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682)
로판 속 공무원 682화(683/945)
하양이는 자정을 넘어서야 태어났다.
사실 진통이 시작됐던 시간을 생각하면 평균적인 속도였지만, 하필 바로 이전에 아이를 낳았던 린이 놀라울 정도로 순산을 하지 않았던가. 무심코 린과 알리나를 기준으로 잡아서 그런지 장인어른을 달래야 했던 나도 점점 초조해졌었다.
그래도 결국 무사히 출산이 끝났다.
“미래에는 아이만 쑥 꺼낼 수 있는 마법이 생기겠죠…?”
침대에 누워있던 에리는 평상시처럼 이상한 말을 할 만큼 멀쩡했고,
“으에에에엥!”
여러 사람의 속을 태웠던 하양이는 자기 엄마를 닮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울었다.
얼마 전에 태어난 황자보다 수 배, 수십 배는 거대한 울음소리. 그러나 저 울음소리는 하양이의 탄생과 건강을 축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오히려 감미로운 오페라처럼 들렸다.
“멋진 아드님입니다.”
그리고 하양이의 몸을 정성스레 닦아주던 산파들은 미소와 함께 하양이를 건네주었다.
아들, 내 아들. 장남인 페르디난트와 차남인 프리드리히의 뒤를 이어 태어난 우리 삼남. 내 피를 이은 일곱 번째 자식.
“이제 아들 셋, 딸 넷이네.”
하양이를 조심스레 안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트릭시의 맹활약 덕분에 딸 부자로 살아가고 있었거늘, 하양이의 탄생으로 인해 어느 정도 성비가 맞춰졌다.
딸이 싫은 건 아니지만 페디와 프리드리히도 형제들이 많아야 편할 것 아닌가. 아무리 사이좋은 남매여도 동성 형제와 이성 남매는 다르게 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 하양이. 황자 전하랑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겠어.”
여전히 빼애앵 울음을 터뜨리는 하양이의 볼을 톡 건드렸다.
하양이와 황자는 몇 주 간격을 두고 태어난 동갑이고, 친모인 에리와 황후는 아카데미 시절부터 친한 선후배였다. 심지어 성별도 같으니 소꿉친구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
‘하양이는 꼭 평범하게 키워야지.’
속으로 다짐했다. 우리 하양이는 에리 같은 성격으로 기를 수 없다. 하양이의 평판과 황자의 멘탈을 위해서라도 평범하고 선량한, 정상적인 아이로 길러야 한다.
그나마 에리랑 황후는 선후배라는 위계질서라도 있었잖아. 나이마저 같으면 어떻게 될지 잠당할 수 없어.
“장관니이이임… 저도 하양이 보고 싶어요…”
“아, 응.”
홀로 의지를 다잡는 사이, 에리의 목소리에 정신을 되찾았다.
하양이 육아 방법은 차근차근 고민하자. 지금은 하양이를 낳느라 고생한 에리를 다독이고, 모자의 첫 상봉을 축하하는 것이 옳으니까.
“흐힣.”
그렇게 하양이를 품에 안게 된 에리는 초췌한 안색임에도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하양이가 예뻐 죽겠다는 듯이, 열 달이나 품고 있던 아이를 직접 안을 수 있어 기쁘다는 듯이.
“우리 하양이, 아들로 태어나면 페렌츠라고 부르기로 했죠?”
“그랬지.”
에리의 말에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페렌츠 크라시우스. 앞으로 하양이라는 태명 대신 불리게 될 진짜 이름.
물론 딸로 태어나면 다른 이름으로 지으려고 했지만, 하양이는 아들이니 그 이름은 잠시 마음속에 묻어두자. 어차피 에리가 하양이만 낳고 끝날 것 같지는 않아.
‘페렌츠라.’
그러고 보니 페르디난트, 프리드리히에 이어 페렌츠까지 이름에 전부 ㅍ이 들어간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 아들들은 ㅍ의 의지를 계승하게 됐어. 이거 다음 아들도 앞 글자는 ㅍ으로 시작해야 하나?
졸지에 돌림자를 쓰는 기분이라 괜히 웃음이 나왔다. 딸들도 이름 중간에 ㄹ이 들어가는데, 앞으로 최대한 돌림자를 맞춰서 지어야겠어.
“으흑, 크흐윽…”
“장인어른?”
그런 생각을 하며 에리와 하양이를 보고 있던 중, 장인어른이 애써 눈물을 참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미 참는 수준을 넘어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우리, 우리 딸이… 올해 결혼도 하고, 이 아비에게 손자도 보여주는구나…!”
다만 듣는 사람이 절로 숙연해지는 말이라 차마 만류할 수 없었다.
나와 에리가 연인 관계가 되기 전까지, 장인어른의 속이 미친 듯이 타들어갔다는 걸 잘 아니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제국의 후작조차 딸의 결혼 문제로 고통받았다는 걸 아니까.
그랬던 장인어른의 한이 드디어 풀리게 되었다. 올해 초에 있었던 결혼을 시작으로, 그 해가 지나기 전에 손자까지 보게 되었다. 장인어른 입장에서는 살아서 천국에 오른 기분이겠지.
“이제 증손까지만 보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아…”
“한이 좀 많으신 것 같은데요.”
장인어른의 말에 에리가 작게 툴툴거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은 중얼거림에 불과했다. 에리도 자기가 장인어른의 아픈 손가락이라는 걸 잘 아니, 함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없을 터.
“사위.”
“아, 예, 장인어른.”
“정말, 정말 고맙네. 내가 애실론 놈들이 박살 난 이후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산다고 말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모든 근심이 사라졌어.”
내 손을 잡은 장인어른은 눈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로 연신 고개를 꾸벅이셨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실례지만 어째 페렌츠보다 장인어른이 더 많이 우시는 것 같다. 혹시 오늘은 장인어른이 새로 태어나신 날인가?
“저 아이가 감찰부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부디 건강하게 살기만 바랐는데,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게 다 사위 덕분이지.”
“과찬이십니다. 다 장인어른께서 에리를 사랑으로 보듬어주셔서─”
“그런 말은 말게. 내 사랑으로 될 아이였다면 내 속에 불을 지르지도 않았어.”
반박할 수 없는 말이라 도로 입을 다물었다. 에리도 어느 순간부터 딴청을 피우며 페렌츠의 볼과 손을 매만지기 바빴다.
“에리야.”
“넹…”
“나도 우리 손자 좀 안아보자꾸나.”
나와 에리를 팩트로 두들겨 팬 장인어른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페렌츠를 안았다.
막 태어나서 우는 아기와 그 아이를 보고 우는 외할아버지. 실로 기묘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으에에엥!”
다만 산파의 품, 아빠의 품, 엄마의 품에 이어 외할아버지 품으로 옮겨진 페렌츠는 더욱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겨우 누군가의 품에 익숙해지려고 하면 바로 다른 사람 품에 안기니, 아무래도 심통이 난 것 같았다.
“허허, 우리 손자! 기운이 넘치기도 하지!”
정작 장인어른은 페렌츠의 통곡에 흡족해하셨지만.
황제의 축하 연락은 그날 점심에 날아왔다.
– 산모와 아이 둘 다 건강하다고 들었네.
“예, 폐하. 여러 신들과 대제께서 보우하신 덕에 무사히 출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 여러 신들이라.
그 말에 황제는 픽 웃음을 흘렸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교스러운 말이었으나, 여명 교단이 다른 신들의 존재를 인정했으니 괜찮지 않나 싶다. 게다가 나는 에넨의 복자임과 동시에 영원한 푸른 하늘의 명예 제사장, 콘스탄티나의 은인이기도 하잖아. 에넨의 가호가 있었다면 그 둘의 가호도 있었겠지.
솔직히 영원한 푸른 하늘은 누군가를 가호할 힘이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신은 신. 그냥 포함해 주기로 했다.
– 그래, 장관에게는 여러 신들의 가호가 있었겠지. 여섯 번째 부인의 아이도 무사히 태어날 거라 믿네.
“폐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 참. 황태녀도 이모가 동생을 낳았다며 기뻐하는 중일세.
이번에는 내가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친동생이 태어나서 행복할 황태녀에게 새로운 동생 소식까지 들려왔다. 행복에도 수치가 존재한다면 황태녀의 행복은 무한에 근접하지 않았을까?
“이모가 낳은 아이면 전하께는 사촌이 되는 겁니까?”
– 새삼스러운 말이로군. 대부의 아이라면 이미 남매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그렇군. 황태녀는 이미 대가족의 첫째였구나.
– 아무튼 다시 축하하네. 황후는 직접 저택으로 가서 축하를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막 출산을 마친 산모를 피곤하게 할 수는 없지. 짐이 잘 다독일 터이니 산모에게 편히 쉬고 있으라 하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황제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솔직히 에리의 성격을 생각하면 황후가 오든 말든 편하게 누워있겠지만, 에리와 페렌츠를 돌보느라 바쁠 사용인들이 죽어나갈 거─
–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민망하지만…
갑자기 심상치 않은 화두가 나왔다.
– 출산도 끝났는데 잠깐만 황궁에 와줄 수 있겠나?
“예?”
– 물론 산모와 막내를 데리고 오라는 건 아닐세. 장남하고 오는 거면 충분해.
황급히 말을 이은 황제는 잠시 턱을 매만지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예전에 말한 것처럼 장관의 막내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그때 아이들과 같이 오라고 말하고 싶으나… 황태녀가 페디를 너무 보고 싶어 한다네.
“페디를 말입니까?”
– 그래. 황태녀에게 친동생은 황자 하나지만, 첫 동생은 페디이지 않나. 그런 만큼 페디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 것 같아.
예상치 못한 말이었으니 이해할 수는 있다. 확실히 황태녀는 내 아이들 중에서 페디와 유독 붙어 다닌 편이었지.
‘이거 참.’
귀여운 명분이라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친동생 곁을 떠날 수 없지만 첫 동생은 보고 싶고, 첫 동생을 보러 가면 친동생 곁을 떠나야 하는 상황. 황태녀가 얼마나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싸매었을지 안쓰러울 정도다.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가야지요. 대신 성수들은 다른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니 동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괜찮네. 지금은 페디만 오면 충분해.
내 대답에 황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에리 곁에서 노심초사하는 동안 황제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
쿨쿨 자고 잇는 까롤루쑤를 보다가 아껴덨던 초꼴릿을 하나 먹엇다.
까롤루쑤랑 놀고 싶지만 엄마랑 시녀장은 까롤루쑤가 자야한다고 햇써! 그러니까 까롤루쑤를 깨우면 안대!
‘심심해.’
그래두 혼자 자구있는 까롤루쑤를 보면 조금 지루해. 때부 집에서 논것처럼 동생이랑 신나게 놀고 시픈데, 동생이 자니까 놀수업서.
그렇다구 때부 집으로 가기도 싫어. 때부 집에 간 사이애 까롤루쑤가 일어날수도 있딴 말야.
“빨리 일어나져…”
그래서 까롤루쑤에게 매번 부탁했다. 빨리 일어나서 나랑 놀아져.
“전하.”
“우웅?”
시녀장의 말에 시녀장을 쳐다밨다.
“대부님과 페르디난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
“으에?”
때부랑 뻬디가?
“진쨔?”
“예. 지금 밖에 계십니다.”
빠르게 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엇따.
때부! 뻬디! 둘이랑 놀수 잇으면 안심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