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851)
로판 속 공무원 851화(852/945)
힘을 많이 썼는지 축 늘어진 제니. 그런 제니의 품 안에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꼬물거리고 있는 다수의 인절미들.
‘많다.’
생각 이상으로 많은 숫자에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개들이 새끼를 낳게 되면 한 번에 여러 마리가 기본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덩치가 큰 대형견이라면 소형견보다 많이 낳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야 우리 티티의 새끼가 세상에 태어나는 경사인데,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알아보지 않았을까.
다만 이건 예상을 가뿐히 초월했다. 한 번에 7마리나 8마리 정도면 훌륭한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14마리.’
14마리. 내가 은근히 바랐던 7마리의 2배나 되는 수치. 아무리 제니가 대형견이라도 저런 숫자가 어떻게 한 배에서 나온 건가 의문인 결과.
덕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기쁜 일인데, 분명 기쁜 일인데 기분이 이상해. 내가 ‘제발 제니가 다산하게 해주세요.’ 라는 기도를 너무 열심히 했나? 확실히 나하고 엮인 신이 한둘이 아니니까, 그중 하나만 들어줬어도 이런 결과나 나올 법하다.
심지어 나는 성인(진급 예정) 겸 명예 제사장 겸 은인이잖아. 평범한 신도들의 기도보다 효과가 좋을 수밖에.
– 왈!
“아.”
티티가 짖는 소리에 희미해지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 이건 당황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아무 걱정 없이 순수하게 기뻐하면 될 경사야. 제니도 건강하고, 새끼들도 14마리나 무사히 태어났잖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축하해, 티티. 이제 티티도 아빠네.”
제니의 옆에 호위대장처럼 앉아있던 티티. 그런 티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티티는 연신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이 중에서 누구보다 기쁜 건 당연히 티티겠지. 견생 첫사랑인 제니와 각별한 관계가 되고, 이제는 이렇게 많은 자식들을 보게 되었으니까.
설마 그 자식이 하루아침에 14마리나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말이야. 이 주인이 몇 년 동안 본 자식보다 티티가 하루 만에 본 자식이 더 많다.
“우리 티티한테 새끼가 생기면 보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렇게 많으니까 다 보내줄 수 있겠다.”
내 말에 티티의 꼬리가 우뚝 멈추더니,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이상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해맑기 그지없던 눈동자였지 않나? 왜 묘하게 촉촉해진 것 같지?
‘기분 탓인가?’
아마 기분 탓이겠지. 아니면 티티도 자식이 생겼다는 기쁨에 눈물이 맺힌 걸 수도 있고.
“그럼 티티야. 잠깐 네 자식들 좀 구경─”
– 멍!
인절미들에게 손을 뻗으려던 찰나, 티티가 나와 제니 사이에 끼어들더니 우렁차게 짖었다.
너무 우렁찬 외침이라 움찔하고 말았다. 티티는 건장한 대형견이라 짖는 소리가 큰 건 당연하나, 방금 외침은 평소의 짖음과는 확연히 달랐다.
평소의 해맑고 온순하며 부드러운 짖음이 아니다. 나한테 항의를 하는 듯한 짖음이었어.
“티티야?”
– 멍! 멍멍!
처음 겪는 일이라 당혹스럽다. 상황의 거처에서 티티를 처음 만난 이후로 어언 수년. 그 기간 동안 티티는 내 충실한 애완견이자 가족으로 지내왔다. 주인인 나에게 이렇게 격렬히 짖은 적은 없었다.
…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더 뻗었다.
– 으르르르르릉…!
그러자 짖는 수준을 넘어 더욱 강력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 이상 가까이 오면 온순한 자신도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 끼잉, 끼이이잉…
정작 티티의 머리에 손을 얹자 애절한 낑낑거림으로 변했지만.
경계만 잔뜩 하고 정작 물지는 않다니. 티티는 뭘 해도 티티인 것 같아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게 아니지.’
허나 지금 중요한 건 티티의 온순함이 아니라 경계심의 원천을 파악하는 것. 티티의 머리를 잠깐 쓰다듬은 후 슬며시 손을 거두자, 티티의 표정이 평온하게 바뀌며 다시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제니─ 정확히는 새끼들 앞에 주저앉아 내 손길이 다가오는 걸 경계했다.
– 멍!
아까처럼 경계심이 가득 담긴 짖음이 아닌 평소와 같은 순박한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건 손을 거두어줘서, 자기 새끼들을 만지는 걸 포기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이런.”
나도 모르게 실소 섞인 탄식이 나왔다.
“헤어지기 싫구나.”
– 멍!
티티가 주인인 나에게 처음으로 반항을 한 이유.
간단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명확하고 무거운 이유였다. 그저 자신의 첫 자식들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식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부성애를 발휘한 거였다.
‘어쩌지 이거.’
부동자세로 새끼들 앞에 앉아있는 티티를 보니 곤란하기 짝이 없다.
사실 작정하면 티티 몰래 새끼들을 빼돌릴 수 있지만, 그런 만행을 저지르면 티티가 크게 상심하겠지. 어쩌면 몇 주, 몇 달 동안 나한테 항의를 하며 짖을 수도 있어. 그도 아니라면 금식 시위에 돌입할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끔찍한 미래다.
“각하. 당분간은 티티와 제니가 새끼들과 같이 있게 두는 건 어떻습니까?”
졸지에 주인과 애완견의 대립을 지켜본 루치아노의 부인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일단 새끼들을 건드리지 말고 티티와 제니가 이 기쁨을 누리게 두자고,
“그래야겠군.”
맞는 말이라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들은 오늘 막 태어난 아이들이다. 즉 티티와 제니도 자기 자식들을 처음 본다는 뜻이니, 아무리 주인이라도 방해하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오늘만 보고 내일 헤어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부인의 말처럼 당분간은, 최소한 몇 주는 가족끼리 두는 것이 맞다.
나도 알고 있다. 잘 알고 있지만,
‘입을 잘못 놀려서.’
씁쓸하다. 티티 앞에서 새끼들을 다 보내주느니 마느니 그딴 말만 하지 않았어도.
아니, 애초에 나도 당장 분양 보낼 생각은 없었다고. 아직 눈도 못 뜬 애들을 어미 품에서 떼어내 봤자 뭐 좋을 게 있겠어.
나는 그냥… 막 태어난 인절미들을 만져보고 싶었을 뿐인데…
‘다시 만지려고 하면 화내겠지?’
이미 나는 티티에게 경계 대상 1호로 지정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끼들에게 손을 뻗으면 나와 티티의 사이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
빼돌리려는 게 아니라 만지려는 거다? 그런 허술한 항변 따위는 티티에게 통하지 않을 거다. 똑똑한 티티라면 나에게 아주 잠깐의 틈을 허락할 경우, 곧바로 아이들을 뺏길 거라 생각할 테니.
티티가 너무 똑똑해서 생긴 안타까운 문제다.
원래도 매일 아침마다 루치아노의 저택에 가서 저녁 즈음에 복귀하는 티티지만, 당분간은 아예 저택에서 지내기로 했다.
막 출산을 마친 제니, 막 태어난 14마리의 새끼들. 이 소중한 가족들을 두고 출퇴근하는 건 가혹한 일이지 않나. 오히려 티티가 우리 집으로 출근했다가 루치아노의 저택으로 퇴근해야 할 판이다.
“아빠! 티티 어딧서!?”
다만 아이들의 부동의 원픽인 티티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것. 이는 아이들에게 있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과 동급의 충격이다.
물론 가끔씩 티티가 타일글레헨 백작령으로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경우에는 내가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게 말해준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티티가 없을 테니, 잘 놀다 오라 인사나 해달라고.
헌데 이번에는 아무 예고 없이 티티가 사라졌다? 아이들이 대성통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잠깐 쉬러 갔어. 당분간은 우리 집이 아니라 헬렌 집에 있을 거야.”
“우웅? 핼랜 누나집?”
“그래. 헬렌 집.”
그래도 다행히 티티가 머무는 곳은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매우 익숙한 곳이다. 같은 제도 내에 있고, 여러 번 놀러 가기도 한 곳.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동요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알지 못하는 곳이나 가기 힘든 곳에 티티가 있다면 모를까, 당장 내일이라도 갈 수 있는 곳에 있으니까.
“왜에?”
다만 티티가 가기 편한 곳에 있는 것과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건 별개의 문제. 아무리 가기 쉬운 곳이라도 ‘당연히’ 집에 있어야 할 가족이 다른 곳에 머무르고 있다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니가 새끼를 낳았거든. 티티도 새끼들을 돌봐야 하니까 당분간은 거기 있어야 돼.”
내 말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아이들을 대표해서 나와 대화하던 페디는 물론, 페디 뒤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아이들, 성수들과 놀고 있던 아이들까지 전부.
“새끼? 띠띠 새끼?”
“그럼 쟈근 띠띠볼쑤잇서?”
“쟈근띠띠! 쟈근띠띠!”
“띠띠 새끼면… 우리 동생이야?”
이윽고 우르르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에 쓴웃음을 흘렸다.
과연 이 아이들이 14마리의 인절미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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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뻐요! 너무너무 기뻐요!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 내 새끼들이 제니 품에 있는 것만 봐도 즐거워요!
너무 귀여워요! 어떻게 저런 귀여운 애들이 있을까요? 내가 주인님, 마님들, 작은 주인님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서 준 선물이겠죠? 주인님은 착하게 살면 신이라는 사람이 선물을 준다고 했으니 맞을 거예요! 이건 내가 받은 선물이에요!
그래서 하루 종일 제니랑 새끼들을 지켜봤어요! 잠은 안 자도 돼요! 지친 제니랑 막 태어난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잠 정도는 안 자도 괜찮으니까요!
“띠띠!”
그렇게 해가 다시 뜰 때까지 제니와 새끼들을 지키고 있었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어요.
“티티! 우리왓서!”
– 멍!
작은 주인님들! 작은 주인님들이 와줬어요!
제니랑 새끼들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작은 주인님들이랑 놀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작은 주인님들이 와줬어요! 너무 좋아요!
“우와! 쟈가! 엄쳥쟈가!”
“째내가 티티새끼야?”
“귀여워! 귀여워!”
그리고 작은 주인님들도 나랑 제니의 새끼들이 귀여운지, 자고 있는 새끼들에게 다가갔어요.
“띠띠! 만져두대?”
– 멍!
작은 주인님들은 괜찮아요! 주인님은 엄청 강한 분이라 내가 막을 수 없지만, 작은 주인님들은 새끼들을 가져가지 않을 거예요!
– 멍?
아. 자고 있던 제니도 깼어요.
어쩌죠? 내가 너무 크게 짖은 걸까요? 미안해요! 제니는 푹 쉬고 있어야 하는데!
“제니! 안녕!”
“새끼! 새끼 보러왓서!”
작은 주인님들의 말에 제니는 잠시 작은 주인님들을 보더니, 우리 새끼들을 하나하나 혀로 핥기 시작했어요.
아마 우리 새끼들을 더 예쁘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깨끗하게 닦아주면 작은 주인님들이 보기에 더 좋을 테니까!
***
냄새를 숨기는 마법을 건 채, 아이들이 인절미들을 만지작거리는 걸 지켜봤다. 티티와 제니에게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멀리서.
‘잘 노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니 절로 뿌듯해졌다.
비록 이 아빠는 티티의 경계 대상이라 이러고 있지만, 부디 너희는 즐겁게 놀렴.
‘나는 언제 만질 수 있을까.’
부러운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나는 언제쯤 티티의 경계를 뚫을 수 있을까.
일단 쟤네가 눈을 뜨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자라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