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57)
고유 마법이라고 거창하게 부르지만 별거 아니다. 어느 마법사든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마법을 만들고, 오직 그 마법사의 마나 운용 방식으로 발동되며, 오직 그 마법사가 친히 가르친 사람만이 그나마 따라할 수 있는 마법을 고유 마법이라고 한다.
그렇다, 그냥 별거가 아니다. 존나게 별거다. 심지어 그 마종공의 고유 마법이면 그 가치를 가늠하는 것도 아찔해지는 마법이다. 대륙의 내로라하는 마법사들도 마종공의 고유 마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하면 네 발로 기어서 마탑까지 갈 사람이 꽤 많으니까.
그나마 옆에 있는 교장은 이미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자제하는 것이지, 조금만 젊었어도 당장 루이제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돌아버리겠네.’
그리고 그런 교장의 반응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루이제가 마종공의 고유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아카데미 책임자인 교장도 모르던 비밀이라는 것. 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한 루이제만의 비밀. 아니, 마종공도 알고는 있겠지.
‘분명 마종공이 가르쳐 줬을 텐데.’
타인이 개발한 고유 마법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희박한 확률로 비슷한 아이디어를 통해 비슷한 고유 마법을 만들었다면, 적어도 그 개발자의 마나 운용 방식에 따라 다른 모습의 마법이 나온다.
하지만 방금 루이제의 마법은 명백한 마종공의 것이다. 내가 저걸 얼마나 많이 직관했는데. 심지어 교장과 교차 검증도 했으니 확실하다. 분명 마종공의 고유 마법이 맞다. 내 사직서를 걸고 장담할 수 있다.
“시간 있으십니까?”
“바로 가도록 하죠. 얘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슬쩍 교장에게 말을 건네니 교장도 막막한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논의를 좀 해야겠다.
교장실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리기 전, 아직 대련장 위에 있는 루이제와 눈이 마주쳤다.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길래 미소로 답해줬다. 그래, 이긴 건 축하한다.
대신 다른 마법으로 이겼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교장실에는 나와 교장, 단 둘만 앉아 있었다. 비서조차 차를 내놓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간 상황. 공작에 관한 이야기는 사소한 것이라도 새어 나가서는 안되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이제 학생이 쓴 마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마법이라는 겁니다.”
“불행 중 다행이군요.”
마종공은 그 정신 나간 재능으로 인해 여러 고유 마법을 가지고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루이제가 쓴 마법은 마종공의 고유 마법 중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마법이라는 것. 만약 조금이라도 유명한 마법이라면 대련장이 뒤집어졌을 거다.
그래도 막막함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어디까지나 불행 중 다행이라는 거지, 이 상황 자체는 불행이 맞다. 그저 인축무해한 카피바라라고 생각했던 루이제가 공작과 연관되어 있다는 거니까.
‘재수도 없지.’
내 입장에서는 실권 없는 황자와 졸업하면 느그 왕자가 되는 둘보다는 공작이 훨씬 무섭다. 공작은 하나하나가 다양한 의미로 사람 새끼가 아니니까.
“적어도 마종공 각하와 루이제의 관계는 알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교장이 말하는 당사자는 당연히 루이제다. 나는 물론, 교장 역시 마종공에게 무언가를 직접 물어 볼 용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괜히 제 발로 찾아갔다가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분명 마종공 각하는 자식도 제자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서로 침묵을 지키는 사이, 교장이 한탄하는 것처럼 읊조렸다. 사실 공작과 연관된 학생이 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철혈공이 끔찍이 귀여워하는 마르게타도 당당히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고, 현 황태자비인 전승공의 딸도 아카데미 출신이다.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맞았다는 것. 처음부터 루이제가 공작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이런 충격은 없었을 텐데. 심지어 그 대상이 전혀 아카데미와 연이 없을 것 같았고, 없기를 바란 마종공이다.
그렇게 교장과의 회담은 신세한탄만 하다가 끝났다.
‘결국 내가 물어봐야 하잖아.’
그리고 루이제에게 마종공과의 관계를 묻는 일도 내가 맡게 되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교장실을 나오고 나서야 눈치챘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짬처리. 이것이, 연륜?
동아리실에 가까워질수록 시끌벅적한 것이 이미 부원들은 다 모여있는 모양이다. 괜히 루이제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어서 좋네.
“오, 고문 선생! 오셨습니까?”
문을 열자 반겨주는 것이 류티스인 것은 조금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래. 전부 모여 있었군.”
“저희끼리 축하 파티나 하려고 말입니다. 고문 선생이 보이지 않아 찾으려고 했는데, 마침 오셨군요!”
그 말에 동아리실을 훑어보니 이미 오븐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뒤풀이 음식을 자기들이 알아서 만들다니, 묘한 곳에서 성실한 녀석들이다.
“다들 고생 많았다. 필기는 보지 못했으니 모르지만, 적어도 실기는 뛰어나더군.”
자리에 앉으며 적당히 덕담을 건넸다. 오늘 충격과 더불어 시험으로 인해 고생한 것은 맞으니까. 물론 더 고생한 건 희생양 둘과 고유 마법에 처맞은 예정에 없던 세번째 희생양이다.
“하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보다는 루이제가 더 대단했죠.”
“맞습니다. 처음 보는 마법으로 상대를 몰아 붙이더군요.”
마법 얘기가 나와서 그런지 라테르가 류티스의 말을 받아 이었다. 그래, 당연히 처음 봐야지. 너도 알 정도로 유명한 마법이면 진짜 큰일이지.
“대단하긴 했지.”
그래도 루이제의 마법으로 주제가 이어져서 나도 자연스레 입을 열 수 있는 상황. 대놓고 ‘혹시 마종공이랑 무슨 사이니?’ 라고 물을 수는 없지만, 돌려 말할 수는 있다.
“내가 마법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지만, 특이한 마법이던데. 어디서 배운 건지 궁금할 정도야.”
일단 가볍게 떠봤다. 지금까지 고유 마법을 숨겼기에 마종공과의 관계를 함구할 수도 있지만, 오늘 그 숨겼던 비밀을 공개했다. 관계를 밝힐 수도 있다는 거지.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는 루이제의 대답을 들으면 알 수 있다.
“어릴 때 어느 마법사 분한테 배웠어요. 떠돌이라고 하셨는데, 저택 근처에서 우연히 만났거든요.”
떠돌이. 마종공이 직무를 유기하고 돌아다닐 때 자주 써먹는 말이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사라진 마종공의 흔적을 찾으면 떠돌이라는 단어만 수십 번을 듣는다지.
“라테르처럼 파란 머리셨는데, 파란 머리는 다 마법을 잘 하나?”
“재미있는 가설이군.”
헤헤 웃는 루이제와 마냥 좋다며 대답하는 라테르. 하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마종공은 백발인데.’
백발이 아니라 청발이라면 변장을 한 상태로 루이제와 접촉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루이제는 자신이 누구에게 마법을 배웠는지도 모를 테고.
‘망할.’
짬처리 당한 퀘스트 내용이 변경됐다. 루이제에게 마종공과의 관계를 묻는 것이 아니라, 마종공에게 무슨 이유로 루이제에게 마법을 가르쳤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아무도 몰랐던 마종공의 제자가 아카데미에 있었다는 것은 골치는 아프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마종공이 정체까지 숨기며 제자를 길렀다는 건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특수 전력인 마법사, 그것도 마종공의 가르침을 받은 전력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육성된 것이니까. 이런 경우가 더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제국이 파악하지 못한 특수 전력이 곳곳에 널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걸 내가 물어봐야 한다고?’
끔찍한 상황에 머리가 하얗게 변한 것 같았다. 공작에게 연락이 날아오는 것도 심장 떨리는데, 내가 먼저 연락을 날려야 한다고? 심지어 ‘님 뭔가 구린 일 한 것 같은데요.’ 라는 말을? 이런 시발, 난이도 미쳤나.
‘특무성에 던질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마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더 생각해보니 썩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마법사 같은 특수 전력 관련 문제는 특무성이 담당하는 게 맞으니까. 넓게 보면 이번 일은 특무성 관할이 맞다.
그래, 난 재무성 소속이라고. 공무원이라면 자기 담당에만 충실해야지, 남의 일을 넘보면 안된다. 전문가가 괜히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오랜만에 한 정보부장과의 통신은 최악이었다.
– 드디어 미친 거요?
“마법사 관련 문제는 맞지 않습니까.”
– 그건 마법사 관련이 아니라 공작 각하 관련으로 구분하는 게 맞는 거지. 이상한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들이밀지 마시오.
덤덤하게 통신을 받았던 정보부장은 마종공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걸 알자마자 격렬하게 거부 반응을 보였다. 누가 건드리지 않아도 이미 과로 상태인 정보부에서 공작이라는 대형 폭탄까지 품고 싶지는 않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그건 나도 싫은데. 나는 뭐 시간이 널널하고 넘치는 줄 아나.
“그냥 넘어갈 문제도 아니지 않습니까. 마종공 각하의 제자가 사방에 널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중대한 사안인 것은 나도 이해했소. 그런데 그걸 왜 정보부에 묻는 거요?
“관련 정보 없습니까?”
– 하.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는 정보부장의 모습에 조금 민망해졌다. 사실 없을 것 같기는 했다. 다섯 공작은 귀족 위의 귀족, 황제의 충실한 수족이자 파트너. 아무리 정보부라도 황제의 지시 없이 공작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혹시나, 혹시나 황제가 마종공에 관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물어봤지만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몇 번을 더 실랑이를 한 끝에, 정보부장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감찰부장의 심정은 알겠소. 아카데미에서 주요 인사를 주시하는 판국에 마종공 각하도 얽히니 여유가 없겠지.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정보부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오. 그건 감찰부장도 잘 알겠지.
“물론입니다.”
– 아무튼 제도에 있는 건 나니, 방법을 찾아보기는 하겠소. 지방에 있는 감찰부장에게 기대를 할 수도 없으니.
혀를 찬 정보부장이 결국 내 간절한 염원을 이해하고 받아주었다. 역시 정보부장이다, 믿고 있었다고.
그리고 정보부장을 향한 내 신뢰는 다음날 아침, 통신구에 박힌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산산이 조각 났다.
[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음. 유감을 표함. – 특무성 소속 정보부장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그 다음에 온 문자를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 아가. 보면 바로 연락하렴. ]뒤에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짧은 문자. 하지만 정황상, 그리고 저 말투의 주인은 한 명밖에 없다.
‘정보부장 이 개새끼.’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그게 나한테 마종공 연락을 다이렉트로 꽂는 방법이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