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3)
제 3화
공무원입니다 – 3
스릴 넘치는 황금공과의 두근두근 면담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수습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한 사흘 전까지는 꿈에서 3과장이 화려하게 폭발하고 황금공이 기어코 감찰부에 찾아오는 꿈까지 꿨었다.
꿈 속에서 그 허허 웃는 얼굴로 영혼까지 탈곡하는 언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뒤늦게 ‘이렇게 반박할 걸!’ 라며 책상을 내려치는 짓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묘하게 디테일해서 더 열받네. 누가 내 꿈 조종하나? 어떻게 4일 연속으로 같은 꿈을 꿨지.
“꿈을 꿀 정도로 푹 잤다고요?”
“4일 연속으로 잤다고요…?”
“잤다… 고…?”
“감찰부의 근무환경이 바닥에 떨어졌구나…”
마지막은 뭔데. 일주일 동안 잠도 안자고 뭐했던 거야.
“부장님이 당직 몰아주셔서 데이트 약속 밀렸잖습니까. 몰아서 처리하느라 요즘 잠을 못 잡니다.”
“널 퇴근시키지 않는 게 제도 아가씨들을 위한 일이 아닐까?”
지독한 놈. 될 놈은 이런 환경에서도 연애가 되긴 되는구나. 솔로를 향한 2과장의 광역 도발에 3과장이 서글픈 눈으로 2과장을 쳐다봤다. 저 녀석은 전형적인 안될 놈이었다.
물론 나도 그렇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 나와 3과장이 잠시 동지애를 교환한 후 서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동지애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1과장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어? 1과 보고는 다 끝나지 않았어?”
“네, 보고 말고 전해드릴 내용이 있어서요.”
“뭔데?”
“장관님이 찾으셨어요. 회의 끝나면 오라던데요?”
장관이 찾는다는 말에 몸이 굳었다가 다시 풀렸다. 회의가 끝난 이후라는 유예 시간을 준 걸 보면 또 잉크병과 고함이 날아다닐 일은 아닐테니까.
장관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위축되는 자신이 슬퍼졌다. 상관이 몇 없는데, 하필 그 몇 없는 상관 하나하나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평범한 상관 열을 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아니, 그 영감은 멀쩡한 통신구 놔두고 왜 사람을 전령으로 쓰냐. 지난번에도 차장한테 시켰잖아.”
그 말에 1과장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말없이 쳐다봤다. 마치 몰라서 묻느냐는 표정으로. 뭐, 뭐 임마, 뭐.
“부장님. 장관님 연락 잘 안 받는다면서요? 열 번을 걸어야 서너 번 겨우 받는다고 화내시던데.”
“거 사람이 큰일 하다 보면 연락 좀 못 받을 수 있지.”
공무원이 큰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연락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감찰부가 어디 촌에 있는 경비대 지부도 아니고 제국 핵심 부서 중 하나인데, 부장이 연락을 다 받는다면 그건 오히려 한가하다는 태만의 증거가 아닐까? 휘하 부장이 열심히 업무 중이라면 장관은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는 나의 대답에 2과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저러니까 장관실 단골 손님이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제가 장관님이었으면 진즉에 부장님 머리에 펜 꽂았습니다.”
“어쩐지 볼 때마다 내려 찍더라니.”
그동안 의문이었던 숙제가 하나 풀렸다. 과연, 그래서 그랬구나…
“크흐… 어쨌든 이제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나서 부르신 건 아니지만, 늦으면 화난 장관님을 볼 텐데요?”
“늘 보던 거라 딱히 상관 없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보던 거라 더더욱 보고 싶지 않다. 매번 봐도 새롭고 색다른 패턴으로 화를 내니 당하는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 내 눈동자가 잠시 아련해졌다.
“너 그딴 식으로 나오면 나 은퇴할 때 차기 장관으로 지목할 줄 알아!”
1년 전의 그 호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건드리다니, 너무하지…
“아무튼 더 할 얘기도 없으니 해산.”
“네~”
“무사히 돌아오십셔.”
-똑똑
“장관 각하, 접니다. 감찰부장.”
“들어와.”
문을 열자마자 도로 닫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양손에 덤밸을 가득 들고 근육을 과시하며 쇠질 중인 장관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윽, 내 눈.
“…뭐하십니까?”
“젊은 놈이 벌써 노안이라도 왔냐? 운동 중이다.”
아니, 운동 중인 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 업무 시간에 집무실에서 쇠질하는 장관이 어딨어.
“아, 예, 알겠습니다.”
물론 눈 앞에 그 장관이 있기에 차마 입을 열 수는 없었다.
‘격노 상태보다는 운동 상태인 게 낫지…’
격노 상태면 저 쇠질 중인 근육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데 어떻게 버티랴. 차라리 백날 천날 홀로 단련했으면 하는 소소한 소망이 생겨났다.
조심스레 들어가는 나를 바라보던 장관은 덤밸을 한쪽 구석으로 던졌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바닥 전체가 심하게 떨렸다. 미친… 미친놈…
“왜 그리 놀라? 너 저 정도도 못 들어?”
“예? 왜 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발 자신을 봐달라는 것처럼 화려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근육을 온 몸에 장착한 장관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마치 거대한 곰이 두 발로 일어서서 다가오는 것 같은 모습.
그 경이로운 광경에 나는 저절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 뻔했다.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못했습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장관이 미간을 찌푸리며 내 등짝을 한 대 후려갈겼다.
“악!”
“이 새끼, 지금 보니 왜 이리 말라졌어? 집무실에만 박혀 있더니 근육 다 빠졌네.”
“아니, 저 어디 가서 그런 얘기 들어 본 적 없습니다…!”
당신 눈에는 누구든 안 말랐을까!
등짝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발작하듯 항의하자 장관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오히려 비웃을 뿐이었다.
“밖으로 나가질 않으니 당연히 못 들어보지.”
“아니 씹, 맞는 말이라 더 열받네.”
“됐고, 앉아. 할 얘기 있어서 불렀으니까.”
장관이 가차없이 등을 돌려 상석에 앉은지라 나도 더 항의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 몇 주 사이에 더 커진 것 같냐.’
빠르게 위아래로 스캔해보니 확실히 저번보다 미묘하게 근육이 불어났다. 성장력 무한의 근육이라니, 누가 세상에 저런 미친 생물을 풀었단 말인가. 저게 어딜 봐서 인간이야, 하프 오우거 정도 되겠네. 일단 확실한 건 재무성 장관으로 머물고 있을 인재는 아니라는 거다.
매번 재무성 신입 관료 환영회를 열 때마다 장관을 보는 신입들의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게 개인의 의견이 아닌 만인의 의견이라는 증거다. 저게 잘 쳐줘도 전쟁성 장관이나 원수지, 재무성 장관이라는 그릇으로 담기에는 너무 큰 사람이다. 여러 의미로.
“무슨 생각하냐?”
“그냥, 대단하시다고요.”
내가 저런 사람 아래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날 어떻게 볼까… 감찰부가 아니라 갱단으로 알지 않을까…
대충 대단하다고 둘러대는 말에 장관은 별 관심도 없는지 의자에 몸을 기대며 턱을 매만졌다. 와, 이젠 의자도 작아 보이네.
“너, 요즘 네가 맡은 일 없지?”
“뭐, 그렇죠. 제가 뭔 일 붙들고 있으면 각하께서 던진 일이니 각하도 아시지 않습니까.”
각 과에서 올라오는 보고나 처리해야 할 일은 많지만, 부장이 직접 붙들고 진행할 일은 없었다. 황금공 관련으로 부장 짬에 현장에서 뛸 뻔했지만, 다행히 3과 선에서 마무리 했고.
“흐으으음…”
“왜 그러십니까? 설마 짬때리시려고요? 그런데 요즘 저나 각하가 맡을 일은 없지 않습니까?”
“없지, 없었는데.”
“왜 없었는데로 끝납니까. 불안하게.”
그러면 지금은 있다는 거잖아. 나는 본능적으로 짬에 두들겨 맞는 미래가 보여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면전에서 내가 불충한 표정을 짓든 말든 장관은 신경쓰지 않았다.
‘뭐지. 진짜 큰일인가.’
대놓고 표정으로 불만을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장관이 아니었다. 즉각 호통과 주먹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무소식이 가장 무섭다는데,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망할, 황금공 일 수습한 게 일주일 전인데 또 일이 터졌다고?
한편 칼이 고민에 빠진 것처럼 장관도 고민에 빠졌다. 처리할 일이 하나 생겼는데, 부장급이 가기에는 사안이 좀 컸고, 직접 가기에는 작았다. 물론 억지로 부장을 보내도 어떻게 처리할 수는 있겠지만, 일이 꼬이면 장관이 직접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터질 수도 있다.
문제는 요즘 장관도 함부로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 가능했다면 이런 고민 없이 진작 움직였을 것이다.
‘역시 이놈에게 맡겨야 하나.’
조직도 상 칼도 재무성의 부장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감찰부의 위상, 칼 개인의 위상을 생각하면 단순 부장급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장관에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부장들에 비하면 확실히 위다.
“야.”
“예?”
“너 아카데미 가고 싶다고 했었지?”
장관의 말에 내 눈이 부릅 떠지고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 그 말을 자주 하기는 했다. 이 엿같은 공무원 생활이 아닌 소박한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입이 닳도록 말했었다. 그럴 때마다 장관에게 지랄하지 말라고 뒷통수를 후려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
‘설마, 각인가? 은퇴각인가?’
그렇다면 장관이 저렇게 고민한 것이 이해가 된다. 나 같은 고오오오급 인재를 풀어줘야 하는데 당연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할 수밖에. 하지만 그럼에도 장관은 사임을 받아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사실 나는 장관을 믿고 있었다. 저 우락부락한 몸과 흉악한 말투 속에 진중하고 배려감 있는 마음이 자리 잡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부하의 애처로운 애원을 외면하지 않고 결국 받아주지 않았는가! 비록 함께 보낸 시간은 4년 정도지만, 그 4년은 40년보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아암, 그럼. 그렇고말고.
“장관 각하! 전 옛날부터 마음 속 깊숙이 각하를 존경했습니다!”
그 말에 장관은 ‘이 새끼 또 지랄병 돋았네.’ 라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마음 속에 이미 장관은 일생일대의 소원을 들어준 영웅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런 각하의 곁을 떠나 한낱 아카데미 재학생으로 지내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 각하와 함께했던 40년 같은 4년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각하와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제 시간은 남들과 다르게 흘렀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4년이 아닌 400년 같은 4년을…”
심드렁하게 지켜보던 장관은 은퇴 선언문을 한 귀로 흘리며 작성한 서류를 나에게 건넸다.
“지랄 말고 이거나 읽어.”
“─그렇기에 각하와 함께한 4000년 같은 4년은… 뭡니까 이거? 퇴직금 서류?”
그제서야 사임 95개조를 멈춘 내가 장관이 내민 서류를 받았다. 평소라면 기겁을 하며 방사능 폐기물을 다루듯 받았겠으나, 나의 마음 속에서 이미 장관은 세상의 질서를 위해 군림하는 신의 위치에 올라섰다.
“…어?”
그리고 시선에 들어온 한 문장으로 인해 그 신의 위치가 거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재무성 소속 감찰부장, 칼 크라시우스를 긴급 감찰관으로서 제국 아카데미에 파견한다. – 크펠로펜 제국 재무성 장관, 데베르 브리아드 오브 블로첸 백작 ]떨리는 내 동공이 장관을 향했다.
장관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했잖냐. 특별히 신경 썼다.”
“이 미친!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싶다는 거지, 어떤 미친 놈이 아카데미에 일하러 가고 싶다고 말합니까!”
하지만 이미 명령서는 작성됐다. 황제의 명을 받아 재무성을 담당하는 재무성 장관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 합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황제에 대한 도전이오, 제국에 대한 도전이다.
까라면 까야한다. 꼬우면 다른 부서를 가라. 평소 내가 과장들에게 시전했던 업보가 이제 나에게 돌아왔다. 애초에 그 업보를 전부 장관에게 배운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명분에서 밀린 나는 힘없이 명령서라는 노예인증서를 들고 장관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진짜 개새끼…”
장관의 위치는 신에서 개새끼로 변경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판 속 공무원’의 로판 향기를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