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20)
로판 속 공무원 1020화(1021/1083)
까마득한 고대. 인류가 아직 마나라는 은총을 느끼지 못하여 마법이라는 기적에 닿지 못하였던 야만의 시기.
그 야만 속에서 공기와도 같았던 마나를 처음으로 발견하여 느끼고, 마법을 통해 기존 법칙을 뒤엎어버린 자가 바로 어르신이다. 너무도 긴 세월이 흘러서인지 아니면 스스로가 이름을 남기기를 원치 않아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본명이 아닌 어르신이라는 존칭으로만 불리고 있지.
허나 아무리 위대하고 경이로운 업적을 세운 사람이라도 육체는 하나인 법. 어르신은 가르침을 청하는 무수히 많은 자들을 홀로 감당할 수 없었고, 빈곤했던 인류를 일으키기 위해 모든 걸 짊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 어르신은 자신의 두 충복에게 마나를 하사했다. 하나의 마나를 두 충복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하나의 마나를 공유하게 된 두 충복의 이름은 누렁이와 까망이일지라.
…
“방금 뭐라고?”
“누렁이와 까망이입니다.”
마법사의 말에 이마를 짚고 말았다.
원래 과거의 이름을 현재와 비교하면 촌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걸 감안해도 절대 사람에게 붙을 이름은 아니다. 어떻게 사람 이름이 누렁이, 까망이야.
“충복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었나.”
“예. 어르신은 마나를 깨닫자마자 속세를 떠나 자연에서 마법의 체계를 다듬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때 어르신의 곁을 지킨 개들이 누렁이와 까망이였지요.”
“그래서 비슷한 내용이라고 한 거였군.”
“아무리 어르신의 충복이라도 결국은 짐승일진대, 짐승을 각하의 자녀분들과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어색하게 미소 짓는 마법사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건 그렇지. 나도 우리 아서, 마거릿과 동일한 사례랍시고 가져온 게 짐승 관련 사례라면 마음이 복잡했을 거야.
분명 도움이 되지만 우리 아이들이 짐승과 같은 취급을 받은 것 같고, 그렇다고 화를 내기에는 인간 중에서 사례가 없으니 어쩔 수 없고.
“아무튼 어르신에게 하나의 마나를 하사받은 두 충복은 어떠한 제자들보다도 강력한 마법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어르신과 가장 가까이 지낸 존재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다만 개보다도 못하게 된 다른 마법사들은 속이 쓰렸겠어.”
“단순히 가까워서 그런 게 아닙니다. 두 존재가 하나의 마나를 공유한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저거, 하나의 마나를 공유하는 것이 실이 아니라 득으로 돌아왔다는 말 아닌가? 우리 아서와 마거릿의 기묘한 마나 공유가 기묘한 해프닝이 아닌 강력한 축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나의 마나를 두 덩어리로 나눠 가지게 된 충복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1인분의 역할을 했습니다. 마나의 파장이 상대와 동일하든 말든, 일단 마나를 품고 느낄 수 있다면 마나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두 충복은 성장이라는 걸 하였고,”
잠시 입을 다문 마법사는 피네에게 안긴 아서와 마거릿을 바라봤다.
약간의 부러움과 경이로움, 감탄을 탐은 눈빛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충복이 한자리에 모일 때. 갈라진 마나가 하나로 뭉칠 때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력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호오.”
그러고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말을 덧붙였다.
하나를 둘이서 공유했음에도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아름다운 현상. 한날한시에 태어난 남매에게 붙는 것이 마땅한 현상 아닌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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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눈가가 뜨거워졌다. 트릭시의 확답이 있어서 안심하시는 했지만, 이렇게 전설 속 사례도 아서와 마거릿의 무탈을 증명하고 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기분이야.
전설이니 현실과 다를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인 전설이라면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전설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짐승인 것도 가산점을 주기 충분한 사유다. 전설을 화려하게 꾸미고 싶다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지, 왜 짐승을 띄어주겠어.
이해하기 어려운 의외의 주인공.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마법견. 전설의 신뢰성을 더욱 높여주는 조미료나 마찬가지다.
“제가 기억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워낙 오래된 전설이라 내용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저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은 것인지라…”
“이 정도면 다 말한 거나 다름없지. 고맙네.”
“과찬이십니다, 각하. 만일 각하의 자녀분들께서 두 충복과 같은 능력을 발휘한다면 대륙 마법계의 홍복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후배를 가까이서 목도한 것이니, 오히려 제가 영광일 따름입니다.”
듣는 아비의 마음이 절로 흐뭇해지는 발언이라 열정적으로 마법사의 어깨를 토닥였다.
가슴을 좀먹었던 불안감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두 아이의 울음소리는 반드시 대륙을 뒤흔들고 말겠다는 다짐으로 들릴 정도다. 피네도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아서, 마거릿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완벽한 결말이다.
‘이건 내 선에서 끝내기 미안할 정도인데.’
그래서일까. 마법사에게 보상을 가득 안겨주겠다던 다짐이 흔들렸다.
볼 거 다 봤으니 먹고 튀겠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선이 이 마법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선과 일치하지 않다는 것. 그 점이 문제다.
마법사들은 일반인들과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궤가 다른 존재들이다. 단순히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초인이라서 일반인과 다르다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일반인은 물론 기사, 귀족들과도 다르다.
그런 존재에게 일반인의 시점으로 보상을 줘봤자 얼마나 와닿을까. 예의상 감사하다고는 해도 진심으로 감사하지는 않을 터.
“트릭시.귀한 정보를 제공해 줬다면 그만한 보상을 줘야겠지?”
“물론이지. 부끄럽지만 나는 전설에 능통하지 않아서, 저 아이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테니까.”
내 말에 트릭시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의 일은 마법사에게 토스하자. 일반인의 최고 보상보다는 같은 마법사의 최고 보상이 더 마음에 들 테니.
“아서와 마거릿은 피네의 품에서 태어났지만, 나의 아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너는 내 아이를 위하여 귀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란다.”
어느새 마법사에게 다가간 트릭시는 따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네가 원할 때, 언제든지 마탑으로 오거라. 네가 원하는 지식을 전수해 줄 터이니.”
다만 따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별개로 그 내용은 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강렬했다.
마탑주의 마탑 초청과 더불어 지식까지 전수해 주겠다는 선언. 마법사에게 있어서는 손발이 벌벌 떨릴 선물이 아닐까?
분명 그럴 거라 믿는다. 트릭시가 직접 결정한 선물이니, 충분히 정보에 걸맞은 가치를 할 거야.
“여, 영광입니다, 각하!”
실제로 마법사는 트릭시의 말에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저게 의례적인 감사 인사인지, 진심 어린 감사 인사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꿰뚫어 보겠어.
다만 방 안에 있던 다른 마법사들이 부럽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으니,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물이자 보상이 맞는 것 같,
“너희들도 시간이 된다면 놀러 오렴. 지식 전수는 무리지만, 간단한 질문과 답변 정도는 괜찮으니까.”
?
“각하의 자비에 실로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과분한 은혜에 송구스러우나, 감히 각하의 고견을 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감사합니다!”
광기와 환호가 출산실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이 아직 울고 있어서 망정이지, 자고 있었다면 순식간에 깨어났을 크기였다.
피네가 한 명이 아닌 두 명을 낳았다는 소식은 빠르게 황제의 귀로 들어갔다.
황제도 피네가 품은 아이를 한 명이라고 알고 있던 상황. 당연히 한 명을 위한 축하 서신과 선물을 준비하던 와중에 ‘사실 하나가 아니라 둘이래요.’ 같은 소식을 들었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그렇기에 펑펑 울던 아서와 마거릿이 잠에 들고, 아이들이 새로운 막내’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사이. 슬쩍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황제의 연락을 받았다.
– 축하하네, 백작. 둘 다 건강하게 태어났다니 실로 다행인 일이야. 혹여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면 얼마나 서글픈 일이겠나.
“소신의 집안에서 생긴 작은 일에도 이리 신경을 써주셔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 작은 일이라니. 대부의 자식은 황태녀와 황자, 황녀의 남매나 마찬가지거늘.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리며 의자에 앉았다.
지옥을 찍먹했다가 천국으로 승천해서 그런가, 놀랍게도 황제의 말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평소 같았으면 한창 아이들을 돌보던 중에 연락을 받은 것 자체가 불쾌했을 텐데.
– 참, 황후도 축하한다고 하더군. 잠깐이지만 마음고생이 심했을 테니 푹 쉬라고도 말했다네.
“그렇습니까? 참으로 감사한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말에 더더욱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시 황후는 리브노만의 양심이다. 아주 찰나에 불과했지만 패닉에 빠졌을 나를 배려하였고, 마음을 다독이라는 조언까지 줬잖아. 이걸 어디 사는 누렁이도 보고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황후가 우리 집 사정을 아는 건 에리 덕분일 테고, 에리가 황후에게 연락을 한 건 모든 사태가 해결된 이후다. 그러니 황후도 여유롭고 관대한 마음으로 나를 다독인 거겠지. 상황이 급박하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을 거야.
– 헌데 백작. 짐이 듣기로는 그곳에 있던 마법사들이 큰 행운을 얻었다던데, 무슨 일인가?
“마법사 중 한 명이 귀중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허나 한 명만 챙기면 저희의 은인이 시샘을 받을 수 있으니, 다른 마법사들에게도 작은 선물을 준 것이라더군요.”
– 흠, 그런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훌륭한 판단을 내렸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황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 백작.
“예, 폐하. 하명하소서.”
– 인간이 한 번에 여러 아이를 낳는 건 드문 일이지. 허나 내 근처에서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세 번째가 짐에게도 생길 수 있지 않나?
이윽고 진지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놈. 아무래도 내가 세쌍둥이에 이어 남매까지 낳고 나니, 혹시 황실에도 1 + 1 이벤트가 생기는 건가 걱정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 그, 건 그렇다만. 이런 변수가 상수로 돌변한다면 앞으로 고생 좀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건 옳은 말이기에 침묵으로 동의했다.
한 명이 태어날 것이라 예상했는데 갑자기 둘이 태어나는 미친 변수. 이런 건 어디까지나 역사에 한 번 생겨야 할 일이지, 여러 번 발생한다면 예비 부모들이 미칠 수밖에 없다.
‘제발 한 명만.’
그렇기에 속으로 신들에게 기도했다.
부디 황후가 평범하게 한 명만 낳고, 한 마나를 여럿이 공유하는 변수가 생기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