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317)
그런 마르게타의 인사에 소공작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자, 마르게타는 과장된 어조로 사과를 했다.
‘오.’
그러자 눈에 띄게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는 열 살 소공작. 공녀인 마르게타가 자신에게 소공작이라 불러주니 뿌듯한 모양이다.
“그래. 릴리아나 소공작은 공작가를 이을 몸. 아무리 공녀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단다.”
그 변화를 눈치챈 마종공이 지원 사격을 날리니 덜덜 떨던 병아리는 어느새 날개를 과시하는 병아리로 변했다. 그래봤자 병아리인 건 그대로네.
“그러네요. 소공작님은 어리시지만 어엿한 후계자시잖아요.”
“마종공 각하를 제외하면 가장 높으신 분이고요.”
“대단해요. 저는 소공작님 나이에 이렇게 의젓하지 못했는데.”
그 뒤를 이은 루이제, 이리나, 세라의 노골적인 칭찬에 소공작은 더욱 어깨를 으쓱였다. 조금만 나이가 많았다면 부담스러워할 정도의 칭찬이지만, 소공작은 고작 열 살.
“저는 살론 공작가의 후계자니까 대단한 게 당연해요!”
처음 나와 인사할 때 보였던 컨셉도 잊었는지 어린애스러운 말투로 자랑했다. 역시 열 살… 남들의 칭찬을 곧이곧대로 들을 나이.
“귀엽네.”
“그러게.”
에리히의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이 나왔다. 무서움 받는 입장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렵기는 하지만, 이런 어려움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살론 공작가의 미래는 정말 밝다.
‘프로젝트: 우리 소공작님 최고’ 덕분에 소공작의 기분은 급속도로 풀렸다. 그러고 보니 마르게타는 조카들도 제법 있을 테니 애 다루는 데 익숙하겠네.
‘어쩐지 능숙하더라.’
심지어 루이제는 카피바라라 친화력이 좋고, 이리나는 여동생이 있으며, 세라는 에리히의 사촌과 친해질 의지가 가득한 상황. 전력으로 귀여워해 줄 수 있는 넷이 한 명에게 붙으니 일이 잘 풀릴 수밖에 없다.
대신 마종공은 아이에게 익숙할 이유가 없지만─
“아직 어린애가 소공작이라고 다부진 걸 보니 기특하구나.”
은근슬쩍 나에게 소공작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하며 익숙해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살론 공작가의 소공작이 귀여우니 카토반 공작가에도 소공작을 만들고 싶다는 건가.
“그러게. 우리 애도 오촌을 닮았으면 좋겠어.”
“후후, 그렇지?”
그래서 원하는 답을 돌려줬다. 애초에 귀족끼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건 당연한 일이니 회피할 답도 아니다. 이런 당연한 답을 피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렇게 현명공의 광기에 직격타를 맞았던 소공작은 무한 칭찬으로 자존감이 승천했고, 현명공과 강제로 말을 놓을 뻔한 마종공은 미래에 대한 확답을 받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일행의 분위기가 고조된 것은 당연한 일.
“오, 고문 선생?”
기껏 고조된 분위기가 다시 나락 루트를 탈 위기라는 게 문제지만.
바로 근처인 이종족 보호 구역으로 이동하자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관광객들. 관광지에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애석하게도 관광객 사이에 섞여있는 부원들을 보고 말았다.
“…너희도 여기 있었군.”
“원래 첫날이니 느긋하게 움직이려고 했는데, 타니안이 가보자고 난리였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는 류티스의 말에 시선을 돌리니, 작게 미소를 짓고 있는 타니안이 보였다.
“이종족 보호 구역에 설치된 교구가 있어서 말입니다. 이종족들을 신앙으로 인도하는 교구는 이곳이 유일하니 빨리 보고 싶더군요.”
지극히 신앙적이고 상식적인 이유라서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유일한 이종족 관리 교구면 내가 사제였어도 오고 싶었을 것 같기는 해.
“그런데 형제님. 저 자매님은 누굽니까?”
타니안의 말에 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바닥─ 정확히는 마르게타의 손을 잡고 있는 소공작에게 꽂혔다.
‘이런.’
유감스럽게도 사촌마저 무서워하던 소공작은 부원들의 시선에 다시 겁을 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 망할 놈들아. 우리가 얘를 어떻게 달랬는데.
“혹시 릴리아나 소공작입니까?”
울먹이는 소공작을 마르게타가 황급히 달래려는 찰나, 아인테르의 말에 소공작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건 나도 의외다. 사촌인 나도 몰랐던 소공작을 아인테르가 알고 있다고?
“만난 적이 있었나?”
“아, 그건 아닙니다. 그냥 현명공의 딸이 갈색 머리에 황금빛 눈을 가졌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죠.”
거기에 ‘현명공의 조카인 너랑 같이 다니는 걸 보면 소공작 아니겠냐.’ 라는 눈빛까지 보내서 납득하고 말았다. 확실히 얘가 2황자파 실각 전에는 평범한 황자였었지. 공작가 구성원의 특징 정도는 머릿속에 있을 법하다.
“소공작? 이거 차기 공작을 보게 되다니, 영광인데!”
아무튼 아인테르의 설명에 웃음을 터뜨린 류티스는 성큼성큼 소공작에게 다가갔다.
시뻘겋고 덩치 큰 놈의 접근. 소공작이 기겁하며 울어도 무방한 일이지만, 황족이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은 소공작에게 없던 용기도 만들기에 충분했다.
“…흐끅.”
물론 세상에는 용기로도 불가능한 일이 있는 법이다.
아직 열 살이라 그것까지는 몰랐나 보다. 안타깝네.
“으응?”
그리고 소공작의 훌쩍임에 도리어 류티스가 당황하고 말았다. 평소에 뻔뻔한 놈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
숙소에서 일곱 명으로 출발했던 일행은 어느새 열두 명으로 늘어났다.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살론 공작가의 소공작은 아가의 사촌이기도 하니 기꺼이 보살필 수 있고, 다른 넷도 동아리 부원이니 만큼 익숙한 인물들.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꺼려졌겠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솔직히 방금 전까지 현명공에게 시달린 상황이라 누굴 봐도 그러려니 싶은 게 더 크지만.
“소공작. 내가 너무 많이 사서 그러는데 같이 먹어줄 수 있을까? 버리기는 아깝잖아.”
그 와중에 소공작을 울린 류티스 왕자가 사탕을 건네며 달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의외다. 아이가 울어도 ‘울음소리가 우렁차니 기사감이구나.’ 라며 웃을 것 같이 생겨놓고 저런 배려라니. 투박한 사내여도 어린아이에 대한 애틋함은 남아있는 건지, 아무튼 세심한 면이 있었다.
“조, 좋아요. 대가를 주고 구한 물건을 버리는 건 낭비니, 저하의 요청에 따를게요.”
목소리를 떨면서도 사탕을 받는 소공작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둘의 모습을 보던 일행들, 사탕을 주는 류티스 왕자도 웃고 있었다. 심지어 사탕을 입에 문 소공작까지.
고작 단 걸 먹었다고 저렇게 기뻐하다니, 혹시 현명공은 애에게 간식을 금지하는 성격인가?
‘그럴 리가.’
매일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자기 딸이 먹을 간식에 냉정할 리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양심이 없는 거다.
그렇다면 그냥 저 아이가 사소한 기쁨에도 행복해한다는 의미.
‘귀여운 아이.’
다시 미소가 지어졌다. 카토반 가문에도 저런 소공작이 있다면 사랑으로 돌볼 자신이 있다.
이종족 보호 구역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종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드워프가 보이고, 왼쪽으로 돌리면 수인이 보일 정도로.
이렇게 다양한 종족이 모여 있는 것이 신기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관광객을 위한 상업 지구. 각 종족별 주거 지구는 따로 있다고 하니 종족 차이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적을 거다.
‘엘프들도 많구나.’
그리고 상업 지구 곳곳에는 기념품이나 음식을 판매하는 엘프들도 보였다.
나보다 더 뾰족한 귀. 인간으로 치면 겨우 20대가 되었을 것 같은 외모. 누가 봐도 엘프다. 혼혈인 나와 달리 순수한 엘프.
‘어머니와 같이 왔다면 좋았을 텐데.’
당장 눈에 보이는 엘프만 수십. 이렇게 많은 동족들을 어머니와 같이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종족 보호 구역이 아닌 인간 세상에 나와, 당당히 공작가의 일원이 된 모습을 동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웠을까.
‘…동족.’
씁쓸한 감정이 몰려왔다. 이 보호 구역의 엘프들도 우리 모녀를 동족이라고 생각할까?
약 150년 전에 보호 구역을 뛰쳐나온 어머니는 그 뒤로 보호 구역의 동족들과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나는 그런 어머니가 인간과 사랑을 나눠 태어난 혼혈이다. 물론 어머니는 보호 구역을 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셨고, 나 역시 내 몸에 흐르는 카토반의 피가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 세상에 적응한 우리 모녀의 생각. 인간 세상과 거리를 둔 동족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줄까?
‘모르겠어.’
옛날부터 품은 의문이지만 아직까지도 풀지 못한 의문. 이 의문 때문에 이종족 보호 구역에 오는 걸 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껏 여기까지 왔으니 계속 피할 수는 없─
“아리아드네?”
순간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어머어머, 빗자루처럼 바닥 쓸고 다니는 꼴 보니 아리아드네 맞네.”
영원히 잊을 수 없지만 누구도 입에 담지 않는 이름을 듣고 말았으니까.
살며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쾌활하게 웃고 있는 엘프 여성이 보였다. 마침 장사 중이었는지 솜사탕을 만들던 엘프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입을 열었다.
“…어, 아리아드네 아니세요?”
“…….”
어머니를 아는 동족을 만났다.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어머니의 지인을 만난 당혹감에, 지인은 사람을 착각했다는 민망함에 입을 열지 못했다. 입만이 아니라 몸도 굳었는지 손에 들린 솜사탕이 점점 커져갔지만 누구도 그런 사소한 문제를 입에 담지 않았다.
“…제 어머니가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을 쓰셨습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 황실의 인원이나 공작이 아닌 인물에게 존대를 하는 것은 낯설었으나, 어머니의 이름을 편히 부르는 걸 보니 어머니와 친했던 분일 터. 그런 분에게 감히 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내 답에 지인─ 금발의 엘프는 화색을 띠었다.
“그러면 네가 아리아드네의 딸이니?”
“네, 그렇습니다.”
“어머 어머! 어쩐지 아리아드네하고 쏙 빼닮았더라니!”
그러고는 나에게 다가와 양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졌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칠 뻔했지만 내 얼굴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찾는 행동이라는 걸 알았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제는 내 기억에만 남은 어머니의 얼굴. 그 얼굴이 나에게서도 보인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으니.
“정말이네! 어릴 때 모습 그대로야!”
그 말에 형용할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역시 어머니의 피도 나에게 흐르─
“다행히 성격은 안 닮았구나? 아직 어리면서 이렇게 의젓하고.”
는…?
“…예?”
이상한 단어가 들려 반문을 하고 말았다. 어려? 의젓?
“아리아드네가 집을 나간 게 150년 정도 전이니, 기껏해야 백 살 조금 넘었을 것 같은데… 아니니?”
내 반응에 지인은 도리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마치 자기가 잘못 알았냐는 듯한 반응.
제대로 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