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22)
로판 속 공무원 1022화(1023/1083)
아텔리우스의 처절하고도 절박한 노력 끝에 아서와 마거릿은 도로 잠들었다.
거대한 블랙 도마뱀에서 평범한 사람의 크기로 줄어들었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놀라서 울 필요가 사라졌으니까. 심지어 생긴 게 아빠랑 유사하기도 했고.
대신 날개와 꼬리라는 기괴한 액세서리가 달려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초점도 제대로 맞지 않는 아이들이라 그 액세서리에 반응하지는 않았다. 설령 반응했더라도 부정적 반응보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알 거 다 아는 어른의 시야에서 날개와 꼬리 달린 인간은 있을 수 없는 존재인 반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신기한 존재일 테니.
“겨우 달랬군. 이 동굴에 안 좋은 기억이 생기는 건 막았어.”
그렇게 ‘신기한 존재’로 변신한 아텔리우스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텔리우스의 말처럼 아서와 마거릿이 동굴과 아텔리우스에게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막았다. 만약 펑펑 울면서 헤어진 게 마지막 기억이라면 다시 방문하는 걸 본능적으로 꺼렸겠지. 그래서 아텔리우스는 울음을 멈추기 위해 변신까지 한 것일 터.
다만 워낙 다급한 변신이어서 그런 걸까.
‘내 얼굴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니 어색하네.’
왜 많고 많은 모습 중에 내 모습으로 변한 건지 당혹스럽고도 의아할 따름이다.
예상치 못한 깜짝 변신이라 ‘혹시 아텔리우스가 내 조상인가?’ 같은 생각도 잠깐 했다. 아텔리우스가 내 모습으로 변신한 게 아니라, 내가 아텔리우스의 피를 이어서 닮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물론 그럴 가능성은 없다. 아텔리우스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텔리우스의 가족사도 알게 됐다. 아텔리우스는 단 한 번의 결혼, 단 한 명의 자식만을 보았지. 그 자식은 후손을 남기지 못했으니, 아텔리우스의 핏줄은 존재하지 않아.
“왜 그렇게 보느냐?”
“아, 그, 거울을 보는 것 같아 신기해서 그렇습니다.”
멍하니 용인 모드 아텔리우스를 보다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신기하다지만 연장자의 얼굴을 너무 노골적으로 바라봤다. 이건 그 자리에서 소주병으로 대가리를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결례.
“거울치고는 다른 점이 많지. 오랜만에 인간의 모습을 취한 것이라 허술하기 짝이 없다.”
다행히 아텔리우스는 언짢음을 표하는 대신 픽 웃음을 흘리며 날개와 꼬리를 가볍게 움직였다.
인간 형태라서 그런가, 본체일 때보다 감정 변화가 더 명확하게 느껴졌다. 평상시에는 웃어도 표정 변화를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내가 근래 들어 가장 자주 본 인간이 너인지라, 나도 모르게 네 모습을 빌리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 모습으로 변해주셔서 이 아이들도 금방 진정한 것이겠지요. 제가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나 홀로 상상하던 출생의 비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내 몸에 드래곤의 피는 흐르지 않았다. 그냥 디폴트 모델링이 나로 지정돼서 내 모습으로 변한 거였어.
“헌데 그 아이들. 다시 깨지는 않겠지?”
“예. 한 번 잠들면 최소 1, 2시간은 곤히 자는 편입니다.”
“다행이로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텔리우스는 본체로 돌아갔다.
“인간의 몸으로 움직이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색해서 버틸 수가 없다. 전대 로드께서는 어찌 인간의 모습으로 하루 종일 지내셨는지 놀라울 지경이야.”
그리고 훅 치고 들어온 전대 로드라는 단어에 손이 파르르 떨렸다.
전대 로드, 인간의 모습, 하루 종일. 내 앞에서 그런 흉측한 단어는 쓰지 말아 줘. 요즘 정신이 없어서 1일 1회 머리 타격도 못 하고 있다고.
‘하필 양손이 봉인 상태라니.’
통탄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흉한 말을 들은 고막을 태우거나, 머리를 바닥에 내리꽂아 일시적 기억 상실을 도모하고 싶다.
하지만 내 품에는 소중하고 가녀린 막내들이 있다. 나 혼자 다치는 건 상관없어도 우리 아이들이 다치는 건 곤란해.
“…그럼 어르신.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아이들을 포근한 요람에 내려두고, 당장 대가리를 내리쳐 기억 소거를 위해 노력하자.
“그래, 잘 가거라. 그 아이들은 아까 말한 것처럼 전부 건강하니 괜한 걱정은 하지 말고.”
“물론입니다. 어르신께서 확신을 주셨는데 어찌 불안에 떨겠습니까.”
다소 급한 탈주였지만 아텔리우스의 덕담 덕분에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다.
마거릿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잔인한 진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어떠한 말보다도 충격적이었으나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 흉악하고도 더러운 미래는 사라지고, 내 눈에 보이는 건 건강하게 태어난 두 남매니까.
사실 죽을 가능성은 마거릿보다 내가 더 많이 겪었었잖아. 대토벌 전쟁 당시에 전사할 뻔한 적이 몇 번이던가. 그럼에도 나는 그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남았으니, 마거릿도 위기를 넘기고 꿋꿋하게 태어난 것이다.
아마 신들의 보우와 가호 덕분에. 나에게 이래저래 낙인을 찍은 세 신의 관심 덕분에.
‘우선 북방부터 가자.’
천사 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는 아서, 마거릿을 바라보다가 결정했다.
저택으로 복귀하면 바로 북방으로 가자. 아이들의 무사 탄생에 세 신이 관여했다면, 영원한 푸른 하늘이 내게 도움이 준 것이 맞는다면 북방부터 찾아가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옳다.
솔직히 영원한 푸른 하늘이 좀, 다른 신들에 비하면 조금 강렬한 성품을 자랑하잖아. 자기가 애써 명예 제사장의 자식을 위해 힘을 썼는데 다른 신부터 찾아간다? 추할 정도로 오열하며 서러워할 가능성이 높지.
에넨과 콘스탄티나도 영원한 푸른 하늘의 강렬한 성품을 알기에 내 결정을 이해할 거다. 어쩌면 내가 자기들한테 먼저 찾아가면, 당장 북방으로 가라고 등을 떠밀지도 모른다.
‘아님 말고.’
왜 늦게 왔냐고 따지면 대화 나눈 순서대로 찾아갔다고 하지 뭐.
이러나저러나 세 신 중에서 가장 먼저 접촉한 상대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었으니까.
저택 창고에 박혀있던 모피를 몇 장 챙긴 채 북방으로 갔다.
정확히는 지즈의 터전이자 영원한 푸른 하늘의 신전이 존재하는 최북방으로.
– 으잉? 웬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리고 막 겨울 삼국에 다녀오기라도 했는지, 무언가 바리바리 들고 있던 지즈가 반겨주었다.
“영원한 푸른 하늘께 공물이나 바치려고.”
– 넹?
고개를 갸웃거리는 지즈를 뒤로하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대한 영원한 푸른 하늘 동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위엄 넘치고 고귀하게 보이는 동상이야.
‘평소에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얼마나 좋아.’
라는 못된 생각이 고개를 들었지만 빠르게 털어냈다.
내가 이 신전에 온 것은 신들이 우리 마거릿을 살려줬다는 확신을 확정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 숭고하고 경건해야 할 장소에 불경한 생각을 하는 건 좀 그렇지. 아무리 내가 영원한 푸른 하늘과 친한 편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법 아니겠나.
그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동상 앞에 모피를 내려놨다. 내 창고에 있던 물건이니 공물로 쓰기에는 충분한 품질이다.
‘북방의 친우가 북방의 신께 인사드립니다.’
이내 속으로 영원한 푸른 하늘에게 기도를 올렸다.
비록 북방 유목민은 아니지만 북방 파벌의 파벌장인 ‘북방의 친우’로서. 외부에서 온 친우가 북방을 터전으로 삼은 신에게.
– 어, 뭐야? 언제 왔어?
‘방금 막 왔습니다.’
이 진심 가득한 기도에 잠잠하던 영원한 푸른 하늘도 늦게나마 반응했다.
그보다 목소리가 조금 잠긴 것이 자고 있다가 깬 모양이다. 진짜 인간의 일에 개입한 대가로 채팅 제한을 먹은 거였나?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뭐, 신도가 신전에서 기도를 드리는데 신의 허락을 일일이 받는 것도 좀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왔습니다.’
– 그, 그렇지! 신도의 믿음과 기도는 신도의 자율적 의지로 이루어지는 거니까! 나한테 허락받을 필요는 없어!
다만 신도라는 말을 듣자마자 영원한 푸른 하늘의 목소리에 활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내가 영원한 푸른 하늘의 신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언. 그것도 신의 집인 신전에서 공물까지 올리며 한 발언이니, 어디 허허벌판에서 흘러가듯 발언한 것보다 무게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후자가 ‘언제 밥 한 번 먹자.’ 같은 느낌이라면, 지금 한 선언은 상대의 손목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간 수준이니.
– 게다가 명예 제사장은 기도하는 게 업무야! 마음껏 해도 돼!
‘명예 제사장은 좀 그렇군요.’
– 그, 그래…? 그럼 그냥 신도로 할까?
급격히 쪼그라든 목소리에 웃음을 흘릴 뻔했다.
평소에는 명예 제사장이라 부르면서 왜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빼는 건지. 이제 신앙을 그럭저럭 회복해서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건가? 옛날에는 정말 나 없으면 망할 수준이었으니까.
‘참, 그러고 보니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 응? 나한테? 뭔데?
아무튼 웃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본론으로 돌입했다.
‘이번에 제가 새로운 막내들을 보았습니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요. 그것도 아들 하나, 딸 하나라 남 부러울 게 없습니다.’
– 그래? 축하해! 자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헌데 제가 이래저래 알아보니, 딸은 이 아빠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하늘로 갈 뻔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영원한 푸른 하늘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반응조차 없이 완벽한 침묵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태어난 것을 보니 하늘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았고, 초목의 주인이 제 딸을 보고 싶어 했으며, 태양의 주인이 따스하게 앞날을 밝혀준 것 같습니다.’
이 말에도 영원한 푸른 하늘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좋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영원한 푸른 하늘의 성격상 정말로 모르는 일이면 도리어 되물었을 것이고, 관련이 없는 일이면 부인했을 테니.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인사드려야 할 곳이 더 있어서요.’
– 어, 응. 그래! 가 봐!
‘그리고 이제 명예가 아니라 그냥 제사장으로 합시다. 영원한 푸른 하늘 신앙도 다시 부활했는데, 제사장 숫자도 슬슬 늘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공석인 대제사장 자리에 바란디가 후작이 오를 명분이 서죠.’
마지막 선물을 툭 던지고 몸을 돌렸다.
진짜냐고 끊임없이 되묻는 영원한 푸른 하늘의 목소리에 그저 웃음만 흘렸다.
***
손님이 돌아가자마자 언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지즈! 명예 제사장이 이제 내 제사장 된대!
– 어, 진짜?
– 응! 아무래도 그때 그 일 때문 같아!
그때 그 일. 고고히 떠있는 하늘로서 신도들의 행보를 관망하던 언니가 그동안의 결심을 깨고, 의례적으로 인간의 일에 개입했던 일.
작디작은 생명의 비극적인 운명을 거두어내고 찬란한 미래를 선사했던 그 일.
–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말하지 그랬어. 아이가 좀 아팠는데 언니가 치료해 줬다고.
– 그건 좀…
내 말에 언니의 목소리가 확연히 작아졌다.
– 뭔가 애 목숨 인질 잡고 으스대는 것 같잖아. 솔직히 내가 걔한테 얻어먹은 게 얼만데. 게다가 예전에 태어난 아이가 아플 때는 아무것도 못해줬고.
– 하긴. 그리고 언니 혼자만 나선 것도 아니지.
– 그것도 그래.
머쓱하다는 듯 웃기 시작한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땅에 주저앉았다.
언니도 참. 하여간 생색을 내야 할 때 못 내니까 신앙이 조금씩 줄어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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