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19)
로판 속 공무원 1019화(1020/1083)
이 세계에는 X-ray가 없지만 품속의 아이가 몇 명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마나의 형태. 이는 아무리 가까운 혈육이라도, 아무리 비슷한 형태라도 미세한 차이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마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의 지문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대륙 최고의 마법사이자 마나 전문가인 트릭시는 피네 품에 있는 마나의 형태를 보고 아이가 한 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의료진들도 10개월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한 명이 태어나겠구나.’ 라고 생각했지.
사실 트릭시가 세쌍둥이를 낳은 게 경이롭고도 놀라운 일이지, 보통 사람은 한 번에 한 명을 낳는 것이 정상이다. 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질 거라 최고 전문가와 다수의 전문가들이 증명했는데 왜 의심을 가지겠어.
‘왜 둘인데.’
그런데 놀랍게도 그 정상적인 상황이 무너졌다.
최고 전문가의 증언은 빗나갔고, 다른 의료진들의 공통된 정배는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으에에에엥!”
“우으… 으아아앙!”
그래도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임에도 두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자신들의 판단 미스를 만회하겠다는 듯이 영혼을 불사른 의료진 덕분에 아무 탈 없이 태어났어.
“이게 대체 무슨.”
그리고 혼란과 기쁨, 행복과 당혹감 속에서 트릭시의 목소리가 고막에 꽂혔다.
아마 이 자리에서 가장 당황한 사람은 트릭시일 거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법의 길을 걸었던 트릭시가 매우 기초적인 실수를 한 거니까.
물론 트릭시에게 항의를 할 생각은 없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하나일 줄 알았던 아이가 둘이나 찾아왔다면 깜짝 선물 중에서도 제일가는 선물 아닌가. 만일 둘 중 하나가 잘못됐다면 그만한 참사는 없으나 다행히 둘 다 무사하기도 하고.
“이럴 리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 각하. 저만 느끼는 게 아니라 각하께서도 그러신 겁니까?”
“허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응?’
다만 트릭시의 당혹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졌다. 의료진으로 합류한 다른 마법사들조차 트릭시의 곁에 모이며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뭔데. 불안하게 왜 그래. 혹시 얘네도 플로렌스처럼 어디 아픈 건가? 나 그런 돌려 막기 스토리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트릭시.”
조심스레 트릭시를 부르자 트릭시를 비롯한 마법사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아니, 나 트릭시만 불렀어. 왜 너희까지 그래.
“…그래, 일단 이게 무슨 상황인지부터 말해야겠구나. 칼 너도 많이 당황했을 테니.”
부담스러운 시선에 잠시 움찔하는 사이, 작게 한숨을 내쉰 트릭시는 내 곁으로 다가와 품에 안긴 아이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집사의 품에 있는 아이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내가 피네 품 속에 있는 아이는 한 명이라고 했었지?”
“응. 그랬지.”
“칼 너도 알겠지만, 마법사가 태아를 확인할 수 있는 건 고유의 마나 형태 덕분이란다. 산모의 마나와 다른 형태의 마나가 느껴지면 임신을 한 것이고, 그 개수에 따라 아이의 수도 가늠할 수 있지.”
매우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마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아내들의 임신과 출산은 여러 번 겪은 전문가니까.
“그리고 피네의 품 속에서 느껴진 기운은 단 하나. 그래서 나도, 다른 아이들도 당연히 한 명만 태어날 거라 생각했는데.”
슬며시 입을 다문 트릭시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아이들을 번갈아봤다.
엄마로서 품은 애정, 새롭게 태어난 생명에 대한 반가움, 마법사로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자괴감, 마지막으로 믿지 못할 사태를 마주한 경악까지.
“여전히 느껴지는 기운은 하나구나.”
“응?”
그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은 나에게도 전염되었다.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난 지금까지도 단 하나의 마나만 느껴진다는 말에.
엄마의 품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아닌,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있으면서도 ‘마나 파동적’으로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말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란다. 생명이라면 누구나 고유한 마나의 형태를 가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 아이들은 둘이 하나의 파동을 가지고 있단다. 서로 떨어져 있는 지금도 한 덩어리가 둘로 나누어졌을 뿐이지, 독자적인 두 개체가 존재하는 게 아니야.”
그 말에 스르륵 고개를 내려 펑펑 울고 있는 딸을 바라봤다.
모든 생명에게 보여야 할 증상이 이 아이에게 없다고? 한 사람당 하나를 가져야 할 물건을 저 둘은 공유하고 있다고?
‘그게 뭔데.’
이해하기 어렵다. 그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얼마 전에는 마나 수용률이 제로인 신물질을 발견했거늘, 이번에는 마나를 공유하는 신인간이 태어나다니. 어째서 이런 일이 연타로 벌어진 걸까.
“저, 저기.”
내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말을 잇지 못하자 침묵을 지키던 피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저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는 겁니까? 건강에 지장이 있다거나, 성장기에 제때 크지 못한다거나…”
“그건 아니란다.”
피네의 질문에 트릭시는 단호히 대답했다.
“이 아이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마나의 형태를 가진 건 맞단다. 하지만 그 외에는 이상할 게 없어. 심지어 나눠가진 마나도 평균적인 마나 보유량과 비교하면 많은 수준이지.”
‘아.’
확신에 가득한 말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미 피네 품 속에 있던 아이가 하나라고 확신했던 것이 틀린 상황이지만, 그거랑 이거는 다르다. 태아 확인은 오직 마나의 기운에만 의존해야 하는 반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도 만질 수 있잖아.
게다가 만약 마나 공유 사태가 아이들의 건강에 문제를 준다면 진즉에 사달이 났을 거다. 아이들이 10개월 동안 무사히 자라고, 무사히 태어난 것이 건강하다는 증거겠지.
“아니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피네도 트릭시의 확답에 안심한 듯, 몸을 축 늘어뜨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집사.”
“아, 예.”
그런 피네를 보다가 집사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우리 막내들은 피네 품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무려 둘이나 낳아서 몸도 마음도 지쳤을 피네니, 적어도 마음은 따스하고 행복하도록 만들어야지.
“…조금 가볍군요.”
이윽고 내 품에 있던 딸, 집사 품에 있던 아들을 건네받은 피네는 씁쓸히 중얼거렸다.
차마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실제로 이 막내들은 다른 신생아들에 비하며 다소 왜소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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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네의 품에 있는 아이를 한 명이라고 확신한 이유 중 하나가 적당히 부른 배기도 했다. 절대 둘이나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 기껏해야 좀 건장한 한 명의 터전이라 생각할 정도였지.
허나 결과는 건장한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한 명이 차지할 자리를 둘이 차지했다는 건 그 둘이 다른 아이들보다 작다는 뜻.
“막 태어났으니까. 이제 무럭무럭 자랄 날만 남았지.”
그렇기에 더더욱 밝은 얼굴로 피네를 위로했다.
누구나 시작점은 다르다. 세상에 우량아가 존재한다면 왜소하게 태어난 아이도 있을 수 있지. 성장기 전까지는 작다가 성장기를 거치며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아이도 있어.
이 막내들도 현재는 작을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무럭무럭 자랄 거다. 우리가 막대한 사랑과 영양을 아낌없이 줄 테니까.
‘우리 아서, 우리 마거릿.’
여전히 우렁차게 울고 있는 새로운 막내들, 내 5남과 9녀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저 울음소리는 절대 허약하고 왜소한 울음소리가 아니다. 분명 건강하게 자랄 대장부들의 위엄 넘치는 호통이나 마찬가지다.
“참. 자네.”
“예, 각하! 말씀하십시오!”
“둘 중에 누가 먼저 태어났나?”
“도련님이 먼저 태어나셨습니다!”
바닥에 쓰러지다시피 널브러져 있던 의사를 지목해 남매 서열을 확인했다.
그렇군. 누나와 남동생이 아니라 오빠와 여동생이구나.
‘메리가 좋아하겠어.’
순식간에 동복동생이 둘이나 생겼으니 얼마나 기뻐할까.
오늘은 메리 인생 최고의 날─
“가, 각하! 생각났습니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일단 나를 부른 건 아니었다. 심각한 얼굴로 수군거리던 마법사 중 하나가 트릭시에게 외친 것이었으니.
“복수의 생명이 하나의 마나 파동을 공유하는 것! 이게 실존 사례는 아니지만, 전설에 비슷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뭐?”
다만 내가 아닌 트릭시에게 한 말이라도 아비로서 절로 반응하게 되는 말이었다.
실존 사례가 아닌 전설이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전설은 상당한 과장과 상상력이 덧붙여져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 기반은 나름 현실 아니던가.
그러니 전설 속에 하나의 마나 파동을 공유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은근히 구체적이니 까마득한 고대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뜻이야.
“무슨 전설인가. 어디서 본 내용이었지? 결말은 어떻게 됐고?”
“그, 그게 말입니다.”
성큼성큼 마법사에게 다가가자 마법사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해한다. 졸지에 압박 면접을 당한 것 같아 당황스럽겠지. 하지만 내가 널 이해하는 만큼 너도 내 심정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원래 자식이 걸린 부모는 브레이크가 사라지는 법이니까.
그 대신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보상을 넉넉하게 얹어줄 생각이다. 사소한 단서라도 우리 막내들과 연관된 단서라면 어떠한 보물을 보상으로 줘도 아깝지 않다.
“그, 20년 전의 일입니다. 대륙 회합 관련으로 유벤 연합왕국에 갔었는데, 시간 좀 보낼 겸 마도의회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서책을 봤었지요. 거기서 어르신과 관련된 전설을 보았습니다.”
“어르신?”
순간 마도의회 의장을 말하는 건가 싶었지만 금방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어르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마나를 느끼고 마법을 사용했다고 알려진 마법사들의 시조. 본명은 기록에서 사라져 그저 어르신이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전설과 역사의 경계에 걸쳐진 거물.
확실히 어르신 관련 전설이라면 이 난해하고 유례없는 사태도 담겨있을 법하다. 트릭시의 권위와 명성, 경험도 어르신에 비하면 아래일 정도니까.
“워낙 예전 일이라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르신을 따르던 두 충복에게 하나의 마나를 나누어줬다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의회 도서관에 있다고 하니, 자세한 건 직접 보면 돼.”
그 말과 함께 마법사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주 훌륭한 정보를 물어온 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