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04)
로판 속 공무원 1004화(1005/1009)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만 가득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바로 매일매일 색다른 경험, 즐거운 경험을 주입하면 된다. 가족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게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거야.
이 경이롭고 놀라운 진리는 켄느 퍼레이드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가족들을 봐서 해맑던 아이들이었는데, 자신들을 향해 환호하는 켄느 시민들을 보니 더더욱 밝게 웃더라.
물론 5살 아이들이 권력욕이나 과시욕을 발휘한 건 아니다. 그저 처음 보는 사람들, 엄청 많은 사람들을 본 것이 기뻐서 그런 거지. 아니면 세르베트 공작성 안에만 있다가 켄느 시내를 돌아다닌 게 즐거웠거나.
‘확실히 매일 새로우면 울 필요도 없다.’
우리 세쌍둥이도 처음 세르베트에 왔을 때는 자기들끼리 놀기 바빴다. 가끔은 카토반의 가신들, 공작성의 사용인들한테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
이렇게 노느라 정신이 없을 때는 울 시간조차 없었으나, 새로운 놀이 환경에 적응하고 나니 옆에 없는 가족들 생각이 난 것이다. 그래서 세쌍둥이의 오열이라는 가슴 아픈 참사가 터진 거야.
헌데 퍼레이드는 세쌍둥이에게 무엇보다도 강렬한 자극이고 추억이다. 가신들, 사용인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영민들의 환호, 공작성보다 수십, 수백 배는 넓은 시내 활보.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다음 퍼레이드 일정은 사흘 후로 잡게. 아니, 세르베트의 주요 도시를 전부 돌기 전까지는 무조건 사흘 간격으로 퍼레이드를 진행하게.”
그렇기에 켄느 퍼레이드를 마치고 복귀한 후. 가신들을 불러 모아 진지하게 선언했었다.
솔직히 매일은 무리지만 사흘에 한 번 정도는 퍼레이드를 진행하자고. 딱 사흘 정도가 아이들의 가족애가 발아하는 쿨타임이니까.
“받들겠습니다.”
“각하께서 실망하시는 일 없도록 완벽하게 진행하겠습니다.”
난데없는 선언이었음에도 가신들은 난색을 표하는 대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었다. 세쌍둥이의 통곡은 가신들의 가슴도 찢기에 충분했고, 퍼레이드의 필요성은 나보다 가신들이 더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니.
“다음 퍼레이드는 언제라고 했지?”
“내일 점심입니다.”
“좋군.”
그 결과. 켄느에 이어 두 번째 퍼레이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이제는 세 번째 퍼레이드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완벽하다. 공작(대리)부터 가신들까지 일치단결하여 움직이니 이토록 아름답구나. 역시 상사와 부하가 서로를 존중하고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
“다만 각하.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엇인가.”
훈훈했던 마음이 빠르게 얼어버렸다.
세쌍둥이가 무려 지붕 없는 마차에 타서 영민들과 마주하는 일이다. 세쌍둥이의 평판, 미래, 안위, 집권 정당성 등등이 걸린 일이니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게다가 집사장이 자기 선에서 해결하지 않고 나에게 보고 한다? 말이 작은 문제지 실제로 작을 것 같지는 않─
“퍼레이드 일자와 장소는 영민들에게 미리 공표하고 있기에, 상당수의 영민들이 공녀님들을 뵙기 위하여 퍼레이드 장소로 몰리고 있습니다.”
“음?”
집사장의 보고에 맹렬하게 굴러가던 머리가 우뚝 멈췄다.
“모든 주요 도시들을 순례하겠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자신들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영민들은 물론, 주요 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영민들. 심지어 이미 공녀님들을 뵌 영민들까지 모이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말에 더더욱 머리가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텔레포트 마법진 사용률과 마법사 임시 고용률이 솟구쳤고, 갑작스레 몰리는 영민들을 수용하느라 경비대도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런가.”
그래도 겨우 정신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럽다. 영민들이 약 100년 만에 등장한 공녀에게 열광하고 중인 건 알고 있었다만, 설마 영지 내에서 집사장이 보고할 정도의 대이동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아무리 텔레포트가 있더라도 이 세계의 근본은 결국 현대가 아닌 중세다. 비용적 문제로 텔레포트 마법진이나 마법사를 통한 이동은 전부가 아닌 일부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며, 대다수의 백성들은 국내 1일 생활권은커녕 자기 고향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영민들이 이동 중이라고 한다.
‘그거 감당할 수 있는 건가.’
영민들이 사용할 도로는 우르르 몰릴 인파를 수용할 수 있나? 이동 수단은 충분할까? 어떻게든 퍼레이드 장소까지 진입한다면 숙박 시설은? 하다못해 밥을 먹는다고 치면 식당은?
당장 떠오르는 문제점만 해도 수두룩하다. 내가 잠시 다녀온 세계에서도 급작스러운 인구 유입이 생기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거늘, 이 세계는 말할 것도 없다.
“허어, 이거 참.”
“영민들의 열의가 저희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군요. 기껏해야 중소도시나 변방 마을의 영민들이 상경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보다 며칠 전에 공녀님들을 뵌 사람들은 왜 다시 뵈러 오는 겁니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야 공녀님들은 몇 번을 봬도 행복하니까요. 그걸 이해할 수 없다니, 혹시 카토반이 아니라 다른 공작가를 섬기시는 겁니까?”
“아,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러한 걱정은 다른 가신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제각각 탄식을 흘리거나 머리를 맞대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추가적인 이동을 통제하는 건 어떻습니까?”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내일 점심에 퍼레이드가 진행될 예정이니, 이미 올 사람들은 다 왔거나 이동 중이겠지요. 지금까지 출발하지 않은 영민들은 통제가 없어도 오지 않을 영민들입니다.”
“허면 복귀를 명하는 건…”
“영민들의 반발이 클 겁니다. 무려 100년입니다, 100년. 전대 각하께서 공작위에 오르시고 100년이 지나서야 태어난 공녀님들인데, 얼굴을 보기도 전에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겠습니까?”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은 인지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가신들도 영민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트릭시 이후로 약 120년 만에 태어난 새로운 카토반의 핏줄. 트릭시의 공작 등극 이후로 약 100년 만에 태어난 후계자. 그런 세쌍둥이를 보고자 하는 열망을 억지로 막는다면 순한 영민에서 폭급한 영민으로 진화할 터.
시간이 지나면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있다? 그런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그 시간을 견딜 수 없어서 이 대이동이 생긴 거니까.
“…혹시 이번 사례와 비슷한 전례가 존재합니까?”
“있을 리가요. 당장 공녀님들의 유모도 구하기 어려워서 난리였지 않습니까.”
이내 가신들의 얼굴에 시름이 가득 찼다.
좋게 생각하면 카토반 공작가를 향한 영민들의 지지도와 애정이 하늘에 닿았다는 뜻이다. 허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과도한 영민 밀집으로 인해 사건이 터질 경우, 이 지지도와 애정이 한순간에 박살 날 위험도 존재한다.
공녀님들을 보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참사가 터진다. 이는 갈 곳 잃은 분노와 슬픔, 당혹감이 애꿎은 세쌍둥이에게 향할 위험이 있다는 거니.
“집사장.”
“예, 각하.”
“우선 내일 예정된 퍼레이드는 그대로 진행하게. 최대한 인력과 물자를 동원하여 영민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예. 그리하겠습니다.”
복잡한 심정으로 가신들의 토론을 보다가 지시를 내렸다.
이미 터진 대이동을 이제 와서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퍼레이드를 취소하거나 영민들을 돌려보내는 건 더욱 무리니,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다행히 세르베트의 역량이면 한두 번 정도는 미친 인구 유입에도 대처할 수 있다. 그게 세 차례, 네 차례로 이어지면 또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대처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니 영민들의 불만을 방지하면서도 카토반을 향한 애정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세쌍둥이를 향한 갈망을 해소하면서도 인구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아무리 늦어도 다섯 번째 퍼레이드 전까지는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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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연하게 다짐한 것치고는 허무할 정도로 해결법이 나왔다.
“아무튼 얼굴만 보면 되는 거 아니니?”
“어… 아마도?”
가신들과 있었던 일을 말해주자 무언가 고민하던 트릭시는 방 한쪽에 고이 접혀있던 천을 펼쳤다.
그러고는 통신구를 잠깐 만지작거렸고,
‘뭐야.’
트릭시의 얼굴이 천에 나타났다.
마치 영화관 스크린처럼 거대하게.
“아니, 이건, 무슨.”
“최근에 만든 거란다. 통신구가 보관하기에 편하고 휴대에도 용이하지만, 나이를 먹은 사용자들은 통신구가 흐릿하게 보인다고 하더구나. 확실히 휴대성에 몰두하다 보니 작기는 작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대답에 적절한 리액션을 출력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렇게 통신구를 비치면 그 광경이 천에 나타난단다. 천의 크기는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니, 방 하나를 채울 크기일 수도 있고 광장을 채울 크기일 수도 있어.”
그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천을 바라봤다.
화질도 제법 선명하고 괜찮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화면 속 입모양이 제대로 겹치는 걸 보니, 영상 송출 딜레이도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혹시 이거, 동시에 여러 천에 비치는 것도 가능해?”
“그건 아직 연구 중이란다. 하지만 통신구를 여러 개 작동하면 문제없지 않겠니?”
타당한 말이라 바로 납득했다.
통신구를 한 10개에서 20개 정도 켜두면 주요 도시 10곳, 20곳에 세쌍둥이의 모습을 송출할 수 있다. 주요 도시로 영민들이 상경하는 건 어쩔 수 없으나, 적어도 퍼레이드 장소에 몰리는 건 방지할 수 있어.
‘역시 마종.’
이윽고 트릭시를 향한 무한한 감사와 애정이 솟구쳤다.
공작령을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조차 고민하던 문제를 10분도 안 돼서 해결한 마법의 정점. 내가 트릭시의 남편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세 번째 퍼레이드 당일. 트릭시의 새로운 발명품을 시험 삼아 사용했다.
세쌍둥이의 모습이 행진 경로는 물론, 도시 곳곳에서 위풍당당히 송출됐다.
“공녀님! 공녀님들이 나를 보셨어!”
“아아! 이 미천한 놈에게 웃어주시다니! 이제 공녀님들이 결혼하시는 것만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어!”
“공녀님들이 자식을 낳는 것까지만 보면…!”
그로 인해 여기저기서 불로불사를 꿈꾸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