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664)
로판 속 공무원 664화(665/945)
분수공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물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솟아오르더니, 이윽고 비가 되어 섬고래 위로 쏟아졌다.
어마어마한 물기둥이었다. 저걸 방어 마법 없이 맞았다면 단체로 바다에 빠졌을 테고, 육지와 조금만 가까웠다면 온갖 어그로를 끌었을 거다. 이 녀석이 망망대해에서 떠다니는 놈이라 다행이야.
“마법 일부가 파훼됐습니다.”
“물을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물리력이라니. 덩치에서 나오는 힘이 상당하군요.”
난데없이 비를 맞게 된 마법사들은 심각한 얼굴로 섬고래가 선보인 수둔에 대해 논했다.
비록 물이 많은 곳에서 발생한 수둔이었으나 본질은 물이었다. 헌데 공작을 호위하는 정예 마법사단이 일제히 방어 마법을 시전했음에도, 고작 물 따위에 마법 일부가 꿰뚫린 것이다.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조카?”
취기 하나 없이 멀쩡한 현명공의 목소리가 그 증거였다.
“조카한테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조카 힘 좀 빌려야 할 것 같아.”
“제 힘… 말입니까?”
“응. 이제 무슨 일이 터질지 장담할 수가 없거든.”
그 말과 함께 현명공은 근처에 있던 기사를 흘끗 쳐다봤고, 현명공의 시선을 받은 기사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나에게 건넸다.
그 와중에 두 손으로 공손히 건네는 것이 조공을 바치는 팬을 보는 기분이었다.
“전무후무한 생명체가 깨어났어. 우리는 그 생명체 위에 있는 상황이고. 대륙 제일 검이 힘을 써줘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허나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현명공의 말처럼 내가 검을 쥐고 있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니까.
고작 물을 뿜는다는 단순한 행동만으로 마법사들을 엿 먹인 놈이다. 막말로 이 녀석이 잠수를 시전하거나, 육지를 향해 전력으로 나아가면 그만한 참사가 없다.
“상황이 심각하면 이 섬고래를 사살하는 것도 고려하자. 아무리 유물이 중요하다지만 영민들보다 중요하지는 않─”
–
듣
자
듣
자
하니
별
해괴
한
소
리
를
다
하는
군.
“지…?”
굵고 낮은 목소리가, 어딘가 일그러진 듯한 목소리가 현명공의 말을 끊었다.
낯선 목소리, 그것도 특정 방향이 아니라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고, 토론을 하던 마법사들은 현명공을 둘러쌌다. 순식간에 현명공을 중심으로 한 호위 진형이 완성됐다.
‘섬고래인가?’
그리고 호위 진형 속에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섬고래 위에는 우리 말고 다른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방금 전의 울음소리를 생각하면 정황상 이 목소리는 섬고래의 목소리겠지.
고래가 사람 말을 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지만, 애초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이제 와서 사람 말을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
내
수면
을
방
해한
것도
모
자
라
, 감
히
사
살을
운
운
한
단
말이
냐
?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라 기사에게 받았던 검을 슬쩍 뽑았다.
솔직히 맞는 말이기는 하다. 섬고래 입장에서는 자고 일어났더니 웬 자그마한 것들이 자기 등 뒤에서 날뛰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그런데 그 작은 것들이 자신을 죽이니 마느니 하는 걸 듣는다면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 꼭지가 돌 터.
어쩌면 자고 일어났더니 우리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때문에 섬고래가 깨어났을 가능성도 크다. 탐사 과정에서 고래의 피부도 뜯어갔잖아.
“미안해. 지성이 없는 짐승인 줄 알았거든. 이렇게 이성적이고 신사적인 상대인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섬고래가 다시 물을 뿜거나 날뛰는 걸 경계하려던 찰나, 현명공이 정중히 사과를 건넸다.
“외숙모님?”
“쉿.”
무려 공작의 사과에 잠시 놀랐지만 현명공의 제지에 도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이 탐사단의 수장은 현명공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현명공의 판단이니 지금은 순순히 따르는 것이 옳다.
– …흐
으
음
.
실제로 현명공의 사과에 섬고래의 목소리에서 노기가 사라졌다.
–
앞으
로
는
조
심해
라
. 이
몸은
일
개
짐
승이
아
닌
,
로이가
스
를
수
호
하
는
세
기둥
중
하나
이
자 바
다의
제왕
─
레비
아
탄
일지
니.
“그럼. 당연히 조심해야지.”
묻지도 않은 정체를 스스로 밝힐 정도로.
‘세 기둥 중 하나라.’
그 말에 방금 전에 보았던 그림이 떠올랐다.
중앙에 책이 그려진 삼각형과 각 꼭짓점에 그려진 새와 소, 고래. 추측대로 그 고래는 이 섬고래였고, 섬고래와 비슷한 존재가 둘이 더 있던 거였다.
심지어 이 섬고래는 자신을 로이가스를 수호하는 기둥이라 말했다.
‘트리카 제국 황가잖아.’
크펠로펜 제국의 리브노만 황가, 아펠스 제국의 발렌트 황가보다 이전에 군림했던 황가.트리카 제국을 이끌었으나 아펠스에 의해 천명을 상실한 가문.
확실하다. 이건 트리카 제국이 만든 유물이거나, 적어도 어마어마한 연관점이 있는 존재다. 이제는 이 섬고래─ 아니, 레비아탄이 부정하더라도 믿을 수 없다.
“그런데 로이가스를 수호하는 기둥이라고?”
현명공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레비아탄의 발언을 재확인하였고,
–
그렇
다.
이
몸
은
제국
의 영
해
를
수
호하
기
위
하여
탄
생한
바
다
의 제
왕,
로이가
스
의 총
애를
받는
방
패다
.
황
가
를 수
호하
는
기
둥
이라
칭
해도
부족
함이
없
다.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
허나
이
레
비
아
탄. 지
엄한
황
가
의
명으
로
잠
시
바
닷
속
에서
잠
들
게
되었
지…
‘잠시?’
무심코 ‘천 년이 넘게 잠든 게 잠시냐.’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기껏 분노한 자의 기분을 달랬는데, 추억을 방해하는 건 다시 싸우자는 꼴이니까.
–
슬
픈 명
이었
으
나
로
이가
스
의 기
둥
이
로이
가
스
의 명을
어
길
수는
없
는
법. 때
가 되
면
다
시
금
눈을
뜰
것
이라는
말
과
함께
이
레
비아
탄
은
지
금껏
잠
들어
있
었
다.
“그러면 우리의 방문이 로이가스 황가가 말한 때인 건가?”
레비아탄의 말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호감도를 올리거나, 아주 희미한 인연을 강조할 수 있을 것 같다.
– 너
의 말
이
옳
다
.
처
음
너
희
가
나
의
죽
음을
운
운
했
을
때
는
분노했
으
나,
너
희
는
나의
위
엄
을
알
자마
자 사
과
를
했
다.
이는 너
희가
불
청
객이
아닌 황
가
가 말
한
‘때’라
는 증
거.
그렇게 말한 레비아탄은 미약한 웃음소리와 함께 말을 이었다.
–
너희
는
나
를 다
시금
깨
어나
게 한
인
연
이요,
황
가
에게
인
도
할
은
인
이
로
다.
자! 나
의
화려
한
부
활
을
먼
저 가서 황
가
에
게
알
려
라!
그
렇
다
면
너희
는
황
제께
큰
포상
을
받
을
지니
!
‘아.’
순간 숙연한 감정이 어깨를 짓눌렀다. 나뿐만 아니라 현명공과 다른 기사,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레비아탄은 최소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조차 트리카 말기에 잠들었다는 가정으로 계산한 것이지, 만일 초기에 잠든 것이라면 이천 년이 넘는다.
그런데 이천 년이라는 세월을 뛰어넘어 주인을 찾는 고래에게, ‘너네 주인 죽었어.’ 라는 말을 꺼내야 한다.
‘어쩌지 이거.’
무심코 현명공을 돌아봤지만 현명공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해한다. 말하는 걸 보니 로이가스 황가에 대한 충성심이 상당한 녀석이다. 잠에 든 것도 황가의 명이었으며, 다시 눈을 뜨자마자 황가를 찾았다. 이런 충신에게 황가의 몰락과 부재를 설명하면 미쳐 날뛸 수도 있다.
–
어째
서
가
지
않
는
것
이
지
?
우리가 침묵만을 지키자 레비아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그게…”
– 아
, 알
겠
군
.
그
냥
가
면
존
엄한
황
가
가
너
희를 만
나
주지
않
을
거라
생
각
한
것
이
냐
?
실
로
타
당한
우
려
다.
반박하기 애매한 말이라 입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황가를 만날 수 없기는 하지. 다 죽어서 천상에 있거나 환생했을 테니.
– 나
의 피
부
를
가
져가
라
.
그
보다
확실
한
증
거
는
없
을 것
이다
.
확신과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라 다시 현명공을 바라봤다.
“저기. 레비아탄?”
나. 그리고 기사와 마법사들의 시선을 받은 현명공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혹시 너, 얼마나 자고 있었는지 알아?”
–
그
건
잘
모
르
겠다.
나
도 방
금
막
일어
난
것
이
니까. 그
래
도
200년 정
도
가
아
닐까
생
각
중
이
다
.
무려 10분의 1이나 후려친 경이로운 계산법에 탄식을 흘릴 뻔했다.
“2천 년이야.”
–
…
뭐?
“트리카 제국은 뮤노 제국처럼 천년을 이어가다가 멸망했어.”
– …….
레비아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일단 일시적으로 공작성에 복귀했다.
– 돌아가라… 지금은 혼자 있고 싶다…
땅주인이 당장 꺼지라는데 어떻게 버티겠나. 분수공으로 수둔을 남발하기 전에 물러나야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비아탄이 트리카의 멸망에 분노보다는 슬픔을 느꼈다는 것이다. 자신이 2천 년이나 잠들었다는 점, 트리카가 천년이나 이어졌다는 점 덕분에 트리카의 멸망을 납득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골치아푸넹…”
아무튼 레비아탄의 우울한 퇴거 요청을 받은 후, 다시 집무실로 복귀한 현명공은 알코올을 섭취한 채 머리를 굴렸다.
“덩치는커두… 구냥 동물일쭐 아랏는대… 지성이넘쳐…”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러면 유물치급해서 연구하기두골란해!”
현명공의 투정에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레비아탄이 단순히 덩치가 큰 고래라면 연구가 가능하지만, 인간과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지성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저런 존재를 유물 취급하며 연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정 연구를 하고 싶다면 레비아탄의 협조가 필요하나, 나라 잃고 울부짖는 충신에게 무슨 말을 꺼내겠나. 당장 꺼지라며 하이드로펌프를 맞을 수도 있다.
“그보다 레비아탄이 한 말 말입니다.”
복잡한 심정에 머리를 긁적이다가 다른 주제를 꺼냈다.
“분명 세 기둥 중 하나라고 했었죠?”
“웅! 그랫써!”
해맑은 대답이었지만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세 기둥이라고 한다면 다른 둘도 레비아탄과 비슷한 체급이라는 건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것들이 잠들어 있을지 공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그 둘도 로이가스 황가에 대한 충성심이 넘쳐난다면? 레비아탄과 달리 멸망을 인정하지 못하고 날뛴다면? 생긴 걸 보니까 한 놈은 하늘을 나는 데다가 다른 한 놈은 육지를 달리는 놈인데?
“일딴~ 몃쭈정도 기다리쟈! 진정대면 그때다시 대하라두 해야지!”
“예, 뭐… 그게 좋겠습니다.”
그나마 최선의 방안이라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기다려야지 어쩌겠나. 적어도 대화를 할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아야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거다.
“구럼! 그둉안 우리 기~여운! 아기들하구─”
– 똑똑.
“으잉?”
이윽고 현명공의 습격이 시작되기 직전,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누군지는 몰라도 고맙다. 당신이 우리 아이들을 살렸어.
“각하. 탁본 해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잉? 벌써? 드러와!”
‘오.’
그리고 방문 목적도 긍정적인 소식이었기에 더욱 기꺼웠다.
해석본의 내용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그저 해적과 바다 몬스터로 인해 피해를 입는 백성들을 안타깝게 여겨 레비아탄을 만들었다는 내용, 이 위업을 이루어낸 로이가스 황가에 대한 칭송, 성공적으로 탄생한 레비아탄에 대한 기대로 빼곡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레비아탄을 만든 방법이 적혀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걸 고래 등짝에 함부로 쓰면 기밀 유출이지.
‘…응?’
그렇게 한참이나 해석본을 읽던 중, 기묘한 문장이 하나 보였다.
[ …레비아탄 제조에는 오시덴 가문의 공이 매우 컸으니, 지엄하신 황제 폐하께옵서는 오시덴 가문의 가주에게 레비아탄에게 부탁을 할 권리, 탑승할 권리를 하사하셨다. ]‘뭐야 이거.’
여기서 오시덴 가문이 왜 나와.
그거 황금공 가문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