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711)
로판 속 공무원 711화(712/945)
어머니의 옆에 주저앉은 티티는 마치 지옥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처럼 굳건하고도 당당했다.
우리 티티는 머리 세 개 달린 점박이보다 더 귀엽고 순하고 똑똑한 녀석이지만,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케르베로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티티. 어머니 돌아가셔야 하니까 이리로 와.”
그래도 대형견이 바로 옆에 붙어 있다면 걷는 것이 불편해지는 법. 이제 어머니도 돌아가셔야 하니티티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타일렀지만,
“티티야?”
멀리서 불러도 반응하던 티티가 내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정확히는 내가 뭐라고 하든 어머니의 얼굴만 빤히 올려다봤다.
‘뭐지?’
이상한 일이다. 티티가 사람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오는 사람은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은 잡지 않는 편이다. 우리 저택에 오는 손님을 격하게 반길지언정 돌아가는 손님에게 질척거린 적은 없다.
아니, 애초에 어머니가 우리 저택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동안 잘 보냈으면서 오늘은 왜.
‘테레사 때문인가?’
무심코 어머니 품에 있는 테레사를 바라봤다.
어머니와 유모는 내 저택에 자주 오는 편이니 새삼스레 티티가 반응할 이유는 없다. 물론 테레사도 어머니와 함께 종종 오는 편이나,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티티 입장에서는 볼 때마다 달라지는 테레사에게 관심이 갈 수도, 있나?
‘오늘 논 게 재밌었나?’
테레사를 태우고 저택을 질주하던 티티를 떠올렸다.
근래 늘어난 활동량을 산책으로 충당하고 있던 티티다. 그런 티티에게 비글 뺨치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테레사가 다가왔으니, 고요하던 티티의 일상에 강한 자극을 줬을 수 있다.
“어머니. 잠시만요.”
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니 품에 있던 테레사를 대신 안았다.
티티가 테레사에게 관심을 보이는 거라면 다시 나에게 다가올 거다. 우선 어머니와 티티를 떨어뜨려 놓고, 그 뒤에 티티를 어떻게 달랠지 생각─
‘아니었네.’
가설이 틀렸다. 테레사가 내 품으로 오든 말든 티티는 여전히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뭐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티티가 어머니한테 간식이라도 얻어먹었나? 그런데 간식은 평소에도 자주 주는데?
“왜 그러니? 혹시 우리랑 같이 가고 싶은 거니?”
– 멍!
티티의 머리를 쓰다듬던 어머니가 난감한 미소를 짓자, 티티는 우렁차게 짖었다.
마치 자기도 데려가달라는 것처럼.
“저기, 칼?”
“응?”
티티의 돌발 행동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마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 요즘 티티가 피곤해하는 것 같았어요.”
“티티가?”
“네.”
예상치 못한 말이라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아침이 되면 나랑 같이 산책을 가자고 조르는 티티다. 그것도 한 번 나가면 2시간은 돌아다녀야 저택으로 향하고, 저택으로 돌아온 후에도 정원이나 후원을 어슬렁거리는 티티다.
그런 티티가 피곤해한다고? 오히려 체력이 늘고 있는 게 아니었어?
“저만 느끼던 게 아니었군요.”
그리고 만삭에 가까운 몸을 이끌고 대문까지 나왔던 피네는 마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티티의 기운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저택을 돌아다닐 때마다 무언가 눈치를 보는 것 같았고, 꼬리를 흔드는 속도도 다소 줄어들었죠.”
상당히 구체적인 진술이라 설득력이 올라갔다.
한 명의 의견은 착각일 수 있으나, 두 명 이상의 진술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 이쯤 되면 티티의 피로 누적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잠깐만.’
티티가 병이라도 걸린 건가 걱정하려던 찰나,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요즘 티티가 애들이랑 노는 거 본 사람… 있어?”
“아.”
“그, 그러네요. 요즘 들어서 어쩌다 가끔만 노네요?”
내 질문에 부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그렇구나. 이제야 알겠다. 티티가 어머니한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이유.
“그동안 피곤했구나.”
– 끼이잉…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던 티티가 그제야 서글픈 눈을 하며 귀를 축 늘어뜨렸다.
너무도 애절한 반응이라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티티가 그동안 산책을 조른 것도, 산책이 끝나고 복귀하면 정원을 방황한 것도 활동력이 왕성해져서가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침부터 산책을 나가면 아이들을 볼 일이 없고, 정원을 돌아다니면 저택 안에서 주로 노는 아이들과 최대한 적게 만나니까.
“확실히… 애들이 티티를 가장 좋아하기는 했어요.”
그래서 가장 시달리기도 했고요.
린의 말에 나도, 부인들도, 어머니도, 유모도, 대문을 지키던 경비원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 끼이이잉…
그저 티티의 애처로운 울음소리만이 처량하게 울려 퍼졌다.
미안하다. 우리 티티도 체력에 한계가 있는 생명인데. 주인이라는 놈이 그걸 망각했었어.
“나도 피로를 느끼는 생명이다! 생명!”
전직 악신이었던 놈도 그렇게 울부짖었었지. 그러니 장생이보다 더 오래, 더 자주 아이들과 놀아주는 티티가 한계에 도달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어머니?”
“아, 그래. 말하렴.”
“티티… 몇 주 정도만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티티는 어머니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비록 테레사의 활동력도 어느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왕성하나, 일곱 아이들을 감당할 바에는 테레사 하나에게 시달리겠다는 굳은 의지.
그렇게 티티의 견생 첫 휴가가 시작됐다.
***
테레사, 시녀장과 함께 제도로 향했던 부인이 돌아왔다.
이왕 갔으니 느긋하게 있다고 와도 좋은데, 나를 생각해서 저녁 전에는 돌아오니 고맙고도 미안할 따름.
그렇기에 직접 정문까지 나가서 부인을 맞이하려고 했는데─
– 멍!
“…티티?”
제도에 갔을 때는 없던 일행이 하나 추가되어 돌아왔다.
그것도 칼이 상황 폐하께 직접 하사받은 애완동물이.
테레사를 등에 태운 채 당당히 걷는 티티가.
“네가 왜 여기에.”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가끔 칼의 저택에 갈 때마다 격렬하게 반겨주는 녀석이니 낯선 얼굴 아니지만, 있어야 할 저택이 아닌 이곳에서 만난 건 낯선 상황이다.
“부인.”
“미안해요.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요.”
설명을 위해 부인을 바라보자, 부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도 우리 손주들을 위해 고생했더라고요. 당분간 쉬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 잠시 제가 맡기로 했어요.”
“쉬고 싶어 한다라.”
– 멍멍!
부인의 말에 동의하는 것처럼 짖는 티티.
개가 휴식을 위해 도망쳤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우나, 칼의 저택에는 무려 일곱이나 되는 손주들이 있다. 곧 태어날 북쪽이까지 합하면 무려 여덟이 지내게 된다.
나도 테레사 덕분에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헌데 티티는 일곱 명과 놀아주고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이렇게 도망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편히 쉬다 가거라.”
상황 폐하의 하사품이자 칼의 애완동물이며 우리 손주들의 친구.
이 정도면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이 성에 있는 동안은 편히 쉬다가 가기를.
…테레사가 있으니 쉬기만 하는 건 힘들겠지만, 일곱보다는 하나가 낫겠지.
“테레사도 집에 돌아왔으니 이만 내려오고.”
“웅!”
내 말에 테레사는 티티의 등 위에서 내려왔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걸 보면 티티가 성까지 왔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이다. 또래 친구라고는 없던 테레사에게 그나마 친구가 생긴 것이니까.
아무래도 애완동물을 하나 기르기는 해야겠다. 우리가 테레사의 동생을 낳는 게 아닌 이상, 같이 놀 애완동물 정도는 있어야 할 테니.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테레사는 티티와 함께 밤이 될 때까지 성을 누비고 다녔다.
어린아이들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 분명 아침부터 뛰어놀았을 텐데 지치지도 않다니. 어지간한 기사들도 저런 체력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테레사의 넘치는 체력과 어울려줄 친구가 생겼다는 점이다. 평소라면 부인이나 시녀장, 다른 시녀들이 테레사를 돌보았겠지만, 지금은 티티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역시 애완동물이 필요해.’
여차하면 한 마리가 아니라 두세 마리 정도를 기르는 것도 고려해 보자. 사람 친구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동물 친구라도 만들어줘야지.
그렇기에 신나게 논 테레사가 잠에 든 후, 부인과 와인이라도 즐기려고 했으나.
“이런.”
평소 와인 진열장 옆에 두던 오프너가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멀쩡한 오프너가 존재하지 않았다.
‘망가져서 새로 바꾸려고 했지.’
며칠 전에 마개를 열다가 오프너가 망가졌었다. 바로 새 오프너를 챙기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날 게오르크가 낚시나 하자며 불렀었지. 그대로 오프너를 바꾸는 것도 잊은 채 시간이 흘러버렸다.
“미안하오, 부인.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괜찮아요. 느긋하게 다녀오세요.”
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문을 열었다.이런 건 시종을 시켜도 되지만, 고장 난 오프너를 든 채 멀뚱히 앉아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
– 멍?
“음?”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근처를 지나가던 티티와 눈이 마주쳤다.
“아직 안 자고 있었느냐.”
소중한 막내와 열심히 놀아준 기특한 녀석. 고마움을 담아 티티의 머리를 쓰다듬자 티티는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순한 녀석이 칼의 품을 벗어나 도망을 쳤다라. 얼마나 부담이 심했으면 그런 건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멍?
그렇게 헥헥거리던 티티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오프너로 향했다.
– 멍멍!
그러고는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처음 온 곳이라 이곳저곳 둘러보고 싶은 모양이겠지. 가만히 두면 알아서 놀다가 적당한 곳에서 잘 테니 신경 쓰지 말자.
…라고 생각했었다.
– 므엉!
“허어.”
오프너를 물고 돌아오던 티티와 다시 마주치기 전까지는.
설마 새 오프너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찾으러 간 거였나? 내가 지시를 하지도 않았고, 아직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성 안에서?
“대단하구나.”
대체 어떤 개가 이리도 총명한 녀석을 낳았을는지.
***
티티의 첫 휴가는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난데없이 친구를 잃은 우리 아이들 때문에? 아니. 착한 우리 아이들은 티티가 잠시 놀러 갔다는 말에 아쉬워할 뿐, 다시 데려오라고 떼를 쓰지는 않았다.
“쉬러… 갔다고?”
저항의 중심 세력은 아이들이 아닌 장생이었다.
장생이가 티티의 부재를 알자마자 억장이 무너진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자.
“왜… 왜…! 왜 그 녀석만 쉬러 간 것이냐! 나도, 나도 힘들다!”
입에 거품을 물 기세로 울부짖는 장생이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건 그렇지. 게다가 티티가 자리를 비우면 티티의 공백도 네가 채워야 하지.
“…사수가 없는데 부사수까지 자리를 비울 수는 없잖아.”
“그게 무슨 소리냐!”
내 말에 장생이는 더욱 격렬하게 울부짖었다.
미안하다. 그런데 너랑 티티가 동시에 사라지는 건 내가 싫어.그런 미래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거든.
그래도 티티가 돌아오면 네가 쉬는 것도 고려할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