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850)
로판 속 공무원 850화(851/945)
에리히의 서식지로 파견을 간 성수들이 일제히 제2의 테레사를 예고했으나, 에두아르트의 친부모는 따로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에리히와 세라가 진정으로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면 이겨내야 할 시련이니까. 게다가 성수들을 매일매일 보내고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거다.
‘애초에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조카의 활발함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지 않던가.류티스의 결혼식 때 검묘에서 하늘 베기를 해야 하는 기적의 상황이.
그래도 아직 결혼식까지는 여유 기간이 있으니 최대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여유 기간이라고 해도 아차 하는 순간에 훅 지나갈 정도의 수준이지만 뭐 어떤가. 당장 아르메인으로 출장 가는 것보다는 낫지.
그렇게 폭풍 속에서 평온함을 누리고자 노력했다. 아무리 지랄맞은 태풍이라도 태풍의 눈은 고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딱 그런 상황이다. 태풍 속에서도 고요함을 누리는 그런 상황.
‘한 발자국만 나가면 그대로 태풍에 휩쓸리지만.’
절로 쓴웃음이 나오는 잔혹한 진실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태풍의 눈이고 나발이고 사방이 박살 나고 있잖아. 내가 평생 한자리에 있을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움직여야 하는데, 결국 나도 태풍에 박살 날 미래가 예고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할 수 없는 미래가.
원통스럽다. 세라를 닮아 허약하게 태어나지는 않을까 걱정 받던 에두아르트다. 그런 에두아르트가 제2의 테레사로 태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자국의 상징이자 성지와도 같은 곳에서, 타국의 무인이 하늘을 베는 걸 먼저 청하는 국왕이 있을 거라 누가 짐작했을까.
‘당연히 류티스가 돌연변이인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우려스럽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만 류티스는 로벤스 왕가 내에서도 평균인 건가? 돌연변이가 아니라 단순히 부전자전이었어?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다. 로벤스 왕가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걸 생각하면 그게 평균일 리는 없다. 류티스는 로벤스 왕가 내에서도 분명 독보적인 존재일 거야. 반드시 그래야 한다.
하지만 류티스가 독보적인 것과 별개로, 로벤스 왕가의 일원들은 대체적으로 어딘가 이상한 모양이다. 류티스라는 압도적 고점이자 돌연변이를 제외해도 남들보다 기행의 평균치가 높은 거지.
‘그럴듯해.’
상당히 신빙성 높은 추측이다. 로벤스 왕가 자체에 특이한 피가 흐르기에, 현 아르메인 국왕도 정상은 아니기에 류티스라는 거목이 자란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토양이 좋아야 튼실한 농작물이 자라지 않겠나.
류티스를 튼실하다고 표현해도 되는지 의문이나, 아무튼 그렇다.
‘점점 평균치가 높아지면 곤란한데.’
그런데 돌연변이가 훅 태어난 것보다 왕가의 평균치 자체가 높은 것이 더 무섭다. 그 평균치가 점점 낮아지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높아진다면? 세월이 흐를수록 로벤스의 기행이 드높아진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언젠가는 대륙 2위의 열강 겸 이웃 국가의 국왕이 류티스일 수도 있다는 거 아냐.
“와.”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탄식이 나왔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대의 제국 황제와 장관들은 고혈압으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역사에 기록되면 차마 고개도 들 수 없는 참담한 사인이다.
***
오늘도 제니를 보러 갔어요!
작은 주인님들이랑 작은 주인님들의 친구인 작은 사람들은 주인님의 집에 있지만! 작은 주인님들, 작은 사람들이랑 놀고 싶지만! 나는 제니를 보러 가야 돼요! 작은 주인님들이랑 같이 놀아줄 친구들은 많아도, 제니에게는 나밖에 없거든요!
“아, 티티 왔구나?”
– 멍!
“제니는 늘 있던 곳에서 쉬고 있어. 네가 오는 것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걸?”
– 멍멍!
제니의 집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향해 감사를 담아 짖었어요!
늘 고마워요! 제니랑 제니의 친구, 제니의 주인님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제니도 엄청 고마워하고 있어요!
움직이는 것도 불편해진 제니가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거! 전부 든든한 사람들이 집을 지켜줘서 그런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 멍!
한 번 더 감사를 담아 짖은 후, 제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늘 있던 곳에 있었어요! 물론 제니가 다른 곳에 있었어도, 제니의 냄새를 따라가면 바로 찾을 수 있지만요! 그만큼 제니의 냄새는 인상적이고 좋아요!
– 멍!
– 멍.
그렇게 제니가 있는 곳으로 가니, 조용히 누워있던 제니도 고개를 들어 반겨줬어요.
몸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괜찮아요! 고개를 들어준 걸로도 난 기뻐요! 제니의 몸이 무겁다는 건 나도 알고 있으니까요!
“어머, 티티 왔니?”
그리고 제니가 나를 반겨주자 제니 옆에 있던 큰 사람도 나를 반겨줬어요.
작은 주인님의 친구인 작은 사람! 그 작은 사람의 엄마! 이 집에 사는 사람 중 하나! 잘 알고 있어요. 제니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니까요! 제니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매일 꼬박꼬박 오는 것도 힘들 텐데, 오늘도 어김없이 왔구나. 장하기도 하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큰 사람. 역시 제니가 좋아하는 사람답게 친절해요! 볼 때마다 쓰다듬어줘서 고마워요!
“우리 제니를 임신시키고 모른 척했으면 화냈을 거야.”
– 멍!
그 말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나도 조금 화가 났어요.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아요! 어떻게 제니랑 내 새끼들을 무시할 수 있겠어요! 나도 주인님처럼 좋아하는 제니, 귀여운 새끼들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후후, 그래. 티티가 그럴 아이는 아니지.”
– 멍멍!
다시 기분이 풀렸어요!
맞아요! 난 그러지 않아요! 만약 내가 제니랑 새끼들을 무시한다면 나도 내가 미워질 거예요! 주인님이랑 마님들! 작은 주인님들한테 미움받을 거예요! 분명해요!
게다가 주인님도 나를 볼 때마다 나를 닮은 새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나랑 제니를 위해서라도! 주인님을 위해서라도 새끼는 꼭 보고 싶어요!
– 끼이이잉…!
“제, 제니야?”
– 끼잉?
제니의 울음에 나랑 큰 사람의 시선이 제니에게 향했어요.
이상해요, 이상해요! 분명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나를 반겨준 제니였는데! 지금은 어딘가 아픈 것 같아요! 머리를 땅에 박고 낑낑거리고 있어요!
어, 어쩌죠? 무슨 일인 거죠?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아.’
생각나는 게 있어요! 주인님의 집에서도 가끔 이런 일이 있었어요! 마님들도 배가 엄청 불렀을 때, 갑자기 아파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작은 주인님들이 생겼어요! 처음 보는 작은 주인님들이 나타났었어요!
그럼 이번에도 그런 거겠죠? 제니가 마님들처럼 아파하니까, 이다음은 작은 주인님들처럼 내 새끼가 나타나는 거겠죠?
– 머, 멍! 멍멍!
그래야 돼요! 분명 그럴 거예요! 제니가 이렇게 아파한다면 그 정도로 좋은 일은 있어야 돼요!
“티, 티티야! 여기 있으렴! 금방 연락하고 올게!”
– 멍!
큰 사람의 말에 진심을 담아 짖었어요.
알겠어요! 여긴 내가 지킬게요! 제니랑 새끼들은 내가 지킬 거예요!
누구도 내 가족을 건드릴 수 없어!
***
평소처럼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사유는 간단하고도 중요했다. 제니가 출산을 시작했다는 루치아노의 연락이 왔으니까.
– 부인이 미리 알아두었던 수의사들에게도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자들이니, 금방 제 저택에 도착할 겁니다!
“본작이 직접 가 볼 테니 경은 동요하지 말도록. 나랏일로 바쁜 관료가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하나하나 신경 쓸 수는 없지 않나. 밖에 있는 남편을 대신하여 집안을 돌보는 게 아내의 일이니, 경의 아내를 믿게.”
– 예, 예! 알겠습니다, 각하!
그래도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나한테 출산은 매우 익숙하고도 익숙한 이벤트다.
물론 사람이 아닌 짐승의 출산은 처음이기는 한데, 전문가를 미리 알아두었다가 사태가 터지자마자 호출하는 것. 이것만 알아두면 충분하지 않나. 루치아노의 부인에게 일러둔 것이 빛을 보았는지, 이미 수의사들을 호출했다고 하니 다행일 따름이다.
‘드디어 이날이 오는구나.’
어느새 미친 듯이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조심스레 매만졌다.
제니의 임신은 우리 저택과 루치아노 저택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홍복이었다. 나로서는 충성스럽고 귀여운 티티가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는 것에 기뻐했고, 루치아노는 자기 가족을 빼면 무뚝뚝한 제니가 가족을 만들었다는 것에 좋아했지.
헌데 제니의 임신 이후로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겹치고 겹친지라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출산 소식이 들려올 줄은 몰랐다.
‘맨날 이런 경사만 있으면 얼마나 좋아.’
눈물이 앞을 가리는 기분이다. 에두아르트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도 기쁜 일이나, 근래 들어 경사는 그거 하나였다. 반면 머리를 아프게 한 사건은 연이어 터졌었지.
그런 상황에서 티티의 새끼가 세상에 나타나다니. 실로 감격스러운 일이다.
…
‘몇 마리나 나오려나.’
이윽고 관심은 출산의 기쁨이 아닌 구체적인 새끼 숫자로 향했다.
티티의 혈통을 노리는 사람들이 은근 많은데, 여기저기 분양을 보내는 걸 고려하면 대체 몇 마리나 태어나야 하는 거지? 여러 번 출산한다고 쳐도 한 번에 7, 8마리는 낳아야 좀 원활한 것 같아.
‘한 번에 7, 8마리라.’
아득한 숫자지만 제니는 대형견이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 개들은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고, 대형견은 더 많이 낳는다고 하니까.
루치아노의 저택에 도착하자 상황은 이미 끝나있었다.
“제니도 새끼들도 전부 건강합니다.”
“아, 그래. 다행이로군.”
부인의 말에 얼떨떨한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가 진통을 시작하자마자 부인이 루치아노에게 연락을 걸었고, 루치아노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에게 전달했으며, 나는 경사를 전달받은 동시에 뛰쳐나왔다. 이 과정이 아무리 길어봤자 1시간 단위는 되지 않는다.
헌데 벌써 출산이 끝났다고 한다. 원래 개들은 출산이 빠른가? 난 잘 모르겠어…
“…아, 티티는?”
내 질문에 부인은 쿡쿡 웃음을 흘리더니, 자신의 뒤편을 손으로 가리켰다.
“티티는 제니가 새끼를 낳는 동안 옆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인인 각하를 닮아 좋은 남편이자 아빠인 것 같습니다.”
“나를 닮았다라. 기쁘지만 민망한 말이야.”
픽 웃음을 흘리며 부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고,
“오…”
제니의 품 안에서 꼬물거리는 무수히 많은 인절미들을 볼 수 있었다.
기분 탓인가. 대충 봐도 열은 넘는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