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225)
‘이 맛에 감찰부한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만약 부장이 지금의 부장님이 아니었으면 감찰부 생활도 오래 하지 않았을 거다.
– 뭐냐. 왜 또 연락했어?
통신구를 작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쓸데없는 용무로 연락했다면 죽여버리겠다는 표정과 함께.
“이야, 부장님. 잘 지내고 계신가 봅니다?”
– 그래 보이냐?
“아뇨.”
– 개새끼가.
빠르게 날아오는 쌍욕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용건 없이 놀리기만 하면 부장님이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을 거다. 그럴 수는 없지.
“요즘 제도가 소란스럽습니다. 하루하루 심심할 날이 없을 정도로요.”
– …….
그 말에 부장님의 입이 도로 닫혔다.
지금은 아카데미에 있지만, 2년 동안 고위 관료로서 제도에서 활동한 부장님이다. 지금 제도가 무슨 상황일지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
“부장님한테 좋은 소식하고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습니다.”
– 뭔데?
“일단 좋은 소식인데, 부장님이 땅바닥에서 주무신 건 전부 묻혔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부장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나쁜 건… 아시죠?”
– 시발.
다시 욕이 튀어나오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별 다른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부장님도 이게 최선이라는 걸 아시는 거다.
그래, 2과가 이 결과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뭐라고 하면 진상 상사지.
“이거 신년하례식이 기대됩니다. 부장님 첫 부인이 누구일지 내기 걸릴 것 같은데.”
귀족들도 사람인지라 흥미로운 사건이 터지면 내기를 걸고는 한다. 과연 누가 답을 맞힐지, 어떤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지.
현직 감찰부장의 첫 부인으로 공작과 공녀 중 누가 될 것인가. 이건 황제 폐하께서 내기를 금지하더라도 암암리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저한테만 슬쩍 알려주시면 안됩니까? 딴 거 절반은 드리겠습니다.”
부장님에게 전달할 사항도 다 전했으니, 마지막 도발을 던졌다. 이제 부장님이 개지랄 하지 말라면서 끊─
– 전부.
…?
“예?”
– 전부라고.
“…뭐가요?”
– 첫 부인이.
그 말에 아직 연락이 끊기지 않은 통신구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뭐지, 고장났나?
왜 소리가 이상하게 전달되지?
아직도 안 좋은 의미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장관실로 걸음을 옮겼다.
솔직히 내 발로 장관실에 가는 건 두렵지만, 하필 이 끔찍한 재앙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게 나다. 첫 발견자로서 빠르게 보고할 사명이 있다.
– 첫 번째가 꼭 하나일 필요가 있냐?
“아니, 그게 사회적인 약속─”
– 사회적 약속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법이지.
마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처럼 말하던 부장님의 모습. 그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 맞는 말이다. 사회적 합의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첫 번째 부인이 하나라는 건 불변의 합의다. 해가 동쪽에서 뜨고,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불변의 진리다. 그건 상황이 어떻든 절대 변할 수 없다고.
“…예, 그거 멋지군요.”
– 그렇지? 넌 이해할 줄 알았다.
이해하기는 개뿔이나 이해했겠나. 그렇지만 거기서 반항하면 부장님이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동조하는 척했다. 그 척만으로도 내 정신력이 깎이는 것 같았지만, 이미 미쳐버린 부장님의 상태를 장관님에게 보고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렇게 부장님을 구하고자 하는 다짐으로 도착한 장관실. 짧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 똑똑
“장관님. 감찰부 2과장 라파예트 바론입니다.”
“들어와라.”
일개 과장이 차장, 부장을 건너 뛰고 바로 장관에게 향하는 이 패기.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나였다면 불가능하겠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뭐냐, 벌써 식장을 정한 거냐?”
업무를 보던 장관님은 슬쩍 고개를 들더니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장관님에게 크리스티나 양과의 교제를 들킨 이후,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쪼이고 있으니까.
“식장이 아니라 중히 보고할 일이 생겨서 왔습니다.”
“크리스티나와의 결혼은 중하지 않다는 거군.”
미친, 그게 왜 그렇게 흘러.
“농담이다.”
다행히 장관님은 픽 웃음을 흘리더니 펜을 내려놓으셨다. 어디 그 중요한 보고가 뭔지 말해보라는 듯이.
그 모습에 무심코 침을 삼켰다. 내 상관이 미쳤다는 말을 훨씬 위의 상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도대체 이런 끔찍한 일을 어디서 겪겠나.
그래도 해야 한다. 적어도 장관님이 알아야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 부하가 아닌 상사는 되어야 광인을 치료할 수 있을 테니.
“부장님이 미쳤습니다.”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내뱉듯이 말했다. 긴 말을 필요 없다. 미쳤다는 말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시큰둥했다.
“걔 원래 미쳤잖아.”
‘아니.’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동시에 납득했다. 확실히 원래도 정상인과 광인 중에 고르라면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기는 하지.
“더 미쳤습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지막히 덧붙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장관님의 표정이 조금은 굳었다.
“…평소보다 더?”
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 상황에서 부장님이 공녀든 공작이든 전부 첫 부인으로 삼겠다는 망언을 했다고 보고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심지어 장관님도 그 보고를 듣고는 한동안 말이 없으셨다.
소름 끼치는 침묵이 장관실에 내려 앉았다.
난데없이 들려온 비보에 업무도 멈추고 말았다. 미룬 업무는 나중에 처리하면 되지만, 미친 사람을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
“그딴 말을 했다고?”
“예…”
“잘못 들은 건 아니고?”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확인을 했지만, 예비 처조카사위는 바라지 않은 대답만 반복했다.
무심코 미간을 짚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라는 생각보다는 올 것이 왔다, 라는 생각이 더욱 컸다.
‘미칠만 하지.’
빌어먹을 일이지만 상상도 못한 재앙까지는 아니다. 막 성인이 된 17살부터 지금까지 구르고 구른 녀석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진작에 미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심지어 속이 썩어가던 것을 여름에 발견해서 수습한 일도 있지 않았나. 그 덕분에 제정신을 차린 줄 알았는데, 눈 밖에서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하필 밖에 있을 때.’
골치가 아프다. 근처에 있었으면 모를까, 하필 멀리 있을 때 고장이 나고 지랄인가.
고장이 난 마도구는 몇 번 내려치다 보면 다시 정상이 된다. 이건 마종공께서도 공식 발표한 임시 조치 방안.
그러니 영 방법이 없다면 그 놈을 몇 번 두들기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마법과 신성력으로는 정신병을 고치기 어렵지만, 물리력이 깃든 구마 의식이라면 또 모르니까.
“함구해.”
짧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갑자기 재무성 장관이 감찰부장을 호출하면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녀석이 미쳤다는 걸 들킬 수 있고.
그렇다고 내가 아카데미에 갈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아카데미 일정이 끝나고 복귀하는 걸 기다려야지.
“괜찮겠습니까? 종업식까지 열흘은 넘게 남았습니다.”
“방법이 없잖냐. 오히려 그 시간 동안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
그 말에 예비 처조카사위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솔직히 희망사항이다.
그래, 가만히 두면 회복될 수도 있다. 과중한 업무와 상상도 못한 고백으로 미쳐버린 놈이다. 그렇다면 누구도 건드리지 않을 때, 홀로 평온히 지낼 수 있을 때 스스로 정신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것.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소환하는 게 옳을 수도 있다.
‘하늘에 맡겨야 하나.’
방치를 택하기에는 더 미쳐가는 게 아닐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부르기에는 자극을 받아 미치는 게 염려되고.
‘개같은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