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252)
그렇기에 나는 그저 주인님의 개, 주인님의 칼, 주인님의 신도다. 그저 주인님 곁에 맴돌고, 주인님을 볼 수 있으면 만족한다.
“부장님이 허락해주신다면, 평생을 다해 부장님과 부인, 자식까지 보필하겠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주인님께 말했다.
나는 주인님을 모시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
뭐지.
이거 뭐지.
‘미친.’
상상도 못한 반응이 나왔다.
아니, 나는 그냥 4과장이 침묵하거나, 말을 돌리는 걸 예상했는데.
그러다 부끄러움을 못 이기고 고백할 줄 알았는데…
‘사랑, 은 맞나?’
혼란스럽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 사랑은 맞는데 방향이 어딘가 뒤틀렸다.
심지어 그 뒤틀린 사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다.
‘…4과는 마가 끼었나.’
오죽하면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장관, 나, 그 녀석들이 몸을 담갔던 4과. 하나같이 정상은 아닌 라인업.
그렇게 모인 4과의 광기는 애석하게도 4과장에게 계승되고 말았다. 비록 4과의 이름은 묵광대로 변했지만 광기는 그대로 남았다.
“부, 부장님!?”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차올라 4과장을 껴안고 말았다. 품 속에서 4과장이 바르르 떠는 게 느껴져서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4과장.
선대가 남긴 광기가 후대를 고통스럽게 했구나.
‘꼭 고쳐줄게.’
뒤틀린 사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시간이다.
응접실에 홀로 남아 고심에 빠졌다.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니 뭐니 했지만, 뒤틀린 길을 걷는 가련한 아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나마 떠오르는 건 내가 올바른 애정을 보여주면서 4과장을 감화시키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부, 부, 부, 부장님, 이, 이러, 시면 곤란… 합니다…!”
설마 보여주는 것부터 난관이 될 줄은 몰랐다.
4과장은 내 품에 안기자 마종공의 귀 뺨치는 bpm으로 진동했다. 심지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어찌나 말을 더듬던지.
그렇다고 차마 나를 밀어낼 수도, 도망치지도 못한 4과장은 덜덜 떨면서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차라리 여기서 끝났으면 다행일 텐데.
“…….”
“…페넬리아?”
기절하고 말았다. 어느 순간 잠잠해지길래 적응한 줄 알았더니 육체를 탈출시키는 게 아니라 정신을 탈출시켰더라.
사실 당연한 결과기는 하다. 정신적으로 몰리고 몰려 진동 상태에 돌입했는데, 탈출도 못한다? 그 끝에는 방전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기절로 탈출하다니. 우리 4과장… 은근히 개복치였구나…
“저, 저는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 유리스, 유리스한테 인사라도 해야…!”
“그래, 나가봐.”
결국 살며시 놓아주자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도망쳤다. 하필 유리스 핑계를 대니 잡지도 못하고.
‘어쩌지.’
복잡한 문제다. 지인이, 그것도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는 4과장이 어딘가 미쳐버린 상황이다. 그걸 알면서도 방치하는 건 사람 새끼가 아니다.
게다가 나도 한때 광기에 먹힌 적이 있지 않았나. 광기 상태일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의 진리 같았지만, 정신을 차리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
만약 4과장이 자력으로 정신을 차리면, 나와 결혼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을 자기 입으로 뱉었다는 걸 깨달으면 얼마나 절망스럽겠나.
‘다시 미치겠지.’
유감스러운 미래가 보인다. 아마 높은 확률로 곱게 미치지는 못할 미래가 보여.
그렇기에 더욱 의지를 다잡았다. 4과장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올바른 애정을 가르쳐주자고.
***
요즘 들어 바람 소리만 들려도 문을 쳐다보게 된다. 근래 방문한 손님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얼마 전에는 감찰부 2과장의 결혼 반지를 제작했다. 그 이전에는 감찰부장이 네 쌍이나 되는 반지를 구매했다.
‘올 때가 됐는데.’
그리고 감찰부장이 다시 올 때가 된 것 같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반지를 네 쌍이나 구매했을 때는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구매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결혼 반지가 아니어도 연인에게 줄 선물이다. 심사숙고 한 끝에 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지 않겠나.
그렇기에 내가 추천한 것들을 직접 가져가서, 오랜 시간을 걸쳐 고르고 싶었겠지. 분명 그럴 거다. 그게 아니라면 그 기괴한 일괄 구매를 설명할 수 없다.
‘환불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대응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전해야 하는 정보는 전부 전했다.
감찰부장도 지금쯤이면 네 쌍 중 원하는 걸 골랐을 터. 이미 세 쌍 가치의 돈도 준비한 상황이다. 언제 오든 깔끔한 환불이 가능하다.
‘이렇게 단골을 만드는 거지.’
본래 장사라는 게 그런 거다. 사소한 배려 한마디, 막힘없는 구매와 환불 과정으로도 손님을 사로 잡을 수 있다.
사실 제도 어느 상점을 가도 판매하는 물건은 하자 없이 완벽하다. 그렇다면 물건 외적 요소로 승부를 봐야 하지 않겠나.
– 딸랑
그리고 문에 걸린 방울이 청명한 소리를 냈다.
‘왔다.’
황급히 고개를 들리자 흑색 제복을 입은 청년─ 감찰부장이 들어왔다. 그래, 올 때가 됐다 싶었지. 내 감도 아직 녹슬지 않았어.
“어서 오십시오, 감찰부장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감찰부장은 거침없이 다가왔다. 애초에 구매도 아닌 환불이니 다른 물건을 볼 필요는 없─
“반지. 하나만 더 추천해주겠나?”
“…예?”
하늘 같은 손님의 말에 반문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심지어 그 손님은 감찰이라는 명목으로 거대 상단도 보내버릴 수 있는 감찰부장.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 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다.
‘추천…?’
귀를 의심하고 말았다. 추천? 환불이 아니라 추천?
잠시 멍한 눈으로 감찰부장을 보자 감찰부장은 덤덤히 내 시선을 받아들였다.
아니, 덤덤하지 않다. 질문을 받은 상인이 아무 말이 없음에도 지적 하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손님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거다.
“저번에 추천해준 수준이면 괜찮다. 다들 좋아하더군.”
“아, 예.”
다들 좋아했다는 말에 정신이 들고 말았다. 정확히는 더 큰 충격으로 작은 충격을 덮은 거지만.
그건 그렇고 머리가 어지럽다. 당연히 네 쌍 중에 하나만 고를 줄 알았는데.
‘다 주인 있는 반지였다고?’
심지어 그러고도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미친.’
그동안 2과장이 영애들을 울리는 남자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다 상관을 보고 배운 제자에 불과했다. 진짜는 따로 있었네.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연인이 여럿인 건 이상하지 않지만, 그 연인들에게 줄 반지를 떨이처럼 사는 건 너무한 일이다.
물론 그런 생각과 별개로 손과 눈은 빠르게 반지를 훑었다. 감찰부장이 우리 가게에서 결혼 반지까지 구매한다면, 그리고 감찰부장의 자식들도 부모의 연을 생각하여 방문한다면 얼마나 이득이겠나.
손님의 인성과 지갑 두툼함은 별개니까. 그래, 별개기는 한데…
‘…뭐지?’
뒤늦게 감찰부장의 왼손으로 시선이 갔다. 다섯 개나 되는 반지가 끼어진 건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는데.
‘왜 반쪽이지?’
미지를 바라본 자의 근원적 의문. 하지만 애써 시선을 돌렸다.
세상을 살다 보면 호기심이 사람을 죽일 때도 있으니까.
***
주인장의 혼란스러운 눈빛에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이겨냈다.
난 이미 강을 건넜고 주사위를 던졌다. 이제 와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옳지 않겠나.
그렇게 여섯 번째 반지를 손에 넣었다.
‘…너무 빨리 샀나.’
하지만 케이스를 손에 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4과장을 치료하지도 못했는데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었나, 하고.
지금까지 반지는 고백을 받은 후에 샀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답변을 주기 위해 구매한 거다.
그런데 지금은 주도권은커녕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상황 아닌가. 적어도 4과장을 좀먹은 광기를 지운 이후에야 이 반지를 꺼낼 수 있을 거다.
‘지금 주면 난리만 나겠지.’
뒤틀린 애정을 가진 4과장. 그런 상황에서 반지를 주며 사랑을 속삭여봤자 너무 과분하다며 기절하거나, 하사품을 받은 신하처럼 어디 보물고에 보관하지 않을까.
아니, 않을까가 아니다. 100%다.
“어려운 문제네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