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RAW novel - Chapter (964)
로판 속 공무원 964화(965/985)
농담 삼아 내뱉은 말이 회의실을 불태웠다.
“공중 본부… 괜찮지 않습니까?”
희열, 혹은 광기, 그것도 아니라면 해탈이 혼합된 외무성 장관의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도저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외무성 장관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보면 끝난다.’
그리고 외무성 장관과 눈이 마주치면 저 미친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한 사람으로서 온갖 질문을 받을 게 뻔하다. 지금은 그냥 침묵하고 있는 게 답이야.
“공중 본부라니. 진심으로 하는 말씀입니까?”
어차피 침묵만 지키고 있으면 나 대신에 다른 장관들이 나서줄 테니까.
“차라리 함선을 공중으로 띄우자는 거면 그럭저럭 납득했을 겁니다. 과거 아펠스 시절에도 공중 함대를 만든 전례가 있으니, 우리 크펠로펜도 한 척 정도는 상징적인 의미로 건조할 수 있습니다. 실전에 투입하는 건 무리지만, 새로운 질서를 상징하는 함선이라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실제로 외무성 장관의 광기는 논쟁 상대였던 문화성 장관이 대신, 돈을 담당하는 재무성 장관이 나서서 진압하고자 했다.
“허나 공중 본부는 함선이 아닌 건물입니다. 그것도 본부만 덩그러니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계된 건물을 세워서 도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도시를 공중으로 띄우는 것은 그 아펠스조차 시도하지 않은 행위입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속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의 모든 재화는 아펠스로 모이고, 아펠스의 재화는 제도로 모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부를 쌓은 것이 발렌트 황가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모인 부, 특이점에 이른 기술력을 토대로 미친 발명품을 만들어낸 발렌트 황가다.
그 예시로 체네스에 처박혀서 관광지가 된 공중 전함, 개박살이 나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수륙양용전함,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문인 건담 등이 있지 않던가. 실용성은 내던지고 낭만과 과시에 올인한 발렌트 황가지만, 그것들도 공중 도시 같은 건 만들지 않았다.
“애초에 도시 전체가 아니라 건물 하나만 허공에 띄워도 일조권 관련으로 분쟁이 생길 겁니다. 단순히 높은 건물이 앞에 있어도 거슬리는 법인데, 아예 허공에 있는 건물이 햇빛을 막는다? 대체 얼마나 넓은 범위가 가려질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공중 건물은 소속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바로 아래에 있는 영지 소속으로 해야 합니까? 아니면 하늘 자체를 독자적인 권역으로 취급해야 합니까? 일단은 존귀한 황실 직할령으로 취급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지요?”
“다들 너무 멀리 보지 맙시다. 건물을 띄우는 것 자체가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아뇨, 그, 단순히 띄우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가능은 합니다만.”
“그게 된다고요…?”
뒤이어 다른 장관들도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궁내성, 내무성, 국토성, 마도성 장관 등. 공중 건물과 아주 조금이라도 얽힌 것 같은 장관들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목소리에는 희미한 열기가 깃들어 있었다. 외무성 장관의 광기에 짓눌렸음에도, 공중 본부라는 희대의 안건에 경악하면서도 다들 속으로는 기대하고 있는 거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공중 본부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라는 기대를. 그러니 장관들도 공중 본부가 만들어지는 것을 전제로 대화 중인 거겠지.
마도성 장관은 아예 ‘전함처럼 전투용이 아니라 부유에만 집중한다면 가능은 함.’ 이라며 소극적인 지지를 했고 말이야.
‘도망칠까?’
아무튼 꾸물꾸물 전염되는 광기를 보다가 슬쩍 창문을 바라봤다.
여기서 뛰어내려도 다리부터 착지하면 살짝만 따끔하고 끝날 거다. 그렇다면 이 광기 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바에는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것이 옳다.
‘오래 있으면 무조건 휘말린다.’
안 그래도 3시간 동안 이어진 외무성 장관과 문화성 장관의 토론에 반쯤 정신이 나간 장관들이지 않나. 그런 와중에 인간의 낭만과 로망을 자극하는 공중 건물, 공중 도시에 대해 들었으니 눈이 뒤집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예산 문제? 그런 건 장관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돈 관련 문제는 재무성 장관 혼자 짊어져야 할 고통이니까.
‘튀자.’
그렇기에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너 어디 가냐.”
‘아.’
재무성 장관의 단호한 목소리에 그대로 굳고 말았다.
내가 장관이 된 이후로는 사적인 자리가 아닌 이상 존대를 하던 재무성 장관이다. 그런 장관이 반말로 부른다는 건 이성을 서서히 잃어간다는 뜻.
“먼저 제안을 했으면 책임지고 주도해야지. 어딜 감히 몰래 도망이나 치려고.”
흉흉한 눈빛에 피가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을 제안으로 받는 건 너무하잖아. 잘못이 있다면 예능을 다큐로 받은 외무성 장관한테 있지. 왜 나한테 엄격한 건데.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솔직히 말하면 억울하다. 예능이 다큐로 흘러갈 줄 알았다면 나도 입 다물고 있었을 텐데.
그러니 나도 피해자다. 외무성 장관의 광기에 휘말린 피해자야. 이런 미래를 알았다면 절대 안 그랬어.
“맞습니다. 감찰성 장관이 처음으로 제안한 내용이니, 감찰성 장관이 논의를 이끌어 가는 게 맞지요.”
그 와중에 외무성 장관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당장 이 손 떼라, 이 사악한 종자야. 지금은 당신이 후작 겸 장관 서열 3위기에 나보다 위지만, 나는 내년이 되면 공작 대리라는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다. 후작과 장관보다도 위인 사람이 된다고.
“하긴. 먼저 제안한 사람을 앞에 두고 저희끼리 떠드는 건 도리가 아닙니다.”
“하하, 도시를 허공에 띄운다는 발상은 하지 않아서 저도 모르게 흥분했군요. 부끄러운 일입니다.”
“역시 어느 집단이든 젊은 피의 존재는 중요한 듯합니다. 저희도 감찰성 장관이 있었기에 이런 활기찬 논의가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허나 지금은 내년이 아니다. 현시점에서 나는 공작 대리가 아닌 막내 장관에 불과하다.
선배 장관이 웃으며 입을 열면 웃으며 대답해야 하고, 무언가를 부탁하면 예예거리며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막내.
“그런데 도시 말입니다. 굳이 영구적으로 허공에 띄울 필요가 있습니까? 각국 대표들이 모여서 회의를 할 때만 허공에 띄워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일시적으로 띄울 바에는 그냥 지상에 짓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지상에 지으면 다니스 유적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으니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고 멀리 지으면 상징성이 흐려지니, 차라리 필요할 때마다 다니스 상공에 띄우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허어, 열국의 대표가 모인 순간에는 하늘로 떠오른다라. 적당히 포장한다면 아름다운 일화가 될 것 같습니다.”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는 공중 본부 계획에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예산 책임자인 재무성 장관의 눈동자도 거칠게 요동쳤다.
“음? 경들, 왜 다들 서 있는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갔던 황제가 다시 돌아왔다.
귀중한 휴식 시간이 벌써 끝나버렸다.
***
외무성 장관과 문화성 장관이 양보 없는 논쟁을 시작한 순간부터 오늘 회의가 쉽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Z2dKbDJFSCtSbEo3WFlpUEN0eDQxVDRKcTVabVA4UzhiVzJNckt3cG1SNU13QUhKeFRWRlNya1VOVUhzT2V0eg
그래서 30분 동안 빠르게 머리를 식히고 돌아왔거늘.
“천명이 처음으로 일어난 곳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올라 대륙의 평화를 논하는 것입니다! 이는 그 자체로도 제국의 천명과 권위를 상징하는 일입니다!”
“열국의 대표가 모인 날 만큼은 속세를 떠나 천명 앞에 오직 대의만을 논한다는 명분도 세울 수 있습니다. 이보다 상징적인 일도 없지요.”
“솔직히 도시를 띄우는 건 무리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본부 하나만 허공에 띄우면 충분합니다.”
“허면 도시는 다니스가 시야에 들어오면서도 유적지가 손상되지 않을 거리에 만듭시다. 회담 중에 본부가 다니스 상공으로 이동한다면 도시는 조금 멀어도 문제없습니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인가. 내가 없는 30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흉흉한 대화가 오고 간단 말인가.
뭐? 본부를 허공으로 띄워? 열국의 대표가 모인 기간 동안은 하늘에서 논의를 해?
‘누가 이런 미친 생각을.’
살며시 입술을 깨물며 백작을 노려봤다.
회의가 재개된 순간부터 묵묵히 책상만 바라보고 있는 백작. 분명 저놈이 원흉이다. 스스로 찔리는 게 있으니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미친놈.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 지즈를 타고 다녀서 하늘이 만만하게 느껴진 건가? 대체 어떻게 돼먹은 머리여야 하늘을 난다는 발상을 하는 건지 의문이다.
“마도성 장관.”
“예, 폐하.”
일단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장관들의 논의를 멈춘 후, 마도성 장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과거 아펠스 제국이 하늘을 떠다니는 함선을 만든 적이 있기는 하다. 허나 막대한 유지비와 끔찍한 효율성으로 인해 함대를 이루었던 공중 전함은 단 한 척만이 남았고, 그마저도 천명대전 당시에 추락하였지.”
“분수에 맞지 않은 보물에 집착한 소인배의 말로입니다.”
“허면 장관이 보기에 짐은 어떠한가.”
“이 세상 모든 것을 마땅히 품을 수 있는 신의 대리인이요, 지상 제일의 군주이십니다.”
공중 전함이 아닌 공중 건물을 제작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라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물론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왜, 왜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왜 건물을 하늘에 띄우는 미친 행동이 가능한 건데.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야 거절할 명분이 있거늘.
‘이러면 거절할 수도 없다.’
이미 공중 건물을 전제로 논의하는 장관들. 이마를 짚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는 재무성 장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외무성 장관과 문화성 장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수습할 생각이 없는 백작까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아무리 황제여도 판을 뒤엎을 수 없다.
이 자리는 장관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만든 자리니까. 그렇기에 장관들의 뜻이 일치하였음에도 거부하는 건 부담이 큰 행동이다.
“…공중에 띄울 건물은 어떤 형태로 만들 생각인가?”
“태양전과 흡사한 건물을 만들어서 그 이름을 길버트의 영광으로─!”
“그만.”
정신이 아찔해지는 대답에 다시 손을 내저었다.
차라리 리브노만의 영광으로 해라. 길버트의 영광은 너무 가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