즐기며 친구들에게 만든 간식을 나눠주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한 없는 연참이 허락된 마지노선인 10회를 작성하는 기념으로 과분한 관심을 주시는 독자님들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벽돌체와 시점을 언급하신 것인데… 확실히 문제로 여기시기에 충분한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능력 부족으로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제를 알았으니 최대한 개선하고자 합니다. 부디 앞으로는 독자님들 보시기 편한 소설이 써졌으면 좋겠습니다.
11화부터는 1일 1연재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2연재로 독자님들을 반기고 싶지만, 1일 1연재도 조금 아슬아슬할 것 같습니다.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라랏쥐님! 그레이얼님! OO451님! 후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