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071)
로판 속 공무원 1071화(1072/1083)
가출 꼬마 드래곤은 시한부와 같은 사흘의 시간을 알차게 즐겼다.
물론 소르니에나는 자신이 시한부 상태에 놓인 것을 알지 못하였지만, 그렇기에 심적 부담 없이 더욱 격렬하게 자유 시간을 즐기더라. 어찌나 해맑고 명랑하던지.
만일 소르니에나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면 사흘 내내 안절부절못하거나 제국 국경 바깥으로 희대의 탈출쇼를 벌였을 확률이 높다.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니 모두에게 기쁜 일이 아닐까?
‘오늘이 마지막 날.’
그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 소르니에나를 보며 작게 심호흡을 했다.
베히모스와 동물 친구들이 마음에 들었는지, 소르니에나는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베히모스, 지즈와 어울리며 뒤뚱뒤뚱 걸어 다니기 바빴다. 놀랍게도 사흘 동안 날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을 정도다.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면 애꿎은 백성들이 놀랄 테니 실로 다행인 일이나, 내가 드래곤을 감시하는 건지 빅-도마뱀을 관리하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더라.
‘그래도 이제 끝이다.’
점점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을 힐끗 바라봤다.
사실 감시고 나발이고 이제 상관없다. 곧 소르니에나와 약속한 사흘의 시간이 끝나간다. 제국을 뒤흔들었던 희대의 가출이 막을 내리고, 소르니에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바로 부모의 꾸중이 아닌 일족 어르신의 꾸중이라는 강력한 형태로.
‘기다리면 된다고 했었지?’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내가 저 꼬꼬마 드래곤 때문에 부모 드래곤 앞으로 날아간 걸 생각하면 아직도 손발이 덜덜 떨린다. 저 꼬마 녀석이 얼마나 혼나든 내 정신적 고통의 10%도 느끼지 못할 터.
그래서 어제 아텔리우스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기분이다. 분명 자기 앞으로 데려올 필요 없이,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했었지.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덕분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출 꼬마를 꾸짖을 어른이 있다는 건 기꺼운 일이나, 그 꼬마를 어른 앞으로 대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막말로 아텔리우스의 동굴로 은근슬쩍 유도하는 걸 눈치채고 튀면 답도 없어. 이 세계에서는 돈가스 먹으러 가자고 꼬실 수도 없으니.
“잘 놀았다! 이제 갈래!”
– 잘 놀았다면 다행이구나. 다음에는 부모의 허락을 받고 오거라.
“응! 그럴게! 또 봐 아저씨!”
그 와중에 소르니에나는 자신의 운명이 다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베히모스와 훈훈한 작별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즈 언니도 또 봐!”
– 그래! 다음에는 같이 하늘 날아다니면서 놀자!
“좋아!”
이내 지즈와도 히히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베히모스는 아저씨면서 왜 지즈는 언니일까. 설마 소의 얼굴에서 노안을 느낀 건 아닐 텐데. 그냥 지즈의 정신세계와 소르니에나의 정신세계가 비슷해서 그런 건가?
“칼도 잘 있어! 아빠랑 엄마 설득해 줘서 고마워! 이 은혜 잊지 않을게!”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소르니에나를 향해 살며시 목례를 했다.
이제 몇 시간 정도 후면 저 은혜가 원한으로 돌변할 거다. 다른 의미로 나를 잊지 못할 터이니 나는 저 감사를 받을 권리도, 이유도, 생각도 없다.
“으잉?”
‘응?’
그리고 소르니에나가 인사를 마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갑자기 소르니에나의 발밑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상당히 익숙한 문양이다. 저거 텔레포트 마법진 아닌가?
‘설마.’
난데없이 튀어나온 텔레포트 마법진. 심지어 위치는 소르니에나 바로 아래.
설마 아텔리우스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는 게 저거 때문이었나? 멀리서도 텔레포트로 상대를 소환할 수 있으니, 피곤하게 자기 앞으로 데려올 필요 없던 거였어?
“뭐, 뭐야? 텔레포트? 여기 마법사 있었어?”
소르니에나도 이 상황이 당혹스러운지 근처를 두리번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빛과 함께 사라졌다.
텔레포트 마법진처럼 보였던 마법진은 정말로 텔레포트가 맞았다. 아텔리우스는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를 일방적으로 소환하는 경이로운 마법을 선보인 것이다.
‘세상에.’
비마법사인 나조차 저게 말도 안 되는 예술이라는 건 알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텔레포트를 얼마나 빠르게 시전하느냐, 자주 사용하느냐, 멀리 이동할 수 있느냐, 많은 인원이나 물자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느냐로 수준이 갈린다. 자신과 떨어져 있는 대상을 텔레포트로 소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운전 실력이 뛰어난 운전사라도 일단 차에 타야 운전을 하는 게 상식인 것처럼.
‘드래곤 엄청나네.’
역시 불멸의 삶을 살아가는 드래곤, 그중에서도 원로 중의 원로는 상식을 벗어난 존재인가.
저 정도 위용은 보여야 악신들을 두들겨 패고 세계수 가지도 삥 뜯은 흉룡이구나 싶다.
***
갑자기 텔레포트에 휘말렸다.
이상해. 분명 내 근처에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었을 텐데? 분명 칼은 검사라고 하지 않았나? 설마 마법사였어?
아니, 애초에 텔레포트를 자신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만 보내는 게 가능한가? 인간들이 설치한 마법진도 반대쪽에서 받아주는 마법사가 있어서 사람만 보내는 게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필멸자가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텔레포트로 이동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왔구나.”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아빠랑 엄마보다도 큰 검은색 드래곤이 보였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구나, 소르니에나.”
엄청 거대한 드래곤. 우리 드래곤 중에서도 어마어마하게 오래 살고 강한 분이라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저, 그게, 어어어…”
빠르게 머리를 굴리다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떠올랐다.
아빠랑 엄마보다도 거대한 덩치와 새까만 비늘을 가진 아저씨라면,
“아, 아텔리우스 아저씨?”
“그래, 맞다. 아텔리우스라고 한다.”
고개를 끄덕인 아텔리우스 아저씨는 꼬리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
“일단 앉거라. 너에게 해야 할 말이 많다.”
“아, 아저씨이… 저, 아빠랑 엄마하고 약속한 게 있어서 집에 가야 되는데요…”
가슴을 조금씩 채워가는 불안감에 슬며시 뒷걸음질을 했다.
이거 뭔가 이상해. 왜 집에 가기로 한 날에 아텔리우스 아저씨 집으로 온 거지? 왜 아저씨가 나한테 할 말이 많다고 하는 거지?
“괜찮다. 네 부모에게 양해를 구한 일이니, 며칠 정도는 여기에 있어도 문제없다.”
“에엑.”
아저씨의 말에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다.
“부모 몰래 집을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지?”
점점 아텔리우스 아저씨의 머리가 가까워졌다.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건 좋은 일이다. 허나 부모를 걱정하게 만든 건 결코 칭찬할 수 없는 일이지.”
에, 에에에엑…
“너에게 드래곤이 가져야 할 올바른 상식과 태도를 가르쳐 주도록 하마. 너는 현명하고 선한 아이라고 들었으니, 제대로 반성한다면 이 아저씨의 말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거다.”
호에에에에엑…!
‘날 속였어…!’
아빠와 엄마, 칼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찔끔 흐를 것 같았다.
너무해! 너무해! 어떻게 날 속일 수가 있어! 안 혼내겠다고 약속했잖아! 사흘 놀다가 돌아오라고 했잖아!
‘너무해!’
이 일, 절대 잊지 않을 거야!
***
가출 꼬마 드래곤의 깜짝 등장으로 시작된 연계 퀘스트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괜히 아텔리우스의 동굴에 얼굴을 비치면 분노한 꼬마 드래곤의 꼬리치기가 날아올 것 같아 직접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로드가 황제에게 말하기를─ 소르니에나가 성공적으로 아텔리우스 곁에 안착했다고 한다.
실로 기쁘고도 아름다운 결말이다. 소르니에나는 어쨌거나 부모에게 혼나는 걸 피했으며, 무려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만족할 만큼 놀았다. 데미도로스와 펠리오네는 일족의 원로에게 딸의 훈육을 맡길 수 있었다. 아텔리우스는 작고 소중한 아이를 돌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결말은 드래곤 역사를 뒤져봐도 드물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 노고가 많았네, 백작. 드래곤 사이에 생긴 문제조차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다니. 짐은 백작의 행보를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야.
“어찌 소신 홀로 그 일을 이루어냈겠습니까. 로드께서 데미도로스 어르신과 펠리오네 어르신을 달래신 덕이요, 그 두 분이 인내를 가지신 덕이며, 아텔리우스 어르신이 나서주신 덕이었습니다. 단 한 분의 도움이라도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 반대로 백작이 없었더라면 그분들이 힘을 모았어도 일이 어긋났을 수 있네. 그러니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소르니에나를 추격하여 따라 잡지 못했더라면 제아무리 로드라도 데미도로스와 펠리오네를 달래는 것에 실패했을 수 있다. 당장 딸의 행방을 알 수가 없는데, 로드가 아니라 전대 로드의 말이라도 귀에 안 들어오지.
그러면 결국 두 성체 드래곤이 동굴을 뛰쳐나가는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졌을 테고, 제국과 백성들의 혼란은 극에 이르렀을 터.
– 헌데 백작.
“예, 폐하.”
–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지만 졸지에 위대한 분을 속이게 되었군. 괜찮겠나?
“소르니에나 님의 원망은 마음이 아프나, 데미도로스 어르신과 펠리오네 어르신께서 잘 다독여주실 거라 믿습니다.”
– 흐으, 그도 그렇군.
요약하면 ‘꼬마가 화를 내도 부모가 내 편이니 괜찮음.’ 이라는 노골적인 대답. 황제도 납득했는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데미도로스와 펠리오네가 세상을 뜨기라도 하면 꼬마의 분노가 나에게 향하겠다만, 불멸의 존재인 드래곤은 결코 세상을 뜰 일이 없다. 만에 하나 영겁의 시간이 흘러 그 둘이 영면을 택한다? 그때쯤이면 내가 아니라 크라시우스 가문의 존재 여부를 고민해야 할 수준이지.
– 아무튼 다시 말하는 거지만 노고가 많았네. 사흘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테니 푹 쉬도록.
“예, 폐─”
– 폐하!
통신구 너머에서 황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 황후 폐하께옵서 산통을 시작하셨사옵니다!
– 뭐?
‘아.’
YW9peUx5cktZYXhyU2hzY1VsMkQ0WGtIWlNZUTExdFlvYzY2QmV5N0Fqc1V3MXAyTkZjMzU4WHFHUUJZcTFIWA
어마어마한 소식에 조용히 통신구를 껐다.
오늘이나 내일, 새로운 황족이 태어나는 경사가 제국을 뒤덮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