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27)
제 27화
악역? 영애 – 1
전승공(全勝公), 리히터 뉘렌 오브 하블렘.
철혈공(鐵血公), 올리버 바렌티 오브 울켄.
황금공(黃金公), 라프로스 오시덴 오브 보야르.
마종공(魔終公), 베아트릭스 카토반 오브 세르베트.
현명공(賢明公), 아로델 살론 오브 체네스.
현재 제국 귀족들의 정점에 군림하는 다섯 공작.
제국의 1등 건국 공신을 선조로 둔 다섯 공작은 300년 제국 역사에서 황제 바로 다음으로 군림한 존재들이다. 또한 300년의 세월 동안 여러 귀족들이 승작, 강등, 멸문을 겪었어도, 다섯 공작은 어떠한 변동도 없이 굳건했다.
새롭게 공작위를 받은 자도, 공작위에서 미끄러진 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섯 공작가는 황실과 함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군림했다.
강력한 황권을 자랑하여 제국의 귀족들을 부품 정도로 바라보는 황제들도, 다섯 공작만큼은 파트너 수준으로 취급하며 극상의 대우를 해줬다. 물론 어디까지나 황제 우위의 관계였지만.
그렇게 황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다른 귀족들은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것이 공작이다. 당연히 공작 당사자가 아닌 공작가 일원의 위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러한 공작가의 일원, 심지어 현 공작이 애지중지하는 막내딸에게 차가운 난도질을 당했다면 어떤 기분일까?
“히끅, 흐끅…”
“괜찮아, 이제 다시 볼 일 없을테니까.”
동아리실에서 몸을 벌벌 떨며 딸꾹질을 하는 루이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아 잠시 동아리실로 데려왔는데,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에 들어오자 긴장이 풀렸는지 계속 이 모양이다.
그대로 등교시켰으면 큰일 날 뻔했다. 무단 결석을 해버린 수업에 대해서는 내가 적당히 사유서를 담당 교사에게 보내면 그만이니 괜찮다. 권력은 이러라고 쓰는 거지. 가진 권력에 비해 좀 사소한 활용이지만.
“오, 오라버니…”
동아리실에 처박아뒀지만 딱히 쓸 일은 없었던 찻잎을 오랜만에 우렸다. 가볍게 등을 토닥이며 눈 앞에 찻잔을 두니 울먹이면서도 조심히 잔을 들었다. 얘를 어쩌면 좋을까.
루이제가 이러는 건 이해가 된다. 공작과 남작의 격차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과장을 좀 보태면 남작과 평민의 차이보다 심한 수준. 아니, 어쩌면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 남작이 평민을 조지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공작이 남작을 조질 방법은 무궁무진하거든.
그런데 공작가의 금지옥엽이 자신을 차갑게 몰아붙였다? 루이제의 머리에 나이어드 가문의 멸문이 스쳐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심지어 멸문의 원인이 자신의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졌겠지.
오히려 마르게타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지 않은 것으로도 용할 정도다. 장하다, 우리 부장.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 거야. 혼자만 와서 얘기하고 갔잖아. 작정했다면 공개적으로 얘기했겠지.”
일단 루이제 옆에 앉아 계속 달래주었다. 실제로 마르게타가 작정하고 루이제를 저격한 것 같지는 않고, 애초에 바렌티 가문은 누군가를 정말 보내버리고 싶으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로 툭툭 치는 건 정말 안부 인사나 다름없지.
물론 루이제한테 그렇게 말하면 대성통곡을 할 것 같으니 참았다.
“그, 그치만… 만약 저 때문에, 아, 아버지가… 가문이…”
내 위로에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이젠 눈물까지 흘리며 겨우겨우 말을 이었다. 1년 만에 본 기념으로 멀쩡히 잘 지내던 애를 울리고 가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마르게타 공녀…
“아무리 공작가라도 죄 없는 귀족가를 공격할 수는 없지.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내가 막을테니까 걱정 말고.”
사실 허세다. 공작이 작정하고 칼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건 이미 황제의 묵인을 받았다는 의미. 내가 황제라는 뒷배 없이 홀로 공작을 막으려면 유서를 작성하고 가야 한다.
뭐, 노력하면 사흘 정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 뒤에는 ‘故 칼 크라시우스’가 되겠지만.
내 허세가 조금은 위안이 되었는지 루이제가 작게 미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눈시울은 붉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계속 동아리실에 있게 해야겠다. 만약 밖에 내보냈다가 우연히 마르게타를 다시 만나면 정말 쓰러지겠네.
지금만큼은 마르게타가 조금 미워질 것 같다.
결국 동아리 시간이 시작할 때까지 루이제를 동아리실에 붙들고 있었다. 루이제는 이제 돌아가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 어디 가지 말고 여기 붙어 있으라고 말했다. 아직 얼굴도 빨간 게 어디를 가겠다고.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다섯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보다 빠르게 들리는 것이 사실상 달려오는 모양. 그래도 수업 중에 오지 않는 자제심은 가지고 있었구나. 당연한 일인데 되게 기쁘네.
“루이제 영애!”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아인테르. 마침 루이제 옆에 앉아있던 나와 눈이 마주쳐서 살짝 손을 흔들며 맞이해줬다. 그래, 너희가 많이 머저리기는 해도 루이제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지.
부원들도 왔으니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던 루이제를 가볍게 흔들어 깨웠다. 심력 소모가 컸는지 어느 순간부터 자고 있더라고. 루이제에게 덮어줬던 외투를 다시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 다섯이 우르르 달려오는 걸 보니 좀 무섭긴 하네.
“루이제, 괜찮아?”
아인테르를 제친 에리히가 비몽사몽하여 고개를 든 루이제에게 달려들려고 하기에 슬쩍 막았다. 방금 막 깬 애한테 갑자기 들이대면 또 놀란다. 내가 어떻게 달랬는데.
“아픈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오늘 놀랄 일이 있어서 잠시 쉬게 했어.”
내가 에리히를 막으니 뒤에서 달려오던 넷도 적당히 눈치를 살펴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잠에서 확실히 깬 루이제가 막 자리에서 일어났고. 음, 이제 보내줘도 되겠네.
몸을 틀어 막은 길을 다시 열어주자 그제서야 다섯이 덤벼 들었다. 순간 영양을 덮치는 사자떼가 생각난 거는 내 눈이 이상한 걸까.
순식간에 다섯에게 둘러싸인 루이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이 기쁜지 헤헤 웃으며 부원들을 반겨주었다. 마르게타의 날선 공격에 침울해하던 상황에서 부원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니 마음이 풀리겠지.
애초에 마르게타가 공격한 이유가 저 부원들 때문인 것은 잠시 잊어두자.
“우린 루이제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즐겁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없어.”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저희는 자매님의 그 따뜻한 마음씨가 제일 중요합니다.”
가만히 바라보는 사이 루이제의 설명이 다 끝났는지, 저것들도 루이제를 향한 위로 타임이 시작됐다. 신경 쓰지 마라, 염려할 것 없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나서서 변호하고 지켜주겠다 등등. 겉으로는 든든한 말들이 쏟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애초에 마르게타가 공격한 이유가 저 부원들 때문인 것은 잠시 잊어두자.
“응. 고마워. 칼 오라버니도 무슨 일이 생기면 막아준다고 했어.”
이제 어두운 기색 없이 밝게 웃는 루이제가 나를 언급하자, 다섯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특히 아인테르는 무언가 안심한 것 같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무슨 생각 중인지는 모르겠는데, 그거 아마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공무원이 공작을 어떻게 막냐고.’
후작까지는 그래도 비벼볼 여지가 있다. 근근이 후작가가 강등이나 멸문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으니. 하지만 공작은 걸어다니는 자연 재해나 마찬가지다. 공작의 공격이 시작되면 기도 메타밖에 답이 없는 수준.
그래도 먼저 허세를 부린 건 나였으니 이 또한 나의 업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시선에 답해주었다. 아니, 그런데 애초에 바렌티 공작가가 정말 루이제를 공격할 일은 없는데 나도 쫄고 있네. 이게 분위기의 힘인가.
아무튼 그렇게 루이제의 컨디션이 회복되며 동아리가 끝났다.
동아리 시간에는 루이제에게 다시 마르게타를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그럴 리가 있나. 높은 확률로 다시 루이제를 찾아올 거다. 루이제가 타국 주요 인사들과 어울리는 것을 지적한 것인데, 그 지적을 수용한다면 동아리 해체밖에 답이 없다.
그리고 루이제가 동아리를 해체할 일은 없고,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해체하면 저 5인방의 분노는?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질 저것들은 어떻게 감시하고? 오히려 난 루이제가 해체한다고 해도 무릎을 꿇어가며 말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마르게타는 모른다. 동아리는 그대로 유지되고, 루이제도 계속 주요 인사들과 어울리겠지. 그러면 자신의 충고가 무시 당했다는 판단이 선 마르게타가 다시 루이제를 찾아올 것이다.
‘황태자도 지랄하는데 이젠 공녀도 합세하네.’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공작가 차원의 공격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마르게타의 권한으로도 루이제를 괴롭힐 방법은 많다. 어디까지나 바렌티 공작가가 루이제를 공격할 일이 없는 거지, 마르게타 개인은 별개니까.
‘조만간 찾아가야지.’
방법은 뭐, 별 수가 있겠나. 그냥 마르게타가 개작두 들고 루이제에게 재방문하기 전에, 내가 먼저 마르게타에게 가는 수밖에. 동아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내가 고문으로 계속 주시하며 사고가 터지지 않게 주의 중이라고 하면 이해할 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다. 마르게타도 내가 동아리 고문으로 버티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굳이 루이제에게 찾아가 경고를 했다고? 뭐지, 내가 버티는 것과는 별개로 루이제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했나? 아니면 동아리 자체는 없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물론 지금은 모를 일이다. 이것도 마르게타를 만나면 슬쩍 떠봐야지.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칼 영식.”
다음날 동아리실, 심지어 정규 수업 시간에 마르게타가 위풍당당히 동아리실에 방문했다.
아니, 찾아가려고는 했는데.
그렇다고 네가 직접 오는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생글생글 웃는 마르게타를 보니 조금 미워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자님들의 과분하고 열렬한, 정말로 감사한 성원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 후기를 통해 다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도 얼마 전에 알았는데, 제 아버지께서 제가 소설을 쓰는 걸 알고 계십니다. 심지어 무슨 소설인지도요. 물론 제 정신 건강과 수치심을 염려해주셔서 내용은 보지 않으십니다만은.
아무튼 그래서 독자님들의 성원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을 아버지도 알고 계시고, 덕분에 어제 저녁은 아버지와 즐거운 외식을 즐길 수 있었읍니다.
이 부족한 아들이 글을 쓰는 것을 응원해주시고, 이렇게 위장도 채워주시는 아버지를 둬서 행복합니다!
…라고 쓰면 되는 거죠, 아빠?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파파민님! 후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