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14)
제 14화
원치 않았던 주연 집결 – 5
제국의 사악한 음모로 인해 자국의 주요 인사가 음흉한 제국 관료의 감시 하에 놓여버렸다. 그것이 현재 삼국이 품고 있는 의심.
‘지랄하고 있네.’
의심을 받아버린 음흉한 관료로서는 속이 터질 것 같은 오해에 불과했다. 오히려 삼국 놈들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왕실, 성자 후보나 되는 유력 인사의 행동을 그렇게 간단히 유도할 수 있나? 내가 그게 가능했으면 재무성이 아니라 특무성에서 일하고 있었지.
물론 삼국의 타들어가는 속내와 의심은 이해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여자에 홀려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가능성보다는 제국의 수작이라는 가능성이 미세하게 더 높기는 하니까. 둘 다 바닥을 기어 다닐 가능성이라 문제지만. 그러나 그 중 하나가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내일 오전 중에 동아리실에 오면 된다고 전해주십시오.”
잠시 고민하다 교감에게 말했다. 괜히 이런 오해를 오래 묵혀두면 이상한 방향으로 커지기 마련. 지금은 단순히 제국이 주요 인사를 감시 하에 두긴 위한 술수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어느새 주요 인사를 미끼로 삼국에 흉악한 짓을 저지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교감도 삼국과의 빠른 접촉이 중요한 일임을 알기에 반발 없이 수긍했다. 사실 불만이 있어도 교감 입장에서 내 말을 거부할 수 없기는 하다. 계속 메신저로 사용하는 게 미안하지만, 일반 교직원들에게 말을 걸면 정말 기겁할 것 같으니 원.
“예, 바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 교감을 돌려보내고 다시 동아리실로 들어가자 여전히 루이제가 중심에서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원작 주인공이라지만 남작가에 불과한 루이제가 저 사이에서 멀쩡한 것이 신기하긴 하네.
그래도 저렇게 루이제가 다섯 명을 홀로 붙잡고 있을 수록 내가 편하니 나쁜 일은 아니다. 사실 루이제는 탱커에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아, 오라버니!”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어그로가 튀었다. 루이제의 시선 돌리기에 다섯의 시선도 나에게 꽂혀버렸다. 아니, 시선 너무 뜨거운 거 아니냐. 오라버니라는 말에 반응하는 건 너무하잖아. 내가 너희보다 먼저 태어난 걸 어쩌라고.
둘러싸여 있던 루이제가 용케 인간 벽을 헤쳐 나와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나가신 줄도 몰랐어요.”
“잠깐 찾는 사람이 있어서. 별일 아니다.”
너한테 홀린 남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나라 몇 개가 뒤집어졌어, 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루이제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긋 웃고 선반 쪽으로 걸어갔다.
“마침 어제 남은 쿠키를 나눠 먹으려 했거든요. 새로 부원도 늘었으니 기념으로요!”
선반에 놓인 쿠키통을 연 루이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이거밖에 없었나?”
그거 오늘 내가 몇 개 집어먹었다. 3연벙에 당하니 정신이 혼미해서 당분이 절실해 가지고. 미안해, 어차피 나만 먹을 것 같았어.
나는 남은 거라도 부원들에게 나눠주는 루이제의 뒷모습을 머쓱하게 바라보았다.
신규 부원 셋도 고급 입맛의 배때지가 부른 놈임을 인증한 다음날.
“아르메인 왕국 왕실 기사단 소속, 빌라르 가넬리입니다.”
삼국 측 대표가 동아리실에 방문했다. 무뚝뚝한 인상에 입을 다물고 있으면 굳게 닫힌 성문을 보는 것 같은 사내. 아르메인 왕국의 왕실 기사단 소속인 기사로 아카데미에 머무르는 삼국 전력 중에서는 나름 고위급에 속하는 인사다. 아마 왕실 기사단 전체에서 4, 5석 정도는 하는 인물이었지.
“반갑습니다, 빌라르 경. 이리 직접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감찰관님을 뵙기 청한 것은 저희니, 마땅히 그래야지요.”
먼저 간단히 인사와 악수를 나누며 빌라르를 자리에 앉혔다. 삼국을 대표하여 딱 한 명이 왔다라…
‘삼국은 이미 협조로 가닥이 잡혔나.’
교감을 통해 전달된 편지가 한 통이었으니 짐작은 했지만, 사람도 한 명이 온 것을 보면 이미 삼국은 서로 협력하여 같이 발 맞추기로 한 것 같다. 하기야, 제국 영토에서 1:1:1:1 각축전을 벌일 바에는 1:3이 조금이라도 유리하긴 하겠지. 그렇기에 삼국 중 국력으로 앞서는 아르메인 인사가 대표로 왔을터.
앞으로 삼국의 대표로 나올 인사가 왕실 기사단 4, 5석 정도면 내 선에서 대응하기에는 충분하다. 부장인 나를 감찰관으로 아카데미에 던진 것도 어지간한 타국 인사는 급으로 찍어 누르라는 의미가 있긴 했으니. 역시 내 팔자에 감찰부장은 어울리지 않았다. 감찰부장이라는 죄로 이게 무슨 고생인지.
“당분간은 나름 이웃이라면 이웃으로 지낼 사이인데, 그동안 경황이 없어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요. 빌라르 경의 서신이 없었다면 언제쯤 만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너희가 아카데미에 기어 들어와서 정신 없고 귀찮아 죽겠다. 사실 쭉 안 만났으면 했는데 너희가 만나자길래 만났다.
“손님인 입장에서 저희가 먼저 만남을 청하는 것이 도리겠지요. 그동안은 감찰관님이 맡은 업무를 방해할까 감히 청할 수 없었습니다.”
= 우리도 여기까지 온 것은 유감이다. 그런데 너 감찰관 딱지 달고 이상한 짓 하는 것 같더라?
가볍게 떠보았더니 무난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국 감찰관이 고문을 맡은 동아리에 주요 인사가 몰리는 현상은 경계하고 있지만, 그 외는 불만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본인들이 아카데미에 상주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여기는 것 같고.
‘전형적인 기사 같은데.’
삼국 입장에서 주요 인사의 입학은 갑작스레 결정된 일이었고, 호위 전력 파견도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얻은 성과였다. 그렇기에 호위 전력을 급하게 편성할 수밖에 없었고, ‘무력’, ‘직급’, ‘언변’, ‘협상력’을 전부 갖춘 인물을 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가 눈 앞에 있는 투박한 기사. 대화를 나눌 상대로는 편하다.
물론 나도 네 가지를 전부 갖춘 놈은 아니다. 단지 부장과 감찰관의 결합으로 권한 범위가 넓었고, 유사시 바로 장관에 토스할 마음으로 가득 찼다는 것이 차이점. 아무튼 다행이다.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은 삼국 대표가 대하기 편한 상대니까.
나는 바로 얼굴에 미소를 달고 입을 열었다. 좋아, 우리 평생 같이 가자.
“이거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요즘 일이 바빠서 말입니다. 특히 동아리 일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영 어색합니다.”
그 말에 빌라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동아리가 용건이었지만 직설적으로 언급할 줄은 몰랐던 모양. 잠시 침묵하던 빌라르는 자신도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결정한 듯 대답했다. 그래, 너도 이런 화법이 편하겠지. 보니까 그럴 것 같더라.
“소식은 들었습니다. 제국의 영애가 제과 동아리를 만들었다지요? 학우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기 위해서라, 그 영애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마음씨가 따뜻한 영애라는 건 알겠습니다. 아국의 왕자 전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셨는지 가입하셨더군요.”
“예, 그리고 유벤 연합왕국과 신성교국에서도 가입한 분이 계셨지요. 덕분에 조금 놀랐습니다.”
“그 소식도 들었습니다.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뭐, 모두에게 열린 동아리니 누가 들어와도 이상할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저만 조금 긴장하면 되니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나는 방금 삼국 인사의 가입이 나도 예상하지 못한 단순 우연이라고 말했다. 빌라르도 내가 괜히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히 말하는 걸 택한 것을 눈치챘고. 하지만 그것을 정말 그대로 믿어도 될지, 아니면 의심할지 고민에 빠진 모양이다.
그렇다면 결정에 도움을 줘야지.
“귀한 분들께서 어찌나 동아리에 열성을 보이시는지, 보는 제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뒤늦게 동아리 가입을 무르거나 동아리 자체를 박살내면, 루이제에게 홀린 그것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혹여나 무슨 사단이 터지지는 않을지 마음을 졸이는 중이기도 하고요.”
삼국 인사에 문제가 생길 때 심히 곤란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난 고문이라는 명함도 가지고 있기에 가장 먼저 불빠따를 맞을지도 모른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지만… 하하. 불가능한 일이니 제가 어떻게든 맡고 있습니다.”
이거 내가 포기하면 너네 중에 누군가 맡을지도 모르는데. 조별과제 조장 해보쉴?
갈등하는 빌라르의 등을 살포시 밀어주자 빌라르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무난하게 끝났군.’
빌라르는 결국 적당히 수긍하고 돌아갔다. 이미 빌라르는 통신구를 통해 원거리로 위에서 쪼이고, 아카데미에 같이 주둔 중인 아래를 관리하는 것에도 벅찼을 것이다. 심지어 아르메인 대표가 아닌 삼국 대표가 되어버렸다. 아마 앞으로 다른 두 국가에게 ‘님 왜 이거밖에 못함? 이게 최선임?’ 이라는 말에 시달리겠지.
거기에 내가 언급한 것처럼 동아리 가입 자체를 물리거나 동아리를 폐쇄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랫것들의 농간으로 높으신 분들의 취미, 의 탈을 쓴 연애 공간이 박살난다? 그 분노는 상상을 초월하겠지.
결국 동아리를 보존한 상태로 동아리에 제국의 눈을 떼려면 내가 고문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물러나면 그 다음은? 교직원들은 이 악물고 피하려 할 것이고, 멀쩡히 있던 제국인 고문을 물러나게 한 죄로 삼국이 맡을 확률이 존재한다.
그래, 내 후임이 생긴다면 높은 확률로 빌라르다. 안 그래도 구르는 와중에 끔찍한 지옥불 조별과제 조장도 수행하게 되는 것.
그런 이유가 섞여 빌라르는 이번 동아리 참변에 대해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돌아갔다. 아직도 주요 인사들이 동아리에 몰린 이유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건 수긍한 모양이었다. 그러면 충분하지.
사실 나도 왜 다섯이나 되는 것들이 루이제에 홀려 동아리에 몰렸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되니까. 내가 빙의자가 아니었으면 나를 빼고 제국에서 다른 공작을 펼치는 줄 알았을 거다. 저런 주요 인사들이 단순히 여자한테 홀려서 그런 거라고? 개소리 하지마.
“인생 진짜.”
어제 루이제가 새로 만든 쿠키를 입에 털어 넣었다. 물론 부원 다섯은 사실상 구경만 한 루이제만의 수제 쿠키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여럿 들렸다. 벌써 동아리 시간이 된 모양.
저것들은 내가 뒤에서 이렇게 고생하는 걸 알기는 알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 평소보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혹시 오늘 올려야 할 회차를 완성하지 못할까봐 마음 졸이며 작성했는데, 다행히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님들께 대가리 박고 내일 2회를 올리는 참사는 피했습니다…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irenairis님! 후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