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 A.C RAW novel - Chapter 193
제 193 화
1층의 계단과 달리 이곳의 계단은 생각보다 폭이 좁고, 빙빙 도는 나선의 구조였다. 때문에 은하 일행은 본의 아니게 일렬로 서서 올라가게 되었다.
데몽은 가면서 3층에 무엇이 있을지 추측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내용이 어렵다고 했으니 시간 계산상 아마 3층이 끝일 확률이 높았다, 4층엔 종만 있을 테고.
3층엔 뭐가 나오려나…….
1층엔 조별, 2층엔 두 조가 한 팀이 되었다. 그렇다면 3층은 뭐지?
보통 1클래스는 다 합격한다고 했으니 단체전인가? 아니면 아예 개인전?
한참을 추측하며 올라갈 때였다. 갑자기 맨 앞에서 걷던 아이가 ‘어?’ 하는 소리와 함께 걸음을 멈췄다.
데몽과 은하, 그리고 레이먼이 그 반응에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앞선 사람과 똑같은 소릴 내고만 그들이었다.
계단의 끝에 이어진 것은 아담한 정 팔면체의 방이었다. 벽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 이루어졌으며 계단을 기준으로 좌우의 벽에 각각 세 개의 문이 놓여 있었다. 쉽게 12시와 6시 부분의 면을 빼곤 각 면에 문이 있는 거였다.
문 또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형태였는데, 특이한 것이 있다면 손잡이서부터 시작해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졌단 것이었다.
데몽을 비롯한 아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뭐야?”
“분위기가 개인전인데?”
“그럼 3층은 개인전이야?”
“어쩌면 출발점만 다른 걸 수도 있지. 조끼리 하는 건데 조원들마다 미션이 다르거나.”
여튼 문을 열어보기 전까진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개인 역량이 필요한 건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전투 쪽이면 우리 조는 불리한데.
데몽은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냥 아무거나 골라서 들어가자.”
다섯 아이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은하네 조는 계단 기준으로 우측에, 다른 친구들은 좌측에 섰다.
가장 먼저 문을 연 건 은하였다.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방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완연한 어둠이 내려앉아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흡사 시커먼 문이 또 있는 것 같았다.
“이거 입학시험 2차 색깔 문이랑 비슷하다.”
“그러게.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 건가 봐.”
레이먼이 손가락으로 검은색 공간을 찌르며 말했다.
데몽은 몸을 돌려 2층에서 함께한 세 친구를 바라봤다.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아, 레이먼. 미로에서 고마웠어.”
“별말씀을~”
“시험 꼭 붙어라~”
“너희도 수고해!”
레이먼과 은하도 친절하게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다른 조 세 아이는 은하네의 건승을 빌어준 뒤, 각각의 문으로 들어갔다. 마치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그들이 모습을 감췄다.
데몽은 그 모습을 빤히 보다 시선을 레이먼과 은하에게로 돌렸다.
“정말로 개인전일 수도 있어, 전투가 있을 수도 있고.”
“알아.”
“조심해라. 그리고 떨어지면 죽는다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임해. 알겠지?”
조심하라더니 죽기 살기로 임하란다.
“저기요, 데몽 씨? 앞의 말과 뒷말이 이어지지 않는데요?”
레이먼이 딴죽을 걸자 데몽이 매섭게 그를 흘겨보았다. 레이먼은 입을 꾹 다물고 문 안쪽을 바라봤다.
“열심히 할게.”
“나, 나도.”
“수고해라. 무슨 일 있으면 키르로 연락하고.”
“응.”
아자아자를 외치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은하.
레이먼과 데몽은 작게 웃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은하도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짙은 어둠이 세 사람을 잡아먹었다.
***
데몽네들과 마찬가지로 3층에 도착한 유림 일행은 여섯 개의 문을 둘러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거 아무리 봐도 개인전 같지?”
“그런 것 같아. 좌우는 팀을 구별하는 것 같고.”
테오와 하민이 좌우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근데 왜 설명문 같은 게 하나도 없냐?”
“2층이 친절했던 거야. 1층에도 없었잖아.”
“이놈의 학교는 꼭 날로 먹으려 그래.”
유림과 륜이 속으로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테오는 툴툴거리며 문을 하나씩 두드려 봤다. 마치 노크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하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심각한 얼굴로 문을 하나하나 살폈다.
괜히 잘못 열었다가 큰 실수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민아, 너 혹시 하진 교수님께 뭐 들은 거 없어?”
륜의 질문에 하민이 도리질을 쳤다.
“왠지 부정행위 같아서 내가 안 물어봤어. 미안”
“아냐.”
륜이 괜찮다는 듯 웃자 하민이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살피던 테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겠는지 결국 문을 열어젖혔다. 뭔가 나올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쪽 역시 컴컴한 어둠이 그들을 반겼다.
“으아, 완전 캄캄해. 이러다 뚝 떨어지는 거 아냐?”
야단스러운 그의 말에 유림이 입매를 굳혔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민 또한 문을 열었다.
“여기도 똑같애. 아무것도 안 보여.”
“결국, 들어가기 전까진 뭐가 있는지 모른다는 거네.”
디하르는 턱을 짚으며 며칠 전에 2형 선배들이 해줬던 첫 번째 진급시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째서인지 사람마다 하는 말이 다 달라 정확한 건 알 수 없었지만, 문별로 다른 과제를 준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거기다 조원의 합계로 뭐가 정해지네 마네 하기도 했었다.
아마 조원의 점수를 합쳤을 때, 일정 점수를 넘겨야 합격하는 방식 같았다.
그렇다면 성격에 맞는 미션를 고르는 게 좋은데…….
“잘 골라 들어가야겠네…….”
“…라고 해도 그걸 알 수 있나 뭐, 문별로 무슨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봤을 때 그냥 복불복 같아. 암거나 찍어 들어가자.”
유림이 목도리를 동여매며 말했다.
디하르는 그런 유림을 빤히 바라봤다. 본인 말론 괜찮다고 하지만 어쩐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하물며 개인전이라니…….
솔직히 말해 기권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불가능해서 문제지만.
그는 유림의 목도리를 꽁꽁 고쳐 매주며, 말했다.
“혹시 몸 아프면 연락해. 선배님들 말씀으론 네 점수가 안 나와도 나랑 하민이가 충당할 수 있는 것 같으니까.”
“알았어.”
“그리고 괜히 참지 말고. 알겠어?”
유림이 알겠다며 연신 끄덕였다. 정말이지 엄마가 따로 없다.
루아네 조 또한 문 앞에 자릴 잡았다.
“그럼 모두 힘내…… 살아서 보자.”
마치 전쟁터에 끌려가는 사람같이 중얼거리는 륜의 모습에 테오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우리 죽으러 가는 거 아니거든?”
“아니…… 그냥 이런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안 죽는다니까!”
“안녕…….”
“야!! 안 죽는다고! 재수 없는 소리 그만해! 말이 씨가 된다는 거 모르냐?!”
“그동안 즐거웠어…….”
“안 죽는다고 몇 번을 말해!!”
테오를 놀리는 데 재미가 들었는지 연신 우울한 말을 건네는 륜.
그들의 모습에 어깨를 짓누르던 긴장감과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유림은 연신 키득거리며 문을 열었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안쪽엔 짙은 어둠이 내려져 있었다.
“그럼 모두 힘내서 진급하자고.”
“응.”
서로의 합격을 기원하는 여섯 사람.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
하민은 ‘어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밑으로 뚝 꺼지거나 아니면 2차 때처럼 방의 모습이 나타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과 달리 긴 복도가 그를 맞이했다.
애매한 것은 앞으로 쭉 이어진 복도의 끝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벽을 뚫고 나온 것처럼 길의 중앙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어…… 이게 3차? 뭔가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일단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모르겠는지 하민이 좌우를 번갈아 보며 뺨을 긁적였다. 그때였다.
“이하민?”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 그곳엔 하민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자 존경해 마지않는 인물이 서 있었다.
“……형?”
이하진, 1차 진급시험의 감독관이자 그의 친형.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순간 ‘이것도 시험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 위로 떠올랐다.
3차도 2차와 비슷한 변신이나 환영체가 나오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내 그에게서 느껴지는 늄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이건 분명 자신의 형이었다. 아무리 클레이즈가 대단해도 한 사람의 고유한 늄을 완벽하게 복사할 순 없었다.
“진짜 형이야?”
“뭐야, 너 시험 중 아니야? 왜 여기 있어?”
하민 못지않게 이 상황이 당혹스러운 하진이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리고 그제야 하민은 하진 말고 또 한 사람이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일인데? 어라, 하민이?”
“해우 형도 있네…….”
시험 감독관인 두 사람이 다 이곳에 있다니.
하민의 머리가 더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형들이 여기 왜 있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너야말로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여긴 응시생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말이야, 형?”
“그래.”
정말로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3층에서 검은 공간으로 들어왔는데 왜 이런 곳에 떨어졌냔 말이다.
그는 이 상황에 대한 해답을 바라는 눈으로 두 교수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들 또한 답을 모르는지 도리어 왜 여기 있냐며 물어볼 뿐이었다.
하민은 어떻게 된 일인지 짧게 설명했다.
“3층 방에 여섯 개의 문이 있잖아. 거기 중 하나를 열고 들어왔더니만 여기였어.”
“뭐?”
이번엔 하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3층 방은 개별 과제를 주는 곳이었다. 문별로 각기 다른 문제가 있었으며, 일정 합계 점수를 넘거나 혹은 조원 셋 중 두 사람이 완벽하게 과제를 수행하면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자동으로 열렸다.
즉, 하민이 가야 할 곳은 과제가 있는 방이지 감독관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이상하네…… 여태 이런 적 한 번도 없잖아.”
중얼거림과도 같은 해우의 말에 하진이 표정을 굳혔다. 그 또한 클레이즈에 입학하고 교수가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하진아, 어떻게 하지? 그냥 4층으로 갈까?”
“이 복도는 3층과 안 이어져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이렇게 된 거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생각하고 형들하고 같이 4층으로 가자, 하민아.”
안심시키려는 건지 쾌활하게 웃어 보이는 해우를 보며 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민은 두 사람과 함께하며 유림과 디하르를 떠올렸다.
그들은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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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즈 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