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50)
로판 속 공무원 1050화(1051/1083)
코넬리아와 함께 지브로트로 건너갈 티티 주니어는 순식간에 정해졌다. 제니 근처에서 꾸벅꾸벅 졸던 녀석 하나가 코넬리아의 발걸음 소리에 번뜩 눈을 뜨더니, 맹렬하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으니까.
비록 2기 주니어가 아닌 1기 주니어여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빅-인절미였으나, 코넬리아는 도리어 거대한 덩치에 기뻐했다.
이해한다.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아담한 녀석도 귀엽지만 양팔로 꽉 끌어안아야 겨우 감당할 수 있는 녀석도 귀엽지. 코넬리아의 취향은 둘 중 후자였을 뿐이다.
“고마워, 티티.”
– 멍!
그렇게 분양을 마치고 저택에 복귀한 후. 큰 결단을 내려준 티티의 머리를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티티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분양이었고, 분양 장소는 제도 안이나 제국 안도 아닌 저 먼 타국이라고 하지 않나. 티티가 조금만 사나웠다면 주인이고 나발이고 내 목덜미를 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절하고 눈물겨운 설득 끝에 티티의 승낙을 이끌어냈다.낯선 타국으로 떠나지만 무려 왕가의 며느리요, 공작가의 공녀가 돌볼 터이니 부족함 없는 삶을 살 거라고. 또한 지브로트로 새끼를 데려갈 아이는 가족과 헤어지게 된 아이니, 그 아이를 가엽게 여겨달라고. 그렇게 사정사정하니 어떻게든 성공했다.
자신의 새끼가 귀한 대접을 받으며 살 거라는 믿음, 가족과 헤어져 타지살이를 해야 하는 코넬리아에 대한 동정심. 이 두 가지가 결합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
‘티티가 착해서 망정이지.’
물론 티티의 자비로움과 선량함도 한몫했다. 코넬리아의 외로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새끼를 지키고자 했다면 나도 답이 없었어.
“황금공한테 말해서 좋은 개껌 하나 만들어볼게.”
– 멍멍!
내 말에 티티는 더욱 해맑게 짖었다.
황금공도 우리 티티한테 빚 하나 진 거다. 그러니 개껌 하나 고급지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거절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아니지. 아예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계약이나 할까? 내가 티티랑 성수들을 기르기 시작한 이래, 그리고 상황의 두덕리 온라인이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한 이래로 제국 귀족들 사이에서는 애완동물 기르기가 유행으로 번졌다.
덕분에 황금공도 그쪽 관련 사업을 크게 일으키는 중이라 들었는데, 티티를 위해서라면 그깟 계약이 뭐 그리 대수일까.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이윽고 황금공의 빠른 결단력과 행동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귀족들 사이에서 애완동물 열풍을 이끈 당사자는 나다. 애완동물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면 황금공보다 내가 하는 것이 명분적으로도 앞서고, 근거지도 지방이 아닌 제도기에 유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업의 ‘ㅅ’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으니, 황금공이 열풍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역시 돈도 벌 줄 아는 사람이 버는구나 싶다. 나는 백 년을 더 살아도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예술이야.
결단력과 행동력이 빠른 건 황금공의 사돈(진)도 마찬가지였다.
“5일 후, 말입니까?”
“그래. 그때 지브로트로 입국하면 될 것 같네.”
5일. 고작 5일 후면 국혼을 진행하고자 지브로트로 입국해야 한다.
황제가 한 달 안에 국혼이 이루어질 거라 말했을 때도 충격적이었거늘. 설마 한 달도, 1주도 아닌 5일이라는 기간이 나올 줄이야.
“아니, 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아무리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도 그게 가능한 겁니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황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말았다.
이번 일만큼은 누렁이도 무관하며 무고하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애꿎은 누렁이에게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국혼을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할 수 있는 거냐. 동네 평민들의 스몰 웨딩도 그것보다는 여유롭게 준비하겠어.
“짐이라고 어떻게 알겠나. 만약 발부르 왕가의 미래가 걸린 국혼이 아니었다면 졸속으로 준비하는 건가 진지하게 의심했을 걸세.”
일단 당연하게도, 황제는 내 말에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황금공이 결혼 절차와 방식, 전례는 오롯이 발부르 왕가에게 맡겼다더군. 그래서 빠른 준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 중이야.”
뒤이은 첨언에 머리를 굴리다가 빠르게 납득했다.
결혼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요, 이는 두 가문의 방식과 전통이 뒤섞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두 가문의 결혼은 가문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 양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허나 황금공이 결혼식에 대한 발언권을 포기하고 오롯이 상대 가문에게 맡긴다? 심지어 그 상대 가문이 족내혼의 정점인 발부르다?
‘브레이크 떼버린 스포츠카네.’
발부르는 수백 년 동안 족내혼을 진행했기에 자신들만의 결혼 전례 및 전통성이 확고한 집단이다. 결혼식 때 적용할 매뉴얼이 확고할 테니, 작정하고 내달리면 순식간에도착점에 도달할 터. 덕분에발부르의 초고속 국혼을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도 1주 이내에 처리되는 건 상당히 놀랍지만 말이야. 아마 황금공도 이 소식을 들으면 놀랄 거다.
“그러고 보니 백작. 왕세자의 결혼이라 결혼식장에는 지브로트의 추기경도 모일 걸세. 미리 알아두게나.”
“예, 폐하. 명심하겠습니다.”
예상했던 말이라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계 왕족이 아닌 직계 왕족, 그것도 차기 국왕인 왕세자의 결혼식이다. 왕실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추기경이 참석하는 건 놀라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추기경이 불참한다면 여명 교단이 발부르 왕가한테 파문이라도 날린 건가 고민했겠지.
“핫.”
“폐하?”
“아, 별일 아니네. 그저 발부르 왕가뿐만 아니라 지브로트의 사제들에게도 큰 선물을 주게 됐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황제는 품에서 작은 패 하나를 꺼냈다.
“아직 5일 남았지만 미리 받아두게. 백작이 짐을 대리한다는 증표야. 아무리 백작이 성인 자격으로 가는 것이라도, 제국의 공작가가 엮인 결혼이니 황제의 대리인도 가야 하지 않겠나.”
“소신이 아닌 다른 대리인을 선정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이 두 역할을 한다면 성의가 좀, 부족해 보이지 않을는지.”
“아니지. 오히려 백작이 모든 권위를 가지고 방문해야 발부르 왕가도 만족하겠지. 괜히 권위를 나눠 가지면 관심만 분산될 뿐이니까.”
그 관심 분산을 원하는 거라고, 이 망할 누렁이 새끼야.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솟았지만 참았다. 현재의 나는 황제의 어마어마한 결단과 양보로 인해 빚을 잔뜩 짊어진 상태니까. 이런 사소한 걸로도 조금씩 조금씩 빚을 깎아나가야 돼.
“뭐, 백작이 원한다면 다른 대리인을 찾아보도록 하지. 5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소신이 하겠습니다. 폐하를 대리할 수 있는 영광을 어찌 남에게 양보하겠습니까.”
“음, 그리 말해주니 기쁘군.”
흡족한 미소를 짓는 황제의 모습에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둘째 장인어른과 트릭시의 숙원을 들어준 놈이다. 그걸 위하여 12대의 전통과 까마득한 조상의 유품도 넘겨버린 미친놈이다. 저 광기를 극복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
한동안은 저놈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순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게 한탄스럽다.
***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딸들을 시집보내는 건 익숙하다. 오히려 딸들을 평생 옆에 두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리고 가까운 곳으로 시집을 간 딸이 있는 만큼 먼 곳으로 시집을 간 딸들도 존재하지만, 아예 국경 너머로 떠나는 딸은 코넬리아가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않은 일이라 당황스럽기는 하다. 언젠가는 코넬리아도 제 짝을 찾아서 이 아비 곁을 떠날 거라 예상했으나, 그 언젠가가 올해가 될 줄이야. 그것도 제 짝이 제국 내 귀족이 아닌 타국 왕족일 줄은 더더욱 몰랐고.
“올해가 너와 함께 지낼 수 있는 마지막 해일 줄 알았다면 더 자주 노는 거였는데.”
지브로트로 갈 준비를 마친 코넬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물론 통신구가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매일 얼굴을 볼 수 있다. 제국 내에 있는 딸들도 시집을 간 이후로는 직접 대면할 일이 없다시피하니, 코넬리아가 특이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딸의 출가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내가 조금만 더 잘해줄 걸이라는 후회, 혹시나 이 아이를 서운하게 한 것은 없나 하는 두려움이 공존하기에.
“괜찮아요! 통신구가 있으면 매일 대화할 수 있잖아요! 다른 언니들이랑도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내 말에 코넬리아는 당찬 목소리로 답했다.
정말로 괜찮을 리는 없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은 나조차 씁쓸한데, 이 아이가 어찌 덤덤할까.
“그래. 매일매일하거라. 이 아비가 한가한 시간은 잘 알고 있지?”
“네!”
그래도 씩씩하게 떠나려고 하는 딸이다. 어린 딸이 이토록 노력하는데 서글픈 얼굴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이제 며칠 후면.’
코넬리아를 쓰다듬던 손을 거두었다.
코넬리아는 나보다 먼저 지브로트로 이동하고, 며칠 간의 준비를 마치면 결혼식이 진행된다. 그때는 나도 신부의 친부로서 참석할 예정이다.
그때가 코넬리아와 작별할 때다. 코넬리아 오시덴이 아닌, 코넬리아 발부르가 태어나는 날이다.
“우리가 없는 동안 코넬리아를 잘 부탁한다.”
– 멍!
이윽고 코넬리아 옆에 있던 녀석의 머리도 쓰다듬었다.
티티의 새끼라고 해서 작은 녀석이 올 줄 알았지만 듬직한 녀석이 와서 조금 놀랐었지.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타지 생활을 할 코넬리아의 곁을 지켜야 할 녀석이니, 오히려 거대한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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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로트에도 사업장을 좀 만들어야겠어.’
다시 코넬리아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동안은 내륙국이라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이제는 내 딸의 두 번째 조국이자 터전이 됐다. 딸의 체면과 편의를 위해서라도 내 영향이 조금은 닿아야 한다.
또한 사업장이 존재한다면 현지 파악을 명분으로 지브로트에 방문할 수도 있다. 비록 제국과 지브로트 양국의 허락을 받고 방문해야겠지만, 명분이 없는 것보다는 작은 거 하나라도 존재하는 게 좋을 터.
‘가끔씩은 보자꾸나.’
언젠가는 이 아비가 너를 먼 타국에 있어서 못 보는 딸이 아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영향력 내의 딸로 만들어줄 테니.
아빠 또 왔냐고 귀찮아할 정도로 만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