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712)
로판 속 공무원 712화(713/945)
수년 동안 아이들과 놀아준 티티의 견생 첫 휴가.
년 단위의 시간을 고려하면 몇 주 정도의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나, 그 찰나로도 티티의 심신이 회복되기에는 충분했다.
“잘 지냈어?”
– 왈!
묘하게 더 밝아진 듯한 표정, 더 윤기가 넘치는 털, 광속으로 흔들거리는 꼬리.
요 몇 주 동안 잘 놀다 온 것 같아 다행이지만,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진즉에 쉬게 해줄 걸 그랬다. 내가 티티한테 말로만 소중한 가족이라고 했지, 정작 티티의 상태에는 무관심했던 것 같아.
“앞으로도 종종 보내줄게.”
그 말에 티티는 내 얼굴을 격렬하게 핥았다.
애정과 고마움이 가득 담긴 스킨십이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거 티티가 골골거리는 상태를 그대로 방치했으면 조만간 물렸을 수도 있겠어. 어머니가 때마침 놀러 오셔서 나도 티티도 산 거지.
‘이제는 싫다고 해도 주기적으로 보내야 하지만.’
침으로 세수를 시킬 기세인 티티를 살짝 떨어뜨린 뒤, 티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사실 앞으로 티티가 저택에만 지내고 싶어 해도, 더 이상 타일글레헨 백작령에 갈 생각이 없어도 티티를 보내야 한다.
– 현명한 아이더구나. 티티를 보면 어째서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지 알 것 같았지. 역시 상황 폐하께서 기르시던 아이답게 뭔가 달라도 다른 모양이야.
티티가 우리 집으로 돌아오기 전날, 아버지가 통신구로 하셨던 말씀.
표현이 투박한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티티가 매우 탐이 나신다는 뜻이다. 아버지께서 티티의 현명함을 10%만 목격했어도 당연한 결과지만.
아무튼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바란 상황이니 장남 된 도리로서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완전히 분양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가끔 파견하면 충분하니까.
“네가 우리 크라시우스 가문의 복덩어리다.”
– 멍?
내 말에 티티는 여전히 꼬리를 흔들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복덩어리 티티. 부디 10년, 20년 넘게 무병장수하기를. 겸사겸사 좋은 짝을 만나서 귀여운 새끼도 잔뜩 낳으면 좋─
“티티가 왔다고!?”
“아.”
복도 저 너머에서 처절한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럼 이제 내 차례겠지!?”
티티가 없는 몇 주 동안 일곱 아이들과 황태녀의 핸들링을 감당해야 했던 장생이었다.
“제발! 그렇다고 말해다오! 이제는 내 차례라고 말해다오!”
도대체 직전까지 무슨 일을 당한 건지 털이 부스스하게 솟아 오른 장생이.
작고 아담하고 처참한 모습의 소형견이 복도 끝에서부터 달려오는 광경은 실로 눈물겨웠다. 누가 보면 학대에 시달리던 소형견이 필사의 탈출을 한 줄 알겠어.
아니, 장생이 입장에서는 학대랑 다를 게 없으려나?
“…티티야. 장생이한테 고맙다고 한마디만 해줘라.”
– 멍!
내 부탁 아닌 부탁에 티티는 경쾌하게 짖었다.
티티도 자신의 공백을 훌륭하게 채운 장생이에게 고마운 모양이다.
저택 최고 인기 스타의 복귀는 팬들을 열광시켰다.
“티티!”
“티티 왓따!”
우리 집 장남인 페디와 장녀인 마리아를 필두로 우르르 달려가는 아이들.
당연하게도 자그마한 행진의 목적지는 티티였다.
“보고 시펏써! 왜 이재 온거야!”
“띠띠~ 복슬복슬~”
– 멍멍!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페렌츠를 제외하면 모든 아이들에게 덮쳐진 티티.
허나 몇 주 간의 휴가로 느긋함을 되찾았는지, 티티는 여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음에도 해맑은 표정만을 지었다.
덕분에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죄책감이 솟아올랐다. 이렇게 온화하고 너그러운 티티가 탈주할 때까지 이변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주인으로서 미안하다.
“티티! 우리랑 정원에서 놀자!”
“아니야! 방에서 티티랑 낮잠 자자! 티티 따뜻해!”
“우웅… 여기서 공놀이하면 안대…?”
저택에 돌아오고 10분 만에 세 개나 되는 퀘스트를 받은 티티.
정말 미안하다… 이 주인한테 자식복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그만…
“얘들아.”
“웅?”
“압빠? 압빠도 가치 놀쟈!”
“아빠도 같이 놀 건데, 티티가 잠시 놀러 간 것처럼 장생이도 놀러 갈 예정이거든. 장생이 잘 놀다 오라고 인사하러 갈까?”
그 말에 아이들은 눈을 깜빡거리며 서로를 바라봤다.
“죠아! 인사할래!”
“나두! 나두!”
그러고는 너도 나도 인사하러 가겠다며 손을 들어 올렸다.
혹시 ‘우리 장난감 주제에 어딜 감히 놀러 가느냐!’ 같은 거센 반응을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우리 아이들이 자비심 넘치는 성격이라 다행이다.
아니면 장생이 말고도 다른 동물 친구들이 많아서 마음의 여유가 있는 건가? 아예 헤어지는 것만 아니면 잠깐 떨어지는 것 정도는 납득하는 모양이다.
“그럼 가자. 당분간 장생이랑 못 노니까 가기 전에 잔뜩 만지고.”
“응! 잔뜩 만질래!”
“난 장생이 꼬리만질래! 띠띠보다 짤바서 기여어!”
“나두! 나두 꼬리!”
아이들의 대화에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마치 어느 부위를 구워 먹을지 토론하는 손님들 같아서 조금은 무서웠다.
“쟝생이! 잘 놀다와!”
“빨리 와야대! 티티보다 늦으면 안대!”
“올때 선물!”
“그아아아아앗!”
그 뒤로 아이들의 격렬한 쓰다듬에 시달린 장생이었으나, 이 순간만 버티면 쉴 수 있기 때문인지 반항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반사적으로 비명만을 내지를 뿐.
그렇게 장생이의 첫 휴가가 시작되었다.
“주인. 장생이 다음은 우리 차례인가?”
“너네 하는 거 보고.”
그리고 티티에 이어 장생이까지 휴가를 떠나자 다른 성수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나만 떠나면 특혜지만, 둘이나 떠나면 모두가 누려야 하는 권리라는 주장까지 내세우면서.
일이 이렇게 흐른다면 어쩔 수 없다. 성수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장생이가 돌아오면 적당한 녀석을 연이어 보내야겠다.
‘이런 주인이 세상에 어디 있냐.’
애완동물들에게 휴가까지 제공하는 훌륭한 주인.
티티의 이변을 눈치채지 못한 건 내 실수가 맞지만, 이 따뜻한 배려는 누구도 보일 수 없는 드넓은 관용이다.
***
이 상쾌한 공기. 시원한 바람. 드넓은 대지.
최고다. 마치 봉인지에서 막 나왔을 때 느꼈던 해방감이다. 나를 옭아매던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은 기분이다.
“어서 오렴. 이번에는 네 차례구나.”
“음. 그렇게 됐다.”
그렇기에 주인의 친모 되는 자의 인사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완전한 자유가 아닌 조건부 자유라는 건 다소 아쉬운 일이다. 저택보다 넓다지만 성 안에서만 머물러야 하고, 주인의 막냇동생과 놀아줘야 한다는 귀찮음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일곱을 상대하는 것보다 하나를 상대하는 게 낫다는 것은 3살 어린애도 알 문제다. 당장 티티도 이곳에서 쉬고 오더니 안색이 밝아지지 않았던가.
“주인의 아이들도 내가 놀아주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 주인의 동생이라고 다를 건 없으니 안심해라.”
사실 정신을 못 차리는 건 나였지만,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후후, 그래. 믿음직스럽구나.”
그렇게 말한 주인의 친모는 나를 품에 안더니 그대로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좋은 시작이다. 저택에 있을 때는 혹여나 내 위치를 들키지 않을까 구석에 붙어 다녔는데. 안 그래도 작은 몸을 최대한 낮춰서 숨어 다녔는데.
‘이게 맞는 거지.’
그래, 이게 맞다. 나는 한때 신격을 가지고 군림한 존재이며, 온 대륙과 생명들이 두려워하던 존재다. 신격을 잃은 지금도 그런 대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과거의 영광에 맞는 대우는 받아 마땅하다.
이렇게 내 발로 걷지 않고 안긴 채 이동하는 것. 높은 시야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자리다.
‘평생 있고 싶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
어차피 주인의 저택에는 나 말고도 많은데, 나 하나 정도는 없어도 되지 않나?
“쟝생이! 잘 놀다와!”
“빨리 와야대! 티티보다 늦으면 안대!”
“올때 선물!”
그러나 저택을 떠나기 전, 주인의 아이들이 한 말이 떠올라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내가 이곳에서 버틴다면 주인이 직접 잡으러 올 거다. 다시는 휴가를 주지 않고 평생 저택에 감금할 거다.
그건 곤란한 일이다. 욕심에 눈이 멀어 보장된 행복을 걷어차는 건 멍청한 일이지.
“왜 그러니?”
“아니. 아무것도.”
그러니 지금은 이 행운과 자유를 누리다가, 주인의 동생과 제대로 놀아주다가 순순히 복귀하자. 운이 좋으면 주인의 친모가 나를 보내달라 주인에게 요청할 수도 있지 않나.
‘…죽음이었던 내가 이리도 영락하다니.’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대체 어쩌다 내 처지가 이리 되었는가.
이게 다 망할 태양과 하늘 때문이다.
확실히 이 성에서 지내는 건 저택에서 지내는 것보다 편했다.
“와, 진짜 사람 말을 하잖아?”
“엄청 쪼그맣다. 너무 귀여워.”
“꼬리도 앙증맞네? 원래 짧은 종인가?”
처음 방문하는 곳이기에 호기심 가득한 시선과 손길을 받기는 했지만, 아이들처럼 물고 빠는 수준은 아니니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에게 주로 관심을 보인 인간들은 성 내부의 시녀들. 각자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 인간이기에 몇 번 만지다가 그대로 지나갔다. 한 번 붙잡히면 털이 빨리고 온몸이 주물럭거려지던 저택과는 딴 판이다.
‘낙원이로다.’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욕심이 생긴다. 이 낙원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
“쟝생이!”
“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너였나?”
주인의 막냇동생이었다.
저택이었다면 발걸음 소리를 듣자마자 도망쳤겠지. 허나 지금의 나는 도망치지 않는다. 나는 죽음이요, 모든 생명의 종착점이었던 신.그런 내가 고작 한 명을 상대로 도망칠 것 같은가!
와라! 전력으로 놀아주마!
***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테레사가 장생이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마음에 들어 하는 정도가 다소 과했다.
– 하루 종일 껴안고 다니더구나. 티티는 테레사보다 크니 안고 다닐 수 없지만, 장생이는 딱 안기 좋은 크기잖니.
“저런.”
성 내부를 돌아다닐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정원을 뛰어다닐 때도, 하다못해 침대에서 잘 때도 장생이를 인형처럼 안고 다닌다는 테레사.
티티보다 작다는 죄 때문에 장생이는 테레사의 24시간 근접 밀착 애완동물이 되어버렸다.
‘…휴가 맞나?’
내가 보낸 거지만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24시간 내내 안겨 있으면… 그걸 휴가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맞겠지.’
물론 걱정은 짧았다.
정 힘들면 저택으로 돌아오고 싶다며 울부짖었을 터. 아직은 테레사 하나에게 시달리는 것이 이득이라 판단했기에 조용한 걸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