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245)
“네, 감사합니다.”
“하하, 뭘요. 저희에게 주신다는 건데 저희가 감사하지요.”
그렇게 말한 주방장님은 본인의 일을 하기 위해 몸을 돌렸─
“아, 말씀드리는 걸 깜빡했군요.”
도로 나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주인님은 아무거나 잘 드시지만, 쿠키는 입에 대지 않으십니다.”
“…네?”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멍하니 주방장님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지? 오라버니는 쿠키도, 다른 것도 잘 드셨는데…?
***
주방에 도착하자 늘 보이는 거한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 사는 나쁜 대머리와 달리 몹시 착한 대머리가.
아니, 주방장은 자발적으로 머리를 민 것이니 패션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 3과장은 민 건지 빠진 건지 알게 뭐야.
“주방장.”
아무튼 주방장을 부르자 멀리 떨어져 있던 주방장이 바로 반응했다.
“오, 주인님!”
성큼성큼 걸어오는 주방장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가 다 드러나도록 웃더니 허리를 푹 숙이는 주방장.
‘…더 커졌나?’
허리를 숙인 주방장을 보자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째 저번보다 덩치가 커진 것 같은데. 아직도 성장하는 시기라고?
놀라운 인재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주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활약할 인재인데. 그래도 본인이 주방을 원했으니…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아, 그래. 너도 잘 지낸 거 같네.”
“저야 주인님의 은혜 덕에 부족할 거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코앞에서 거한이 쩌렁쩌렁 대답하니까 귀가 조금 따가웠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합이 주방장의 특징인데.
“그런데 루이제는─”
“아, 그 분은 저기 계십니다!”
시선 탱커인 주방장을 지나 구석을 바라보자 루이제의 뒷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열심히 주물거리는 게 한창 작업 중인 것 같다.
“헌데 주인님. 제가 저 분께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의외의 말이라 시선을 도로 주방장에게 돌렸다.
“실수?”
“예, 주인님.”
조금 풀이 죽은 기세로 고개를 끄덕이는 주방장을 보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주방장이 겉으로는 야생 그 자체인 용병이지만, 그 속은 배려와 따뜻함으로 가득한 이 시대의 신사다. 오죽하면 저택 내에서는 에넨이 신사의 영혼을 짐승의 육체에 잘못 넣었다는 말까지 돌겠나.
게다가 루이제도 어지간한 일은 웃고 넘어가는 성격이다. 설령 주방장이 정말 실수를 했다고 해도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은데.
“말해봐. 실수인지 아닌지는 듣고 판단해야지.”
“그게─”
그리고 구구절절 이어지는 주방장의 말. 대충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사이, 중요한 문장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제가 주인님은 쿠키를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만드셨는데 주인님께서 드시지 않으면 슬픈 일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루이제한테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아니, 루이제만이 아니지. 마르게타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제, 제가 정말 실수를…”
내 반응에 주방장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아니, 실수 아니야. 사실 아카데미에 간 이후로 입맛이 변했거든. 쿠키도 잘 먹었어.”
그런 주방장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자신이 무례를 저지른 게 아니라 단순히 정보 혼동이라는 걸 알았으니 마음이 놓였겠지.
하여간 덩치와 달리 너무 섬세하다. 그래서 주방에 눌러 앉은 것 같기도 하고.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고. 만약 사과를 하면 더 어색해 할 거야.”
“예, 알겠습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주방장을 본래 자리로 돌려 보내고, 뒷모습만 보여주는 루이제에게 다가갔다.
그래, 오늘은 고백에 답변을 주기로 했지.
답변이 조금 길어질 것 같지만, 거쳐야 할 과정이다.
주방장을 돌려 보내고 루이제의 바로 뒤까지 다가갔지만, 루이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딱히 걸음 소리를 숨긴 것도 아닌데 그저 반죽만 주물럭거릴 뿐. 얘가 이렇게 둔한 애가 아닌데.
심지어 반죽도 제대로 만들고 있지 않았다. 계속 한 부위만 주물럭거리고 있다. 저건 반죽이 아니라 액체 괴물의 밀가루 버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루이제.”
“네, 넷!?”
어깨를 톡 건드리자 기겁하며 뒤를 돌아봤다. 조금 민망하다. 낮잠을 자는 고양이 앞에서 크게 박수를 치면 저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내 민망함을 느꼈는지 기함을 한 루이제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숨을 조금 빠르게 쉬는 것이 놀라기는 제대로 놀란 모양.
“아, 오라버니. 오셨어요?”
“그래. 방금 왔어.”
그리고 슬쩍 반죽 호소물을 쳐다봤다. 내가 제과에 재능은 없지만 두 학기 동안 제과 동아리 고문으로 지낸 경력이 있다.
“저건 못 쓰겠네.”
적어도 쓸만한 재료를 판단하는 눈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아하하… 그렇네요. 아깝게…”
당연히 나도 아는 걸 루이제가 모를 리는 없고. 멋쩍은 듯 웃음을 흘리던 루이제는 슬쩍 내 눈치를 봤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 다행히 주방장이 미리 언질을 줬으니까. 아무것도 못 들었으면 얘가 왜 이러나 고민만 했을 거다.
오늘은 루이제에게 있어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나 이젠 쿠키도 잘 먹어.”
그러니 빙빙 돌려 말할 필요는 없다. 괜히 말하지 않고 넘어가서 오해를 쌓고 싶지도 않았다. 소통의 부족함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는 마르게타가 눈물로 보여주지 않았나.
그런 마음을 담아 미소를 보이자, 눈치를 보던 루이제의 눈이 커졌다. 설마 당사자인 내가 이리 다이렉트로 말할 줄은 몰랐을 테니.
“잠깐 얘기 좀 할까?”
오른팔로 루이제의 허리를 감싸자 순식간에 붉어지는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은 루이제에게 있어 행복한 날이 되어야 하니까.
그렇게 주방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구석에 있던 주방장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마치 힘내라는 듯이.
‘하여간.’
험악한 껍데기와 달리 순박한 알맹이에 픽 웃음이 나올 뻔했다. 역시 짐승의 육체와 신사의 영혼을 지닌 녀석이다.
물론 나도 엄지로 답변했다. 따봉에는 맞따봉이지.
정원─ 으로 갈까 하다가 바람이 차서 포기했다.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는데 레이디를 야외에서 덜덜 떨게 하는 건 가혹 행위지 않나.
그래서 그냥 응접실로 갔다. 사용한 기억도 흐릿한 공간이지만, 나 없는 사이에도 관리를 열심히 했는지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역시 다들 일을 잘해.
“왔으면 푹 쉬고 있지. 피곤하지 않아?”
일단 루이제를 자리에 앉히고 말했다. 며칠 동안 울켄에서 고생했으면서 바로 주방으로 가다니. 성실한 건지, 그만큼 제과를 좋아하는 건지.
“다들 잘 대해주셔서,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서요.”
헤헤 웃으며 대답하는 루이제를 보니 입이 다물어지고 말았다. 고마워서 보답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누가 말리겠나. 집사도 기꺼워했는데.
게다가 고생하는 것 같은 루이제가 안타까워 말한 거지, 딱히 탓할 문제도 아니라 더더욱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뭐 만들고 있었어?”
그 말에 흠칫 몸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쿠키… 로 하려다가 그냥 빵으로…”
그리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던 루이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불안한 듯 떨리는 눈동자를 보니, 지금까지 나에게 먹인 쿠키 개수를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지금까지 루이제가 강제로 먹인 건 없지 않나. 다 내가 자청해서 먹은 거지.
하지만 루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계속 눈동자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다. 저거 그냥 놔두면 큰일 날뻔했네. 주방장이 사람 하나 살렸다.
“나 쿠키 좋아해. 내가 억지로 먹은 적 있어?”
옆 자리에 나란히 앉으며 말하자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흔들던지 찰랑이는 분홍빛 머리카락이 내 뺨에 닿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루이제의 얼굴은 여전히 혼돈과 죄책감, 우울함으로 뒤섞여있었다. 주방장은 내가 쿠키를 입에 대지 않는다 했고, 나는 좋아한다고 말한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상황.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루이제 입장에서 정말 복잡하겠지. 누군가는 자신을 속이는 상황, 누군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 혼자 있었으면 찔끔 눈물도 흘렸을 거다.
“사실 주방장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냐. 쿠키를 먹은 적이 없기는 하거든.”
아무튼 더 방치하면 사람 하나 잡을 것 같아 빠르게 덧붙였다.
“싫어해서 안 먹은 건 아냐. 그랬다면 우리 부장이 준 것도 안 먹었겠지?”
살며시 루이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조금씩 고개가 내려갔다.
부끄러워서? 아니. 내가 지금까지 쓰다듬어준 게 몇 번인데 이런 걸로 부끄러워하겠나. 이건 자세를 조정하는 거다. 내가 쓰다듬기 쉽게, 손길을 더 편하게 받기 위해서 일부러 고개를 숙인 거다.
‘카피바라.’
오랜만에 그 이름이 떠오르고 말았다. 친화력이 좋은 동물인 카피바라. 동시에 타인의 손길을 받는 것도 좋아하는 동물.
“조금 지루한 얘기를 할 건데.”
그런 루이제를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1차 오해는 풀었다. 주방장이 루이제를 속인 것도 아니고, 내가 쿠키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이걸로 끝내도 무방하다.
하지만 내가 쿠키를 입에 대지 않았었다는 사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의문도 해결해야 완전한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법.
“들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