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자선의 성호! 너만 믿을게!”
건물을 나온 뒤, 마유현이 내게서 멀어지며 외쳤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유현은 머리 위로 힘차게 팔을 흔들며 꿋꿋이 내게 인사했다.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대충 인사를 받자, 그제야 마유현은 만족한 듯 돌아섰다. 그는 이제 여민서와 함께 실종자 수색을 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우리가 나온 건물은 이사장실과 교장실 같은 교무실만 있는 곳이었다.
교내에 있는 모든 건물 중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어서, 학교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들은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기도 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CCTV는 진즉에 사탄교도에 의해 파괴되었거나 고장 났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 건물은 무척 외진 곳에 있어서, 학생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시피 한 곳이었다.
즉, 지금 나를 보고 있는 사람은 없다. 어느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완전한 혼자.
그것을 깨닫자 긴장이 풀리고 몸이 나른해졌다. 숨을 들이마셨다. 비 냄새를 머금은 서늘한 공기가 몸을 채웠다. 바람이 살결을 타고 몸 곳곳에 스며들었다. 바람은 내게 친절했다. 당연했다.
“바데.”
그건 바데의 바람이었으니까.
[이건 자연풍이야! 내 바람은 더 강하고 드세다!]“왜 거짓말을 해요? 선선하고 좋은데.”
[음, 사실 내가 맞아!]바람을 칭찬하자 바데가 신나서 입을 열었다.
[식은땀을 흘리길래, 좀 식혀줄까 했지.]“고맙네요.”
[네가 감기에 걸리길 바란 거다. 고마울 일이 아니야, 전혀!]그러는 동안에도 바데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이 살결을 부드럽고 시원하게 감쌌다.
마유현, 여민서와 같이 다니면서 혼탁해진 정신이 차츰 맑아지고 있었다. 올려다본 하늘이 검고 우중충하게 탁해지는 중이었다. 당장이라도 비바람이 쏟아질 듯 하늘이 무겁고 낮았다.
[날씨가 아주 좋아, 그렇지 않나!]“네. 그렇네요.”
궂은 날씨를 좋아하는 바데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손바닥을 뒤집었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손바닥이 지면을 향했다.
바람의 기류가 바뀌었다.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지듯 불어오던 바람이 나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었다.
부우웅!
바람의 기세가 바뀌었다. 가볍고 산뜻하게 불어오던 바람에 무게가 더해졌다. 여러 가닥으로 찢어졌던 바람이 한 가닥으로 뭉쳐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나는 바람을 딛고 허공을 밟아 공중에 섰다. 처음에는 자세가 조금 위태로웠지만, 괴력의 축복으로 무게중심을 고정하자 이내 안정적으로 날 수 있게 되었다.
[이대로 화성까지 가자!]“저쪽 첨탑까지만 바래다줘요.”
[아쉽구나. 오늘은 달이 예쁜 날인데.]바데가 말했다. 바람이 한결 강해지고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며 바람에 몸을 맡겼다.
바람은 나를 싣고 피렌체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지나치며 나아갔다. 나뭇잎이 스치며 뺨을 간질였고 나뭇가지가 손을 흔들며 내게 인사를 했다.
[도착이다.]파스스스…….
바람은 나를 본관 옥상의 첨탑에 바래다준 뒤, 나뭇가지를 흔들며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잎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가까웠다가 멀어졌다. 덩달아 바데의 목소리도 멀어졌다. 그러나 바람은 여전히 내 곁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바람 속에서 첨탑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훑어보았다.
무너진 체육관의 잔해가 운동장 구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교실을 나온 학생들이 목적지를 잃고 운동장을 배회했다. 전부 1학년인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혼란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얻어맞은 것처럼 얼굴 어딘가에 검붉은 멍을 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학년 건물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건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본관의 첨탑에 서면, 학교의 거의 모든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밑에서는 본관의 첨탑 위에 누가 있는지 볼 수 없을 것이었다.
각도상 그랬고, 상황상 그랬다. 나는 저들을 볼 수 있지만 저들은 나를 볼 수 없었다. 아늑하고 편안했다.
끼이이이익─!
그때, 첨탑 바로 밑에 달린 스피커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온 몸 가득했던 편안함과 아득함이 물러나고 오싹하고 섬뜩한 긴장이 빈자리를 메웠다. 스피커에서 지직, 지직 하는 굉음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학생, 전교에 있는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1학년 건물에 다수의 박제 출현!
그것은 교감의 목소리였다.
– 해당 건물에 있는 학생들은 신속히 다른 건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해당 건물에 있지 않은 학생들은 이어질 대피령을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 욱!
퍽, 콰직, 우득…….
교감의 말이 끊겼다. 교감이 누군가에게 맞고, 또 맞고, 그래서 어딘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운동장을 배회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서린 두려움이 커졌다. 얼마간 정적이 흐르고, 스피커에서 다시금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아, 아. 착오가 있었습니다. 박제가 출현했다는 건 오보(誤報)입니다. 1학년 건물에 있는 학생들은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그 또한 교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말투가 달랐다. 진짜 교감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당혹스러움이 묻어 나왔고, 약간이지만 울음기도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방송실을 장악한 가짜, 박제 교감의 목소리에서는 그러한 감정의 동요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 또한, 사탄교도가 20분 뒤에 병원을 폭파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은 어쭙잖은 구조를 시도하지 마시고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박제가 출현했다는 건…….
박제 교감이 말도 안 되는 공지를 반복했다. 들을 필요는 없었다. 방송실이 사탄교도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사실만 알면 됐다. 놀랄 것도 없었다. 사탄교도가 방송실을 가장 먼저 장악했으리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다만 의외인 것은 병원을 폭파하겠다는 사탄교도의 메시지였다. 갑자기 병원을 폭파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아니, 그렇다면 굳이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은 어쭙잖은 구조를 시도하지 마시고’라는 대목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나?
애초에, 대놓고 수상한 티가 나는 방송을 누가 믿을까?
“…….”
그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사탄교도는 학생들을 병원으로 유인할 생각이 없다. 처음부터 학생들은 사탄교도의 관심 밖에 있었다.
사탄교도는 나를 유인하고 있다. 내가 병원의 환자들을 구하느라 발이 묶인 동안, 또 뭔가를 벌일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사탄교도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없었다.
“단 웨도.”
[오늘…… 날씨…… 좋다……. 데이트……해라……!]단 웨도의 중얼거림은 이전보다 뚜렷했다. 저번에 제물을 든든하게 바친 덕분인 것 같았다.
하늘은 여전히 검고 우중충했다. 단 웨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고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태양이 먹구름과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빛을 토했다. 그 빛의 균열을 먹구름이 메웠다. 하늘이 어둠으로 칠해졌다.
쏴아아아아…….
비가 내렸다. 나는 그 비를 맞았다. 빗줄기는 거세고 날카로웠지만 동시에 친절했다. 바데의 바람처럼. 입고 있던 교복이 축축하게 젖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이 비에 젖어 들면서 어둠을 더해가고 있었다.
사탄교도가 병원을 어떤 방식으로 폭파할 것인지는 모른다. 박제를 이용하여 폭파할 생각이라면 나조차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폭탄 같은 것을 병원 이곳저곳에 설치해둔 것이라면, 단 웨도의 비로 화재 등의 2차적인 피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폭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병원을 폭파하겠다는 사탄교도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섣불리 병원으로 갈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다른 할 일이 있었다.
“그란브와.”
[……약은 맛있었나요?]불러낸 그란브와가 침통하게 물었다.
“아뇨, 썼어요.”
[그럼 차라리 나 주지.]“……다음에는 드릴게요.”
나는 퉁명스러운 그란브와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좋아요! 거짓말 같지는 않네요.]그란브와의 명랑한 대답과 함께, 담쟁이덩굴이 본관 건물을 타고 올라왔다. 잎이 부딪히며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사각, 사각, 사각…….
빗소리에 가려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았던 그 소리가 차츰 가까워지며 내 귀를 간질였다. 어느덧 첨탑 위로 솟은 담쟁이덩굴이 살랑거리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나는 푸른빛이 감도는 손끝으로 담쟁이덩굴을 쥐었다. 의식이 덩굴을 타고 땅으로 추락했다. 지면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의 소리가 들렸다. 새까맣게 칠해졌던 시야가 밝아지고, 식물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펼쳐졌다. 소리와 시야는 수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 뭐, 대피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 일단 가만히 있으라는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겠는데…….
– 기다려봐, 내가 전화를…… 어? 전파가 왜…….
들려오는 소리를 하나하나 귀에 담으며 생각했다.
아까 만났던 김진서 박제의 손목에는 묵주가 없었다. 성하연 박제의 손바닥에는 흉터가 있었다. 정인아 박제와 성하연 박제는 진짜와 같았다. 그러나 김진서 박제는 진짜와 달랐다.
‘완벽한 박제’를 추구하는 사탄교도는 정인아가 평소 입고 다니던 옷과 성하연의 손바닥에 난 흉터까지 구현했다. 그렇다면 왜 김진서의 묵주는 구현하지 않았을까?
안 한 걸까, 못 한 걸까.
– 선생님, 대피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 잠시만, 내가 다른 선생님들한테 전화를 돌려볼 테니까…….
사탄교도는 자신이 아는 한 완벽한 박제를 만든다. 다시 말해, ‘자신이 모르는 특징’까지 구현할 수는 없다. 김진서 박제의 손목에 묵주가 없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사탄교도는 김진서의 묵주를 구현하지 않은 게 아니다. 구현하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김진서가 최근 묵주를 차고 다닌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반면 성하연 박제의 손바닥에는 흉터가 있었다. 이는 사탄교도가 성하연의 손바닥에 흉터가 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 쌤! 전파가 안 터져요!
– 어? 그러네, 전파가 갑자기 왜…….
사탄교도는 김진서가 최근 묵주를 차고 다닌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성하연의 손바닥에 흉터가 생겼다는 사실은 안다. 콧대 높고 자존심 강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성하연이, 손바닥에 난 흉터를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을 리는 없다.
즉, 성하연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신의 흉터를 보여준 사람. 그중 오늘 아침 정인아를 만났지만, 최근 김진서를 만난 적은 없는 사람. 그 사람이 사탄교도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 사람이 사탄교도일 것이다.
일단은 성하연을 먼저 찾아야 했다. 그리고 최근 손바닥에 흉터가 났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그란브와의 권능을 이용하여 꽃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잡초로 의식을 움직이며 성하연을 찾았다.
– 박제 출현했다는데? 대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
– 오보라잖아. 그냥 있으면 될 것 같은데…….
– 어? 저거 뭐야. 저, 저거 뭐야! 씨X!
1학년 건물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성하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입을 좀 다물어 줬으면 할 때 입을 열었고, 반대로 입을 열어야 할 타이밍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짜증을 누르며 침착하게 성하연의 모습을 찾았다.
– 뭐야, 저기. 애들 왜 저래?
– 박제가 출현했다는 게 사실인 거 아닐까요……?
– 에이, 야. 뭐 그런 불길한 소리를…….
찾았다.
성하연을 찾았다. 그녀는 1학년 건물 3층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곁에는 김라희가 함께였다.
나는 그란브와의 권능을 유지하며 바데의 권능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후두둑, 바람이 빗방울을 튀기며 내게 다가왔다. 바람을 타고 곧장 성하연에게 날아갈 생각이었다.
– 꺄아아아아악─!!
– 우왁, 우아아아악!! 아니 썅, 이게 뭐야, X바알……!
– 퀴즈! 퀴즈!
“윽……!”
그때, 어디선가 날카롭고 우렁찬 비명이 들려왔다. 비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여학생과 남학생 여럿이 자아낸 비명이 뒤엉키며 귓전을 때렸다.
귀에서 이명이 울릴 만큼 비명은 크고 길었다. 집중이 끊기고 그란브와의 권능도 끊겼다. 식물에게 스며들었던 의식이 내 몸으로 돌아왔다.
키에에에엑─!
숨을 가다듬을 틈도, 놀란 마음을 진정할 틈도 없었다. 1학년 건물에서 들었던 비명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고 우렁찬 괴성이 운동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거대한 무엇인가가 고개를 치켜든 채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키에에엑! 키에에에엑─!
그것은 마수였다.
축사에서 보았던 개 마수나, 아이덴 동산에서 보았던 새 마수와는 차원이 다른 크기의 거대한 마수.
머리가 세 개였고 다리가 여섯 개였다. 머리에 달린 여섯 개의 눈동자는 붉었다. 어둠 속에서 마수의 붉은 안광이 학생들의 면면을 훑었다.
꺄아아악…… 꺄아악…….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비명은 멀어서 희미했지만, 그 속에 깃든 두려움과 공포는 선명했다.
쿵, 쿵!
마수가 학생들을 쫓아 지면을 박찰 때마다 지면이 흔들리는 듯 묵직한 소리가 났다. 학생들의 다리는 마수의 추격을 피하기에 너무 가늘고 느렸다.
[저기, 너 같은 아이가 하나 있구나.]렉바가 말했다.
모두가 마수를 피해 흩어져 도망치는 가운데, 운동장을 가로질러 마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가 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에 검을 들고 있었다. 김진서는 그 조잡하고 뭉툭한 검을 마수에게 겨눈 채,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마수가 그녀의 적의를 알아챘다. 여섯 개의 붉은 눈동자가 김진서를 응시했다. 여섯 개의 다리가 일시에 땅을 박찼다. 어지간한 사람보다 더 큰 발톱이 그녀의 몸을 반으로 가를 듯 맹렬히 쇄도했다.
그녀의 검 또한 마수의 목을 겨누고 있었으나, 발톱에 비하면 검은 한없이 초라하고 무디었다.
나는 검지를 들어 마수의 머리를 겨누었다.
쩌엉─!
빛이 마수의 가운데 머리를 강타했다. 전조도 없이 떨어진 낙뢰였다.
김진서를 향해 쇄도하던 발톱 끝이 부들부들 떨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녀가 놀란 눈으로 마수를 바라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키엑, 키에에엑……!
그러나 방심할 때가 아니었다. 마수는 아직 죽지 않았다. 몸집이 크고 머리가 많은 만큼, 마수의 몸은 질기고 튼튼했다.
[이럴 수가! 이 나의 번개를 맞고 버티다니! 저 마수는 진정한 전사다!]쿠르르릉─!
뒤늦게 나타난 소보가 천둥과 함께 헛소리를 했다. 비바람이 거셌고 천둥은 우렁찼다. 어느덧 찾아온 폭풍우가 학교를 휘감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마수의 오른쪽 머리를 겨누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소보는 장난기가 역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번개는 같은 곳에 두 번 치지 않는다!]“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꽈앙─!
소보의 말과 달리 번개는 같은 곳에 두 번 떨어져 마수를 완전히 불태웠다. 번개가 자아낸 요란한 소리가 내 말허리를 잘랐다.
삽시간에 재가 되어버린 마수의 몸 위로 단 웨도의 빗방울이 떨어졌다. 마수의 몸이 비에 녹아내리듯 운동장 바닥을 검게 적시고 있었다.
“……두 번 치는데?”
[내 변덕스런 번개는 종종 두 번 치기도 한다. 하하!]쿠르릉!
소보의 말에 호응하듯 천둥이 울렸다. 먹구름이 부딪히며 빛을 토했다. 빛은 먹구름과 뒤엉키며 날카롭고 예리하게 다듬어졌다.
쩌엉─!
재가 되어 녹아내리고 있던 마수의 사체 위로 빛이 떨어졌다.
하늘을 가르고 떨어진 낙뢰가 마수의 배를 갈랐다. 드러난 내장이 시꺼멓고 불길한 연기를 토해냈다. 연기는 하늘로 솟구치지 않고 바닥에 내려앉으며 학생들의 몸을 휘감았다.
[세 번도 친다! 대단하지?]“……네, 대단하네요.”
소보의 말에 적당히 대답을 해주며, 성하연이 있는 1학년 건물 쪽을 응시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