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747)
로판 속 공무원 747화(748/945)
루치아노 니덴. 일개 간수에서 형무성 소속 교정부 2과장까지 올라 기사작을 수여받은 인물. 어찌 보면 형무성 버전 피네─ 더 첨언을 붙이면 피네의 하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하지만 그런 사소한 신상정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루치아노의 직급이 아닌, 루치아노의 가족 관계니까.
무려 우리 티티의 장인이 될 수도 있는 남자. 나하고는 개 사돈이 될지도 모르는 남자.
– 루치아노 니덴이면 행정부 내에서도 유명합니다. 간수였던 관료가 4년 만에 과장까지 올랐으니 꽤나 주목받았죠.
“4년?”
– 예. 작년 상반기 정기 승진 때 과장으로 올랐습니다.
정보차장의 말에 괜히 뿌듯했다. 우리 개 사돈, 5년이 아니라 4년 만에 승진한 거였구나. 생각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었어.
– 그런데 추천장을 준 건 장관 각하 아닙니까? 타일글레헨 백작 파벌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왜 당사자가 모르십니까.
“그런 소문이 있었냐?”
– 벌써 차기 교정부장 후보로 거론되는 중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거론이니 5년은 더 지나야 진지하게 후보군으로 오르겠지만, 평민 출신 관료가 부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정상은 아니죠.
“그건 그렇지.”
맞는 말이라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능력만 있다면 신분 상승이 가능한 나라지만, 신분의 벽은 어지간한 능력으로 뚫을 수 없다. 평민이 오등작은커녕 기사작만 받아도 해당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라는 뜻이다.
그러니 내 추천장이 있었어도 과장 자리에 오르고 기사작을 받았다? 그건 루치아노의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 뭐, 각하 파벌이 아니면 잘 쳐줘야 차장이 끝일 겁니다. 사실 평민이 과장까지 오른 것도 훌륭한─
“내 파벌 맞는데?”
– 예?
무슨 헛소리냐는 듯 쳐다보는 정보차장의 눈빛에 머쓱히 뒷목을 긁적였다.
나도 안다. 어제까지만 해도 루치아노가 뭐 하고 지내는지, 직급은 어떻게 되는지, 성과 기사작을 받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자기 파벌이라고 하는 건 양심이 없는 발언이지.
허나 어제까지의 루치아노는 나와 큰 연이 없는 사람이지만, 오늘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 티티 장인어른이야.”
– 그게 뭔.
개소리야, 라는 입모양을 봤지만 넘어가 주기로 했다.
“티티가 그 집 개한테 반했더라고. 앞으로 자주 만날 텐데 어지간한 파벌원보다 친해지겠지.”
– 아니, 뭐, 그야 그렇겠지만.
그래도 정보차장은 정보로 먹고사는 놈이라 눈치와 지능이 괜찮은 편이다. 개 사돈이라는 하찮고 이상해 보이는 단어에 막대한 힘이 실렸다는 것 정도는 금방 파악했다.
귀족들이 같은 파벌을 형성해 봤자 서로 다른 영지에 있으면 자주 보기도 힘들고, 어쩌다 가끔 안부 연락을 주고받는 게 고작이다. 헌데 루치아노는 나처럼 제도에 거주 중이고, 티티를 매개체로 나와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솔직히 북방 파벌원들보다 자주 만날 것 같아.
그러니 루치아노는 내 파벌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고, 루치아노의 정치적 욕심에 따라 핵심 측근까지 오를 수도 있다.
우리 티티 장인이라면 그럴 자격이 있어. 과장까지 오른 걸 보면 능력도 확실하니 딱이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면 어떠냐?”
하지만 나와 긴밀한 사이가 될 사람이니 보다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과장은 제국 행정부 내에서도 널리고 널렸으니, 루치아노만의 능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 능력을 물어보시는 거라면, 각하의 파벌이라는 걸 제외해도 언젠가는 빛을 볼 인물이었습니다. 사무 능력도 괜찮은 편이지만, 교정부가 업무 특성상 온갖 놈들을 다 보지 않습니까?
“그렇지.”
– 게다가 재수 없으면 고위 귀족하고도 충돌하고요. 교정부 관료 대부분은 그런 귀족들을 상대하느라 골머리를 앓지만…
거기까지 말한 정보차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루치아노는 기이할 정도로 고위 귀족들 앞에서도 평온했습니다. 덕분에 평민이 아니라 귀족가 사생아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니, 대충 짐작이 가십니까?
‘아.’
그 말을 듣자마자 픽 웃음이 나왔다.
루치아노가 고위 귀족들 앞에서도 평온했던 이유? 아마 행정부 공무원 중에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어지간한 귀족이 눈에 들어오겠나.’
루치아노는 간수로 있는 동안 재무성 장관, 마종공, 철혈공의 딸, 제국백의 차남 등 온갖 귀족들을 만났다. 심지어 전승공이 보낸 편지도 전달했었지.
그렇게 매운맛을 격렬하게 느끼고, 높은 곳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켰다. 그런 루치아노 눈에 교정부와 드잡이질을 하는 귀족들이 들어오겠나. 아무리 고위 귀족이라도 후작이나 등판하면 다행이겠어.
‘내성을 키우고 갔었네.’
내가 감옥에 갇혔있던 닷새. 그 닷새 동안 나는 티티의 장인과 만나고, 장인은 교정부에서 꼭 필요한 덕목을 배웠다.
너무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티티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은 저택을 뒤엎었다.
“어쩐지. 요즘 해가 뜨기 무섭게 나가던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쿡쿡 웃음을 흘리며 티티의 머리를 쓰다듬는 마르.
“이제 티티도 티티 크라시우스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장관님 결혼 끝나고, 서방님 결혼 끝나니 티티가 결혼하려고 하잖아요. 이쯤 되면 티티도 크라시우스지!”
졸지에 티티를 크라시우스의 일원으로 만들어버린 에리.
“띠띠, 결혼해!?”
아장아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결혼이라는 얘기를 듣고 달려온 페디.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동일했다. 부인들도, 아이들도, 사용인들도 티티의 봄날을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그야 티티는 상황에게 분양받은 순간부터 우리 저택의 마스코트로 군림했으니까. 심지어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빨라 저택에 큰 도움이 되었고, 우리 집 애완동물들의 대장으로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1등 공신이니까.
‘이제 티티도 행복해질 때가 됐지.’
존재 자체로도 우리에게 행복을 준 티티. 몇 년 동안 우리를 위해 헌신했으니, 이제는 티티가 행복해져야 옳다.
– 멍!
저택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과 응원에 티티도 열렬히 꼬리를 흔들며 해맑게 짖었다.
그보다 기분 탓인가. 어째 평소보다 눈망울이 더 초롱초롱해진 것 같은데. 개도 사랑에 빠지면 더 예뻐지는구나.
“티티의 피를 받은 새끼면 똑똑하고 귀엽겠지? 벌써 기대된다.”
“다른 집 개랑 낳은 새끼니 전부 가져가는 건 무리지만, 절반만 얻어도 뭐…”
어느새 빗을 가져와 티티의 털을 정리해 주던 리제와 린은 두런두런 미래를 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티티의 피를 이은 새끼면 너도나도 탐낼 보물이지. 당장 부모님만 하더라도 한 마리만 보내 달라 부탁하실 거고.
‘개가 한 번에 몇 마리 낳더라.’
자기가 예쁘게 꾸며진다는 걸 아는지, 조용히 꼬리만 흔드는 티티를 보다가 턱을 매만졌다.
동물마다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숫자는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개는 최소치와 최대치의 격차가 크다고 들었다. 어떨 때는 한두 마리만 낳고, 또 어떨 때는 10마리도 넘게 낳는다고 했었지.
이왕이면 제니의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 잔뜩 낳았으면 좋겠다. 작은 인절미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걸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니까.
“마님! 말씀하신 리본 가져왔어요!”
그렇게 티티와 제니, 새끼들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이, 복도 너머에서 유리스가 우다다다 달려왔다.
손에는 거대한 붉은 리본을 들고서.
‘아.’
절로 탄식이 나올 정도로 화려한 리본이라 다시 티티를 바라봤다.
저 리본이… 티티의 몸에 달리는 거지…? 저 리본을 달고 제니를 만나러 가는 거지?
‘…마음에 드나?’
주인으로서 복잡한 심정이었으나, 정작 티티는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리본을 쳐다봤다.
아무래도 티티의 미적 기준은 상당히 널널한 모양이다.
***
오늘도 기분이 좋아요! 마님들이 나를 예쁘게 꾸며줬어요!
“우리 티티 예쁘네. 당장 결혼해도 되겠다.”
– 멍!
빨간 마님의 말이 맞아요! 지금의 난 어느 때보다 예뻐요! 다 마님들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이러다 우리 티티. 제니가 아니라 다른 애랑 결혼하는 거 아냐? 제도를 지나가면서 온갖 애들을 홀리겠는데?”
– 끼이잉…
그치만 방금 말은 서운했어요. 난 제니가 너무너무 좋은데, 제니가 아니라 다른 친구랑 결혼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후후, 미안해. 티티는 꼭 제니랑 결혼해야지.”
– 멍멍!
그 말에 바로 빨간 마님의 얼굴을 핥았어요.
역시 마님들은 상냥해요! 마님들도 저를 응원해 주고 있어요!
“그럼 잘 다녀와. 제니랑 재밌게 놀다 와야 한다?”
빨간 마님의 말에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어요.
꼭 재밌게 놀다 올 거예요! 제니가 저를 조금이라도 많이 보게 할 거예요! 그걸 위해서 마님들이 열심히 꾸며준 거니까!
마님들이 머리에 달아준 리본! 꼬리에 달아준 방울! 발에 신겨 준 신발!
너무 예뻐요! 분명 제니도 감탄할 거예요!
“너무 화려한 거 아닌가…”
주인님도 화려하다고 해줬어요! 그럼 제니의 눈에도 그럴 거예요!
***
10일 철야 근무를 마치고 받은 3일의 휴가. 덕분에 부인이 잠시 고향으로 내려간 사이, 홀로 지내야 했던 헬렌과 마음껏 놀아줄 수 있었지만─
– 멍!
“왔구나.”
그 3일 동안 예상외의 손님을 받아야 했다.
내 일생의 은인인,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제2의 아버지 같은 분인 감찰성 장관 각하. 그 각하께서 애지중지하시는 애완견이 내 저택에 놀러 오고 있다.
정확히는 저택에 있는 제니를 만나러 오고 있다.
“주인님?”
“열어줘라.”
“예!”
내 지시에 경비병들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고맙다는 듯 고개를 꾸벅이며 총총 걸어들어오는 티티. 아무리 봐도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가진 것 같아 절로 실소가 나왔다.
우리 제니도 개치고는 똑똑한 편인데. 그런 제니조차 티티와 비교하면 평범한 개처럼 보인다.
“제니. 이리 온.”
– 멍.
아무튼 정원 구석에 있던 제니를 부르자, 제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터덜터덜 걸어왔다.
안타깝다. 우리 가족에게 보이는 애교의 절반이라도─ 아니, 반의 반이라도 티티에게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사이좋게 지내야 할 텐데.’
티티가 제니를 좋아한다는 걸 알자마자 흡족한 기색을 보이신 각하다. 반대로 제니가 마지막까지 티티를 밀어내면 크게 실망하실 터.
절대 각하께서 실망하시는 걸 보고 싶지 않다. 게다가 제니도 언젠가는 짝을 찾아야 하니, 이왕이면 자기를 열렬히 좋아하는 수컷과 짝이 되었으면 좋겠고.
“제니야”
– 멍?
“꼭 사귀라는 말은 안 할 테니, 조금만 저 아이를 좋게 봐주렴. 너도 제도에 오고 처음 사귀는 친구잖아.”
내 말에 제니는 조용히 내 눈을 바라봤다.
조금 민망했다. 이렇게 말한다고 제니가 알아들을 리가 없는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결국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픽 웃음을 흘렸다.
계속 만나다 보면 언젠가는 제니도 마음을 열겠지.
티티가 오고 2시간 정도 후. 이번에는 각하께서 오셨다.
“헬렌한테 사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번에는 우리 아이들과 같이 왔다.”
“여, 영광입니다, 각하!”
그것도 각하의 피를 이은 아이들과 함께.
‘어쩌지 이거.’
각하께서 나에게 큰 관심과 신뢰를 주시는 것 같아 영광이나, 이건 너무 과분할 정도의 영광이다.
‘조만간 이사라도 가야 하나…?’
아니, 그건 아니다. 그건 5년 전의 나나 할 법한 추하고 흉한 도피다.
잊지 마라, 루치아노. 너는 더 이상 도망치면 안 돼. 무슨 일을 겪어도 당당히 고개를 드는 거다.
나의 비겁함은 5년 전, 사직서와 함께 찢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