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사탄교도는 사건을 일으킨 뒤, 사건에 휘말려 허둥대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지금까지 사탄교도가 일으킨 사건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전부 그랬다.
오늘, 흑마법에 의해 성직자들이 싸우기 시작했을 때, 사탄교도는 까마귀의 눈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덴 동산에 새 마수가 출몰했을 때도, 그는 마수의 눈으로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끼가 되라며 등을 떠미는 모습을 즐겁다는 듯이 지켜보았다.
사탄교도는 이걸 즐기고 있다.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있다.
고준민이 악마종으로 변했던 그날, 사탄교도는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위치가 발각되자마자 도주를 시도했다. 그때는 보수의 권능을 완벽히 활용하지 못했을 때였고, 더구나 사탄교도는 발이 엄청나게 빨랐다.
나는 결국 그를 놓쳤다.
축사에 있던 개들이 마수로 변하여 우리를 공격했을 때, 구준혁은 도망쳤다. 그는 도망칠 때만큼은 달리기가 몹시 빨랐다. 심지어 사탄교도와 구준혁은 체구도 비슷했다.
요약해서, 내가 그를 사탄교도라고 의심하는 이유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감이군. 늘어놓은 근거는 전부 비약이다. 아니면 터무니없는 소리거나.]렉바가 말을 이었다. 언짢은 기색이었다.
[이렇다 할 확증도 없이 감으로 사탄교도가 누구인지 정해놓고, 결론에 맞춰 근거를 수정하고 있구나. 너도 스스로 느끼고 있을 테지.]“학생은, 추리를 할 때 언제나 결론을 지어놓고 근거를 그에 맞추는 버릇이 있죠. 확증 편향이라고 하죠.”
순간, 방주의 환상 속에서 노아가 내게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나는 구준혁을 사탄교도라 정해놓고 근거를 그에 짜 맞췄다.
사탄교도는 박제를 다룬다. 구준혁과 체구가 비슷한 박제를 이용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체구가 비슷하다는 것은 그가 사탄교도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달리기가 빠르다는 점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축사에 있던 개들이 마수로 변했을 당시 구준혁은 교무실로 가서 소도진을 불러왔다.
구준혁이 아니었더라면 학생들은 더 심하게 다쳤거나, 혹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사탄교도라면, 굳이 교무실로 가서 소도진을 불러올 이유가 없다.
“……미치겠네.”
그럼에도 자꾸만 구준혁이 사탄교도라는 생각이 든다. 확증은 없다. 수상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 뿐이다. 그렇다면 심증은 있는가? 아니, 심증도 명확하지 않다. 구준혁이 사탄교도라는 심증도 있고, 반대로 사탄교도가 아니라는 심증도 있다.
오늘 벌어진 사건만 해도 그렇다. 사탄교도가 흑마법의 매개로 사용한 미치광이 여인은 구준혁의 어머니였다.
아무리 사탄교도라고 해도, 자기 엄마의 몸에 흑마법을 각인할 정도로 미친놈일까? 아니, 사탄교도라면 그럴 수도 있다. 오히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어머니를 이용하여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그리 생각하면 끝이 없지.]상념을 끊어낸 것은 렉바였다. 그 말이 맞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었다.
사탄교도의 지능이 어느 정도인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추리를 해도 별 의미가 없었다.
“……뭘 모르겠다는 거야?”
그때, 구준혁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는 찡그려진 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눈빛에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저게 연기라면, 구준혁은 나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연기 실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아니……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고개를 저으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대던 구준혁이 뒤늦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피곤하긴 하겠네. 아무튼, 너 내일 학교 끝나고 바쁘냐?”
성하연이 쓴 기획안을 수정하는 일은 오늘 밤이나 내일 오전 중에 끝낼 생각이다. 학교가 끝난 후에 딱히 일정은 없었다.
“내일은 뭐 없지.”
“그럼 정인아 데리고 같이 밥이나 먹자. 고마운 김에 내가 삼.”
“……정인아?”
“또 지만 빼고 우리끼리 다닌다고 서운하네 어쩌네, 구시렁거릴 것 같아서. 어차피 내가 살 거니까 상관없지?”
고마운 김에 사는 거면 정인아가 아니라 성하연을 부르는 게 맞지 않나 싶었지만, 짚고 넘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누굴 부르든 별 상관이 없었고, 굳이 부르자면 성하연보다 정인아를 부르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지금 정인아한테 연락─”
“아니, 아냐. 내가 해.”
“그래? 어, 그래라.”
구준혁의 말투가 유난히 단호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누구나 행동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준혁의 행동에는 이유가 없거나, 혹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래서 수상하게 여기고 있지만, 그가 사탄교도라는 확증은 없다. 그럴듯한 심증조차 없다.
내일 만나자는 제안에 기꺼이 응한 것은, 만나는 도중에 그가 증거를 흘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투, 표정, 몸짓 하나하나를 분석하며 증거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정인아에게 연락을 보내는 듯한 구준혁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머릿속에 구준혁과 여민서의 얼굴이 교차로 떠올랐다.
나는 구준혁 말고 여민서도 의심하고 있었다. 성하연의 기획안을 수정하는 일을 나에게 떠넘긴 이유가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직접 기획안을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빠서’, 그리고 ‘문장을 구분할 수 없어서’.
그러나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늘 바쁘다는 이유로 업무를 남에게 떠넘긴다. 방과 후에는 사탄교도로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결론을 방해하는 근거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지 않나.]“…….”
여민서는 사탄교 색출 작업 기획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학생이다. 그녀가 사탄교도라면 색출 작업에 그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
교사진의 추측대로 사탄교도가 이중인격이라면, 애초에 추리를 해봤자 의미가 없다.
“진짜 돌겠다…….”
[이마저도 사탄교도의 계략일지도 모를 일이지.]“아……. 그러네요.”
구준혁과 여민서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로 하여금 분열을 유도하는 것이 사탄교도의 계획일지도 모를 일이다.
설마 거기까지 계산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고려해서 나쁠 것은 없다.
[네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이건 나중에 깨닫는 편이 낫겠구나.]“그냥 지금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렉바가 입을 다물었다.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체념하고 돌아섰다.
잠깐 피렌체로 가서 이사장실을 들러 보았으나,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져서 아직 만나 뵙기 어렵다는 비서의 말을 듣고 예배당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오늘 중앙 도서관에 들어갈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았다.
* * *
눈을 떴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부엌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 보니 삼촌이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강지아는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틈틈이 휴대폰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주식 차트였다.
“……교주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강지아가 휴대폰을 뒤집으며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태연하고 건조한 말투였다. 나는 뒤집어진 휴대폰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누나도 주식 해요?”
“스승님이 이번에 큰 손해를 봐서, 손해액을 복구할 때까지 스승님 대신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삼촌이 죄 지은 사람처럼 흘깃흘깃 이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그를 쏘아보았다. 삼촌이 싱크대 쪽으로 살며시 고개를 돌리며 설거지를 계속했다.
“원래 주식이라는 게 잃을 때도 있고 그런 거지……. 그리고 지아야, 너 그렇게 과장하면 안 된다. 솔직히 그렇게 큰 손해도 아니었잖아?”
“교주님, 스승님께서 얼마를 잃었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확히─”
“야! ……미안, 미안. 내가 잘못했다.”
강지아의 말을 삼촌이 다급히 끊어냈다. 도대체 얼마를 잃었길래 저러는 걸까…….
슬쩍 떠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삼촌이 저렇게 한가롭게 설거지나 하고 있다는 건, 언제든지 손해를 복구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손해를 복구할 자신이 없다면 이른 아침부터 막노동이라도 하며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으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학교 가시는 건가요?”
강지아가 한숨을 쉬며 화제를 돌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오늘따라 일찍 가시는 것 같네요.”
“잠이 일찍 깨기도 했고, 아침에 할 것도 있어서요.”
“그러시군요……. 참, 어제 성기사단에 방문하신 기록이 있던데, 무슨 일로 가신 건가요?”
강지아가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눈빛에 걱정하는 기색이 조금 서려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잘해서 간 거니까.”
“다행입니다. 혹시 성기사들에게 의심을 받지는 않았습니까? 교주님을 대하는 태도가 무례했다거나, 뭐든 말씀해 주시면─”
“그럴 일 없어요. 그쪽 단장이 나를 아주 좋아해서…….”
동부성기사단장 한대호는 나를 무척 편애한다. 동부성기사단에 나를 영입하기 위해 미리 호감을 쌓아두려는 모양이었다.
한대호와 친분을 쌓아서 나쁠 건 없으므로, 일단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달그락.
그때, 강지아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묵주였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개였다.
“팔에 차는 형식의 묵주인데, 가지고 계시면 의심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번에 dBP 회장 배정환에게 선물로 받았습니다.”
“아, 고마워요. 근데 두 개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두 개를 차면 의심을 두 배로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강지아가 순진하게 되물었다. 묵주를 두 개 찬다고 의심을 두 배로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 주는 거니까 받기로 했다.
하나는 바로 팔에 찼고, 다른 하나는 주머니에 넣었다. 디자인이 과하지 않고 적당해서, 평소에 차고 다녀도 눈에 띌 것 같지 않아서 좋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신실한 로마니카교인처럼 보이겠구나. 내가 보기에는 영 불편하지만.]“어쩔 수 없죠, 뭐.”
렉바의 투덜거림을 적당히 무마하며 학교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이사장실이었다. 김창원에게 중앙 도서관 출입 허가증을 받아올 생각이었다.
“죄송합니다, 어제부터 회의가 안 끝나서…….”
“무슨 회의를 그렇게 오래 해요?”
“저도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 말고는 들은 바가 없어서…….”
비서가 죄송스럽다는 듯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비서의 말에 따르면, 어제 저녁부터 이어진 회의가 오늘 아침까지 이어지는 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이길래 회의를 밤새도록 하는 건지,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갑하네.”
[갑갑하군.]착잡한 마음을 혼잣말로 뱉어내자, 렉바가 되풀이했다.
오늘까지 성하연의 엉터리 기획안을 수정하려면 반드시 중앙 도서관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 외에도 피렌체에 대한 정보와 사탄교도에 대한 정보도 중앙 도서관에서 전부 조사해볼 생각이었는데, 이사장에게 허가증을 받지 못한 탓에 모든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교감, 교장실도 가보았지만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부재중이었다. 애초에 교감이나 교장과는 친분이 없어서, 허가증을 흔쾌히 내어줄지도 미지수였다. 지금은 사탄교도 색출 작업이 진행되는 중이라, 학생들이 중앙 도서관에 출입하는 것을 탐탁잖게 여길지도 모른다.
“…….”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 * *
숨소리,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빠른 템포의 음악. 그 모든 소리가 한데 뒤섞인 곳에서 그들은 저마다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지박령으로 유명했던 강대만, 근래 들어 살인적인 스케줄로 몸을 단련하고 있는 김진서는 이른 아침부터 헬스장에 나와 운동을 하고 있었다.
“호우─!”
한창 운동을 하던 중, 강대만의 기합 소리가 들렸다. 김진서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운동을 재개했다. 노랫소리를 최대로 올려도 강대만의 기합 소리가 흘깃흘깃 들려왔다.
강대만은 그 누구보다 운동을 열심히 했고, 동시에 잘하기도 했다.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몸이 얼마나 고된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는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김진서는 강대만을 꺼림칙하게 여겼다.
“호우! 예압~”
저 망할 기합 소리 때문에 자꾸 운동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강대만은 한번 기구를 차지하면 20분가량을 쉬지도 않고 써버려서, 혹시라도 강대만과 운동 루틴이 겹치는 날이면 그날 운동은 아예 포기해야 했다.
“…….”
그래도 열심히 하긴 하니까…….
김진서는 입을 꾹 다문 채 거울 너머의 자신을 바라보며 꿋꿋이 스쿼트를 했다.
어깨에 걸친 무게가 130kg에 달했음에도 그녀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얼굴에는 힘든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 정도는 무겁다고 부르기도 어려운 무게였다.
“후.”
세트를 마치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을 확인한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그에게 먼저 전화가 걸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상하게 운동을 할 때보다 전화를 받을 때 호흡이 더 가빴다.
“응, 운동하고 있지. 왜?”
김진서는 숨을 고르며, 그가 건네는 안부 인사에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형식적인 서론이 오가고, 마침내 이어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가 본론을 꺼내 들었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게 서렸다.
“……지금?”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