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663)
로판 속 공무원 663화(664/945)
아무것도 없던 바다에 갑작스레 나타난 거대 고래.그것도 어지간히 거대한 수준을 넘어 섬으로 착각했을 정도의 크기인 범상치 않은 고래.
확실히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기는 하다. 배를 타다가 고래가 수영을 하는 걸 봐도 구경하게 되는데, 섬 크기의 고래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면 누구라도 관심을 보일 일이다.
그래, 그건 인정한다. 인정하는데─
“고래가 유물인 겁니까?”
신기함과는 별개로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의문을 제기했다.
생물을 가지고 유물이라고 하는 건 많이 이상하잖아. 대왕 오징어가 해변으로 올라오면 인류가 보지 못한 생명체가 등장했다고 하지, 아틀란티스의 유물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현명공은 유물이라고 확신하며, 트리카 제국 시절 물건이라는 구체적 시기까지 언급했다. 아무리 꽐라지만 현명공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다.
“뒤짱도 바바! 조사한거 더잇써!”
‘아.’
그러네. 이거 단면이 아니라 양면 보고서였네.
‘양면 보고서라니.’
단순히 읽는 입장임에도 등골이 오싹해졌다.
보고서를 양면으로 적는 것은 종이를 찾을 시간도 촉박할 만큼 다급히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단 한 장이라도 누락되면 곤란한 상황이라 한 장에 쑤셔 박을 때뿐이다. 그 외의 사유로 보고서를 양면으로 작성하면 따귀 맞기 딱 좋지.그것도 공작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인데.
그렇기에 작게 심호흡을 한 뒤 보고서의 뒷면을 확인했고,
[ 일반적인 고래의 피부를 채취하여 일명 ‘섬고래’의 피부와 대조. 섬고래의 피부는 일반적인 고래의 피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질을 가진 것을 확인. ] [ 섬고래의 피부에는 대량의 마나와 신성력이 깃들어 있었으며, 두 기운을 다른 물질들에 비해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성질이 있었음. ] [ 섬고래 피부의 무늬가 기이할 정도로 규칙적. 일정 면적마다 동일한 무늬를 보였음. ] [ 섬고래 2차 상륙 결과, 섬고래 중앙 부근에서 이끼에 뒤덮인 건물 발견. 해당 건물에서 트리카 시기의 건축 양식과 문자 확인. ]빼곡하게 적힌 내용을 보자마자 납득했다.
이거 유물이 확실하다. 이 섬고래라는 녀석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생물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였다.
‘…어떻게 만든 거지?’
이제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꼈다.
생명체를 만드는 건 기술력이 특이점에 도달한 아펠스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수륙양용함대, 공중함대, 건담 같은 미친 물건들을 만든 아펠스조차 개미 한 마리, 잠자리 한 마리는 만들지 못했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니까.
헌데 트리카가 그걸 해냈다. 아펠스보다 기술력이 부족하면 부족하지, 결코 우월할 리는 없는 트리카가 해냈어.
“엇떼? 씬기하지!?”
“예. 설마 이런 게 발견될 줄은 몰랐습니다.”
연신 히죽거리는 현명공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섬만한 고래가 존재하는 것도 신기하고, 그게 인류의 발명품이라는 것도 놀라우며, 그 범인이 트리카라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다. 고작 보고서 한 장을 읽으며 세 번이나 문화 충격을 겪었다.
그러나 문화 충격을 겪는 것과 의문이 해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이런 녀석이 어쩌다 잊힌 겁니까?”
인류가 생명체를 만들었는데, 그 생명체가 자그마한 벌레나 가축이 아닌 섬 크기의 고래다? 그러면 절대 기록에서 사라질 리가 없다. 설령 아펠스가 기록 말살을 시전했더라도 무조건 야사에는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에도 야사에도 섬고래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발명임에도.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발견된 거고요?”
그리고 저 거대한 놈이 역사에서 잊히려면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 숨었어야 한다. 저 덩치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말이다.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에넨이 심심해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게 더 그럴 듯하겠어.
“나두몰랑!”
돌아오는 답은 해맑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아직 죠사즁이거둔! 유물~ 이라눈것먄파학하구, 죠카한태 열락칸거야!”
“그렇군요.”
허나 납득할 수밖에 없는 말이라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거대한 유물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했다면 소문이 퍼질 대로 퍼졌겠지. 현시점에서 나와 현명공밖에 모르는 걸 보면 극히 최근에 발견된 모양이다.
“마따! 구리고 그고뢔, 께속 자고잇떤대?”
“예?”
“언래눈 쩌어-기 해저빠닥애서 자구잇썻는데, 자눈사이에 몸이 떠오른거갓때!”
그 말에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섬만한 크기의 고래가 자고 있다는 사실이 홍복일지 재앙일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면서 해일을 일으킬 일은 없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언제 눈을 떠서 깽판을 칠지 모른다는 거니까.
아니, 어쩌면 저 고래가 자는 사이에 육지까지 떠밀려와 항구나 선박을 덮칠 가능성도 있다.
[ 또한 섬 발견 닷새 후, 섬의 위치가 기존 위치에서 동쪽으로 5km 가량 이동한 것을 추가 확인. ]애석하게도 괜한 걱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저 섬고래가 자면서도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이다.
“외숙모님.”
“우웅! 말해 죠카!”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랭!”
그러자 현명공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 스스로 귀찮은 일을 자초한 것 같지만, 현명공의 영지에 온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다. 움직이는 게 싫었으면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지.
게다가 인간이 만든 인공 생명체를 볼 기회잖아. 이걸 어떻게 포기해.
‘…생명체는 맞나?’
그런데 현장 시찰을 결정하자마자 작은 의문이 들었다.
고래의 생김새에다가 고래의 피부도 가지고 있기는 한데, 그거 진짜 생명체 맞나? 그냥 인공 피부를 뒤집어 씌운 로봇 같은 거 아니야?
‘그것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덩치는 섬과 비슷하며 바다에 담겨 있어도 문제가 없는 로봇. 그조차도 희대의 유물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결국 어느 쪽이든 직접 확인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인공 생명체면 생물학계와 교계가 뒤집히는 거고, 로봇이면 기계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테니.
현명공을 포함한 극소수의 인원과 함께 섬고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텔레포트가 아닌 선박으로 이동한 것이 아쉽지만, 텔레포트는 특정 위치의 좌표를 계산하여 이동하는 마법. 섬고래가 다른 곳으로 흘러간 상태면 텔레포트를 써봤자 다 같이 다이빙만 하게 된다.
그래도 마법사들이 바람을 조종한 덕분에 선박의 속도는 제법 빨랐다.
“저겁니까?”
“와! 나두 직쩝본건 쳐움이야!”
100km 정도가 떨어진 거리여도 금방 도착할 수 있을 만큼.
확실히 섬으로 오해할 만한 크기와 생김새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누가 저걸 보고 고래라는 생각을 하겠냐고. 당연히 섬이라 생각하지.
“다행히 위치는 이전 탐사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해류에 따라 움직인 정도의 오차이니, 섬고래는 여전히 수면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덩치가커서 그릉가? 어어엄쳥 자미 만네!”
“그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 정도 덩치를 유지하려면 극심한 에너지가 소모될 테니, 활동 시간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였을 수 있지요.”
현명공의 말에 옆에 있던 마법사가 진지하게 답했다.
미묘한 광경이다. 단순히 외견만 보면 술에 취한 취객이 되는대로 말하는 것 같은데, 은근히 정체 파악에 도움이 되는 말만 하고 있어.
“단장님.”
그러던 중, 섬고래의 모습을 살피던 마법사 하나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섬고래의 높이가 이전보다 높아졌습니다.”
“뭣.”
그 말에 단장이라 불린 마법사가 황급히 손을 뻗으며 무어라 중얼거렸고,
“…정말이군. 저번에 확인했을 때보다 높아졌어.”
섬고래의 이변을 공인했다.
불안하다. 해저에 처박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놈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지금도 조금씩 부상하고 있다. 저러다 배를 제외한 모든 면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는 섬고래가 눈을 뜨는 건가?
‘아직은 물에 잠긴 부분이 많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현 섬고래의 상황은 빙산과 유사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은 극히 미미한 빙산.
…
‘미미한 걸로도 섬 크기.’
더욱 불안해졌다. 이러다가 작은 영지 하나가 바다 위에 생기겠어.
“쟈! 일딴상류우욱! 멀리서바밨짜 이미업써!”
“섬고래에 접근하라! 상륙한다!”
“상륙 준비! 기사들부터 상륙하여 현명공 각하와 타일글레헨 백작 각하를 호위한다!”
호위라는 말에 무심코 기사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누군가의 호위를 받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섬고래의 지면─ 아니, 등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이 장소가 고래가 아닌 섬이라고 생각하면 이끼투성이에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 몇 채가 전부인 공간에 불과했으니까.
게다가 이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탐사대가 전부 수집한 상황이다. 고래의 피부도 벗겼고, 건물의 양식도 확인했잖아. 이번 탐사는 나와 현명공이 섬고래를 직접 본다는 것 외에는 별 의의가 없다.
“으잉? 여기 구멍도있넹?”
“그건 섬고래의 분수공으로 추정 중입니다.”
“와! 그럼 여기루 드러가면어떠케 대!?”
“예…?”
현명공과 마법사단장의 대화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건물 벽 곳곳에는 이런저런 글자가 적혀 있었으나 트리카 제국의 문자라서 읽을 수는 없었다. 물론 2차 탐사대가 탁본을 떴다고 하니 지금쯤 열심히 해석 중이겠지만.
‘음?’
그렇게 연신 주변을 살피던 사이, 벽면 구석에 자리한 그림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단 꼭짓점에는 날개를 펼친 새, 우하단 꼭짓점에는 소처럼 보이는 사족보행 동물, 좌하단 꼭짓점에는 고래가 위치한 삼각형. 그리고 삼각형 중앙에 위치한 책.
뭐지. 트리카 제국 시기의 유물이니 저 책은 당연히 트리카의 상징으로 그린 걸 테고, 고래도 정황상 이 섬고래인 것 같은데.
‘새하고 소?’
저것들은 뭐냐. 설마 이 섬고래 말고도 다른 게 더 있는 건가?
“죠오오- 카아아아! 다바쓰면 돌아가쟈!”
“아, 예.”
한참이나 그림을 보다가 현명공의 외침에 몸을 돌렸다.
이 그림도 당연히 탐사대가 탁본을 그렸을 터. 내가 더 봐봤자 큰 의미가 없─
– Uuuuuuuuuuuuu…!
?
– UuuuuUUUUUUUUU──!!!
갑작스러운 울부짖음에 탐사대 전원의 몸이 굳었다.
아니, 이거, 설마.
“한곳에 모여! 선박에 탑승하기에는 너무 멀다!”
순식간에 취기를 내뱉은 현명공이 재빠르게 지시했다.
“단장! 방어 마법 전개!”
“예, 각하!”
그리고 현명공의 지시와 동시에 분수공으로 추정되던 구멍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건물들이 박살 날 정도의 위력으로.
‘망할.’
언젠가는 깨어날 거라 생각은 했는데, 하필 우리가 상륙했을 때 난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