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49)
제 49화
부장은 너희에게 만족했다 – 1
차장의 보고는 빠르게 올라왔다.
– 역도들은 예외 없이 처단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도 몹시 흡족해 하셨습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황제를 향한 보고까지 마쳤다. 역시 차장이다. 내가 아무리 감찰부를 비우고 있어도 과장 트리오의 돌발 행동이 걱정되는 정도지, 감찰부 자체가 걱정되지는 않았다. 과장들도 업무가 내려오면 제대로 임하니 더욱 그러했고.
“잘했어.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
정오에 지시한 것을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완료하여 보고 했다. 이런 일처리를 듣고도 만족하지 않는 상사가 있다면 그 인간은 머리가 없는 놈이다. 내가 머리 없는 놈은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장을 치하하니, 차장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짧게 답했다.
“과장들도 수고 많았다고 전해줘.”
– 부장님의 치하에 다들 기뻐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슬쩍 미소를 지으며 통신을 끊었다. 이걸로 끝났다. 세번째 영광은 물론, 그 반군과 접촉한 역도까지 전부 쓸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행이다.’
감히 너희를 모욕한 것들을. 그리고 너희에 대한 말을 그 버러지에게 함부로 떠들었을 역도를 처리했다. 비록 내 손으로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부하들이 움직였으니 내 지분도 있겠지.
내가 너희의 희생으로 출세했다는 것은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너희는 돌아오지 못했고, 나는 그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올랐으니까. 나에 대한 모욕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새끼는 너희에 대한 모욕도 서슴치 않았다. 감히 너희의 핏값으로 내가 출세했다고 말했다. 너희의 목숨이 그렇게 값싼 것이 아닌데. 너희의 희생이 고작 나 하나 출세시키고 끝날 가벼운 것이 아닌데.
‘추하긴 하네.’
몰려오는 자괴감을 느끼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너희의 희생으로 출세한 것을 부정하지 못하면서도, 너희가 죽은 결과가 고작 나의 출세라는 말에 눈이 돌아가 버렸다. 사실을 들이밀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애새끼처럼.
하지만 어쩌겠나. 일곱 중 고작 나 혼자 살아 남아버렸으니.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낙인은 영원히 지울 수 없겠지. 단지 그 낙인을 억지로 끄집어 내는 개새끼를 없애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유일한 일이 끝났으니 속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곧 연회가 열릴 텐데, 다행히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겠다.
-똑똑
‘누구지?’
연회가 열리기 전까지 잠깐 눈 좀 붙일까 싶었지만, 귀신같이 눕자마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동아리실도 아니고 숙소까지 누가 온 적은 없었는데?
“칼 영식. 저예요.”
“마르?”
심지어 찾아온 사람도 더욱 의외였다. 교감이나 빌라르라면 모를까, 마르게타가 올 줄은 몰랐다. 순간 내 숙소는 어떻게 알았나 싶었지만 애초에 주기적으로 오던 감찰관들이 머무는 숙소다. 학생회인 마르게타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
“금방 나가겠습니다.”
어쨌거나 눕혔던 몸을 다시 일으키고 문으로 걸어갔다. 굳이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급한 일인 것 같으니.
“마르. 여기까지 무슨─”
문을 열자마자 보인 모습에 잠시 말이 끊기고 말았다. 마르게타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으니까.
“칼 영식. 괜찮다면 연회장에는 저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내 눈 앞에는 늘 입던 교복이 아닌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살포시 웃는 마르게타의 모습이 보였다.
***
박람회 시상식이 이루어진 날 저녁에는 연회가 열린다. 박람회 기간 동안 외부에서 온 귀족들과 친목을 다졌으니, 이제는 선의의 경쟁을 한 학우끼리 우애를 다지라는 의미.
사실 명분은 중요하지 않다. 귀족에게 있어 연회, 사교는 일상이니까. 적당히 열만한 이유가 있으면 바로 연다. 그것이 귀족의 연회다.
작년에도 박람회를 마무리하는 연회에 참석했지만, 잠깐 얼굴만 비추다가 금방 빠져나왔다. 아무리 칼을 만나기 위해 자청한 학생회지만, 처음 겪는 박람회 관련 업무로 너무 피곤했으니까. 그 피곤함을 이겨가며 연회를 즐길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
‘올해는 아니야.’
올해는 칼이 있다. 심지어 우승 동아리의 고문이니 절대 빠질 리가 없다. 칼의 필참을 이끌어 준 루이제 영애에게 고마울 정도. 칼이 있는 연회라면 피곤한 게 아니라 다리가 부러져도 기필코 참가해야 한다.
칼은 신년하례식과 제국백 가문의 모임 정도를 제외하면 사교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까. 이건 정말 하늘이 준 운명적인 기회다.
“이러면 곤란한데…”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회라 미처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작년에는 얼굴만 보이고 나갈 생각에 적당한 드레스를 준비했고, 그마저도 바로 벗은 뒤 옷장 구석에 방치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제야 떠올렸다. 그 결과가 눈 앞에 보이는 밋밋한 드레스. 이런 걸 입고 칼 앞에 설 자신이 없다. 좋은 모습만 보여도 모자를 판에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유모!”
– 아가씨?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유모에게 미안하지만 바로 연락을 걸었다. 다행히 아직은 아침. 시상식에도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으니 연회까지는 여유가 있다.
“나, 나 그 드레스! 그 드레스 필요해!”
그 드레스. 작년에 처음 칼과 만난 이후, 같이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장만했지만 칼이 바빠서 입지 못했던 드레스. 그래서 약혼식 때 입으려고 소중히 보관했지만 칼에게 혼담을 거절 당해 몇 번이나 끌어안고 울었던 드레스.
…썩 좋은 기억이 담긴 드레스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입으려고 했던 만큼 내가 가진 드레스 중에서는 최고니까.
– 그 드레스요? 아, 그거. 갑자기 그건 왜…
“칼하고 같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어!
그 순간 유모의 눈빛이 돌변했다.
유모와 저택에서 나를 모시던 시녀들이 순식간에 드레스와 온갖 함을 들고 숙소에 도착했다. 유모의 말로는 아버님이 인상을 쓰시면서도 텔레포트 마법사를 붙여주셨다고 한다.
‘고마워요 아버님.’
오늘 밤에는 꼭 아버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자.
“아가씨. 우선 드레스부터 입죠.”
속으로 아버님을 향한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올리는 사이, 유모가 무서운 기세로 나를 잡아 끌었다. 아, 아파 유모…
“아가씨. 팔을 양쪽으로 뻗어주실래요?”
“응.”
하지만 내 부탁에 아카데미까지 온 유모에게 투정을 부릴 수는 없다. 가만히 유모의 손길에 몸을 맡기자 빠르게 드레스가 입혀졌다. 이건 겪을 때마다 신기하다. 드레스가 입기 쉬운 옷이 아닌데, 이상하게 유모가 입혀주면 이렇다.
“고마워 유모!”
작년에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갔으면 얼마나 창피했을까. 칼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부끄럽지만, 나 때문에 옆에 있을 칼도 덩달아 부끄러워질 수도 있었다. 옆에 있는 레이디가 후줄근한 모습이라니, 아무리 무덤덤한 칼이어도 그건 싫을 거다. 응, 분명 그럴 거야.
그렇기에 유모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자 유모는 빙긋 웃더니 그대로 나를 화장대 앞에 앉혔다.
“아직 할 일이 많으니 인사는 나중에 받을게요.”
“아.”
앗… 아아…
득달같이 달려드는 유모와 시녀들의 손을 보며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맞다, 화장 시간이 제일 힘들었지.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데 유모는 성에 차지 않아서 무한 반복이었던 시간. 드레스에 정신이 팔려서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버티자.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유모의 솜씨와 안목은 충분히 믿을 수 있다. 버티면 그 이상의 결과가 날 반겨줄 거야.
“정말 아름다우세요, 아가씨!”
“최고예요! 칼 영식도 보신다면 넋을 놓으실 걸요?”
인고의 시간 끝에 유모의 손이 멈추자 옆에서 시녀들의 환호 섞인 칭찬이 들려왔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유모가 보였다.
“직접 보세요. 마음에 드세요?”
거울을 볼 수 있게 살짝 물러나는 유모. 말로는 마음에 드냐고 물었지만, 표정에는 당연히 마음에 들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했다.
“응. 마음에 들어.”
그리고 유모의 자신감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정말 아름다웠다.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사실인 걸 어떡해. 그만큼 유모가 대단한 거지.
“유모, 정말 고마─”
“이제 장신구만 고르면 되겠네요.”
“앗.”
연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르러서야 치장이 겨우 끝날 수 있었다. 결과는 확실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는데 당연하지.
“다들 고마워…”
그 대가로 연회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옮겨 칼의 숙소까지 간 내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아무리 완벽한 치장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흐트러지기 마련. 치장한 직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이유면 없던 기력도 생겨난다.
그렇기에 유모와 시녀들의 응원을 받으며 칼의 숙소로 향했고─
“마르. 여기까지 무슨─”
놀란 듯 눈이 커진 칼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오늘 밤에는 아버님한테 사랑한다고 두 번 말씀드리자. 유모한테도.
***
의외의 장소에 의외의 사람이 의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면 어떤 기분일까? 딱히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알게 됐다.
“칼 영식?”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마르게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차 말을 걸었다. 아, 이런.
“아, 미안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괜찮아요. 갑자기 찾아온 제 잘못이니까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마르게타의 모습에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근래 마르게타에게서 본 적 없는 모습, 심지어 1년 전 기억을 끄집어와도 낯선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솔직히 화장이나 장신구에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정말 작정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모습. 심지어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게 절묘한 조화마저 느껴졌다. 문외한인 내 눈에 봐도 이 정도면 대체.
“그, 연회장에 같이 가자고 하셨습니까?”
“네.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그러자 활짝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철혈공 유전자는 머리색 말고는 하나도 없구나. 마르게타의 어머니를 뵌 적은 없지만, 그 분 유전자가 맹활약했다는 건 알 것 같다.
“오늘따라 아름다우십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네, 네?”
가만히 마르게타를 보다가 툭 내뱉으니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금방 붉게 물드는 얼굴.
트레이드 마크인 부채로 황급히 얼굴을 가리며 헛기침을 하지만, 이미 볼 건 다 봤으니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마르게타가 위안을 얻는다면 그걸로도 괜찮겠지.
그 모습에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마르게타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저렇게 치장했는지 뻔히 알면서, 그리고 정말 놀랄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는데도 아무 칭찬을 하지 않을 정도로 몰지각하지는 않다.
지금의 마르게타를 보고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없는 사람일 거다. 적어도 난 그런 놈은 아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본선의 마지막날입니다. 본선의 마지막을 일상으로 장식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상… 살아있다고…
이제 내일부터 7일 동안 본선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는 매일 독자님들께 찾아오겠습니다!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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