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952)
로판 속 공무원 952화(953/985)
티티와 제니 사이에서 태어난 14마리의 미니 인절미들. 골든 리트리버 특유의 온순함과 새끼 특유의 활발함이 결합된 걸어 다니는 결전 병기들.
티티의 새끼니 나에게도 각별한 녀석들이지만, 워낙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14마리나 있어서 마음속으로는 1호부터 14호라 부르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왜 동물들 이름을 그렇게 짓는지 알겠더라. 차마 전부 외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숫자 이름을 택한 거야.
심지어 한날한시에 태어난 녀석들이라 어제까지 1호라고 불렀던 애가 누구인지도 구별할 수가 없다. 티티는 부성애로 구분하는 모양인데, 애석하게도 난 그 정도 단계는 아니지.
아무튼 그 정도로 흡수한 14마리의 미니 인절미 중 하나. 오늘은 7호라고 부르기로 마음먹은 녀석이 쪼르륵 경신성사성 성장 앞으로 달려갔다.
– 왈! 왈왈!
그러고는 성장 앞에서 맹렬히 꼬리를 흔들며 짖기 시작했다.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것처럼.
혹은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는 것처럼.
‘드디어.’
그 모습에 감동의 눈물이 흐를 뻔했다. 나는 지금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하고 있으니까.
무려 14마리나 되는 새끼가 탄생했음에도, 티티의 새끼를 노리는 사람들이 곳곳에 널려있음에도 티티의 맹렬한 반대로 인해 분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기 새끼들을 무단으로 가져간다면 온순한 티티라도 분노를 토할 테니.
그건 곤란한 일이다. 티티에게 미움을 사는 건 크라시우스 가문 내 입지가 뒤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사건이다. 막말로 티티가 나를 향해 매일 짖거나 입질을 하면 우리 아이들도 나를 멀리할 수 있어.
그래서 언젠가 티티가 아이들의 독립을 허락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거늘. 설마 그날이 오늘일 줄은 몰랐다.
‘조금 자라기는 했지.’
이윽고 조심스레 7호를 쓰다듬는 사제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사실 골든 리트리버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아직 저 아이들이 놀라울 정도로 작은 거기는 하다. 보통 리트리버는 생후 3개월 즈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하던데, 저 녀석들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 미니 인절미 수준이잖아.
혹시 어디 아픈 건가 싶어서 정밀 검사도 했지만 14마리 전부 건강하더라. 그냥 단순하게 성장이 느린 것뿐이었어.
“성스러운 분이시여. 이 아이는…”
“아무래도 여러분과 함께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마침 피에트로가 티티를 좋아했으니, 피에트로의 친구로 삼으면 딱이겠군요.”
“허어. 그거 참 기쁜 말씀입니다.”
한참이나 7호를 쓰다듬던 경신성사성 성장의 말에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성장은 작게 탄성을 흘렸다.
입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간 것이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하긴, 차기 성자와 시성성 성장의 아들이면 교국 전체가 공동육아하는 아이나 마찬가지겠지. 그런 아이에게 강아지를 선물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나.
“허나 티티는 새끼와 떨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작은 것을 보면 부모 품에서 자라야 할 시기 같은데, 교국으로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다만 티티의 부성애가 타니안을 거쳐 교국 전체에 퍼졌는지, 성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작은 우려를 표했다.
덕분에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제도도 아닌 제국 밖에서도 티티의 부성애를 알고 있다니. 경이롭기 그지없어.
“티티, 제니.”
– 멍!
– 멍.
“저 애. 다른 곳으로 가도 괜찮지?”
내 말에 티티와 제니는 7호 곁으로 다가가 7호의 얼굴과 몸을 핥았다.
그리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경신성사성 성장과 다른 사제들을 빤히 바라봤다. 자기 아이를 잘 부탁한다는 것처럼.
“고마워.”
기특한 광경이라 티티와 제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애지중지하던 새끼를 자신들 품에서 떠나보내는 과정이 어찌 편할까.
한때 나를 경계하면서까지 새끼들을 지키려던 티티,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새끼들을 아끼던 제니. 둘 다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편한 결정은 아니었을 거다.
그럼에도 둘은 7호의 독립을 지지해 줬다. 정황상 신성교국에 다녀온 티티의 경험, 타니안에게 축복을 받았던 기억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티티 시야에서 교국과 사제들은 ‘새끼를 잘 돌봐줄 수 있는 곳’일 테니.
‘어차피 독립할 애라면 좋은 곳으로 가는 게 낫기는 하지.’
애석하게도 부모는 자식과 평생 같이할 수 없다. 결국 새끼를 어딘가로 보내야 하는 운명이라면 새끼를 사랑해 주는 곳, 당사자인 7호가 스스로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 옳다.
이 잔인하고도 씁쓸한 운명을 티티와 제니는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성숙한 부모 같아.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내년이면 5살이 돼서 1년 중 일정 기간을 세르베트 공작령과 엘프 주거 지구에 있어야 하는 세쌍둥이.
난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티티랑 제니는 어떻게 독립을 받아들이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수명이 인간보다 짧아서 성숙해지는 시간도 빠른 건가. 그건 그거대로 슬픈 일이다.
“꼭 타니안 형제님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피에트로도 분명 기뻐할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더욱 열렬히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성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7호를 안아 올렸─
– 끼잉, 낑!
– 왈왈! 왈!
– 왈!
올리기 전에 7호의 남매들이 7호에게 달려들었다.
남매의 독립과 이별 직전,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누가 7호지?’
그 와중에 14마리가 순식간에 섞여서 그런가. 교국행을 자처한 7호가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이거 7호가 대신 다른 애가 슬쩍 나와도 모를 것 같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슬쩍 경신성사성 성장의 얼굴을 바라보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살짝 당황한 기색이 깃든 걸 보니, 성장도 7호가 어디에 파묻혀 있는지 놓친 게 틀림없다.
***
교국의 성장 중 절반가량이 동시에 자리를 비운 유례없는 사태.
허나 빠른 일 처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실제로 한 부서의 최고 책임자들이 단체로 움직인 덕에 형제님과의 대화도 금방 마무리되었다.
사실 형제님의 성품을 생각하면 한 명만 갔어도 충분히 교단의 상황을 이해해 줬겠지만, 교단의 어려움으로 인해 형제님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땅히 최고의 인선을 갖추어 최고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 옳지.
가깝고 친밀한 사람이라고 소홀히 대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나. 오히려 가깝고 친밀하기에 더욱 정중히, 따뜻하게 대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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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늙은이가 귀한 선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형제님께서는 우리의 성의를 기껍게 여기셨는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보내셨다.
– 왈!
교국에 복귀하자마자 우리를 찾아온 알디노 형제님과 그 품에 안긴 작은 강아지.
분명 처음 보는 강아지지만, 묘하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외견.
“형제님. 설마 이 아이.”
“예. 티티의 새끼입니다.”
그 말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형제님이 시성식 문제로 교국에 방문하셨을 때, 티티와 함께 찾아와 우리 피에트로에게 큰 즐거움을 주셨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티티의 새끼를 피에트로의 친구로 삼고 싶었을 정도였지. 티티의 부성애가 너무도 깊고 두터워서 포기했지만.
그야 나 또한 아이를 기르는 아비다. 아비가 같은 아비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누가 이해할까. 그래서 몇 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해가 지나기도 전에 이런 경사가.’
헥헥거리는 작은 강아지를 보니 감격스러울 지경이다.
피에트로가 티티와 놀면서 얼마나 즐거워했던가. 통신구를 통해 티티를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웃었던가.
그런 피에트로에게 티티의 피를 절반이나 이은 아이를 친구로 줄 수 있게 되었다. 덩치도 작으니 피에트로와 함께하기에 딱인 친구다.
“자, 형제님. 안아 보시지요.”
“아, 예.”
알디노 형제님이 건네주는 작은 티티를 조심스레 안았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작지만 가슴을 꽉 채우는 듯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 왈왈!
다행히 작은 티티도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해맑게 짖었다.
“성스러운 분께서 말씀하시길. 티티가 형제님의 축복과 피에트로의 순수함을 기억하여 이 만남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이 아이가 처음으로 독립한 아이라고 하더군요.”
알디노 형제님의 말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만남은 티티가 내 축복을, 피에트로와 놀았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여 이루어진 기적. 그것도 가장 처음으로 이루어진 기적.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형제님과 티티가 가까이 있는 제국 사람들보다 멀리 있는 우리 가족을 더 배려해줬다는 말이니까.
‘잘 지내보자꾸나.’
여전히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드는 작은 티티.
피에트로가 이 아이를 보면 얼마나 좋아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
일단 이 아이에게도 축복을 주자. 이제 우리의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아이니까.
***
미니 인절미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은 건 진즉에 알고 있었다.
일단 부모님과 에리히는 말할 것도 없으며, 각 처가에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심지어 구 감찰부 출신 간부들도 은근히 분양 대전에 합류할 의사를 보였으니, 사실상 나와 연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분양 대기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번 7호의 독립이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는 건 짐작했으나,
“새끼 받으러 왔다.”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아니, 다짜고짜 와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위풍당당한 재무성 장관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보면 맡겨 놓은 물건을 찾으러 온 줄 알겠다. 왜 이렇게 당당한 거야.
“부인이 애타게 새끼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야. 지금까지는 티티의 부성애를 기특하게 여겨 참고 있었지만, 독립을 시작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아잇.’
허나 재무성 장관의 부인이 언급되자 거칠게 항의할 수 없었다.
장관이라면 모를까 부인이 미니 인절미를 원한다면 거절하기 곤란하다. 장관도 그걸 알기에 시작부터 치트키를 쓰는 걸 테고.
“아주 정성스레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넘겨라. 나를 못 믿겠으면 내 부인을 믿고.”
연이은 치트키에 침통히 눈을 감고 말았다.
확실히 장관이 아니라 부인이 기른다고 생각하니,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신뢰가 치솟았다.
“새끼를 나눠주는 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어엉?”
물론 부인을 향한 신뢰와 미니 인절미 분양을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데려가고 싶으면 저 말고 티티 허락받으십쇼. 전 힘없습니다.”
애초에 7호가 독립한 것도 내 의지가 아니라 티티 의지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