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A.C RAW novel - Chapter 119
제 119 화
“말도 안 돼! 저거 보기도 힘든 놈이잖아!”
“보기만 힘드냐?! 무식할 정도로 강한 놈이라 잡는 것도 어려운 놈이라고!”
더욱이 계약자도 잡아 죽이는 난폭한 녀석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하고 부드러울 것만 같은 하민이 저런 헤프슨을 끌고 다니다니!
데몽과 루아는 자세를 잡으며 올려다봤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른침이 절로 넘어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아무리 3대 경기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젠장, 저걸 어떻게 잡지? 진짜 맘 잡고 싸워야 하나?
데몽은 입술을 질겅이며 전략을 짰다. 그때 하민의 오른쪽에 있던 좀 더 밝은 색 털의 헤프슨이 하민을 향해 그 날카로운 입을 열었다. 데몽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하민, 위험……!”
[하민이다♥]순간 데몽과 루아의 얼굴에 엥? 하는 표정이 그려졌다. 머리 위로 어라? 하는 의문만이 계속 그려졌다.
그런 그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은 털의 헤프슨이 하민을 향해 턱에 꽃받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미친 곰이라는 타이틀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하민이다 하민아~♥]“간만이야 마조.”
[하민이 보고 시펐어~]‘마조’라 불리는 헤프슨은 하민이가 좋아 죽겠다는 듯 답지 않은 덩치로 몸을 흔들흔들 흔들었다. 그때 하민의 왼쪽에 있던 조금 짙은 털의 헤프슨이 입을 열었다.
[아나, 저 곰탱이 입 좀 닥치라 해. 너무 시끄럽잖아!]“새디도 오래간만이야.”
[흥! 너무 오래간만에 불렀어!]“미안. 하지만 마땅히 부를 곳이 없었어.”
[괜찮아, 괜찮아~ 난 하민이만 보면 돼♥] [닥쳐, 곰탱아! 너 때문에 시끄럽잖아!!]마치 자기들만의 콩트를 하듯 참으로 웃긴 풍경을 보여주는 한 명과 두 마리. 데몽과 루아는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야…… 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봐도 돼?”
“몰라……. 바보들의 세계를 묻지 마.”
더는 저들의 바보짓을 볼 필요가 없다고 파악했는지 데몽이 재빨리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루아와 자리를 바꿔 키를 잡았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런 데몽의 행동을 발견한 새디가 한쪽 눈썹을 꿈틀 거리며 그들을 내려다봤다.
[근데 이것들은 뭐야?] [하민이 친구?]“응, 내 친구. 근데 지금은 적이야. 해우 형이 애들이 앞으로 못 가게 막아달랬거든.”
그 말에 헤프슨 두 마리가 루아와 데몽을 보며 턱 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 탓에 황급히 키를 잡아 배를 세운 데몽이었다.
“데몽…… 이거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전력으로 덤벼야지.”
“그래도 돼?”
“아무리 괴물이고 소환물이라 해도 상급은 상급이야. 재수 없으면 우리가 죽는다고.”
“진짜 해?”
데몽의 말에 루아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늄의 운용이 더 뛰어난 데몽이 아니라 루아가 키를 잡은 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곳이 강이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어마무시한 위력을 자랑하는 뇌계 마법사인 루아가 이곳에서 마법을 쓰면 어찌 되겠는가. 아무리 우승이 중요하다 해도 그런 위험한 일까지 하는 건 아니다 싶어 부러 키를 잡은 거였다.
“괜찮겠어?”
“그래. 거기다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야. 다른 팀들이 급류를 제대로 탔으면 벌써 중간까진 왔을 거야.”
헤프슨의 등장에 너무 놀라 잊고 말았다, 뒤쪽에 자신들을 쫓는 무리가 있었음을. 만약 여기서 시간을 끌어버린다면 모처럼 벌려놓은 격차가 쓸모없어지게 되는 거였다.
“으~ 알았어. 혹시 모르니 너 자세 낮추고 있어.”
데몽이 알겠다며 고갤 끄덕였다.
루아가 손에 늄을 모았다.
파지직.
손끝에서 정전기가 일어나며 스파크가 튀는 게 보였다.
마조는 정말 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로 두 사람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친구들~ 나랑 놀자~]잠시 후, 루아가 입가를 비틀며 손끝을 튕겼다. 순간 마른하늘에서 거대한 벼락이 섬광을 일으키며 마조를 향해 떨어졌다.
쿠우웅!
콰아아앙!!
일직선으로 내리꽂은 강렬한 벼락은 헤프슨을 타고 주변 물가로 퍼져 나갔다.
[으아아아아악!!]귀를 찢을 것처럼 날카로운 비명이 기괴하게 울려 퍼지며, 사방이 번쩍거렸다.
루아와 데몽은 재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키를 잡고 배를 출발시켰다. 그때였다, 기괴한 비명을 지르던 마조가 쿵 하고 몸을 움직여 데몽들의 앞길을 막은 것은.
그 육중한 움직임에 강물이 크게 출렁이고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힉!!”
“읏!!”
데몽이 배의 키를 틀며 옆으로 벗어났다. 그러나 그도 잠시, 다시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마조에 의해 그대로 멈춰 서고 말았다.
두 사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위를 올려다봤다.
치이익, 치직.
자잘한 전류가 아직도 마조의 몸에서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일 때마다 벼락에 당한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마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루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실수로라도 하민의 소중한 계약물을 죽일까 싶어 나름 힘 조절을 했는데 괜한 짓이었던 듯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제대로 날리는 건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공격을 날려야 하나?
“…….”
침묵의 시간, 그리고 그 침묵의 원인인 마조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짜…… 짜릿해……♥]“…….”
“……어?”
변태기가 충만한 목소리가 데몽과 루아의 귓가를 두드렸다. 마조는 뺨을 붉게 물들인 채, 쑥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좋은 느낌이야……♥]“…….”
“…….”
[한 번만 더 해주면 안 돼? 응?]“…….”
“…….”
루아와 데몽의 등을 타고 소름이 돋았다.
몸에 남아 있는 따끔따끔한 전기가 기분 좋은지 몸을 비비 꼬는 마조. 그가 계속 루아에게 한 번 더 번개를 내려달라며 재촉했다.
데몽과 루아의 얼굴이 더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전력으로 덤벼들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격이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당하면 당할수록 좋아하는 마조 때문에 결국 한 발짝도 가지 못한 채 발이 묶여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10분 후, 뒤따라오던 레이먼을 만나게 된 그들이었다.
***
촤악.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강가로 나온 아슈팔이 어깨에 둘러멘 유림을 땅에다 내던지다시피 내려놨다.
“크헉!!”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유림은 그대로 엎어져 미친 듯이 물을 토해냈다. 코와 입은 물론, 귀까지 물이 잔뜩 들어가 맵고 아프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슈팔이 수영을 잘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둘 다 그대로 가라앉았을 것이다.
“컥컥…… 하아 하아…… 우웩…….”
계속 신물이 올라왔다. 유림은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며 고개를 들었다.
마치 빨래를 짜듯 외투의 물기를 짜고 있는 아슈팔의 등이 보였다. 옷의 비틀림과 함께 물이 좌르륵 쏟아졌다.
그 깊은 강 속에서 가라앉은 자신을 건져 내 이곳까지 끌고 오다니. 아무리 체력이 좋다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하아…….”
유림은 그대로 벌렁 드러누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하아…… 선배, 괜찮아요?”
“…….”
“선배?”
아무런 대답이 없는 그의 모습에 유림이 미간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곧은 뒷모습이 유난히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선…… 배?”
“…….”
여태 대답이 느린 적은 있어도, 이렇게 조금의 반응도 없었던 적은 없어 괜히 걱정이 들었다. 혹시 어딜 다치신 건가?
유림이 사색이 된 얼굴로 일어났다. 그때였다, 아슈팔이 물기를 짜고 있던 외투를 집어 던진 것은.
탁!
찰박이는 소리와 함께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림은 흠칫 놀라며 그대로 한 발짝 물러섰다.
뭐, 뭐지……?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분명 아슈팔이 짜고 있던 옷을 집어 던졌다. 아, 아냐. 짜다가 실수로 떨어트린 걸 거야. 그게 아니면 평화주의에, 인생 만사태평한 선배가 옷을 집어 던질 리가…….
“시발…….”
낮게 들려오는 목소리. 유림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뭐? 뭔 발? 뭐, 뭐지?! 지금 아슈팔 선배가 욕을 한 거야?!
유림이 몸을 잔뜩 움츠리며 숨을 삼켰다.
아슈팔은 짜증을 가득 담아 머리를 탈탈 털고 있었다. 평소의 그라곤 보기 힘들 정도로 박력 넘치는 모습이었다.
잠시 후, 그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뒤로 돌았다. 새하얀 이마를 드러내서 그런 걸까. 평소와는 180도 달라 보였다.
그가 유림을 향해 짧게 물었다.
“괜찮아?”
“에? 네, 네. 괜찮은데 선배는 괜찮으세요……?”
그 말에 아슈팔의 미간이 더할 수 없을 만큼 구겨졌다.
바, 방금 화냈어. 짜증 냈어! 저 인간이 화를 냈어! 평소엔 아무리 들들 볶아도 화는커녕 짜증도 내지 않는 인간이 화를 냈어!!
“한유림.”
“네, 넵!”
유림은 군기가 바짝 잡힌 군인처럼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답했다.
“준비해.”
“준비…… 요……?”
“그래.”
준비라고? 대체 무슨 준비?
유림이 어깨를 한껏 움츠리며 아슈팔을 바라봤다. 웃어야 하는데 자꾸 입가에 경련이 일어 썩은 미소가 지어졌다.
“대체 어떤 준비…… 요?”
“어떤 준비긴. 당연히 녀석들 싸잡을 준비지.”
거, 거칠어졌어. 거기다 폭력적이기까지 해!
아슈팔은 질겁한 유림을 뒤로한 채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 땅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고 늄을 부여했다. 이윽고 빛에 쌓인 돌멩이가 좀 전까지 그들이 타고 있던 8형의 배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헐…… 저 인간이 하다하다 학교 기물까지 만들어내?
“물기 털어. 출발한다.”
“저, 정말 가게요?”
“그래.”
너무나 태연하게 답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물론 형별 토너먼트에 다시 참여하는 게 유림에겐 더 좋은 일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무리였다. 거기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 간격을 따라잡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아슈팔이 화가 났단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화를 안 내던 사람이 화내는 것 아니던가. 그런 그와 함께 가라니. 어쩌면 이는 최강자전에서 일등을 노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서, 선배…… 가는 건 괜찮은데, 우리 1등 힘들어요. 아니, 그걸 떠나서 머리만 채워준다면서요…… 거기다 우리 둘 다 지친 거 같으니 그만…….”
유림은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며 그를 막았다. 그러나 그닥 먹혀들지 않았다.
“1등?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놈들을 다 눌러 버린다는 거지.”
“하, 하지만 선배 평화주의자잖아요. 우리 평화적으로…….”
“평화를 위해서 약간의 폭력은 필요하지…….”
아니! 댁이 하려는 건 약간의 폭력이 아니잖아!!
흐익! 아버지, 이 인간 너무 무서워요!!
유림이 질겁하자 아슈팔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역광을 받아서 그런 걸까. 그의 얼굴이 야차보다 더 무서웠다.
“분명 빠른 거랑 위에서 뛰어내리는 건 좋다 했지?”
아니요. 이제부터 좋아하지 않을래요.
유림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아슈팔이 들어줄 리 없었다.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 한유림. 우리 한번…… 역전을 노려보자고.”
“…….”
한유림 19세. 유난히도 살려달란 말을 많이 떠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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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즈 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