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956)
로판 속 공무원 956화(957/985)
아이가 독립한 슬픔을 새로운 아이들로 다독이자는 티티와 제니의 경이로운 결단.
이미 14마리나 되는 자식들을 낳았으면서 그 이상을 바라보는 열린 마인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나도 루치아노도 티티와 제니의 새끼는 14마리로 끝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솔직히 한 번에 14마리나 낳았으면 일생 동안 낳을 새끼는 다 낳은 거니까.
‘제니도 축복을 받았었나?’
덕분에 생고기를 씹어 먹는 제니를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혹시 제니도 티티처럼 타니안의 축복을 받았었는데, 내가 정신이 없어서 까먹은 건가? 그게 아니라면 저 놀라운 결단력과 체력을 납득할 수가 없다.
그도 아니라면 성장들이 루치아노의 저택에 방문했을 때 영향을 받은 건가? 확실히 성장과 부성장은 존재 자체로도 신성력을 흘리는 토템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토템이 우르르 몰려왔으니, 가까이 있던 제니에게 신성력이 깃들었어도 이상하지 않아.
“굿 독.”
무심코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자 제니는 입에 고기를 문 채로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밥 먹는 중에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나, 다행히 나는 제니의 반려인 티티의 주인. 머리를 쓰다듬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다.
게다가 제니의 성격이 조금 쌀쌀맞기는 해도 근본은 골든 리트리버잖아. 리트리버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저 애정 표현이 격하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지.
“이번에도 건강하게 출산해야 한다.”
내 격려와 응원에 제니의 꼬리가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개의 임신 기간은 약 2개월 정도다. 빨라도 연말, 조금 늦어지면 내년 초에 ‘2기 주니어’들이 태어날 테니, 벌써부터 응원하는 건 조금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응원이 이르면 뭐 어떤가. 출산이 임박하면 그때 더 응원하면 되는데. 응원 횟수에는 제한 같은 거 없어.
‘연초라.’
아무튼 먹던 거 마저 먹으라는 의미에서 머리에 얹은 손을 떼고, 티티와 놀고 있는 10마리의 새끼들을 바라봤다.
티티와 제니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몇 주, 몇 개월 단위로 분양을 진행하려고 했다. 최소 내년, 길면 내후년까지 미니 인절미 픽업 기간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늦어도 내년 초에 추가적인 새끼들이 태어난다? 14마리의 절반만 태어나도 7마리니, 순식간에 17마리로 숫자가 늘어나?
‘서둘러야겠네.’
정신 건강을 위해 분양 연기를 결정했다면, 이번에는 육체적 건강을 위해 분양을 서둘러야 한다.
뽈뽈뽈 돌아다니는 새끼 10마리와 막 태어난 새끼 7마리(최소치 추정)라니. 이건 아무리 티티랑 제니가 튼튼해도 못 버텨. 어쩌면 티티는 타일글레헨 백작령이나 제국백들의 호수로 도망칠 수도 있다.
‘조만간 처가로 보내야겠어.’
그중에서도 울켄 공작령으로 먼저 보내자. 마침 장인어른도 공작위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할 게 없어서 심심하다고 하셨지.
장인어른 덩치를 고려하면 쪼그마한 미니 인절미는 조금 언밸런스하다만, 재무성 장관도 하나 분양했으니 뭐 어떤가 싶다.
…
‘힘 조절 잘 하시려나?’
아주 잠깐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장인어른이 힘 조절에 실패해서 인절미가 시루떡이 되는 끔찍한 상상을.
‘괜찮겠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불길한 생각을 털어냈다.
장인어른은 제국 무인들 중에서도 고인물 단계에 속하는 분이다. 온갖 무기를 다루며 다양한 적들을 상대하셨고, 사적으로는 직접 손주들을 안아 올리며 예뻐하기도 하셨다.
그런 장인어른이 고작 강아지 하나 잘 못 만져서 사달이 날 가능성은 낮다. 누구보다 힘 조절에 능숙한 분이시니.
가을 단풍보다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찾아왔다.
겨울. 1년의 끝이 다가오는 때.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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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표현하자면 1살을 추가로 먹기 전, 마지막 유예 기간.
‘이제 너희도 5살이구나.’
침통한 마음으로 세쌍둥이가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걸 바라봤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기가 찾아오고 말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장녀와 차녀, 삼녀가 저택을 떠나야 하는 시기가 됐다.
‘이게 티티의 기분인가.’
물론 티티는 나보다 더 침통한 심정이었을 거다. 영구적으로 독립하는 미니 인절미들과 달리, 우리 세쌍둥이는 1년 중 일정 기간만 독립하는 거니까.
심지어 내가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는 거리로. 티티가 내 마음을 읽는다면 어딜 감히 자기랑 비교하냐면서 다리를 물어버릴 거야.
“…트릭시.”
“왜 그러니?”
“사분의 일이 엘프니까, 아직 우리 애들은 2살도 안 된 거 아닐까?”
내 완벽한 논리에 옆에 있던 트릭시도 감탄한 듯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경이로운 논리다. 순혈 엘프는 엘프 나이의 10%가 인간 나이고, 하프 엘프는 20%가 인간 나이다. 마치 120이 넘은 트릭시가 인간식으로는 20대 중후반인 것처럼.
그렇다면 쿼터 엘프인 우리 아이들은 대충 40%로 계산할 수 있다. 내년에 5살이 된다고 쳐도, 5살의 40%면 아직 2살에 불과하다.
‘천재인가?’
나 자신이 대단하고도 대견했다. 이 논리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전무결, 천의무봉의 논리야.
“당장 세르베트에 연락해서─”
“그러지 말렴.
“응.”
딱 30초 정도만 완벽했다는 게 문제지만.
“칼. 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단다.”
이윽고 트릭시는 부드럽게 내 손을 감싸잡았다.
그러고는 온화하고도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카토반의 가신들도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겠니.”
자꾸 헛소리를 하면 심히 유감스러울 거라는 말을.
‘추하기는 했어.’
민망함과 수치스러움이 몰려와서 고개를 숙였다.
나도 안다. 내가 세쌍둥이를 어떻게든 옆에 끼고 싶어 하듯, 카토반 공작가의 가신들도 세쌍둥이를 세르베트로 데려오고 싶을 거다.
그야 약 120년 만에 새로 태어난 카토반의 혈족이니까. 트릭시가 세르베트 공작이 되고 100년이 넘게 지나서야 태어난 소공작이니까. 카토반 공작가의 가신들은 자신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혹은 그 이상이 보지 못한 생명을 모시게 됐으니, 어찌 두근거리지 않을까.
“길어야 한 달이란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 달은 투자할 수 있지 않니? 언젠가는 마리아가 차기 세르베트 공작으로, 세실리아와 카틀레아는 공작을 보필하는 기둥이 될 거야. 그런 아이들이 세르베트에서 자라지 않았다는 건 가신들과 영민들에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어.”
“그건 그렇지…”
이번에도 맞는 말이라 씁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베트 거주 경험 없는 세르베트 공작.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괴랄한 타이틀인가. 아무리 1세기 만에 등장한 카토반 가문 사람이라도 세르베트를 모르는 사람을 세르베트 공작으로 인정하기는 좀 그렇지.
“칼.”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침통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자 트릭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아.’
양팔을 벌리며 나를 바라봤다. 아무 말 말고 자기 품에 안기라는 것처럼.
덕분에 왈칵 눈물이 나올 뻔했다. 저 사소한 동작이 내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으로 보였기에.
“아빠! 엄마! 우리도 안아져!”
“우리도! 우리도!”
“우리도~”
그렇게 부부의 오붓하고도 눈물겨운 포옹을 나누니, 세쌍둥이도 쪼르르 달려와 나와 트릭시의 다리를 껴안았다.
“나, 나는 내려놓고 안아라!”
세실리아 품에 있던 장생이가 나와 세실리아 사이에 끼이는 사소한 소란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사소한 일이기에 넘어갔다.
***
단풍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 때부터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마침내, 마침내 그날이 다가온다. 우리 공녀님들이 5살이 되는 해가. 귀하디 귀한 카토반의 피가 세르베트로 오는 때가.
“공녀님들이 지내실 방은 어떤가?”
“완벽합니다. 혹시 몰라 분기마다 갈아엎고 있었으니, 당장 오늘 오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옆에 있던 시종장과 시종의 대화에 입꼬리가 더더욱 올라갔다.
각하께서 임신하신 이후로, 세 분이나 되는 공녀님들을 낳으신 이후로 세르베트 공작성에는 신성한 공간이 생겨났다. 바로 공녀님들이 머무를 존귀한 방이.
게다가 세 분이서 방을 두고 다투는 일이 없게 동일한 면적, 동일한 장식으로 만들었다. 이 부족한 가신들이 세 분을 전부 만족시킬 수 없다면 불만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
“클라리스 님은?”
“나흘 전에 엘프 주거 지구로 가셨으니, 사흘 후에 다시 돌아오실 겁니다.”
시종의 막힘없는 보고에 시종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리스 님. 전대 마님의 친우이시자, 공작 각하께서 깍듯이 모시라 말씀하신 엘프.우리 공녀님들에게 엘프의 상식을 알려주실 귀중한 인력.우리 가신들이 열정을 다하여 준비한 유모들 중에서도 단연 제일이신 분.
‘완벽한 분이시지.’
공녀님들은 5살부터 세르베트에 머물게 되지만, 그럼에도 클라리스 님은 그 이전부터 우리 공작성에 머무르셨다. 가르치는 분도 가르치는 장소에 익숙해져야 더 원활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법이니.
또한 우리도 귀한 시간을 내주신 클라리스 님을 위하여 모든 지원을 쏟아부었다. 클라리스 님이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찾아냈고, 엘프 주거 지구에서는 겪지 못하셨을 음식과 유흥 거리도 대접했다.
“곤란하네. 이러다 아이들이 자라도 돌아가기 싫어지겠어.”
오죽하면 클라리스 님께서 그런 말씀까지 하셨을까. 엘프가 엘프 주거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말을.
뿌듯하고도 흡족했다. 우리의 정성이 클라리스 님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을 테니. 클라리스 님의 만족이 공녀님들을 향한 질 좋은 교육으로 이어질 테니.
“집사장님! 시종장님!”
‘음?’
몇 번째인지 모를 미소를 짓던 중. 복도 너머에서 집사 하나가 달려왔다.
“가, 각하께서 부군 각하와 함께 오셨습니다!”
“뭣?”
“이제 공녀님들께서 지내실 곳이니, 미리 살펴보기 위해 오셨다고…!”
“당장 가지!”
그리고 갑작스럽고도 감격스러운 보고를 입에 담았다.
공작 각하와 부군 각하께서 직접 시찰을 하러 오셨다. 이는 그 무엇보다도 공녀님들의 방문이 임박했다는 징조.
집사장으로서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