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08
제108화
찰박, 찰박.
성직자들이 다가오는 걸음소리가 불길했다. 비가 세차게 내려도 그들의 걸음소리는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귓가에 박혔다.
그들이 겨눈 손가락은 당장이라도 우리 몸 곳곳을 뚫어버릴 듯 위협적으로 보였다. 싸워야 한다, 도망쳐야 한다,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두려웠다.
강지아를 구하러 사탄교도의 은거지를 급습했을 때, 수많은 박제를 보았다. 그러나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건 죽은 자들의 가죽을 이어 붙여 사람처럼 꾸며낸 모조품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기괴한 외형 탓에 불쾌감이 들기는 했지만, 결코 공포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도대체 유리를 왜 깬 거야?”
“이해할 수가 없어. 이래서 어린 것들은…….”
“하필이면 피렌체네? 또 피렌체야?”
“피렌체 출신들은 전부 싸가지가 없어. 내가 싫어하는 놈들은 전부 피렌체 출신이었어.”
그러나, 지금 내게 다가오는 저들은 분명히 사람이었다. 방금까지 멀쩡하게 대화도 하고, 웃기도 했던 그들은 사탄교도의 흑마법으로 이성을 잃고 증오를 얻었다.
증오로 하여금 서로를 욕하고, 죽일 기세로 패기 시작했다. 끝내 그들의 손가락은 우리를 향하게 되었다. 추상적이었던 그들의 증오는 갈수록 구체적으로 변했다.
불쾌감과 더불어 두려움이 일었다. 그들은 증오로 흩어졌고 증오로 뭉쳤다. 분노를 원동력으로 행동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나는 저들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라. 한낱 사탄교의 흑마법이 선지자에게 통할 리가 없으니.]렉바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수십의 로아를 등에 업고 있는 나는 사탄교도의 흑마법에 걸려들고 싶어도 걸려들 수 없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여전히 선연했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쳤다.
턱.
뒷발에 뭔가 걸렸다. 고개를 돌리자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떠는 성하연이 보였다. 원래도 몸집이 작은데 웅크리고 있으니 더 작아 보였다. 단 웨도의 권능으로 쏟아진 비 탓에 그녀의 몸은 온통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
돌아가려던 성하연을 붙잡은 것은 나다.
정화의 일족인 그녀라면 흑마법진을 해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도와주지 말라고 해도 자꾸 도와주려고 해서 기분이 나빴지만, 지금은 내가 명백히 그녀에게 도움을 청한 상황이었다.
적어도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공포에 질려 있을 때가 아니다. 사탄교도의 흑마법이 이 이상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탄교도는 흑마법진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마을 곳곳에 번져, 지역적인 혼란이 초래되기를 바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느낀 두려움 또한 사탄교도의 의도일 지도 모른다. 놈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게 둬선 안 된다.
아니, 놈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게 두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일단 성하연이 흑마법을 해체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성직자들이 당장이라도 우리를 패 죽이려 몰려들고 있었다. 지금은 성하연이 흑마법을 해체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게 먼저였다.
“…….”
내가 그녀를 엄호하고, 그 틈을 타 성하연이 정화의 축복을 전개, 흑마법을 해체한다면?
가능성은 있다. 아니, 가능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다. 성하연과 내가 각자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성공할 계획이다.
일단 주술은 사용할 수 없다. 이성을 완전히 잃은 저들에게 주술이 통할 지도 미지수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성하연이 있다.
정화의 일족인 그녀에게는 주술이 통하지 않는다. 혼절 주술로 그녀를 기절시킨 뒤, 몰래 주술을 사용하는 등의 편법은 쓸 수 없다.
고개를 들어 흘깃 하늘을 보았다. 달이 차오르고 있었다. 보름달에 가까운 상현달. 달이 완전히 차오르는 건 모레…… 아니, 글피쯤 될 것 같다. 보름달이 아닌 한 그분의 권능은 사용할 수 없으므로 단념했다. 다른 로아를 알아보아야 한다.
[나, 소보는 선지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로 했지! 이번 기회에 충성을 확인해보는 건 어떤가?]소보는 안 된다. 단 웨도의 권능 탓에 바닥이 비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소보의 권능을 쓰면 흑마법에 걸린 성직자들을 모조리 죽이게 될 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나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성하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화의 일족은 모든 불순한 것에 면역이 있는 거지, 감전에 면역이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보수? 아니, 바닥에 물이 너무 많이 깔려 있다. 미끄러질 수도 있고, 걸음이 꼬여 넘어질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육탄전은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란브와도 안 된다. 태백산에서 일어난 정체불명의 현상을 교황청은 ‘부두교의 도발’로 규정했다. 세태를 고려했을 때 지금 그란브와의 권능을 쓰면 의심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이곳 골목길에는 CCTV가 없었지만, 성기사단 차량에 붙어있을 블랙박스를 생각해야 했다.
성하연이 정화의 축복진을 그릴 시간을 벌 수 있어야 하되, 성직자들을 죽일 정도로 위력이 강하지는 않고,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없는 권능…….
있다.
“바데.”
부우우우우…….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비좁은 골목과 집집의 창문을 통과하며 나팔 같은 소리를 냈다.
발목까지 차오른 빗물이 바람에 일렁이며 파도를 만들었다.
철썩, 파도의 절반이 전봇대에 부딪혀 사라졌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파도에 바람이 가세했다.
철썩, 파도가 바람과 부딪힌다. 파도가 커졌다. 바람이 불고, 파도는 불어났다.
빗물과 바람을 머금은 파도는 해일이 된다.
“너, 왜 유리를─”
콰아아아아아─!
중얼거리며 주먹을 내지르려던 성직자가 매섭게 달려든 해일에 쓸려 날아갔다. 뒤이어 하나, 둘, 셋, 네 명의 성직자들이 해일에 휘말렸다.
촤악! 바닥에 나동그라진 성직자들이 물보라를 일으켰다. 떠오른 물방울들이 어지럽게 흩어지며 얼굴에 튀었다. 얼굴을 손바닥으로 대충 문질러 물기를 닦아냈다.
일단 당장의 위기는 넘겼다. 성직자들은 해일의 위력에 지레 겁먹은 듯 다가오기를 꺼리고 있었다.
다음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성하연에게 지시를 내릴 차례였다.
탁, 탁.
“윽, 앗…….”
손에 묻은 물기를 성하연에게 털어냈다. 그녀는 그제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바닥에 널브러진 여인을 가리켰다.
“시간 끌 동안 하던 거 마저 하고 있어.”
“네, 우풉, 네에……!”
성하연은 입가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녀가 신성력을 사출한 뒤 허공에서 손끝을 놀렸다. 흩어져 있던 신성력이 차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축복진이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조잡한 상태였다.
“너, 유리를 깬 것도 모자라서…….”
“왜 우리를 그렇게 못 살게 구는 거야? 우리가 잘못한 게 뭐가 있다고…….”
“잘못된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잖아…….”
해일에 쓸려간 성직자들, 그리고 운 좋게 해일을 피한 성직자들이 하나 둘 눈을 부릅떴다. 그들의 증오가 한층 깊어져 있었다.
나는 흘깃 성하연을 보았다. 축복진은 아직 미완성. 진행속도로 보아 앞으로 한참은 더 걸릴 것 같았다. 성유다는 고작 몇 초로 순식간에 흑마법진을 해체하고 마기를 몰아냈다고 하던데…….
아니,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털어냈다. 지금 성하연과 성유다를 비교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것은 성하연이다. 성유다가 아니다. 시간을 조금 더 끌어야 했다.
그러나 신경이 쓰이는 건, 성기사단 차량에 붙어있는 블랙박스. 마음 놓고 권능을 사용하기에는 보는 눈이 조금 많았다.
“……성부와, 성자와.”
그러므로, 기적을 재현하는 시늉을 해보기로 했다. 피렌체에서 배운 대로,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가며 기적 재현을 따라했다. 로마니카교 신자는 아니지만, 피렌체에서 들은 모든 수업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나다.
진짜 기적을 재현할 수는 없어도, 그것을 흉내 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성, 령의─”
[왼쪽 어깨를 먼저 찍어야지.]아, 그러네.
렉바가 끼어들어 핀잔을 줬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오른쪽 어깨를 먼저 찍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섬기는 신은 성호를 순서대로 긋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에 보내지는 않으니까.
“……이름으로.”
나는 흉내를 이었다. 성호를 마저 긋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척.
그리고 괴력의 축복을 통해, 전신에 힘을 흩뿌렸다. 손끝에서부터 팔뚝, 이어서 전신으로 축복의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정말로 기적을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촤아아아아…….
시작은 미약했다. 비가 층층이 쌓인 바닥이 소용돌이치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다가오던 성직자들의 걸음이 꼬이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그들의 걸음이 질척하고 무거워졌다.
첫 번째 바람이었다.
후두둑, 후둑, 후두둑…….
소용돌이가 높아졌다. 흩어진 빗방울이 바닥을 후려쳤다. 떨어진 빗방울이 노면에 쌓인 비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다시 비가 메웠다.
성직자들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철퍽! 성기사 하나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뒤이어 두 명의 사제가 바닥에 널브러진 성기사의 팔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두 번째 바람이었다.
촤르르르르륵─!
비를 머금은 바람이 이윽고 비와 하나가 됐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성직자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넘어지고 쓰러졌다.
바닥에 층층이 쌓여 있던 빗물이 바람에 흩어지고 뭉쳐졌다. 성직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부딪히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비명소리는 회오리가 자아낸 폭음으로 희미했다.
세 번째 바람이었다.
────!
더 이상 그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용솟음치는 물과 바람이 그들을 하늘로 이끌고 있었다. 멈출 줄 모르고 하염없이 높아지던 용오름이 마침내 구름과 맞닿았다.
그건 기둥이었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땅을 짓밟고 하늘을 밀어 올리는 기둥.
네 번째 바람.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바람은 마침내 나까지 집어삼켰다. 빨려 들어가듯 나는 바람과 하나가 되었다.
바데의 권능이 자아낸 폭풍의 눈에서 나는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용오름 속에서 성직자들이 얼기설기 꼬이고 뭉쳤다가, 다시금 흩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일찍이 정신을 잃은 채였다.
다행히 성하연까지 바람에 휘말리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출력이 너무 셌다.
[광풍은…… 언제나 네 번씩 쳐야 한다!]그러나, 바데는 그 광경이 몹시 흡족한 듯했다.
* * *
기억을 되살려, 어떻게든 정화의 축복진을 거의 그려냈다. 이제 마지막 한 획만 남아 있었다. 거기서 성하연의 손끝이 멈췄다. 당황한 눈동자가 좌우로 요동쳤다.
“…….”
정화의 축복진을 완성하는 마지막 획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한 획이라도 틀리면 흑마법진을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처를 내는 것도 문제였다. 아플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유리병을 손바닥에 가져다 대려고만 해도 숨이 막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
그때, 광풍이 불어 닥쳤다. 성직자들이 바람과 물길에 스러졌다.
이내 용오름으로 변한 광풍은 끝내 기적을 재현한 당사자인 도선우마저 휩쓸어갔다.
“어, 앗…….”
그 모습을 본 성하연이 침음을 흘렸다.
바람이 거세고 물길이 험악해서 성하연은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고, 폭풍우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이윽고, 불길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 어떡해. 어떡하지, 아…….”
기적 재현이 능숙하지 않은 성직자들은 종종 자신이 불러낸 기적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건 자격도 없이 기적을 재현하려고 들었던 오만한 성직자들이 신의 징벌로서 겪는 죽음이었다. 아도나이께서 일으킨 기적을 감히 인간의 손으로 제어하려고 했던 자들의 비참한 말로였다.
도선우가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는 일전에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기적을 재현했다가, 피를 토하고 병원 신세를 졌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도선우는 죽음을 엿보고 왔을 것이다. 기적을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재현했을 때의 부작용은 도선우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도선우의 얼굴은 지극히 초연했다.
그건 죽음을 각오한 표정이었다. 사탄교도의 흑마법에 빠진 성직자들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흑마법을 해체할 시간을 벌기 위해.
그는 자신의 역량을 아득히 뛰어넘은 기적을 기필코 재현했다. 바람에 몸이 찢겨나가 산산조각 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성직자들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폭풍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도선우의 마지막 표정을 떠올리며, 성하연은 채 완성되지 못한 정화의 축복진을 바라보았다. 깨진 유리병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목숨을 불살라 성직자들을 구하려고 하는 도선우 앞에서, 그녀 자신은 그저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실패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그녀는 스스로를 천재라고 여겼다. 성직자로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찬란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녀는 실패가 두려워서, 실패할 것 같은 도전은 해보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실패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실제로는 축복진을 완성할 마지막 한 획, 흑마법을 정화할 한 방울의 피를 두려워하는 겁쟁이에 불과했다.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지금까지…….
우월감에 취해 지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도선우는 나를 믿어주었다. 그가 시간을 끄는 동안, 내가 흑마법을 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믿음은 내게 과분했다. 아니, 그에게 믿음을 받기에는 내 그릇이 너무나 작았다.
“……미안해요.”
성하연의 자그마한 목소리는 바람이 자아낸 폭음에 묻혀 사라졌다.
그건 정화의 축복진을 아직까지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 한 획을 그리기 전의 결단이었다.
촤악!
축복진의 마지막 획을 감으로 그려 넣었다. 그리고 유리병으로 손바닥에 상처를 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었지만 상관없다. 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쏟아져 나왔다. 피를 머금은 축복진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일반적인 축복의 빛보다 훨씬 밝고 진한 빛이었다.
빛은 어둠을 살라먹으며 여인의 뒷목에 새겨진 흑마법진을 휘감았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빛과 섞이고 합쳐졌다. 찬란하고 숭고한 빛은 마침내 어둠을 몰아냈다.
여인의 눈에서 흐르던 새까만 눈물이 차츰 맑아졌다. 입에서 흘러나오던 검은 거품이 멎었고, 눈물이 완전히 멎었다. 이윽고 먹구름이 걷히고 비가 멎었다.
그리고 폭풍이 멎었다.
하늘과 맞닿은 용오름은 어느덧 사라졌다. 산들바람이 은은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던 성직자들이 깃털처럼 살포시 바닥에 내려앉았다. 성직자들은 모두 의식을 잃은 채였다. 그러나 단 한 명, 성직자들의 중심에 선 한 남자의 의식만은 멀쩡했다.
바람을 타고 사뿐히 지면에 착지한 그가 성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잘했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음색은 따스했다.
적어도 성하연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