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0)
윗분들의 결재를 받는 것에 성공한 ‘전술적 임시 토템: 타니안’ 프로젝트는 마지막 난관과 마주하게 되었다.
“너 혼자 가야 한다. 다른 녀석들도 같이 가는 건 안 돼.”
제과 동아리 부원 중에서 딱 타니안만 숲으로 이동하는 명분이 필요하다. 제과 동아리가 툭하면 우르르 관광을 다니는 사이라지만 이번 일에 제과 동아리가 다 같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타니안은 본인의 요청, 유용한 능력, 당사자라는 입장, 신성교국의 항의를 각오한 외무성 장관의 탈모 가속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어우러져 어떻게든 참여가 가능했다. 그러나 그 외는 절대 안 된다.
제국과 신성교국의 일에 아르메인 왕자, 유벤 왕자가 부상을 감수하고 참여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둘도 없을 외교적 참사다. 외무성 장관이 교체되는 꼴을 보겠지.
그리고 마지막 난관은 생각보다 쉽게 넘을 수 있었다.
“교회에 다녀오겠습니다.”
“응, 잘 다녀와!”
그걸로 끝. 차기 성자가 교회에 방문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고, 굳이 그걸 따라가겠다는 사람도 있을 리가 없다. 만약 루이제가 가겠다는 거면 모를까, 정작 루이제도 교회라는 말에 빠르게 손절했다.
솔직히 여행 중에 교회를 가는 건 많이 지루하긴 하지.
‘성능 확실하네.’
덕분에 타니안은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으며 당당히 제도 밖으로 나갈 명분을 얻었다. 나는 업무라는 한 단어면 충분했고.
“예상했지만 괜히 섭섭하군요.”
“민간인에게 사제의 신실함을 원하는 건 곤란하지.”
교회라는 말에 프리패스 당한 타니안이 마음에 작은 상처를 입은 것 같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니 괜찮다.
타니안과 제도 성문을 나가자마자 묵광대가 순식간에 모여드는 모습은 조금 무서웠다. 아니, 갑자기 시커먼 옷을 입은 애들 수십이 소리도 없이 달라 붙으면 누구라도 놀라겠지. 타니안도 움찔하더라.
한동안 메이드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던 4과장도 자연스레 묵광대 사이에 있었다. 분명 저택을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창문 닦고 있었는데, 어째 나보다 빨리 움직인 것 같다.
“모시겠습니다.”
“그래.”
꾸벅 고개를 숙이는 4과장의 안내를 받으며 황혼 교단 요격을 위해 설치된 임시 본부로 이동했다. 본부라고 해봤자 몇 시간 내에 끝낼 일이니 막사 몇 개 설치된 것이 전부인 모습.
“든든하군요.”
그리고 타니안은 본부의 흉흉한 분위기를 느끼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든든하긴 하네. 분위기가 험악하기는 하지만 우리를 향한 살기가 아니라 황혼 교단을 향한 거니 더 든든하고.
‘성기사단도 움직였나.’
구석으로 시선을 돌리니 은빛 갑주를 입은 무리가 보였다. 각 대교구 중심지에 주둔하는 여명 교단의 성기사단. 아우스엔 대교구에 있는 성기사단도 이 작전에 끌려왔다.
황혼 교단은 여명 교단에게도 죽여 마땅한 적이다. 아무리 제국 영역에서 토벌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여명 교단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물론 타니안이 참가할 줄은 저 사람들도 몰랐겠지만.
‘소원 성취했네.’
3년 전에 승진이 미끄러진 걸로도 모자라 전역까지 당한 비운의 인물이 성기사단 사이에 보였다. 축하합니다, 전 군단장. 자기 손으로 찢어 죽이겠다는 소원은 이룰 수 있겠구나. 사람이 원한을 품으면 저렇게 끈질기고 무섭다.
“부장님.”
“아, 그래.”
조심스러운 4과장의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제2의 인생을 열정적으로 보내는 사람이 보여 잠시 정신이 팔려버렸네.
“들어가자. 마종공 각하도 계실 텐데 기다리게 하면 곤란하지.”
몇 없는 막사 중에서 그나마 가장 큰 중앙 막사. 직급 좀 높은 양반들은 다 저기 모여있다. 솔직히 마종공 각하를 제외하면 나보다 높은 사람은 없지만, 딱 하나 있는 윗분이 하필 공작이네.
“감찰부장입니─”
“본국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아국에서도 고심 끝에 결정한 일입니다. 유감입니다.”
“…다.”
막사에 들어가자마자 도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은빛 갑주를 입은 남성과 제국군 제복을 입은 남성의 치열한 논쟁은 방금 막사에 들어온 사람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그런데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아서 그게 더 미치겠다. 이야, 앞 내용을 전혀 못 들어도 바로 짐작이 가네. 외무성에서 신성교국에 사정을 설명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그냥 저지르고 용서 받는 것을 택했구나.
그리고 하필 들어오면서 당당히 자기소개를 한지라 두 아가리 파이터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으로 꽂혔다. 내가 잘못했어. 방금 인사는 없던 걸로 물려줘.
“감찰부장님 오셨습니까.”
“주님의 아들을 뵙습니다.”
제국군 제복을 입은 남성은 나에게, 은빛 갑주의 남성은 타니안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창 논쟁 중이어서 그런지 눈빛은 아직 뜨겁게 타오르고 었었지만.
아닌가? 그냥 논쟁 주인공이 직접 와서 더 열이 붙은 건가? 그렇다면 썩 좋은 상황은 아니네.
‘아직 없구나.’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막사를 훑어보니 아직 마종공은 오지 않았다. 어쩐지, 공작 앞에서 말싸움이 벌어질 일은 없지.
순간 어머니 마종공이 조금 원망스러워졌다. 어르신께서 진작 오셨다면 내가 이런 꼴을 볼 일도 없었을 텐데.
“타니안님, 이런 일에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원망을 품는 사이 은빛 갑주의 남성이 타니안에게 급히 다가갔다. 아마 유감이라는 말만 반복했을 상대와 계속 논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당사자를 설득해서 돌려보내는 것이 편하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그게 더 힘들 걸. 타니안은 높은 사람의 마이웨이 성향과 성직자의 신념이 결합한 끔찍한 혼종이라 고집이 이만저만 아닌데.
“저를 노리고 찾아온 손님이니 직접 맞이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것들은 손님도 아니고, 도리로 대할 상대도 아닙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어떤 자들인지 알기에 나서는 것입니다.”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일방적 애원에 슬쩍 자리를 비켰다. 부질없는 설득 힘내시고. 이 자리에 있는 걸 보니 성기사단장 같은데, 추기경도 아닌 일개 성기사단장이 타니안에게 얼마나 강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네.
그렇게 처절한 아랫사람의 울부짖음에서 시선을 돌리니 제국군 남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견장을 보니 상급 지휘관인가?
“근위 1군단 소속 상급 지휘관, 프랜시스 네빌입니다.”
아, 맞네.
눈이 마주치자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는 상급 지휘관. 군단장이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상급 지휘관이 올 정도면 작정하고 보낸 인사다.
군단장이 직접 왔으면 민망한 장면이 만들어졌겠네. 전직 군단장과 현직 군단장의 회동이라.
“감찰부장 칼 크라시우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상급 지휘관의 인사에 마주 목례를 했다. 묵광대, 성기사단, 근위 1군단 일부, 그리고 곧 올 마종공.
끝났다. 이건 황혼 교단이 아니라 어지간한 정규 군단이 진격해도 토벌이 가능하다. 만약 이 전력을 뚫고 기어이 타니안을 암살하는 것에 성공하면 오히려 타니안만 죽이고 끝내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할 수준.
“걱정 마십시오. 설령 제가 죽더라도 형제님은 아무 죄가 없으니까요.”
“타니안님, 제가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옆에서 들리는 끔찍한 말은 애써 못 들은 걸로 했다.
성기사단장은 결국 타니안 설득에 실패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예상한 결과라 딱히 놀랍거나 안타깝지도 않다. 애초에 기대를 하면 실망만 커지는 법이거늘.
“신성교국이 전달한 정보와 제국이 파악한 정보를 교차 검증한 결과, 제도로 오고 있는 황혼 교단은 총 32명입니다.”
성기사단장이 하얗게 불타든 말든, 마침 마종공도 자연스럽게 출근하여 자리를 잡았기에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중에 황혼 교단의 교주도 확인되었습니다.”
“거물이구나.”
마종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황혼 교단의 활동을 통틀어도 교주가 직접 나선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10명 내외가 아닌 30명이 넘는 인원이 단체 행동을 하는 것도 말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있다. 아무리 제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대토벌 전쟁도 끝난 제국을 다시 노린다는 것, 이 정도 전력이 양국 첩보망에 걸릴 정도로 급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철저한 계획보다는 우발적인 발악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상관없다. 교주가 대인원을 이끌고 죽음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것들이 무슨 사정을 가지고 있든, 우리는 오늘 놈들을 소탕한다.
“타니안님 덕분에 황혼 교단은 은밀함이라는 장점을 상실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타니안을 향한 존대를 붙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막사에 모인 모든 인원의 시선이 타니안에게 쏠렸고, 타니안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대답이면 충분했다. 타니안의 추적 성법이 대륙 전체를 덮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도로 달려오는 것들이 걸릴 정도의 범위는 가능하니.
“타니안님이 성법을 사용하는 즉시, 마종공 각하께서 대규모 결계 마법을 펼칠 것입니다.”
이미 이 근방 지형 전체를 뒤바꿀 것도 각오했던 마종공이다. 까짓 결계 정도야 2겹, 3겹으로도 펼칠 수 있는 수준이지.
사소한 문제라면 결계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황혼 교단뿐만 아니라 우리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거지만, 애초에 우리는 그것들을 전부 죽이기 전까지 나갈 일 없으니 상관없다.
작전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 됐다. 도저히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조건만 가득해서 길게 끌 것도 없으니.
“에넨께서 보우하시는 제국에 더러운 이교도가 발 디딜 곳은 없다!”
그 뒤에는 작전에 들어갈 전력 앞에서 직책 좀 높은 인물들의 릴레이 연설이 있었지만.
“목 하나에 대은화 하나, 생포는 둘. 교주는 생사 불문 다섯. 즉시 지급하겠다.”
나는 짧게 했다. 곧 싸울 애들 붙잡고 길게 얘기해서 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