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715)
로판 속 공무원 715화(716/945)
메리. 내 여덟 번째 아이이자 다섯 번째 딸.
지금까지 유일하게 자식이 없던 피네의 첫 자식이고, 작위 귀족인 피네의 뒤를 이을 유스 남작가의 후계자.
메리, 메리 유스. 우리 장남인 페디와 3살 차이가 나는 귀여운 막내. 혹시 자기 엄마가 아파하지는 않을까 걱정됐는지 순산으로 태어난 기특한 딸.
“당분간 우리 메리가 막내로 지내겠네.”
우렁차게 울음을 터뜨린 게 거짓말인 것처럼, 어느새 곤히 자고 있는 메리.그런 메리의 앙증맞은 손을 톡 건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이들은 내 결혼 주기처럼 반 년 주기로 태어났다. 79년도 시즌 말에 태어난 페디를 시작으로, 반 년 주기로 세쌍둥이와 프리드리히, 알리나, 페렌츠가 태어났지. 그 반 년 릴레이의 끝을 메리가 장식했다.
막말로 4월인 현시점에서 다른 부인이 임신을 해도 내년은 되어야 아이가 태어나지 않겠나. 그러니 올해 태어날 아이는 더 이상 없으며, 한 1년 정도는 메리가 우리 집 막내로서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할 터.
“오빠랑 언니들은 동생을 좋아하니까, 다 너를 예뻐할 거야.”
자고 있는 메리가 내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사실 깨어있었어도 이 아빠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내 곁에 건강히 찾아와 준 우리 메리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다. 그것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라도. 자고 있는 아이를 톡톡 건드리며 괴롭히는 것이라도.
“압빠. 우리도 볼래.”
“혼자 보고 치사해. 치사해.”
“매리~ 나두 볼래~”
아래에서 들리는 칭얼거림에 슬쩍 고개를 숙이자, 자기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아이들이 전부 내 발치에 모여 있었다.
확실히 메리가 누워있는 침대는 다소 높으며, 자다가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난간도 설치한 직후다. 아이들의 키로는 메리를 보기 조금은 힘들 법하다.
“보여줄 테니까 만지는 건 안 된다?”
“웅. 안만지께.”
“약속?”
“약속!”
페디가 아이들을 대표하여 나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좋아. 우리 페디랑 아이들은 약속을 잘 지키는 착한 아이다. 갑자기 메리의 귀여움에 홀려 돌발 행동을 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고 보여주자.
“자. 일단 다들 앉아.”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아이들.
“여기 너희 동생. 귀엽지?”
“귀여워! 쬐그매!”
“쭈글쭈글해! 신기해!”
나 또한 자고 있던 메리를 조심스레 안아들고 바닥에 앉자, 이제야 메리를 볼 수 있었던 아이들이 너도나도 눈을 반짝였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벌써부터 메리를 향한 오빠, 언니들의 사랑이 느껴졌기에.
“여보.”
“응?”
남매의 훈훈한 상봉을 지켜보던 찰나, 침대에 누워있던 피네가 입을 열었다.
“바닥에 있지 말고 다 같이 침대에 올라오면 될 것 같은데…”
“안 돼. 출산 직후면 안정이 필요하잖아. 최대한 피네 혼자 있는 게 맞아.”
침대를 팡팡 두드리는 피네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피네가 누워있는 침대가 큰 건 맞다. 아이들이 걸터앉거나 몸을 올릴 정도의 여유 공간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막 출산을 마치고 기력이 빠진 피네지 않나. 면역력도 평상시보다 떨어졌을 테니, 타인과의 접촉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응! 삐네 엄마 침대는 엄마꺼야!”
“우린 여기가 죠아! 침대는 엄마가 잇써!”
우리 아이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피네를 향해 히히 웃으며 바닥 착석을 고수했다.
물론 아이들은 정말로 바닥이 좋아서 이러는 걸 거다. 가끔 복도를 지나다 보면 복도에서 자유형을 하는 아이들이 종종 보이거든.
그래도 아이들의 말에 피네가 은근 감동한 것 같으니, 아이들의 취향은 잠시 함구하기로 했다. 굳이 좋은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지.
“우으응…”
“얘들아, 쉿.”
그 와중에 메리가 살짝 뒤척이자 아이들은 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피네도 양손으로 입을 막은 건 못 본 척하기로 했다.
메리를 다시 침대에 내려놓은 후, 아이들과 함께 출산실을 빠져나갔다.
사실 피네를 보필하기 위한 인력을 빼면 전부 나간 지 오래였는데, 나랑 아이들은 메리한테 홀려서 계속 뭉그적거리고 있었다.
“이제 나왔냐?”
“아쉽게도요.”
그리고 출산실을 나오자마자 반겨주는 장관의 말에 아쉬움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더 있고 싶었지만 피네가 피곤해 할 것 같았고, 손님인 장관이 밖에서 대기 중이라 겨우겨우 걸음을 내디뎠다. 마음 같아서는 피네, 메리랑 같이 나오고 싶었는데.
“뭐, 딸부자 된 거 축하한다. 이제 스물여섯인 녀석이 벌써 딸만 다섯이야.”
“부럽습니까?”
“부럽기보다는 경이롭다. 황금공 각하도 네 나이에 자식을 여덟이나 두지는 않으셨을 텐데.”
픽 웃음을 흘린 장관은 나와 함께 걷고 있던 페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페디야. 네 아빠가 워낙 힘이 넘쳐서 그런지, 우리 페디 동생을 잔뜩 만들어줬구나.”
“웅! 그래서 좋아!”
“하지만 우리 페디가 첫째니, 동생들을 잘 돌봐줘야 한단다. 그건 알지?”
“알아!”
해맑고 당당한 대답에 장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페디가 얼마나 동생들을 좋아하는데요. 괜한 걱정입니다.”
“그래. 그런 것 같기는 하구만.”
한참이나 페디의 머리를 쓰다듬던 장관은 아이들도 한 번씩 토닥여준 후, 굽혔던 무릎을 도로 올려세웠다.
“그럼 난 간다.”
“벌써 가십니까? 오신 김에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밖에 어두운 거 안 보이냐? 그리고 난 너랑 달리 내일도 출근해야 한다.”
그 말에 절로 숙연한 감정이 들었다.
출근을 해야 한다니. 이 세상에 그리도 슬픈 생물이 있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출근이라는 걸 하지?
그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정시에 출근한다?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재앙이다.
“선물은 따로 보낼 테니 받든지 말든지.”
“선물 고르는 건 부인께 맡기십쇼. 솔직히 각하의 안목은 그리 미덥지가 않아서…”
“이 새─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본능적으로 새끼라 말하려던 장관은 아이들의 눈치를 보더니 빠르게 말을 바꾸었다.
포악하고 지랄맞은 장관마저 자제하게 만드는 아이들의 힘. 실로 경이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
장관의 여덟 번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나보다 어린 장관에게 여덟이나 되는 아이가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우나, 그럴 때마다 부인이 여섯인 것을 상기하며 버티고 있다.
물론 어쩌다 부인을 여섯이나 두었는지에 대해서는 애써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난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니까.
“황자에게도 동생이 생겼구려.”
“아마 앞으로도 잔뜩 생길 거예요.”
황후의 품에서 곤히 자고 있는 황자. 그런 황자의 볼을 건드리며 입을 열자, 황후는 쿡쿡 웃으며 미래를 예지했다.
가능성이 높은 미래라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장관과 부인들의 끈끈한 애정을 생각하면 절대 여기서 멈출 리가 없다. 아이가 여덟인 건 장관을 기준으로 뒀을 때만 그런 거지, 마종공을 제외하면 아직 한 명씩밖에 낳지 않은 거니까.
당장 나만 해도 아이가 둘이고, 장관도 삼남매이지 않나. 단순하게 계산하면 앞으로 5명에서 1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더 태어날 것이다.
‘황태녀가 기뻐하겠어.’
안 그래도 장관의 아이들과 동생처럼 지내는 황태녀인데, 동생처럼 지낼 수 있는 아이들이 해가 지날수록 늘어난다라. 황태녀가 활짝 웃는 모습이 벌써 눈앞에 그려진다.
…
‘곤란한데.’
갑자기 불안해졌다. 황태녀가 황궁 동생과 저택 동생은 나름 확실하게 구분하던데, 저택 동생이 늘어난 것에 자극을 받으면 어쩌지? 황궁 동생을 더 만들어 달라고 조르면?
나도 황후를 사랑하기에, 가족이 늘어났으면 하기에 동생은 열심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장관이라면 사태가 조금 심각해진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장관의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다. 황궁에서 새 생명이 하나 태어나는 동안, 장관의 저택에는 여섯이 태어날 수 있어.
‘저게 사람인가.’
경이롭다. 상황 폐하께서 젊을 적의 황금공을 보셨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폐하.”
“말하시오, 황후.”
“카롤루스가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크면… 샤를로테처럼 동생을 원하겠지요?”
그 말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앞으로 약 1년. 1년이 지나면 나는 이길 수 없는 달리기를 시작해야 한다.장관을 상대로 승산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아마 그럴 거요. 누나가 있다면 동생도 가지고 싶은 법이니.”
그러나 황후의 은근한 제안을 피하지 않았다.
남자라면, 질 걸 알면서도 싸워야 하는 때가 존재하는 법.
나에게는 1년 후 미래가 그 ‘때’다.
“폐하께서 저와 같은 생각이시니 다행입니다. 오늘 노력해야 카롤루스가 걸을 때쯤에 동생을 볼 수 있겠군요.”
…어?
“황후? 오늘 노력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동생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미리 준비해야 샤를로테도, 카롤루스도 기뻐할 테지요.”
타당한 말인지라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 생각을 못 했다. 1년 후에 동생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시기를 맞출 수 있다. 1년 후 미래가 아니라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였어.
‘이게 다 장관 때문이다.’
무심코 눈을 감고 말았다.
황후라면 장관이 자극하지 않아도 동생을 바랐겠지만, 지금 동생이 언급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장관 때문이다. 장관이 이 시기에 자식을 봐서 황후도 달리기 시작한 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할 것 같다.
***
메리가 태어나고 일주일 후, 황태녀가 저택에 놀러 왔다.
“때부! 동생 보여져!”
“당연히 보여드려야지요. 하지만 지금은 자고 있으니 큰 소리를 내시면 안 됩니다?”
“응!”
그리고 저택에 오자마자 메리를 찾았다.
출산 직후, 허약할 피네와 메리를 위해 한동안 놀러 오지 못한 황태녀다. 그런 만큼 새롭게 태어난 메리에게 관심이 가득할 테니, 오자마자 메리를 찾는 건 이상하지 않다.
“맞다, 때부! 동생한테 동생 생길꺼 같아!”
“동생한테 동생이요?”
“웅!”
순간 무슨 말인가 싶었다. 정황상 동생은 메리를 말하는 걸 텐데, 메리한테 동생이 생긴다고?
‘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과 황자를 전부 자기 동생으로 여기는 황태녀다.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황제가 아이를 보게 되면 그 아이조차 메리의 동생이라고 여길 터.
‘셋째 준비 중이구나.’
그렇다면 황제와 황후가 1황자에 이어 다른 자식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대단하다, 우리 황제.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황실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거다.또래 중에서는 내가 압도적인 남편이자 아빠인 줄 알았는데, 황제도 만만치 않은 남편인 것 같다.
‘힘내라.’
숫자가 적은 리브노만 황실이니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한 다섯 명 정도를 목표로 노력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