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914)
로판 속 공무원 914화(915/945)
기념비적인 열 번째 아이이자 내 7녀. 동시에 태어나자마자 온 가족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말썽꾸러기.
다행히 철렁거리기만 하고 끝난 해프닝의 주인공인 막내의 이름은 플로렌스가 되었다.
‘플로렌스 나이어드.’
그리고 모친인 리제가 작위 귀족이 될 예정이기에, 성은 크라시우스가 아닌 나이어드를 붙였지.
아무튼 ‘아픈 우리 막내’에서 ‘건강한 플로렌스’로 진화하는 데 성공한 우리 딸. 빙의 전 세상에서 간호사의 대명사로 이름 높았던 사람의 이름을 따왔으니, 앞으로는 자기 자신이 건강한 걸 넘어 다른 사람도 다독일 우리 딸.
그런 자그마한 희망을 담아 플로렌스라는 이름을 아빠의 첫 선물로 주었다. 간호사의 돌봄을 받아야 했던 아이가 간호사의 이름을 가지다니.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
‘이 또한 장생이의 은혜인가.’
접시에 머리를 박고 쿠키를 흡입 중인 장생이를 바라봤다.
장생이가 플로렌스를 치료한 건 나와 장생이만의 비밀로 할 예정이다. 플로렌스가 회복된 기쁨이 가라앉으면 말하겠다─ 같은 게 아닌, 평생 둘만의 비밀로.
물론 플로렌스의 완쾌가 장생이의 기적이라는 걸 밝히면 우리 가족 내에서 장생이의 입지는 수직 상승할 거다. 어쩌면 티티를 강하게 위협할지도 모르지. 그만큼 막 태어난 아기의 병을 처리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업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그 여파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장생이가 전직 악신이라는 걸 아는 자들은 장생이의 죽음화를 우려할 것이고, 의료계는 장생이를 귀찮게 할 것이며, 우리 아이들은…
“쟝생이! 쟝생이가 막내 안아프게 해졋써!”
“쟝생이 차캐! 기특해!”
“우리 쟝생이가 죠아! 막내두 쟝생이 조태!”
“그아아아앗! 싫어해도 괜찮으니 제발 놔라!”
‘음.’
장생이를 평소보다 더 격하게 물고 빨고 할 미래가 뻔히 보인다.
참 이상한 일이야. 단순히 상상만 한 것인데도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선명하게 연상되잖아. 어쩌면 평행 세계의 장생이는 내가 함구하지 않아서 온갖 고통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장생이에게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은 것 같다. 평행 세계의 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세계의 나는 신의를 지켰다.
“장생이! 여깃따!”
“아.”
‘아.’
하지만 어디까지나 장생이의 기적만 함구할 뿐, 아이들이 스스로 장생이를 찾는 건 막지 않았다.
내가 갑자기 장생이를 적극적으로 비호하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잖아. 평소에는 아이들이 장생이랑 놀든 말든 구경만 했으니까. 이건 장생이를 위한 착한 침묵이다.
“얘들아. 장생이는 과자 먹고 있어서, 조금 이따가 같이 놀까?”
“갠차나! 먹으면서 놀면대!”
“그렇구나.”
그래도 예의상 살짝 만류하니 바로 반박당했다.
우리 프리드리히. 누구를 닮았는지 아주 총명하구나.
하긴, 먹으면서 놀면 굳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지. 게다가 장생이는 무언가를 먹을 때 손이나 발을 쓸 필요 없는 육체잖아. 입에 물고 돌아다니면 아무 문제 없을 거다.
“프리드리히.”
그러나 프리드리히에게는 애석하게도, 쉽게 설득당하는 아빠와 달리 예의범절에 상당히 엄격한 엄마가 존재했다.
“먹을 때는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 해야 돼. 아무리 놀고 싶어도,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건 안 된단다. 알겠니?”
프리드리히의 목소리를 듣고 성큼성큼 다가온 마르.
이윽고 프리드리히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은 마르는 단호한 눈빛과 목소리로 프리드리히를 제지했다.
‘역시 예절 담당.’
흐뭇한 광경이라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르가 공작가의 늦둥이 막내 공녀로 지내면서 행동 하나, 말 하나를 철저히 다스린 경험은 우리 가족 내에서도 독보적인지라, 모든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선생 역할을 하고 있다.
“우우웅…”
그래서인지 눈을 반짝이던 프리드리히도 마르의 제지에는 어쩔 줄 모르는 중이고.
그래도 지적받을 때만 움츠러들고, 평소에는 마르 엄마라고 부르며 잘 따르니 다행이지. 만약 아이들이 마르만 두려워하고 꺼려 했다면 내가 총대를 메고 아이들에게 예절을 주입했을 거다.
교육 효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무튼 미움을 받아야 한다면 내가 받아야 하지 않겠나.
“대신 장생이랑 같이 먹는 건 괜찮아. 옆에서 같이 먹고, 다 먹으면 그때 노는 거다?”
“우웅!”
옅은 미소를 짓는 마르와 해맑게 답하는 프리드리히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이 연회는 플로렌스 탄생 겸 완쾌를 기념하는 연회. 심지어 참석자는 우리 가족과 나이어드 가문 사람들뿐. 덕분에 연회장의 중심에는 플로렌스를 안고 있는 리제가 위풍당당히 서있었다.
당연하게도 지금만큼은 대륙 제일 검도, 마종공도, 바렌티의 보물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리제와 플로렌스보다 중요한 사람은 없으니까.
‘보기 좋네.’
이번에는 흐뭇함을 넘어 감동까지 몰려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울함과 막막함, 절망과 자책만이 감도는 공간이었다. 딸의 건강을 위해 모녀가 강제로 갈라져야 하는 고통까지 겪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가족들, 가신들, 사용인들 사이에 서서 해맑게 웃고 있는 리제도, 리제의 품에 안겨 꼬물거리는 플로렌스도 부정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소의 우리 가족처럼 활기차게 행복한 모습이다.
‘평생 함구… 할 수 있을까?’
프리드리히와 최대한 늦게 놀고 싶은 듯, 먹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장생이를 보며 고민했다.
순간 ‘이 녀석이 우리 막내를 치료한 영웅이다!’ 라며 장생이를 들어 올리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다. 아주 미약한 욕구였기에 신속히 억눌렀으나, 이런 욕구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면 언젠가는 욕구에 굴복할 수도 있다.
실로 곤란한 일이다. 플로렌스를 치료한 공로를 원수로 갚고 싶지는 않은데.
“압빠?”
“주인.”
무심코 장생이와 프리드리히를 쓰다듬었다.
“다 먹으면 나도 같이 놀까?”
“웅! 죠아!”
“그러도록 하지.”
내 말에 둘 다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다.
프리드리히는 아빠랑도 놀 수 있어서. 장생이는 자기 혼자 프리드리히 + @의 아이들을 감당할 필요가 없어서.
‘내가 최대한 노력할게.’
짧은 꼬리를 빠르게 흔드는 장생이의 모습에 속으로 다짐했다.
최대한 함구하고 또 함구하자. 얼마나 갈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지만, 노력은 해야지…
***
백작이 가족들과 함께 아티니 남작령으로 피신했다.
아무리 대문으로 막고 있다지만 저택 앞에 수많은 인파가 기도를 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백작이었어도 잠시 몸을 빼고 싶었을 터. 비겁하고 추한 도망이라고 놀릴 생각은 없다.
게다가 도피 장소도 처가 중 하나이지 않던가. 마침 출산 예정인 3부인의 고향이기도 하니, 방문할 명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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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글레헨 백작의 7녀 탄생. 심장 쪽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기적적으로 완쾌. 의료진은 일제히 신의 기적이라는 입장을 밝힘. ]‘허어.’
그렇게 때가 되면 돌아올 백작을 기다리며 업무를 보던 중. 가슴 철렁해지는 소식과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올 소식이 동시에 올라왔다.
막 태어난 아이가 심장 쪽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니.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서글픈 일인가. 내가 백작이었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품은 고통이 사라졌다. 정말 신의 축복, 기적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겠지.
‘다행인 일이로군.’
궁내성의 보고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심으로 다행이다. 나도 세 아이의 아비로서 다른 아비의 절망을 원치 않는다. 백작의 주군으로서 백작이 동요할 일은 원치 않는다.
심지어 황태녀와 황자, 슬슬 황녀도 백작의 아이들을 남매처럼 여기고 있다. 새롭게 태어난 막내가 아프다는 말을 듣는다면 펑펑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피가 마르는 기분이다.
‘잘 풀렸으면 됐어.’
물론 백작의 막내, 플로렌스가 완쾌되면서 오지 않을 미래가 되었지만.
‘…신의 기적이라.’
긴장이 풀리고 나니 픽 웃음이 나왔다.
확실히 백작이 성인은 성인인 모양이다. 시성 전에 생긴 아이라 병은 품고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바로 병이 사라진 걸 보면 신이 보우하는 게 맞다.
이왕이면 처음부터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싶으나, 신에게는 신만의 사정이 있을 테지. 과정이 조금 복잡했어도 결과는 좋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말자.
‘성 칼의 기적.’
어차피 내가 집중해야 할 곳은 무려 ‘순식간에 병을 극복한 성인의 딸’이니까.
살아서 성인의 좌에 오른 이례적인 사태에 이어, 성인이 실제로 신의 가호를 받고 있음이 증명된 사태니까.
‘이렇게 명분을 가져다줄 줄이야.’
흡족스럽다. 안 그래도 백작의 성인 등극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아우스엔 대교구의 명의로 거대한 예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황실의 재산을 넉넉히 지원한 예배로, 아우스엔 대교구장 대리도 완벽한 예배를 진행하겠다며 열의에 찬 상태다. 자신이 머무르는 대교구에서 살아있는 성인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것이거늘, 어느 사제가 시큰둥하겠나.
그런 상황에서 백작의 딸이 신의 기적을 통해 병을 극복했다는 소문이 퍼진다? 예배의 열기는 더욱 타오르고, 성 칼의 명성은 더욱 드높아지며, 성인을 배출하고 후원한 제국과 황실의 권위도 덩달아 상승한다.
나는 뭐, 성인조차 다루는 황제가 되는 거고.
‘애꿎은 아이를 팔아먹는 기분이기는 하다만.’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점은 백작이 아닌 백작의 딸이 걸린 문제라는 건데,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이미 백작부인의 출산을 도운 사제, 마법사, 의사들이 눈이 뒤집혀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중이다. 신의 기적을 목도한 자들이니 입이 깃털처럼 가벼워져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파도를 막을 수 없다면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이 도리. 분명 백작도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건 황제의 힘으로도 막지 못할 소문이야.
‘예배 즈음에 새로운 대교구장이 온다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성 칼을 위한 예배가 열리기 하루나 이틀 전. 교국에서 새로운 아우스엔 대교구장을 보낸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대교구장의 부재로 급하게 보내는 감이 없잖아 있는데, 과연 어떤 자가 올지 기대되면서도 걱정된다. 리시우코 추기경은 말이 잘 통해서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