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26
제126화
“그냥 애들 올라오는 거 아니야?”
“여기 교무실밖에 없는 건물인데 애들이 뭐 하러 여길 와? 선생도 아니고.”
“아니, 그냥 대피하러…….”
“대피령도 안 떨어졌는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할 거면 입 다물고 무기나 찾아.”
타각, 타각, 타각…….
마유현과 여민서가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걸음 소리는 계속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인 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걸음 소리가 불규칙적이었고 너무 많았다. 두 사람 이상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이쪽은 세 사람이다. 웬만하면 여민서가 알아서 처리를 해줄 거고, 아니면 내가 처리하면 된다.
게다가 마유현에게는 박제를 구분하는 능력까지 있으니, 어지간한 적은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
“슬슬 보이는 거 같은데……. 아.”
난간 너머로 고개를 쭉 빼고 있던 여민서가 벌떡 몸을 들어 마유현을 보았다.
“준비해. 너 그거, 눈깔.”
“눈깔이라니. 엄연히 이름이 있는 축복인데.”
“아, 그래. 아무튼 빨리 그거 준비해.”
“나를 완전 도구로 아네…….”
마유현은 툴툴거리며 눈가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축복으로 박제를 구분해내는 듯했다.
‘별 없는 밤’ 때 부두교도를 구분할 때도 저 축복을 썼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날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마유현은 육안으로 부두교도를 구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으니까.
중요하지는 않다. 우리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오는 두 사람을 맞이했다. 김진서와 성하연이었다.
친숙한 얼굴이었지만,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됐다. 지금은 누가 박제로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마유현은 두 사람 중 김진서를 먼저 응시했다.
“김진서는…… 가짜. 성하연은…….”
파직!
그때, 마유현의 눈가에 그려져 있던 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찬란한 빛을 발하던 원이 재를 토하며 사라졌다. 마유현이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오른쪽 눈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아 시X, 너무 많이 썼다!”
“뭐? 이 미친놈아! 한도가 있으면 미리 말해야 할 거 아니야!”
“아니, 설마 지금 한도가 올 줄은 몰랐지!”
“미친 새끼……! 일단 김진서는 박제인 거지?”
“그래, 근데 성하연은 아직 모르겠다. 눈 존나 아프네, 아…….”
“괜찮아. 김진서는 내가 맨손으로도 잡으니까.”
여민서가 자세를 잡았다.
계단 아래로 김진서가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빛이 멍했다. 그녀는 오른손에 신성 훈련장에서 썼던 대련용 검을 들고 있었다. 김진서의 손에 들려 있어서 그런지 어지간한 진검보다 위협적으로 보였다. 박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괜히 섬뜩했다.
“여민서.”
김진서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검이 바닥을 질질 끌며 날카롭고 서늘한 소리를 냈다.
여민서가 빙긋 웃으며 축복진을 그리더니, 계단을 올라오던 김진서에게 침을 퉤 뱉었다.
“이름 부르지 마. 역겨우니까.”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 아니야.”
“닥쳐, 이 고아 년아. 박제인 걸 아니까 말을 막 해도 돼서 좋네.”
“어? 갑자기 왜 싸우려고…… 그쪽들은 안 말리고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대치를 지켜보던 성하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싸움을 말리려 들었다. 하는 짓을 보면 진짜 성하연인 것 같기도 한데, 반대로 전혀 성하연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
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김진서가 칼을 질질 끌며 여민서에게 다가갔고, 여민서는 부동자세로 김진서와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민서가 김진서를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면 좋겠지만, 만약 여민서가 진다면 불가피하게 나도 전투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축복만으로는 김진서를 이길 수 없다. 그건 오늘 오전에 있었던 대련에서 확인했다. 보수의 권능을 쓴다면 이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방금 막 보수의 권능을 사용하고 나온 참이다. 부작용이 두려웠다. 나는 몸을 사리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몸을 혹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여민서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뒤늦게 나설 수는 없다. 지금 나서나 뒤늦게 나서나 결과는 엇비슷할 테니까.
생각해야 한다. 보수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김진서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지금까지 얻어낸 정보를 종합하여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야만 했다.
박제의 습성, 마유현의 능력, 김진서의 성격.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가 떠다녔다. 나는 그것을 정리하여 하나로 묶었다.
“……마유현.”
마유현을 불렀다. 그는 여전히 오른쪽 눈을 부여잡은 채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마유현이 붉게 충혈 된 왼쪽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에게 지시를 하나 내렸다.
“왜 나만 보면 싸움을 걸까, 너는.”
“글쎄, 너희 엄마한테 물어봐. 아, 없구나?”
그리고 험악한 대화를 주고받는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싸움을 중재했다.
“싸우지 마.”
김진서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칼을 거두었다. 하는 짓만 보면 진짜 김진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저건 진짜 김진서가 아니라 박제에 불과했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여민서가 눈썹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너 지금 뭐 하냐?”
“굳이 싸울 필요 없잖아. 김진서 말대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니까.”
“이 새끼는 또 뭐라는 거야. 홀렸냐?”
여민서의 비아냥은 가볍게 무시하고 김진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김진서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내 손을 뿌리치지 않았고, 싫은 내색도 하지 않았다.
내 손은 어깨를 타고 나아가, 이윽고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김진서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나를 바라보았다.
“자, 잠깐만. 여기서는 너무…….”
“괜찮아.”
허둥거리며 내 손을 저지하는 그녀를 말로 안심시켰다. 그리고 불시에 그녀의 목을 틀어쥐었다.
“컥……!”
손가락 끝이 목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하고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녀의 붉게 충혈된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대로 팔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몸을 들어올렸다.
김진서가 공중에서 바둥거리며 나를 발로 차고, 손톱으로 내 팔을 긁었다. 아프지만 참을 만은 하다.
“마유현─!”
“어, 어!”
마유현에게 신호를 보냈다. 마유현이 손가락을 들어 여민서를 겨누었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여민서의 몸에 흐르던 축복의 빛이 나에게 들어왔다. 전신에 힘이 차올랐다. 차오른 힘을 괴력의 축복으로 오른팔에 이동시키고, 김진서의 목을 더욱 강하게 틀어쥐었다.
빠직!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녀의 머리를 지탱하고 있던 목이 부러지는 소리였다. 부러진 목의 균열로부터 톱밥이 튀었고 솜이 삐죽 튀어나왔다.
나는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뽑아냈다. 뽑아낸 머리카락은 검고 가늘었다.
털썩.
그제야 비로소 박제는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사체가 증발되듯 사라지며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박제가 사라진 자리에 그녀가 입고 있던 옷과 검이 남았다.
“……후.”
나는 한숨을 쉬며,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박제 앞에 주저앉았다. 계획은 성공했지만, 심적인 피로가 상당했다.
죽기 직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진서의 눈동자가 뇌리에 선연했다.
배성현 박제를 죽일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김진서 박제를 죽일 때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살해 방법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심장을 꿰뚫어 단번에 죽이는 것과 목을 졸라 천천히 죽이는 것. 죄책감이 큰 게 어느 쪽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명했다.
아니, 사실 배성현 박제를 죽일 때도…… 속이 조금 안 좋기는 했다. 내색을 안 했을 뿐.
“아, 윽. 히익……!”
그러는 동안 상황을 지켜보던 성하연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그녀는 붉어진 눈시울로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박제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고개를 풀썩 숙이고는 헛구역질을 했다. 마유현이 성하연에게 다가가려다 걸음을 멈추었고, 여민서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왜 끼어들어? 김진서 목이 그렇게 조르고 싶었냐? 이거 완전히 미친놈이네.”
“……개소리하지 마. 더 안전한 방법을 쓴 거야.”
박제의 성격은 원형을 따른다.
정인아 박제는 진짜 정인아와 마찬가지로 눈물이 많았다. 김진서 박제도 진짜 김진서처럼 내게 우호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하여 싸움을 중재하는 척 박제를 안심시킨 뒤, 자연스럽게 목을 틀어쥐었다. 그러나 축복만으로는 박제의 목을 한 번에 부러뜨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하여 마유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름을 부르면 여민서의 축복을 나에게 옮겨라’. 여민서의 축복과 함께 괴력의 축복을 사용하면 단번에 목을 꺾어 박제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었다.
축복의 빛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마유현의 재능을 고려한 지시였다.
내 방식대로 하면 반드시 김진서를 제압할 수 있다. 여민서를 믿으면 변수가 생기고, 나를 믿으면 변수가 사라진다. 그러니 굳이 여민서를 믿을 이유가 없었다.
“안전한 방법은 지랄. 사심 채우기겠지.”
“어떤 미친놈이 목 조르는 걸로 사심을 채워?”
“너 미친놈이잖아. 아니야?”
“아니야.”
심장이 아닌 목을 노린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정인아와 가브리엘 박제가 죽었을 때, 그 자리에는 머리카락이 남았다. 정인아 박제가 죽은 자리에는 갈색 머리카락, 가브리엘 박제가 죽었을 때는 흰색 머리카락.
박제를 구성하는 주된 요소는 가죽과 솜, 톱밥이다. 그러나 그 행동 양식을 구성하는 것은 머리카락일 것이다. 정인아의 모습을 본 딴 박제에 정인아의 머리카락을 넣으면 그것은 정인아의 행동 양식을 따라하게 되는 것이다.
즉, 박제의 몸에 들어 있는 머리카락을 빼면 박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러한 추측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으나, 솔직히 도박이기는 했다. 추측의 근거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는 내 추측이 맞았으니 잘된 셈이었다.
“아니기는, 미친놈이…….”
여민서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마유현에게 다가갔다.
“마유현. 너 그거 눈깔 쿨타임 몇 초야.”
“야, 눈깔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하, 아. 하아…….”
성하연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헛구역질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중인 것 같았다. 마유현은 쪼그려 앉은 채 한쪽 눈으로 성하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한…… 30분?”
“존나게 기네. 야, 성하연.”
여민서가 발끝으로 성하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성하연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네? 하, 하아…… 왜요?”
“방금 봤지? 너랑 같이 온 김진서가 박제였어. 그럼 너는 뭘까?”
“……저는, 저예요. 저런, 더러운 박제 같은 게 아니라……!”
“그러니까 그걸 증명하라는 말이야, 내 얘기는. 근데 증명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
여민서가 그쯤에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이라면 짐작 가는 바가 있다. 피를 보면 된다. 성하연의 몸에 흐르는 것이 피인지, 아니면 톱밥과 솜인지 확인해보면 그녀가 박제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가─
“벗어봐.”
……갑자기 뭔 미친 소릴 하는 거지?
팔짱을 끼고 선 여민서가 비릿한 웃음을 입에 걸친 채 성하연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성하연이 주저앉은 채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며, 당혹스러움과 공포가 서린 눈으로 여민서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박제면 몸 어디에 가죽을 덧댄 자국이나, 아무튼 어디 하나는 어색한 부분이 있을 거 아니야? 없으면 사람인 거고.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벗어. 부끄러우면 남자들은 눈 가리게 하면 되잖아. 아니면 내가 벗길까?”
여민서가 성하연을 향해 성큼 다가가자, 성하연이 겁에 질린 듯 몸을 떨며 뒷걸음을 쳤다.
왜 성하연을 저렇게 벗기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상처를 내서 피를 보는 편이 낫다고 말하려는 찰나, 성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마유현이 갑자기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볼 것도 없네. 이거 박제야.”
꽈앙!
마유현이 두꺼운 팔뚝으로 성하연의 머리통을 바닥에 내리쳤다. 성하연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쾅! 쾅! 쾅! 마유현이 성하연의 머리를 들었다가 바닥에 내리찍기를 반복했다. 너무 돌발적인 행동이라 말릴 틈이 없었다. 마유현과 여민서, 두 사람의 행동은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윽고 성하연의 터진 머리에서 톱밥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하연 박제의 머리통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불룩 솟아올랐다. 마유현은 당황하지 않고 성하연 박제를 계단 난간 밑으로 던져버렸다.
푸쉬이익…….
부풀어 올랐던 성하연의 머리가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솟아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는 마유현의 얼굴은 태연했다. 나도, 여민서도 당황한 눈으로 그런 마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낀 마유현이 머쓱하게 웃었다.
“아니, 손에 없던 흉터가 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죽였지.”
“흉터?”
“왼쪽 손바닥에 길다랗게 흉터 나 있던데? 진짜 성하연은 손에 흉터 같은 거 없거든. 그래서 일단 죽였지.”
마유현이 제 손바닥을 펴 우리에게 보이며 말했다.
저번에 성하연은 정화의 축복진을 사용하기 위해 손바닥에 상처를 냈고, 나는 그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그러나 내가 그린 치유진은 조잡하기 짝이 없었고, 그 탓에 성하연의 손바닥에는 흉터가 남았다. 즉, 박제가 아닌 진짜 성하연의 손바닥에도 흉터는 있다.
다행히 마유현이 죽인 것은 진짜 성하연이 아니라 박제였다. 그러나 만약 박제가 아닌 진짜 성하연이었어도, 마유현은 주저없이 성하연의 머리를 깨트려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마유현은 태연하게 웃었을 것이다. 아, 진짜였네, 미안, 근데 너 왜 손에 흉터가 있냐? 이 따위 말을 늘어놓으면서.
상상하니 소름이 끼쳤다.
“흉터라…… 음.”
태평한 마유현과 달리, 여민서가 짐짓 심각한 얼굴로 성하연 박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박제는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교복, 그리고 흰색 머리카락.
“외형이 진짜랑 완전히 똑같지는 않은가 보네? 성하연 손에 있던 흉터처럼.”
“어, 그런 거 같아.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거 같고 재밌네.”
그러고 보니 박제가 죽은 자리에는 옷과 검만이 남아 있을 뿐, 묵주는 보이지 않았다. 진짜 김진서는 내가 선물해준 묵주를 언제나 손목에 차고 다닌다. 심지어는 운동할 때도 묵주를 차고 다닌다고 한다.
박제는 얼핏 보면 진짜와 분간이 안 됐지만, 자세히 보면 진짜와 다른 점이 몇 개 있었다.
‘완벽한 박제’를 추구하는 사탄교도가 왜 이런 실수를 범했을까. 그 이유를 잘 파고들면 사탄교도에 대한 단서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았다. 김진서 박제를 목 졸라 죽였을 때의 감촉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던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를 느끼는 마유현을 향한 혐오와 경악 때문도 있었다.
마유현은 섬뜩한 웃음을 여전히 입에 머금은 채 여민서를 쳐다보았다.
“근데 왜 굳이 벗어보라 한 거냐? 그냥 칼로 찔러서 피가 나오나 솜이 나오나 보면 되잖아.”
“아, 그거.”
마유현이 묻는 말에 여민서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냥…… 백색증은 진짜 몸 전체가 하얗나, 궁금해서.”
“오! 그건 좀 궁금하긴 하네.”
마유현이 진심으로 맞장구를 쳤다.
“아…….”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싸맸다. 이 정신 나간 듀오 사이에 있으니 나까지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