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2)
제 2화
공무원입니다 – 2
장관이라는 마왕에게 납치된 부장 공주는 자력으로 탈출해 귀환했다.
“나 왔어.”
“오셨습니까? 저번보다는 빨리 끝나셨군요.”
“영감님 체력 좀 줄으셨나봐. 그러게 평소에 열 좀 적당히 내셔야지.”
차장의 말에 대답하는 사이 차장과 함께 앉아있던 과장 넷이 일어나려고 하자 난 손을 내저으며 도로 앉게했다.
“아, 됐어. 뭘 굳이 일어서.”
“장관님한테 대신 쪼인트 까여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개새끼야, 너 당장 일어나.”
부장을 도발하는 2과장과 그에 반격하여 권력으로 짓누르려는 부장.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지만 서로 익숙한지 낄낄거리며 각자 제자리에 앉았다. 마지막에 내가 상석에 앉고나서야 목례를 하는 다섯.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모인 인원들을 확인했다. 차장, 1과장, 2과장, 3과장, 5과장. 좋아, 다 모였네.
“자, 우리 친애하는 노예들. 퇴근 시간이 코앞이지만 이렇게 모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저 데이트 약속 있는데 급한 일인가요?”
“방금 그 말로 넌 당직 확정이야.”
“시발.”
괜히 입 열었다가 본전만 털린 2과장이 침몰하자 서류 한 장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나를 장관실까지 호출하게 된 원흉이자, 퇴근 직전에 간부진 버스터 콜을 외치게 된 이유. 오는 길에 몇 번이고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는지 모른다.
“보이냐?”
“다른 건 모르겠고 장관직인은 잘 보이네요.”
“무슨 내용이죠? 간부들 다 모인 건 오랜만이잖아요.”
“부장의 소중한 2시간을 빼앗은 느그들 작품.”
휙- 하고 던져지는 서류. 비비 꼬인 내 심정을 대변하듯 허공에서 춤추다가 정확히 탁자 가운데에 안착했다. 그제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간부들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차장은 속이 터지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과장들은 헛기침을 하거나 최대한 나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게 공기 중 떠다니는 먼지 입자를 노려보았다.
“요룬 백작가 턴 거, 누가 주도했어?”
그 꼬라지를 감상하던 내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봐줄게.’ 라고 최후통첩하는 부모님과 같았다.
“저… 제가 했습니다.”
슬쩍 눈치를 보던 3과장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고, 나는 순순히 자백한 죄인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넌 대가리 박으면서 들어.”
“네…”
물론 최후통접에 응한다고 정말 봐주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응하지 않고 버티면 그 후는 정말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알리라. 3과장은 눈물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머리를 박았고, 다른 과장들은 애써 시선을 돌리며 불똥이 튀지 않기를 기원했다.
공식적으로는 3과장이 주도한 일이지만, 사실상 과장들이 다 같이 덤벼들어 찢어버린 일이었으니.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기에 뜨거운 눈빛으로 과장들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셨다.
“우리 친애하는 노예님들. 우리가 하는 일이 사냥개 역할이긴 하지만, 정말 앞뒤 안 가리고 아무나 물어 뜯으면 그때는 노예가 아니라 친애하는 개새끼라고 부를 수가 있어요.”
내가 이끄는 부서, 제국 재무성 소속 감찰부. 공식적으로 재무성 장관과 황제만을 상급 지휘권자로 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관. 그리고 공공연하게 불리는 이름은 방금 언급한 것처럼 사냥개다. 돈의 흐름을 감시하고, 제국의 예산이 동전 하나라도 투입되어 있다면 주시하며, 불법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면 바로 뚝배기를 날려버리는 미치광이 집단.
이런 기관을 황제 직속이 아닌 재무성 장관 휘하로 둬도 괜찮냐는 말이 떠돌 정도로 감찰부의 위세는 상당했다.
그리고 그 상당한 위세로 인해 물어뜯을 타깃을 잘못 지정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두들겨 터지기도 한다.
“이번에 요룬 백작가가 갑자기 손모가지가 잘리면서, 같이 날아간 상행이 꽤 되더라고.”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 일로 황금공이 장관에게 우려를 표했다.”
“…….”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연 차장이 황금공이란 말에 흠칫하더니 대가리를 박고 있던 3과장을 노려보았다. 타깃을 잘못 지정하여 백작가 하나가 봉변 당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황금공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지금 알았다. 알았다면 장관이 부장을 호출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과장들을 제물로 바쳤을 것이다.
“…허면 황금공께서는 뭐라고…?”
“그 양반이 돈에 대해서는 미쳐 날뛰는 거 알지? 책임자 처벌보다 금전적 배상이 있어야 된다.”
“황금공 파벌과 경쟁하는 가문 목록은 확보해두었습니다. 어느 과에 인계하면 되겠습니까?”
“3과.”
그 말에 하염없이 바닥과 하나가 되어가던 3과장이 일어났다. 그를 노려보는 내 시선이 아직 곱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이런 일은 3과가 제격인 걸.
“똥은 스스로 치워야지?”
“예, 예, 물론입니다.”
“황금공도 손해만 메워지면 크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니 잘하고.”
“절대 이번 일을 잊지 않고 조심하겠습니다.”
“좋아, 나가봐.”
허리를 숙인 3과장이 혹시라도 다시 잡을까 빠르게 부장실을 나갔다. 덩치는 산만하고 근육도 우락부락한 놈이 가끔 보면 스탯을 민첩에 찍은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머리가 없어서 바람 저항을 덜 받나?
“나머지도 조심하고. 또 이런 일 터지면 그때는 과 공중분해 되는 건 각오해라.”
그리고 손을 내저으며 축객령. 좌불안석이던 과장들은 그제서야 탈출할 수 있었다. 아마 각 집무실로 도착하면 내리갈굼이 시작되겠지. 하지만 알게 뭔가, 알아서 일을 잘 했으면 이럴 일도 없지 않나.
나 처음 관직에 올랐을 때는 다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고 업무 서류도 몇 번이나 확인하고 진행했는데, 요즘 것들은 빠져가지고 긴장도 제대로 안하고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
“이 시발.”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예전 일이 떠올라서.”
나가기 직전이었던 차장이 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애써 웃으며 도로 내보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꼰-의 생각으로 뻗어나가는 스스로에게 기겁했다. 4년의 공무원 생활이 파릇파릇했던 자신을 이렇게나 망친 것이다…! 이제 21살인데 앞으로의 수십년 동안 얼마나 암흑진화를 하려고 이런 끔찍한 생각을!
‘진짜 예산 들고 날라버릴까.’
그렇다면 확실히 공무원 생활은 끝나겠지만, 인생도 끝나버릴 것이다. 아무리 가문 빽이 든든해도 감찰부장이 예산 횡령하는 것은 괘씸죄만으로도 효수감이니까.
기껏 빙의했더니 횡령으로 사형 엔딩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추하다. 그런 엔딩 당하려고 지금까지 버틴 건 아닌데.
뒤쪽에 난 창문을 돌아보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회의가 끝났지만, 애초에 퇴근 직전에 소집해서 그런지 그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퇴근 시간을 넘어버렸다. 이걸로 오늘은 ’40일 연속 칼퇴근 실패 재달성의 날’이 되어버렸다. 이 기쁨을 누구와 나눠야하지…
공작이 얽힌 문제라 그런지 3과의 눈물겨운 똥꼬쇼와 제 발 저린 다른 과의 자발적 협조로 인하여 사태 수습은 원활히 끝났다. 이번에 황금공 파벌과 경쟁하던 가문 넷 정도 보내버리면서 황금공이 흡족해하더라, 라는 장관의 귀띔도 있었다.
안 그래도 언제 날려버릴까 타이밍만 재고 있었는데, 반드시 날려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렸으니 거칠 것이 있을까. 뭔 일생일대의 숙적을 썰어버리는 것 마냥 날려버리는 걸 보고로 들으니 절로 리듬감에 흥겨워질 정도였다. 하면 잘 하는 새끼들이 왜 그랬어.
“…해서, 이번에 압류한 재산 일부는 요룬 백작가에 넘겼습니다. 몇 번 세탁해서 건넸으니 차후 문제가 생길 일도 없습니다.”
며칠 후, 다시 열린 회의에서 나온 만족스러운 결과에 박수를 치며 흡족해했다. 그래, 우리 애들이 하면 잘 한다니까.
“역시 3과장의 빛나는 지성은 늘 감탄스럽다니까.”
“부장님 예전에 3과장 저 새끼 머리만 존나게 빛나서 치워버리고 싶다 하셨잖아요.”
“아가리.”
“힝…”
눈치 없이 끼어드는 1과장의 말을 단호히 쳐냈다. 상사와 부하 사이의 신뢰와 우정을 깨트리려는 반동 분자는 용서하지 않아요!
갑작스러운 1과장의 내부 폭로, 은근슬쩍 자신의 풍성한 모발을 손으로 쓸어올리며 낄낄거리는 2과장, 조용히 3과장의 빛나는 머, 지성을 바라보는 5과장. 3과장은 난데없는 조리돌림에 치를 떨며 부들거렸다.
원인 제공자인 1과장은 그런 3과장의 모습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만 갸웃거렸다. 저거 악의가 없어서 더 치명적이야.
회의 주제가 점점 ‘3과장은 언제부터 민머리였나?’로 흘러가는 것 같아 몇 번 탁자를 두드려 시선을 집중시켰다.
“일하고 온 애 그만 놀려라.”
“부장님하고 1과장만 말했잖습니까. 저희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풍성충은 존재 자체로도 대머리에게 놀림감이야.”
“캬, 그건 몰랐네.”
“그믄흐…”
이런, 멈춘다는 걸 더 달려버렸네.
“아무튼 3과장은 고생했다. 그래도 이번 일은 운이 좋았단 거 알지?”
“예, 뭐, 작전에 필요한 자료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거 말고. 어차피 공작한테 걸렸다면 황금공이 낫지.”
“아.”
동감하는 듯 3과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하고는 엮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일 엮였다면 그나마 황금공이 최선이다. 제국의 다섯 공작 중 그나마 정상인에 가까운 것이 황금공이니까. 다른 넷은 진짜 다양한 의미로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
“다른 공작하고 엮이는 과 나오면 내가 앞장서서 공작한테 바칠 거니까 염려 말고.”
“엥, 존나 염려되는데요?”
“꼬우면 다른 부서로 옮겨. 옮길 수 있다면.”
엿같은 부장새끼, 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상관없다. 나도 장관새끼 욕 자주하니까.
물론 들리는 곳에서는 안 한다. 2과장 넌 오늘도 당직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