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257)
나는 오늘 꿈을 꾸고 있다. 아니, 어쩌면 어제부터.
“주인님.”
혹시 내 생 자체가 전부 꿈이 아닐까? 빙의라고 생각한 내 인생은 사실 거대한 꿈인 게 아니었을까?
사실 미친 신이 내 뇌에 마나 자극을 가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에넨, 이 사악한 새끼.
“주, 주인님?”
‘아.’
슬슬 떨리기 시작하는 4과장의 목소리에 긴 여정을 떠나려던 정신을 강제 소환했다. 보는 나도 미칠 것 같은데 4과장은 어떻겠나.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도망칠 수도 있다.
목줄을 맨 상태로.
‘시발.’
순간 상상하고 말았다. 4과장이 목줄을 목에 두르고 부장실을 뛰쳐나가는 모습을.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허둥지둥 도망치는 모습을.
그럼 내 인생은 끝이다. 공무원 인생이 아니라 사회적 인생이 끝나버린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떨리는 손으로 4과장이 내민 손잡이… 를 잡았다. 잡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지만 아무튼 잡았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러자 불안한 듯 떨던 4과장의 표정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호칭도 부장님이 아니라 주인님으로 변했다.
어지럽다. 도대체 요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모든 걸 맡기겠다고?”
“예, 주인님.”
슬쩍 입을 열자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진심이 가득한 것 같다. 지난 번처럼 선을 그으며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 뜻에 따르겠다는 굳은 의지.
그래, 좋다. 좋은 결정이기는 하다. 드디어 도망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겠다는 것이니 어찌 좋지 않겠나.
그런데 말로 해도 충분한 걸 왜 목줄 퍼포먼스까지.
“인상 깊은 다짐이네.”
그런 마음을 담아 조심스레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다짐을 보였냐고. 만약 보는 눈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내 사회적 인생은 끝났을 텐데.
“에, 에르제베트가 이렇게 하면, 나머지는 주인님께서 다 해주신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4과장은 부끄럽다는 듯 대답했다.
참담한 심정이다. 설마 내부에 스파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조언을 줄 거면 평범한 조언을 줄 것이지, 하필 이런 조언을.
혹시 혼자만 흑역사를 간직할 수 없다는 뒤틀린 우정인가? 본인은 제도 길바닥에서 펑펑 울었으니, 친구는 목줄 정도는 매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생각한 건가?
1과장, 이 무서운 아이.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그리고 이상한 조언을 그대로 따르는 4과장에게 약간의 심술을 부렸다.
목줄까지 매고 오는 용기를 보인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걸 눈 앞에서 지켜 본 내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 그…”
내 말에 4과장이 당황하는 게 보였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준다는 1과장의 조언과 달리 내가 원하는 걸 물어보니 혼란스러운 모양.
더 놀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극하다가 도망치면 나만 손해지 않나. 물론 손잡이는 내 손에 있으니 도망치다가 실패하겠지만, 사람을 목줄로 제어하면 내 기분이 편치 못하다.
“농담이야. 말 안 해도 다 알아.”
“가, 감사합니다…”
4과장의 머리를 토닥이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좀 특이한 퍼포먼스를 보이기는 했지만 4과장이 스스로 그은 선을 지우고 다가온 것 아닌가. 비록 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 라는 사족이 붙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4과장의 특성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 정도면 조금 격한 고백이지. 어딘가에는 내 반을 줄 테니 너의 반도 달라는 등가교환 고백도 있지 않나.
“일단 그건 풀자. 누가 볼까 무섭네.”
4과장의 목으로 손을 뻗어 목줄의 끝부분을 찾았다. 고백도 인상적으로 끝났으니 이제 그 흉한 것 좀 빨리 치우─
“흐윽─!”
“아.”
목줄을 만지는 건 처음이라 실수로 더 조이고 말았다. 애초에 목줄에 익숙한 사람이 있겠냐만은.
“주우… 주인님, 께서 원하신─”
심지어 갑작스레 목이 졸려 얼굴이 빨개진 4과장은 더듬거리면서도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고통을 무릅쓰고 한 말이 너무 끔찍하다. 나 그런 사람 아니야. 갑자기 감찰부장을 귀축부장으로 만들지 말라고.
그런데 지금 보니 초성도 똑같네. 망할.
“…그런 취향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고.”
황급히 목줄을 풀고 저 멀리 던져버렸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더 좋은 게 있는데 왜 그런 걸 차.”
그리고 품 속에서 (반)지 6호기를 꺼냈다.
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증거. 그 증거를 보이고 싶다면 반지로 하면 된다. 증거를 목에 차면 미친 변태 새끼지만, 손가락에 차면 평범한 연인이지 않나.
난 절대 전자를 원하는 돌연변이가 아니다.
“내 반쪽이라 생각해줘. 나도 이걸 페넬리아의 반이라 생각할 테니.”
“바, 반쪽…”
(반)지를 4과장의 손가락에 끼워주고,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며 말했다.
다행히 반쪽이라는 말이 4과장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에서 급하게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목줄을 보니 제정신을 차리는 게 힘들어서.
그래도 과정이 어떻든 행복하면 그만 아닐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4과장이 돌아가자마자 1과장을 소환했다.
본인도 찔리는 것이 있는지 조심스레 들어오더라. 그 모습을 보니 더 언짢았다. 문제가 될 걸 알면서도 4과장에게 그런 조언을 했다는 거 아닌가.
“일은 잘 풀렸어요?”
부장실에 들어오자마자 구석에 처박힌 목줄을 본 1과장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잘 풀렸다.”
일단 나도 양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답했다. 이제 한 손에 세 개, 총 여섯 개의 반지가 내 손에 자리 잡았다.
볼 때 마다 조금 자괴감이 드는 모습이지만, 12개 전설인 황금공을 생각하며 이겨내고 있다. 그래도 열 손가락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게 어디냐…
“그렇죠? 제가 지이이인-짜 좋은 조언을 준 거예요! 가만히 뒀으면 아직도 우물쭈물했을 걸요?”
반지를 보자마자 순식간에 돌변하며 우쭐거리는 게 너무 거슬렸다.
좋은 조언 같은 소리하고 있네. 조금 평범하게 줬으면 안됐냐고.
“그래. 잘 했으니 여기 앉아.”
일단 화를 참고 내 무릎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직 응징을 할 때는 아니니 성급하게 움직이는 건 곤란하다.
그리고 내가 무릎에 앉으라는 말을 하자 1과장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쪼르르 달려왔다. 그 모습이 미끼에 홀린 사냥감처럼 보인다면 기분 탓일까.
“히히, 포상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히죽거리는 1과장이 무릎에 앉자마자 꽉 끌어안았다. 아프지는 않지만 도망치지 못할 정도의 강도로.
“포상 아니야.”
“넹?”
내가 껴안자마자 귀가 붉어진 1과장은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감스럽게도 정말 아니다. 원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다고 하지 않나.
“그동안 까불어서 죄송해요, 자꾸 이상한 짓만 해서 죄송해요.”
나지막하게 1과장의 귀에 속삭이자 1과장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당연하지. 내가 속삭이는 말은 1과장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말이니까.
“죄성해여… 아프로 말 잘 드를게여…”
일부러 말도 어눌하게 말하자 굳어있던 1과장이 애절할 정도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효과 확실하네. 역시 흑역사 공격이 최고야.
아무튼 1과장은 미친 듯이 버둥거렸지만 탈출은 불가능했다. 솔직히 1과장 10명이 들러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는데, 방심하는 사이 포획당한 1과장 쯤이야.
“제발 한 번만…”
“아, 아아아아! 그, 그마아아아아안!!”
“딱 한 번만 기회를…”
“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오오오오!”
많이 놀리면 울 것 같아서 2분만 더 놀리고 놔줬다.
효과 확실하구만.
***
드레스, 챙겼다.
액세서리, 이상 없다.
케이크, 확실하다.
‘좋아.’
문 앞에서 혹시 몰라 몇 번이나 확인했다. 기껏 선물을 준비했는데 두고 왔으면 난감하지 않나.
특히 케이크. 이게 제일 중요하다. 마침 세라의 생일이 이맘때라 준비한 거다. 케이크 없는 생일 파티는 허전한 법.
게다가 나름 제과 동아리 부원으로서 직접 만든 수제 케이크다. 기껏 시간을 들였는데 두고 왔으면 내 마음이 아프지.
“세라가 정말 좋아할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련님.”
심지어 내가 직접 만든다는 말을 듣고 유모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했다. 그래놓고 ‘미안, 깜빡하고 두고 왔어.’ 같은 말을 하면 아무리 유모여도 실망하겠지.
아무튼 선물도 확실히 챙겼으니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 소리가 크지 않게 조심히. 세라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니까.
“네. 들어오세요.”
문 너머에서 들리는 나긋한 목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