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586)
로판 속 공무원 586화(587/945)
기념비적인 페디의 첫 생일. 평생 잊지 못할 첫 돌잡이.
하지만 그 경사스러운 날에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페디의 한마디에, 고작 한마디에 펑펑 울고 말았다.
“압-빠! 죠- 아!”
해맑은 목소리를 떠올리자 겨우 그칠 기미가 보이던 눈물이 다시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어떤 아빠가 그 말을 듣고 눈물을 참을 수 있을까. 이 세상 어떤 아빠가 나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막 말문이 트인 아들이 내가 좋다는데. 좋아하는 걸 잡으라고 했더니 망설임 없이 나를 잡았는데.
‘오늘은 내 생일이었구나…’
아무래도 페디의 생일 기념 연회가 아니라 내 생일 연회였던 것 같다. 살면서 받은 생일 선물 중 최고의 선물을 받아버렸다.
“아비가 돼서 자식 생일에 울면 어쩌자는 거냐.”
그러나 손님 중 가장 앞에 있던 첫째 장인어른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무리 기쁘더라도 오늘의 주인공은 페디다. 자식이 주인공이어야 할 연회에서 아빠가 어그로를 끌면 어쩌자는 거야.
그렇기에 손님들을 향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아그으으윽, 그흐윽…”
“허.”
입을 열기 무섭게 기괴한 언어가 튀어나왔다.
미치겠다. 감정이 극에 달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와.
“칼, 제가 안고 있을게요. 잠깐 쉬고 있어요.”
계속 꺽꺽거리자 옆에 있던 마르가 내 등을 토닥이며 페디를 가져갔다.
“미, 미안…”
“괜찮아요. 저였어도 울었을걸요?”
민망함에 겨우겨우 사과를 건네자 마르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마르도 엄마라 내 심정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눈물은 연회가 끝나갈 무렵이 되고 나서야 멈췄다. 다른 부인들, 아버지와 어머니, 심지어 티티마저 나를 달래주었지만 계속 울음이 나오더라.
나 스스로도 놀랐다. 내 몸에 이렇게 눈물이 많았었구나.
‘두 번 울다가는 탈수 오겠네.’
물을 연달아 세 잔 정도 마시고 나서야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 큰 성인이 수십, 수백 명 앞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참사라면 참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끄럽기보다는 떳떳했다. 내가 슬픔이나 고통 때문에 운 것도 아니고, 극도의 행복 때문에 눈물을 터뜨린 거잖아. 나보다 행복하게 운 사람이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 그래.
막말로 자기들도 막 1살이 된 자식한테서 ‘아빠 죠아!’ 같은 말을 들으면 안 울겠나. 만약 울지 않는 부모가 있다면 감정이 죽었거나, 자식에 대한 애정이 없는 금수보다 못한 존재이니 안타깝게 바라볼 자신이 있다.
“내가 네 덕분에 장관이 우는 걸 다 본다.”
그래서 어이없다는 듯 핀잔을 주는 재무성 장관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아비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당신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에요.
“왜 그렇게 보는 거냐?”
허나 불쌍한 사람은 자신이 불행하다는 걸 잘 아는 법. 내 시선에 울컥한 장관이 신경질적으로 따지길래 픽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각하는 페디한테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 싶어서요.”
그 말에 장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페디는 총명하니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말─”
“전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아빠가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미간이 꿈틀거렸다.
행복하다. 나는 페디에게 아빠라는 말을 들었지만 장관은 아직 대부의 대자도 듣지 못했다.
나는 만인이 보는 앞에서 ‘죠아!’ 라는 말을 들었지만 장관은 아부부 같은 말밖에 듣지 못했다.
2대 0. 완벽한 나의 승리다. 대부는 어디까지나 대부에 불과하다는 걸, 아비의 대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망할.”
장관도 자신의 완패를 부정할 수 없는지 씁쓸히 중얼거렸다.
그래도 장관의 말처럼 페디는 매우매우매우 총명하다. 티티, 엄마, 아빠라는 말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곧 대부도 말할 수 있을 거다.
…
‘티티…’
몇 번을 생각해도 기분이 묘하다. 왜 많고 많은 단어 중에 티티를 먼저 말한 거지?페디 앞에서 엄마, 아빠보다 티티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었나?
‘…좀 많이 부르기는 했지.’
확실히 물건을 찾거나 사람을 찾을 일이 생기면 티티한테 자주 부탁하기는 했다. 머리도 좋고 후각도 좋으니 금방 찾더라고.
하지만 그 부작용을 깨달았으니 다른 애들 앞에서는 자제해야겠다.
애완견한테 밀린 부모가 될 수는 없으니까.
***
장관이 자기 장남의 첫 번째 생일이라며 생일 연회 초대장을 보냈었다.
물론 참석하지는 못했다. 장관의 결혼식도 겨우 시간을 내서 얼굴을 비추는 판국인데, 자식들의 생일에도 일일이 찾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괜히 한 번 참석하기 시작하면 형평성 문제 때문에 다른 생일 연회도 참석해야 하니 더더욱.
장관도 그걸 알지만 예의상 초대장을 보낸 것이고, 나 또한 직접 축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유감 답장과 생일 축하 선물을 보냈다.솔직히 내가 정말로 참석했으면 너 왜 왔냐는 듯 쳐다봤을 거다.
허나그 눈빛을 감수하더라도 참석해야 했다.
“감찰성 장관이 울었다고?”
“예, 폐하.”
궁내성 장관의 보고를 듣자마자 탄식을 내뱉었다.
장관이 울었다고 한다. 자기 장남의 생일 때, 장남에게 아빠라는 말과 좋다는 말을 연달아 들은 충격으로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걸 못 보다니.’
원통하다. 두고두고 장관을 놀릴 수 있는 명장면을 놓쳤다. 우는 장관의 어깨를 토닥이며 장난을 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분하다. 어째서 과거의 나는 오늘의 나를 믿지 못하여 업무 처리에 몰두한 거지? 하루 분량의 업무 정도야 오늘과 내일의 내가 몸과 영혼을 갈면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거늘.
“안타깝군.”
나도 모르게 진심을 중얼거리자 궁내성 장관은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였다.
“…장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부모에게 있어 자식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귀한 것인데, 그 보물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부모가 눈물을 참겠는가.”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소신도 아비로서 자식의 말문이 트였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게 헛기침을 하며 정상적인 발언을 꺼내자 궁내성 장관도 황급히 맞장구를 쳐줬다.
민망하다. 아무리 아쉽다지만 군주가 신하 앞에서 너무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능숙히 감정을 조절하며 숨길 줄도 아는 것이 군주의 도리인데.
“그보다 장관. 감찰성 장관이 진행한 행사 말인데,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해보게.”
“예, 폐하.”
그렇기에 슬쩍 화제를 돌렸다.
동시에 진심으로 궁금한 화제기도 했다. 언제나 기행을 벌이는 장관답게, 장관은 자기 장남의 생일 연회 때도 특이한 행동을 했다.
자식 앞에 물건을 나열해놓고 집게 한다. 단순한 행동이지만 그 단순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실을 잡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고, 돈을 잡으면 부유하게 산다라.’
궁내성 장관의 설명을 들으며 턱을 매만졌다.
근거 따위 존재하지 않는 미신이지만 흥미로운 일이다. 내 자식이 집은 물건이 가호로 변한다? 재미 삼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나.
그리고 그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아이가 자랄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다. 깃펜을 집은 아이가 총명한 모습을 보인다면 ‘역시 깃펜을 잡아서 그래.’ 라는 생각을 할 테고, 다른 분야에 재능을 보이면 ‘이것도 이렇게 잘하는데 머리는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뻗을 터.
‘괜찮군.’
그래, 괜찮은 행사다. 장관의 머리에서 나온 것치고는 너무 정상적이고 온화한 생각이다.
그래서 믿기 어렵다. 듣도 보도 못한 행사니 분명 장관이 처음 고안한 건 맞을 텐데, 내가 아는 장관은 이런 발상을 할 만큼 선량한 가치관의 소유자가 아니다.
‘북방의 옛 문화인가?’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냥 정주민이 모르던 북방의 고대 문화가 부활한 게 아닐까?
물론 장관이 홀로 생각했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요점은 장관이 이 흥미로운 행사를 처음 선보였다는 것이며, 나에게도 어린 자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첫 번째 생일은 지났지만…’
아직 우리 황태녀도 어리고 귀여운 아기다. 살짝 늦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겠지.
“궁내성 장관.”
“예, 폐하. 하명하소서.”
“황태녀를 위한 연회를 준비하게. 크게 할 필요는 없고, 가볍게 식사를 할 정도면 충분해.”
“감찰성 장관의 자문을 구하여 준비하겠습니다.”
딱 내가 원하는 답변을 하며 물러나는 궁내성 장관을 보다가 통신구를 잡았다.
황후도 이 특이한 연회 행사를 들으면 기뻐할 거다.
연회는 궁내성 장관에게 말한 것처럼 작은 규모로 준비되었다.
갑작스레 준비한 연회에다, 딱히 황태녀의 생일 같은 기념일도 아니고, 연회 참석 손님도 가족과 대부인 장관 정도만 초청했으니 당연한 일. 오히려 가족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연회에 다른 손님들이 끼어들면 추억이 희미해진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깃펜은 학문, 목검은 무예, 실은 건강과 장수, 돈은 부유함을 의미합니다.”
“꼭 네 가지여야 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어차피 정해진 형식 같은 건 없으니 적당한 물건을 추가해도 됩니다. 의미는 부모가 부여하기 나름이지요.”
난데없이 초대장을 받고 달려온 장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꼭 네 가지로 정할 필요는 없군.
“폐하. 아무리 그래도 황관은 너무 과합니다.”
슬쩍 황관에 손을 대자 장관이 단호하게 말렸다.
하긴. 어차피 황태녀가 쓰게 될 황관을 굳이 선택지에 넣을 필요는 없겠지.
“그럼 짐도 장관처럼 네 가지로만 진행하도록 하지.”
“실로 영민하신 판단입니다, 폐하.”
장관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 뒤, 궁내성 장관과 함께 황태녀가 잡을 물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기대된다. 과연 우리 황태녀, 우리 사랑스러운 샤를로테는 무엇을 잡을까.
‘이왕이면 실이 좋겠는데.’
머리는 나와 황후를 닮아서 총명할 거다. 무예도 뉘렌 공작가의 피를 이었으니 풍부한 잠재력을 품고 있을 거다. 부는 말할 가치도 없다.
허나 건강과 장수. 이건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샤를로테가 실을 잡아 실의 가호를 받기를 바랄 뿐.
‘…은근히 긴장되는군.’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하는 미신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코앞으로 다가오니 긴장된다.
샤를로테는 긴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훌륭한 것을 잡았다.
“때부! 때부!”
“저, 전하… 소신이 아니라 앞에 있는 물건을…”
“때부우!”
무려 자기를 안고 있던 장관의 멱살을 잡았다.
‘과연.’
그 모습을 보며 흡족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잡았구나.
역시 내 딸이다. 차기 황제가 될 자격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