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820)
로판 속 공무원 820화(821/945)
내 아홉 번째 아이이자 여섯 번째 딸인 율리아.
나와 마르 사이에서 태어난 두 번째 아이인 율리아.
‘지금이 결혼 몇 년 차더라.’
마르와 결혼한 시점을 기준으로 잡아도 이제야 결혼 5년 차다. 헌데 5년 만에 아이가 아홉이고, 엄마 품 속에 있는 아이도 둘이다. 그 둘도 올해 태어날 예정이니 결혼 5년 차에 FC 크라시우스 최소 구성원을 확보한 어마어마한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 스스로가 대견하고 경이롭다. 부인들 하나하나를 보면 평범한 수치인데, 종합하니 숫자가 미쳐 날뛰는구나.
‘황금공은 대체.’
이윽고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황금공이 신혼이었을 때는 1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을까. 오시덴 공작가의 가신들이나 사용인들은 얼마나 바삐 선물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돌봤을까.
단순 계산해도 내 두 배다. 1년에 여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평균 2개월에 한 번씩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말이 된다. 그 정도면 이름을 짓는 것도 일이겠어.
“페디야. 이제 방에 가서 코 자야지.”
위대한 대선배의 발자취에 속으로 경의를 표한 후, 율리아가 누운 요람 곁에서 떠나지 않는 페디를 다독였다.
“쪼끔만 더 볼래.”
그리고 페디는 드물게도 고집을 부리며 내 말을 거부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노는 페디다. 해가 떠있을 때 체력을 내뿜어서, 밤이 되면 빠르게 잠에 들고 재충전하는 페디다. 그런 페디가 잠을 포기하고 율리아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동복동생이라 그런가?’
이미 페디에게는 일곱의 동생들이 있었다. 황자까지 포함하면 무려 여덟. 율리아는 페디에게 있어 아홉 번째 동생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런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복동생이 아닌 동복동생을 향한 본능적인 이끌림이 있는 모양이다. 전부 소중한 동생이지만 그래도 같은 곳에서 나온 동생을 향한 이끌림 같은 거.
‘좋은 건가?’
애매하다. 페디는 우리 아이들의 첫째이자 내 뒤를 이어 크라시우스 가문─ 더 나아가 동생들의 가문을 이끌어 나갈 사령관. 동생들 중 특정 인물을 총애하고 귀여워하는 건 아주 조금 곤란한 일이다.
허나 부모라는 존재도 자식이 여럿이면 더 신경 쓰는 아이가 존재하는 법. 부모조차 그럴진대 아직 어린 페디에게 공평한 애정을 요구하는 건 가혹한 일이다. 솔직히 나도 아이들 중에서는 첫째인 페디를 더 살피는 감이 없잖아 있고.
‘괜찮겠지.’
빤히 율리아를 바라보는 페디를 보다가 픽 웃음을 흘렸다.
그래, 괜찮을 거다. 페디는 동복동생을 더 좋아하는 거지, 이복동생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결국 모든 동생들을 사랑하는 페디니 시간이 지나면 동생들을 위해 최대한 공정한 맏이 행세를 할 거다.
“페디야.”
“우웅?”
“동생들이 많으니 좋지?”
허나 이대로 넘어가기는 불안하니, 은근슬쩍 페디의 애정을 율리아가 아닌 동생들 전체로 확대하여 물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율리아를 위한 감정이 아닌 모두를 위한 감정으로 남길 수 있게. 페디에게 율리아는 동복동생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동생이라 좋아하는 거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게.
“웅!”
내 작은 소망에 페디는 어느 때보다 활짝 웃었다.
“그래. 우리 페디라면 좋은 오빠, 좋은 형이 될 거야.”
“조은 동생두 될래!”
황태녀를 염두에 둔 듯한 말이라 다시 웃음이 나왔다.
페디는 이미 좋은 아들이자 조카고, 좋은 손자이자 외손자고, 좋은 오빠이자 형으로 지내고 있다. 여기에 좋은 동생까지 추가되면 얼마나 바쁘게 움직여야 할까.
내가 공적으로 바쁜 귀족이라면 페디는 사적으로 바쁜 귀족이 될 것 같다. 나와 달리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아서. 성장기를 함께 할 사람들이 많아서.
“으에에엥…”
“어이쿠.”
흐뭇한 마음으로 페디의 머리를 쓰다듬던 중, 우리 대화 소리가 거슬렸는지 율리아가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러나 막 깨어났을 때가 다시 잠들기 가장 좋은 시점. 황급히 율리아를 다독이기 위해 손을 뻗으려던 찰나,
“자장자장.”
‘응?’
페디가 까치발까지 들며 율리아의 손을 토닥였다.
“우리동생, 자장자장.”
마치 자신이 겪은 걸 그대로 돌려주는 것처럼. 엄마들에게 받은 토닥임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것처럼.
“우으으으…”
오빠의 토닥임이 효과가 있었는지, 얼굴을 찌푸리던 율리아는 다시 천사 같은 얼굴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자그마한 손으로 페디의 손을 꼭 잡았다. 자신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손길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천국인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다시 잠에 들었음에도 페디의 손을 놓지 않는 율리아. 그런 율리아에게 불평도 하지 않고 묵묵히 손을 내어준 페디.
이 아빠,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천국에 발을 들인 사람은 자기 발로 천국을 나가지 않는 법이다. 스스로 나간다면 그건 천국이 아니라 유사 천국, 천국 호소지에 불과하다는 거겠지.
“…칼?”
“아, 마르. 일어났어?”
덕분에 페디의 손을 놓아주지 않는 율리아. 율리아와 같은 침대에 눕게 된 페디를 밤새도록 지켜봤다.
혹여나 페디가 잠결에 율리아를 깔아뭉갤 수 있으니까. 율리아가 다른 사람과 자는 것에 낯설어 할 수도 있으니까.
“미, 미안해요. 저 때문에 못 잔 건가요?”
허나 나한테는 천국이었어도 마르에게는 아니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것이 선 채로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남편이면 얼마나 놀랄 일이겠나.
아마 마르 입장에서는 자기가 자는 동안 율리아가 펑펑 운 건 아닌지, 그걸 달래느라 내가 잠을 포기한 건 아닌지 걱정될 거다.
“칼, 지금이라도 침대에─”
“쉿.”
허둥지둥 걸어오는 마르를 향해 작게 신호를 보낸 후, 조용히 손가락으로 아이들을 가리켰다.
“어머나.”
그리고 내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마르도 급속도로 표정이 온화해졌다.
“이거 보느라 밤새는 줄도 몰랐어.”
“그러네요. 저였어도 계속 봤을 것 같아요.”
쿡쿡 웃음을 흘린 마르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페디와 율리아의 볼을 매만졌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둘 다 마르가 열 달 동안 품었다가 낳은 소중한 아이들.
“페디가 동생들이랑 같이 놀고 자는 건 자주 봤지만, 이 광경을 보니 기분이 새롭네요. 뭔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에요.”
대충 알 것 같기에 마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마르를 포함한 부인들은 다른 부인의 자식들도 전부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있다. 남편이자 가주로서 감사하고도 기쁜 일이지.
허나 자식처럼 여기는 아이들이 아니라 진짜 자식 둘이 나란히 누워있다. 우리 저택에서 그런 행복을 지켜볼 수 있는 건 세쌍둥이의 엄마인 트릭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마르는 두 번째로 그 행복을 누린 거고.
“그래도 둘로 만족하는 건 아니지? 흑발인 애가 둘이나 태어났으니, 이제 바렌티를 닮은 적발도 태어나야지.”
슬쩍 농담을 건네자 마르의 미소도 더욱 짙어졌다.
“셋째도 흑발이면요?”
“세 배 기쁜 거지 뭐.”
우리 아이인데 머리카락 색깔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건강하게 태어나 주기만 하면 되는 거지.
하지만 흑발흑안인 페디에 이어 흑발녹안인 율리아가 태어났다. 패턴상 다음은 적발녹안이기는 해. 마르를 똑 빼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장인어른이 아주 환장하실 거야.
“때애애애애부우우우우우!”
심지어 적발녹안의 딸, 미니 마르가 태어나면 어떨까 상상하려던 찰나, 저 너머에서 우렁차고도 익숙한 외침이 들렸다.
“후후, 평소보다 기운이 넘치시네요. 율리아가 태어난 걸 들으셨나 봐요.”
“그러게. 이거 오늘은 조금 더 조심해야겠어.”
우다다다 뛰어오는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나와 마르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래도 황제가 같은 아빠 겸 남편이라 그런지, 마르가 몸을 추스를 시간은 주고 황태녀를 보냈다. 최소한의 양심은 희미하게나마 있는 놈이야.
‘저걸 듣고도 안 깨네.’
그리고 율리아는 황태녀의 우렁찬 외침과 돌격 소리를 듣고도 깨지 않았다. 어제 나와 페디의 대화 소리에도 반응한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
어쩌면 오빠가 손을 잡아주고 있어서, 같이 자고 있어서 안심한 게 아닐까 싶다.
“페디야. 누나 왔다.”
“누우… 나?”
“그래, 누나.”
다만 페디는 슬슬 일어나야 한다. 페디가 율리아와 같이 누워있는 걸 보면 황태녀도 같이 눕고 싶다며 눈을 반짝일 수 있으니.
***
나, 엄쳥 착하개 살았나바!
엄마가 그랫서! 챡하개 살면 선물이 생긴다구! 그럼 나 엄청엄쳥엄청 착카개 산거야!
‘동생이 둘!’
그것두 내 동생이랑 뻬디 동생! 이러케 둘!
“때부!”
“예, 전하.”
“만져두 대!?”
“조심해서 만지셔야 합니다. 자고 있는데 깨면 동생이 싫어하겠지요?”
“웅! 나두 알아! 걱쩡마!”
때부두 참! 나 동생 엄쳥 많은대 그것도 모를까바! 아까두 깨롤라인이랑 놀구 왓는대!
“맞따, 때부! 얘는 이름 모야?”
“율리아입니다.”
“유리아?”
“유가 아니라 율입니다. 유울, 리아.”
“유울… 리아!”
죠아! 율리아! 내 동생 율리아! 기억햇서!
“율리아. 안녕.”
자고 잇는 율리아한태는 작개 말햇다. 율리아, 자고 잇는대 깨면 안대. 잘때는 작개 말해야대.
“우- 으?”
“으에?”
근대 깻서!
이상해! 나 짝깨 말하구 쌔개 만지지도 안앗는대!?
“이런. 전하, 조심하셨어야죠.”
“나 때무네 깬거야…?”
일부러 그런거아닌대… 안깨우려구 조심해서 만졋는대…
“사실 슬슬 깰 때였습니다. 율리아가 어제 일찍 잠들어서요.”
“머야! 때부 나빠!”
때부 못땟서! 나 놀랏짜나!
“율리아. 일찍자구 일찍 이러나. 낮짬두 점심애 자.”
“그랭?”
뻬디 말애 다시 율리아를 밧다.
점심애 자면 잔뜩 놀수잇서! 율리아 볼이랑 손! 마구마구 만질꺼야!
“그럼 율리아! 언니랑 놀쟈!”
“안대.”
“으엥?”
빼디가 안댄다고 햇다.
“율리아. 아직 짜가서 마니 만지면 안대! 지켜야대!”
“지, 진쨔 안대?”
“누나라도 안대!”
힝…
***
황태녀와 페디는 나란히 서서 요람에 누운 율리아를 바라봤다.
아직 초점이 맞지 않아 멍하니 눈만 깜빡이는 율리아. 그런 율리아를 조용히 지켜보는 페디.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황태녀까지.
“하, 한번만…”
“안대.”
단호한 페디와 시무룩한 황태녀를 보니 웃음을 참기 벅찼다.
아이들이 황녀를 만나러 갔을 때는 황태녀가 우리 아이들을 휘어잡았는데, 여기서는 페디가 황태녀를 통제하고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는구나.
‘암묵적인 선인가.’
황궁은 황태녀의 집이고, 황녀는 황태녀의 동생이니 황태녀의 말을 따른다.
반대로 여기는 페디의 집이고, 율리아는 페디의 동생이니 페디의 말을 따른다.
어린아이들이 정립하기에는 완벽하고 깔끔한 규칙이다. 하도 여럿이서 놀다 보니 본능적으로 맺어진 규칙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