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746)
로판 속 공무원 746화(747/945)
약 5년 전, 공화주의 테러 단체인 붉은 파도가 아카데미 부수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다행히 불온한 움직임을 조기에 파악했고, 내부 스파이까지 찾았기에 큰 피해 없이 토벌에 성공했으나─ 토벌 과정에서 작은 잡음이 생겼었다.
아니, 사실 토벌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전투를 마치고 포로까지 잡은 상황을 토벌 중이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 정확히 말하면 전후 수습 과정에서 생긴 잡음이었다.
생포한 붉은 파도의 수장을 사살해버린 사소한 잡음. 솔직히 붉은 파도의 수뇌부 전원을 죽이거나 생포해서 큰 지장은 없었지만, 전투 중 사살도 아닌 포로를 무단 사살한 건 그냥 넘어가기 애매한 사안이었다. 그 일이 세간에 퍼져서 ‘제국은 포로도 재판 없이 죽인다더라.’ 라는 인식이 박힌다? 제국에게 자발적으로 항복하는 자들은 절대 나오지 않을 터.
덕분에 황제는 나에게 시말서라는 징계를 내렸고, 시말서가 중국집 쿠폰처럼 쌓이고 쌓여서 그만…
‘끔찍한 경험이었지.’
분명 공식적인 징계는 시말서 제출이지만 구금이 되어버린 눈물겨운 사건. 고작 닷새에 불과했지만 내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그 닷새 동안 가족 겸 친구처럼 지낸 사람이 루치아노였다. 내 감옥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온갖 편의를 봐준 간수. 닷새 사이에 온갖 면회객들에게 시달려 멘탈이 실시간으로 갈려갔을 간수.
그 점이 미안하고도 고마워서 추천장 하나를 주고 갔었는데,
‘설마 과장까지 됐을 줄이야.’
놀라운 일이다. 내가 루치아노를 만난 것이 5년 전이니, 불과 5년 만에 일개 간수에서 과장까지 오른 것이다.
물론 내 승진 속도는 루치아노보다 빨랐다. 하지만 평민인 루치아노와 달리 나에게는 제국백 후계자라는 혈통이 있다. 심지어 전쟁과 황위 계승 분쟁이라는 특이사항이 겹쳐서 내 위에 있던 사람들이 대량으로 갈려나갔다. 루치아노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미친 짓이다.
그렇기에 나 같은 경우를 빼면 루치아노의 승진 속도는 이례적인 속도다. 굳이 비유하자면 소대장이 5년 만에 연대장이나 여단장 수준까지 수준? 더 쳐주면 사단장과도 비교할 수 있다. 경이로운 승진이지.
“저 저택이 자네의 저택인 건가?”
“예, 각하! 각하의 은혜 덕에 교정부의 2과장까지 오르며 구입하게 된 저택입니다! 각하의 은혜가 없었다면 누리지 못했을 영광입니다!”
아무튼 티티가 들어간 저택을 가리키며 입을 열자, 루치아노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 말에 픽 웃음이 나왔다. 내가 루치아노의 출세에 기여를 한 건 맞지만, 과장까지 오른 건 순전히 루치아노의 능력과 노력 덕분이다.고작 추천장 하나만으로 과장까지 오를 만큼 제국 행정부가 가벼운 조직은 아니니까.
“추천장은 어디까지나 추천에 불과하다. 그 기회를 살린 건 자네의 능력이니, 자부심을 갖도록.”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인 루치아노의 모습에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줬다.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던 인연을 5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만났다. 그것도 나나 루치아노가 상대를 찾아서가 아니라, 자율 산책을 즐기던 티티로 인해서. 인연이 두 번이나 이어지면 필연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루치아노.”
“예, 각하! 말씀하십시오!”
“저기 자네 저택에 들어간 개. 보이나?”
내 말에 루치아노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저택을 바라봤다.
“…예. 처음 보는 개로군요.”
이윽고 고개를 끄덕인 루치아노는 미묘한 표정으로 티티를 바라봤다.
딸로 추정되는 아이가 처음 보는 개와 놀고 있고, 저택과 주인 일가를 지켜야 할 경비병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다. 아비이자 저택의 주인 된 입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인지 의아할 터.
“내가 기르는 아이다. 산책을 좋아하는 아이라 혼자 돌아다니게 뒀는데, 며칠 전부터 이 저택에 눌러앉았더군.”
“예?”
“아무래도 티티가 자네 저택을 마음에 들어 한 모양이야. 나와 자네의 인연도 생각보다 깊은 것 같고.”
“여, 영광입니다.”
기쁨과 당혹감이 공존하는 루치아노의 표정에 다시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일생의 은인과 다시 만난 건 기쁜 일이지만, 그 재회를 개가 이루어줬다. 내가 루치아노 입장이었어도 기쁨과 당혹스러움을 동시에 느꼈겠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루치아노의 정식 초대를 받아 저택으로 입장했다.
– 멍! 멍멍!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티티는 입에 물고 있던 간식을 툭 떨어뜨리더니, 꼬리를 열렬히 흔들며 나에게 달라붙었다.
너무 격렬한 반응이라 뿌듯했다. 역시 티티는 주인인 나를 가장 좋아하는구나. 이 저택도 산책 도중에 들르는 놀이터 같은 거지, 나에 대한 애정과 충성은 그대로야.
“잘 놀고 있었어?”
– 멍!
기특함을 담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티티는 더욱 해맑은 목소리로 짖었다.
그래. 잘 놀고 있어서 다행이네.
“아빠!”
그렇게 티티를 상대하는 사이, 티티와 놀아주던 꼬마 아이가 루치아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아빠! 왜 이재 와써!”
“미안하구나. 아빠가 일이 많아서 이제야 퇴근했어…”
‘저런.’
루치아노의 말에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티티가 이 저택에 출석한 것이 오늘로 8일째인데, 루치아노는 티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최소 8일 동안은 퇴근도 못 하고 굴렀다는 말이잖아.
‘교정부가 그렇게 빡센 곳이었나.’
루치아노의 직위는 형무성 소속 교정부의 2과장. 만약 누군가가 교정부에 임관한다고 하면 한 번 정도는 말리자.
“혼자서 많이 심심했지?”
“괜차나! 아저씨들이랑 아줌마들이랑 오빠들이랑 언니들이 놀아줬어!”
“그거 다행이구나.”
“그리고 제니랑 타일이도 있어서 재밋써서!”
타일이라는 단어에 티티를 쓰다듬던 손이 움찔했다.
“…타일이?”
루치아노의 목소리도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웅! 타일이! 저 오빠랑 가치 잇는 애 이름!”
이어지는 말에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도 아직은 아저씨보다 오빠라고 불리는 외모였나.
“오빠가 이 아이 주인이야. 나 없는 동안 놀아줘서 고마워.”
“아냐! 나도 조앗써!”
“…어?”
“예?”
내 감사에 딸로 추정되는 아이는 히히 웃었지만, 근처에 있던 경비병들은 어딘가 고장 난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저, 저기, 주인이시라면, 혹시…”
“타일글레헨 백작 각하시다.”
이윽고 경비병 중 하나가 겨우 입을 열자 루치아노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타, 타일글레헨 백작 각하를 뵙습니다!”
“각하를 뵙습니다!”
“됐다. 손님으로 온 것이니 일어나도록.”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허리를 숙인 경비병들을 보며 휘휘 손을 저었다.
경비병들이 기겁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난데없이 백작이 방문한 것도 문제지만, 저 꼬마 아이가 우리 티티를 타일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작위명의 일부를 개에게 붙였으니, 내가 분노를 표할 거라 짐작한 모양이다.
‘그럴 수도 있지.’
허나 화를 낼 생각은 없다. 애가 그럴 수도 있지 뭘. 애초에 티티의 이름을 안 적은 내 실수기도 하고.
“우리 꼬마 숙녀님은 이름이 뭐지?”
“헬렌!”
“그래, 헬렌. 이 아이 이름은 타일이가 아니라 티티야. 앞으로는 티티라고 불러줄 수 있지?”
“웅! 앞으로는 티티라고 부를께!”
대신 티티의 이름을 정정할 필요는 있다. 계속 타일이라고 부르다가 티티가 자기 이름을 타일이로 착각하면 곤란해.
***
행복해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제니랑 같은 정원에 있고, 작은 주인님들처럼 작은 사람이랑 노는 것도 기뻤어요! 그런데 집에 있어야 할 주인님이 나타났어요!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주인님이니까요! 보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친구가 제니니까요!
“그러고 보니 루치아노. 과장이 되었다면 폐하께 기사 작위를 받았을 터인데, 성은 뭐지?”
“니덴입니다, 각하.”
“루치아노 니덴이라. 좋은 이름이군.”
게다가 제니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주인님이랑 아는 사이 같았어요!
‘이건 운명!’
이게 주인님 집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이라는 거겠죠? 제니의 주인이 주인님이랑 아는 사이라니! 그러면 나도 제니랑 더 친해질 수 있는 거겠죠!?
분명 그럴 거예요! 주인님들끼리 아는 사이라면 나랑 제니도 남은 아니에요!
– 멍!
그래서 제니를 향해 기쁨을 담아 말을 걸었어요! 앞으로도 잘 지내자고.
– …….
그치만 제니는 그런 나를 말없이 보더니, 작은 사람 옆에 엎드렸어요.
괜찮아요! 제니는 저런 모습도 매력이니까요!
“자네도 나와 같은 아이를 기르고 있었군.”
주인님도 제니를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주인님이 보기에도 제니는 예쁘고 매력적인 친구겠죠? 나랑 친구들을 아껴주고 귀여워해주는 것처럼, 주인님은 제니도 좋아해 줄 거예요!
“예. 제 아내의 고향이 시골인데, 고향에 계시는 장인어른께서 보내주신 아이입니다. 헬렌의 친구로 딱이더군요.”
“아이의 친구로 지내기에는 조금 무뚝뚝한 것 같은데?”
“이 아이가 특이한 게, 저희 가족만 있으면 애교가 넘치지만 다른 사람이 같이 있으면 조용합니다. 기껏해야 얼굴을 핥거나 근처를 맴도는 정도지요.”
주인님의 손이 제니에게 향했지만, 제니는 조용히 머리를 돌리며 주인님의 손을 피했어요!
아쉬워요! 주인님이 쓰다듬어주면 엄청 좋은데! 제니도 분명 좋아할 텐데!
“충성심이 넘치는 아이로군. 좋은 아이를 받았어.”
“감사합니다, 각하.”
“얼마나 좋으면 우리 티티가 홀렸을까.”
– 멍?
주인님의 말에 주인님의 얼굴을 바라봤어요.
“아무리 봐도 우리 티티. 자네가 기르는… 제니? 이 아이에게 반한 것 같아.”
– 멍?
반했다? 반했다? 내가 제니한테 반했다?
반했다는 게 뭐였죠? 잘 모르겠어요! 주인님이랑 마님들, 작은 주인님들이 쓰던 말은 아니에요!
“하하, 저희 제니에게 말입니까?”
“티티도 혈기 넘치는 수컷이니까. 어쩌면 조만간 제니와 부부가 돼서 새끼를 낳을 수도 있겠어.”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바로 이해했어요!
결혼! 그건 주인님이 자주 하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이끼리 하는 거라고 했어요!
그렇군요! 반했다는 게 사랑하는 사이라는 뜻이군요! 그럼 나는 제니를 사랑하는 걸까요?
‘결혼… 새끼…’
제니랑 결혼하는 상상. 제니랑 새끼를 낳는 상상을 해봤어요!
너무 좋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더더더더 두근거려요!
“흠. 앞으로 개 사돈이라고 불러야 하나?”
주인님도 내가 제니랑 결혼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주인님!
***
내 말에 티티의 꼬리가 더욱 격렬하게 회전했다.
아무래도 우리 티티에게도 봄날이 찾아온 것 같다.
‘이런 인연이었구나.’
개 사돈이라는 말에 색다르고도 유쾌한지, 옅은 미소를 머금은 루치아노를 바라봤다.
설마 5년 전에 만난 사람이 우리 티티의 장인이 될 사람일 줄은 몰랐다.
…장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나 싶지만, 아무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