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852)
로판 속 공무원 852화(853/945)
티티와 제니의 새끼들이 태어난 첫날. 티티가 거주지를 우리 집에서 루치아노의 저택으로 임시 변경했다.
그다음 날. 새끼 인절미들을 처음 본 아이들은 눈이 뒤집혀 루치아노의 저택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박령처럼 머물렀다는 거지, 해가 지려고 하니까 순순히 집으로 복귀하더라. 다행히 우리 아이들 머릿속에는 ‘집 = 무조건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모양이다.
“어서 와요, 칼. 하루 종일 밖에 있느라 고생 많았어요.”
“고생은.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만 했는데.”
아이들과 함께 우르르 저택으로 복귀하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마르의 모습에 머쓱히 웃었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내가 가까이 가면 티티가 경계 모드로 전환할 테고, 티티가 날카로워지면 아이들의 인절미 구경도 강제 종료된다. 그러면 티티와 아이들의 원망을 동시에 받는 끔찍한 상황이 터질 터.
덕분에 나는 아이들을 지켜보되 근처에는 가지 못했다. 멍하니 손가락만 빨면서 구경했어. 아이들을 돌보는 건 루치아노의 부인이 다 했지.
‘다음에는 여럿이서 가야겠다.’
아이들을 잔뜩 데려온 주제에 돌보지도 않고 구경만 한 손님. 내가 저지른 만행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진상 짓이다. 내 신분이 루치아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게 아니었다면 쌍욕을 먹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 다음에 갈 때는 유리스랑 소피아도 데려가자.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사용인들이기도 하고, 사용인들 중 막내라 체력이 넘치는 애들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하녀들을 데려가야 루치아노의 부인도 마음 편히 대하지 않겠나. 부인들을 데려가면 루치아노의 부인이 신경 써야 할 상전만 늘어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 다들 손 씻고 식당으로 가자. 배 많이 고프지?”
“아냐! 쿠키 마니 먹어서 갠차나!”
“그러니? 그래도 식사는 할 수 있지?”
“웅!”
“먹을수잇서!”
그 와중에 마르는 아이들을 우르르 이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면 바로 손을 씻는 것. 밖에서 간식을 먹고 와도 식사는 가족끼리 함께하는 것. 아이들이 익혀두면 유용한 습관을 친히 가르쳐 주고 있었다.
덕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아빠로서 아이들과 잘 놀아준다고는 자부하지만, 솔직히 잘 가르친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내가 겪은 걸 토대로 가르쳐 주려고 해도 뭐 배운 게 있어야지. 빙의 전에는 고아였고 빙의 후에는 16살이었는데.
그래서 공녀이자 늦둥이인 마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공작가에서 배운 예절과 늦둥이로서 받은 사랑. 그 모든 것들이 마르를 거쳐 아이들에게 주입되는 중이니까.
“칼도 오세요. 아이들이 씻는데 아빠가 빠지려는 건 아니죠?”
“마자! 아빠도 가치 씨서!”
“아빠 손! 내가 씨껴쥴래!”
“가치하자! 아빠손 두개잔아!”
마르의 말을 시작으로 너도 나도 입을 여는 아이들을 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내 양손은 아이들에게 쥐어뜯길 것 같다. 저렇게 열정적인 걸 보면 오늘 하루로는 안 끝날 것 같고.
‘당분간은 손 씻지 말아야지.’
정확히는 내 자의적으로 씻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맡기지 않고 나 혼자 씻으면 아이들이 충격받을 미래가 뻔히 보인다.
손이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아이들에게 맡기자. 이것도 하나의 놀이라면 놀이니까. 아이들에게 청결을 가르쳐 주면서 하는 놀이.
“엄마도 같이해!”
“웅! 마르 엄마두 가치!”
“아빠두 엄마두 깨끗!”
“후후, 그래. 다 같이 하자.”
졸지에 인솔자에서 놀이 상대가 되어버린 마르였지만, 이 상황이 기껍기만 한지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지. 손 씻기를 놀이로 인식해버린 아이들은 자신들은 물론, 나와 마르의 옷까지 흠뻑 적시고 말았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아이들이 물을 가지고 노는데 얌전히 끝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이럴 줄 알았으면 손만 씻는 게 아니라 아예 샤워를 할 걸 그랬나?”
“그러게요. 차라리 그게 더 빨리 끝났을 거예요.”
쓴웃음을 지은 마르는 수건으로 아이들의 얼굴과 머리를 일일이 털어줬다.
이거 옷까지 갈아입히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 이러다 기껏 주방에서 마련해 준 식사가 식는 건 아닐까 몰라.
루치아노의 저택으로 가려던 아이들과 막 우리 저택으로 놀러 온 황태녀가 마주쳤다.
“으에? 다들 어디가?”
‘아.’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별생각 없이 애들을 루치아노의 저택으로 데려가려 했는데, 이거 까딱 잘못했으면 황태녀와 어긋날 뻔했잖아. 나랑 아이들, 티티 없는 저택에 황태녀 혼자 놀 뻔했다.
사실 우리가 없어도 성수들은 건재하니 황태녀 혼자 잘 놀 수도 있지만, 자기만 두고 어디로 놀러 갔었냐며 심통이 잔뜩 날 수도 있었다. 황태녀가 바닥에 드러누워 진심으로 발버둥을 치는 걸 직관할 뻔했어.
“전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전하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웅? 나를?”
그렇기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는 처음부터 황태녀를 기다렸던 거다. 황태녀를 잊은 게 아니라 같이 가려고 했던 거다.
“헬렌의 집으로 갈 겁니다. 거기에 아주 좋은 게 있거든요.”
“조은거?”
내 말에 황태녀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어려서 그런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간 모양이다. 황태녀가 조금만 성숙했다면 내 말의 모순을 깨달았겠지.
자기를 기다린 거 치고는 이미 저택 문이 열려 있었다는 걸.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는 걸.
“저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분명 전하께서도 직접 가서 보시면 마음에 드실 겁니다.”
“갈래! 바로 갈래!”
“예, 바로 가시죠.”
하지만 결과만 좋으면 그만인 것이 세상의 진리. 아무리 허술한 변명이어도 당사자만 눈치채지 못하면 아무 문제 없다.
나는 황태녀를 기다린 거다. 아무튼 그런 거다.
***
우와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귀여워!”
때부랑 헬랜의 집에 가자마자 놀랏따.
조은거! 아주 조은거! 때부 말이 맞앗써! 이거 엄쳥 조은거야!
“그치? 귀엽지?”
“우웅!”
빼디 말애 바로 고개를 끄덕엿다.
엄청 쟉은 티티! 티티는 귀여운대 작으니까 더 귀여워! 그런대 작은애들이 14마리나 잇서! 더더더더 귀여워!
“때부! 치사해! 이런거 이재야 보여주구!”
“우리두 어제 처음밧는데?”
“구래?”
그럼 갠찬아! 빼디도 어제 본거면 나두 이재 볼쑤있는거지!
“헬랜 조켓따…”
“히히, 마자! 엄청 조아!”
옆애 잇던 헬렌을 쳐다보니 헬랜도 엄청 웃엇다.
부러워! 엄쳥 부러워! 집애 이런애들 잇으면 엄청 조을거 아냐!
“그리구 띠띠도 우리집애 잇다?”
“으에? 진쨔!?”
“웅. 띠띠 누나집애 잇어.”
머야 그거! 엄쳥 부러워!
할아부지한태두 띠띠 같은 애들이 잔뜩 잇지만, 그래두 부러워! 다른애들두 귀엽지만 띠띠는 띠띠만의 귀여움이 잇서!
“때부!”
우리 집애도 띠띠 보내줘!
라고 말하려구 햇는대 때부가 안보인다.
“뻬디. 때부 어딧서?”
“나두 몰라. 아빠 어제도 안보엿서.”
뻬디 말애 눈을 깜빡엿다.
이상해. 때부랑 같이 왓는대 왜 때부가 업서?
– 멍!
“아! 띠띠!”
때부를 찾으려고 햇지만 띠띠가 오고 잇어서 포기햇다.
“띠띠! 어디있다 왓서! 밥 먹구 온거야?”
– 멍멍!
띠띠 꼬리! 엄쳥 빨리 흔들거려! 맛잇는거 먹고왓나바!
그치만 띠띠면 맛잇는거 잔뜩 먹어두대! 작은 띠띠가 14마리나 잇자나! 얘네 띠띠가 다 지켜야대!
***
오늘도 즐겁게 노는 아이들과 인절미들을 바라봤다.
‘보기 좋네.’
모두가 웃고 있는 걸 보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티티랑 제니도 아이들이 착하다는 걸 잘 아는지, 새끼를 만져도 아무런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저 모두에 나만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더더욱 안타까운 건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거겠지. 심지어 우리 아이들조차도.
‘이 아빠보다 인절미들이 좋은 거냐…’
솔직히 좋을 만은 해서 서운함을 느끼기도 애매하다. 저 작고 꼬물거리는 인절미들을 어떻게 참아.
– 백작?
“아, 예, 폐하. 말씀하소서.”
황제의 목소리에 황급히 시선을 통신구로 돌렸다.
황제가 연락을 보내서 대화 중이었는데, 잠시 아이들에게 정신이 팔려 다른 곳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의 마성은 무섭기도 하지.
– 이런. 짐이 바쁠 때 연락을 한 것인가? 대화가 곤란하다면 다음에 연락하도록 하지.
“아닙니다. 잠시 확인할 것이 있어 눈을 돌린 것이지, 지금보다 한가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한가로워서 문제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나도 우리 아이들, 티티의 새끼들을 코앞에 두고 혼자 멀뚱히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 그런가? 그거 다행이로군.
작게 고개를 끄덕인 황제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 짐이 백작에게 조금 난해한 부탁을 하게 돼서 말이야. 한가하다니 다행일세.
‘뭣.’
폭탄 같은 발언을 툭 내뱉었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떨렸다. 저 새끼 입에서 ‘난해’와 ‘부탁’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나오다니.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 짐이 알기로 백작의 애완견, 티티가 새끼를 보았다고 하던데. 맞는가?
“예, 그건 맞습니다만.”
이어지는 말에 다소 얼떨떨한 심정으로 답했다.
뭐지. 티티의 새끼가 태어난 건 이틀 전의 일인데, 그게 왜 황제의 귀에 들어간 거지? 황태녀가 말했다기에는 황태녀도 오늘 처음 안 건데?
‘형무성 때문인가?’
루치아노가 과장으로 근무 중인 형무성. 만약 루치아노가 동료나 부하에게 제니의 출산에 대해 얘기했다면, 그 소식이 퍼지고 퍼져서 형무성 장관의 귀에도 들어갔을 거다. 형무성 장관이 알게 됐다면 궁내성 장관의 귀에도 들어갔을 수 있다.
그리고 궁내성이 알게 되면 황제가 알게 되는 건 당연한 일. 그런 루트라면 이틀 만에 알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 그게, 실은 말일세.
허나 지금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출처 따위가 아니라 황제의 부탁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 새끼가 난해한 일이라 인정을 하고, 명령이 아닌 부탁이라는 말을 썼을까.
– 상황께서도 티티가 새끼를 봤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셨다네. 아무래도 백작에게 보내기 전에는 상황께서 기르시던 아이 아닌가.
“그, 폐하. 설마─”
– 상황 폐하께서 그곳에 행차하신다는 건 아니니 걱정 말게. 백작이 생각하기에 상황께서 그리 가볍게 움직이실 분인가?
그건 아니라 본능적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 다만 눈에 담고 싶으신 건 맞아서… 백작이 상황 폐하의 통신구에 연락을 건 후, 새끼들을 통신구를 통해 보여줬으면 싶다네.
“예?”
– 말하지 않았나. 난해한 부탁이라고. 물론 상황께서 직접 말씀하신 건 아니니 거절해도 무방하네만, 은근히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군.
그 말에 멍하니 통신구만 바라봤다.
분양 보낸 아이가 새끼를 봤다고 해서 관심이 가는 본래 주인. 직접 보고 싶지만 사회적 위치 때문에 자제하는 노인. 그런 노인을 안타깝게 여겨 어떻게든 새끼를 보여주려는 아들의 마음.
감동적이고 훈훈한 일이기는 하다. 그 주인공들이 상황, 황제만 아니었다면 평범한 일상이었겠지.
‘…못 보여주는데.’
터져 나오려던 탄식을 겨우 억눌렀다.
통신구로 티티의 새끼들을 보여주려면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티티의 근처로 접근할 수 없어서 이러고 있지 않나.
‘어쩌지 이거.’
순도 100% 황제의 부탁이면 ‘지랄 말고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십쇼.’라고 할 텐데, 하필 상황 관련이라 매정하게 무시하기도 오묘하다.
상황은 나도 어려워… 게다가 상황처럼 고생만 하다가 은퇴한 사람한테 그런 부탁 하나 못 들어주는 것도 미안해…
‘그냥 돌입해야 하나?’
슬쩍 티티와 제니, 인절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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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난입해서 통신구로 비치면 어떻게든 되려나? 티티도 통신구 너머로 이전 주인이 보이면 용서해 줄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