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629)
로판 속 공무원 629화(630/945)
감찰부가 특무성 소속 일부 부서와 결합되어 감찰성으로 승격된 희대의 사건.
그 사건 덕분에 주인님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나는 다시금 주인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감찰성 장관인 주인님을 보좌하는 세 부장 중 하나가 되었다.
바로 구 특무성 소속 특수부대를 통솔하는 특임부장으로서.
“부장님. 디게라 백작령 인근 던전 토벌도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그리고 특임부장의 자리에 오른 후, 몰려드는 업무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침대에서 눈을 뜨고 다시 감기 전까지, 식사 시간과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업무를 처리 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솔직히 평온한 나날은 아니다. 과거 감찰부 휘하 4과, 특무성 소속 묵광대였던 시절보다 피곤했다.
‘괜찮아.’
그래도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주인님의 품을 떠났던 내가 다시 주인님의 품에 안겼으니까. 내가 고생할수록 주인님의 부담이 줄어드니까.
물론 과한 업무 때문에 주인님을 자주 뵙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쉬운 일이지만, 이 역시 주인님을 위한 일이니까.
‘당장 편해봤자 결국 미래에 고생한다.’
어떤 부서든 막 출범한 직후가 가장 바쁜 법.그 바쁨을 외면하면 언젠가 그 업보가 돌아오는 법이다. 지금 1, 2년 편하겠다고 꾀를 부리면 차후 10년, 20년이 고통스러워진다.
그럴 수는 없다. 주인님이 장관으로 계시는 부서에 그런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게다가…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겨, 결혼, 을…’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황급히 심호흡을 했다.
이제 몇 개월만 지나면 주인님과 나의 결혼식이 이루어진다. 그전까지 최대한 일을 처리해야 마음 놓고 결혼식을 올릴 수 있고, 행복하게 주인님과 같은 저택에서 지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쁜 마음으로 업무를 헤쳐나갈 수 있다. 이건 주인님을 향한 마지막 시련이니 마찬가지니.
“가리셔도 다 보입니다.”
“조용.”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전 묵광대 부대장, 현 특임부 1과장에게 단호히 주의를 주었다.
우리는 주인님을 지키는 가장 견고한 방패이자 날카로운 검. 업무 중에 사적인 대화를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30분 휴식 후, 유드허 백작령으로 이동한다.”
“괜찮으시겠습니까? 30분으로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말없이 1과장을 바라보자 1과장은 고개를 숙인 후 빠르게 물러났다.
한숨이 나왔다. 내 결혼이 가까워질수록 구 묵광대 대원들은 쓸데없는 말이 늘어났다. 원래 이 정도로 말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결혼식 도중에 부장님이 한 번은 기절한다에 5실버.”
“한 번? 세 번은 하실 것 같은데. 난 세 번에 10실버.”
“다들 너무한 거 아니냐. 당연히 도중이 아니라 시작하기 전에 신부대기실에서 기절하겠지. 아직도 부장님을 몰라?”
정말 쓸데없는 말이, 너무나도 많이 늘어났다.
‘바빠서 기강을 잡을 수도 없고.’
건강한 정신을 위해 단련을 시킬 시간조차 없었다. 이상한 곳에 시간을 낭비했다가 던전 1, 2개 토벌할 시간을 소모하면 그보다 더한 낭비는 없으니.
‘기절…’
대원들이 속삭이던 내용을 떠올리며 아직도 뜨거운 뺨을 매만졌다.
내가 주인님과 결혼식을 올리면 기절할 것이라던 내기. 그 횟수나 시기에 따라 돈을 걸지언정, 기절하지 않을 거라는 가능성에는 누구도 돈을 걸지 않았다.
더욱 슬픈 건 나조차 기절하지 않고 결혼식을 마칠 거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경애하고 사랑스러운, 이 세상 무엇보다도 존귀한 주인님과 나란히 걷는데, 손을 잡고 입술을 맞추는데, 무려 부부라는 과분한 관계로 나아가는데 멀쩡할 수 있을까?
“크읏.”
잠시 그동안 보았던 주인님의 결혼식 장면을 상상하자 절로 침음이 나왔다.
안 돼. 잠깐만 상상했는데도 심장이 두근거려.
‘어쩌지.’
걱정된다. 이러다 결혼식 당일에도 기절을 해버리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신부가 기절을 하면 주인님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 같은 게 주인님 체면에 먹칠을 하는 건데.
그건 안 된다.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주인님의 명성에 누를 끼칠 수는 없다.
그러니 앞으로 매일매일 상상 훈련을 하자. 매일 주인님과 결혼식을 올리는 걸 상상하면 조금이라도 내성이 생길 거다.
‘주인님을 위해서.’
주인님의 마지막 결혼식을 완벽히 마무리하기 위해서.
유드허 백작령에서 활동하기 전, 우선 영주인 유드허 백작에게 향했다. 특정 영지에서 작전을 펼칠 일이 있다면 영주에게 양해 통보를 하는 것이 원칙이니까.
“어서 와, 피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자, 장관 각하?”
그리고 유드허 백작의 성에 도착하자 유드허 백작과 차를 마시는 중인 주인님을 볼 수 있었다.
어째, 서? 어째서 주인님이 여기에?
***
에리히의 쌍욕 파동은 다행히 또 다른 재앙을 부르지 않았다.
빌라르에게 추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에리히의 쌍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낸 모양이니까. 원래 이런 건 무소식이 희소식인 법이다.
그렇게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중, 내 인생 마지막 결혼식까지 남은 날짜가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피네는 잘 지내고 있나?’
그래서인지 내 마지막 결혼식을 함께 장식해 줄 주인공에게 생각이 닿았다.
에리까지 신혼 휴가 겸 임신 휴가를 때린 상태라 내 연인 중 피네만이 바깥을 맴돌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제도에서 업무를 보는 게 아니라 북방에서.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도에 있었으나, 과거 아인테르가 바란디가 후작령에 갔을 때 봉변을 입을 뻔했지 않나. 덕분에 특임부와 특무성의 병력이 북방에서 대규모 던전 토벌을 진행 중이었고, 이제는 부장인 피네까지 북방으로 향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던전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피네의 북방 파견은 피치 못할 희생이다.
‘한가한 사람이 가야지.’
그러니 홀로 쓸쓸할 피네를 위해 시간 많은 예비 신랑이 움직이기로 했다.
마침 북방이면 내 친우들이 있는 곳. 예비 신부를 보기 위해 놀러 왔다고 하면 기꺼이 반겨줄 사람들이 대영주로 군림 중이다.
– 바란디가 후작입니다.
“각하, 접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물론 말없이 방문하는 건 무례기에 연락부터 걸었다. 아무리 내가 북방 대영주들의 지지를 받더라도 다짜고짜 현관문을 두드리는 건 경우가 아니니까.
겸사겸사 북방을 돌아다닐 우리 애들 편의 좀 봐달라는 부탁도 하고.
– 하하, 물론입니다. 곧 백작의 부인이 될 사람과 그 전우들을 어찌 홀대하겠습니까.
만족스러운 대답이라 마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방이니까 이렇게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거지, 다른 지역으로 파견을 갔다면 더 귀찮고 번거로웠을 거다.
피네와 구 묵광대의 동선을 파악한 후, 미리 유드허 백작령에 가서 마중 준비를 했다.
“어서 와, 피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자, 장관 각하?”
그리고 유드허 백작과 티타임을 나누는 사이 피네가 도착했다.
“저분이 다음 백작부인이 될 분이군요. 어느 여인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이 아름다운 분인데, 특임부장이라는 중책까지 수행 중이시니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피네는 어찌 보면 제 첫 제자나 다름없지요. 아름다움은 물론, 무력도 어떠한 기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호오, 대륙 제일 검의 첫 제자라. 그거 참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유드허 백작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차도 다 마셨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더 앉아계시지요. 마침 제 부인도 왔는데, 아예 부부 티타임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의 기쁨을 방해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유드허 백작은 빠르게 사라졌다.
마음이 불편했다. 이 성의 주인은 엄연히 유드허 백작인데, 손님에게 가장 좋은 공간을 빼앗긴 꼴이 됐잖아.
‘미안하다…’
이 결례는 유드허 백작령에 유입되는 공산품을 10% 늘리는 걸로 갚을게.
“피네, 서있지 말고 와서 앉아. 나 혼자 앉아있으니 쓸쓸해.”
하지만 결례는 결례고 피네는 피네.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피네에게 손짓을 하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북방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던전을 토벌하던 피네다. 앉을 수 있을 때 앉고, 쉴 수 있을 때 쉬는 것이 제일이지. 지금쯤이면 구 묵광대에게도 휴식 장소와 간단한 식사가 제공되었을 거다.
“아, 아… 예!”
그제야 정신을 차린 피네가 황급히 나에게 달려왔다.
…?
‘나한테?’
방향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때는 이미 피네가 내 무릎에 앉은 상태였다.
“피네?”
“쓰, 쓸쓸하다고 하셔서, 이렇게 같이 앉자는 줄 알고…”
내 눈빛에서 당혹감을 읽었는지, 피네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그렇구나. 혼자라 쓸쓸하다는 말을 정말 물리적인 의미로 받아들였구나.
“이렇게 앉자는 거 맞아. 역시 내 마음은 피네가 잘 아네.”
흡족한 오해라 무릎에 앉은 피네를 그대로 껴안았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감히 주제넘는 짓을 했다며 기겁하고 뛰쳐나갈 테니까. 기껏 본 피네가 덜덜 떠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어.’
그리고 피네의 미약한 진동을 느끼며 생각을 정리했다.
피네는 나에게 존경과 애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봐도 주관적으로 봐도 애정보다는 존경이 더 크며, 자신의 행복보다는 나의 행복을 더 추구한다.
이건 정상적인 연인 관계라고 볼 수 없다. 피네의 사랑이 거짓이라거나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이타적인 사랑을 품고 있다는 건 문제가 맞다.
‘사랑은 서로 행복하자고 하는 거지.’
누군가에게 맞추기만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누군가가 맞춰주기를 바라는 것 역시 사랑이 아니다.
조금은 고집을 부리고, 조금은 이기적이고, 조금은 상대를 배려하고, 조금은 상대에게 져주는 것. 그 조금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사랑이다.
‘우리 피네도 이기적인 마음을 배워야지.’
제도에서 엉덩이나 벅벅 긁고 있을 어느 하얀 머리를 10%만 닮았다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